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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건축하기

이상명, 조아란


이상명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조아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개인에게 맞는 설계란 무엇일까? 개인에게 가장 이상적인 설계는 어떤 것일까? 우린 먼저 건축가가 하는 설계가 가장 이상적인 것일까? 라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자기 자신이 직접 자기 집을 짓는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쓰임, 구조, 재료, 미적 문제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정말 일반 사람은 집을 지을 수 없는 것일까? 이 설계 안의 목표는 보통 사람들에게 스스로 집을 짓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손으로 집을 짓는다는 것은 그 질을 떠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집에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당연히 일반인이 맨땅에다 건물을 지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 중 실내장식과 외부장식(건축), 그 사이의 건축을 제시하려고 한다.

건축과 대중 사이

건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 아파트의 열기가 한층 꺾이고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서점에는 집 짓기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행에 따라 기획되어 나온 책의 질을 보장할 순 없지만, 그 동안 멀어진 건축과 대중의 사이를 좁힐 수 있는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건축에 관심이 있다는 일반 사람을 어렵지 않게 접한다. 한데 딱 거기까지, 관심과 교양의 대상 수준이다. DIY 열풍과 웹의 대중화에 힘입어 사람들은 가구를 직접 만들거나 수선하고, 전문가 수준으로 집을 꾸미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조금만 쳐보면 일반인의 수준을 뛰어넘은 파워블로거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유독 건축만은 일반인들이 아직 쉽게 손길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건축가와 건축주 사이

건축주는 나름의 그림을 그리고 건축가는 그를 해석하여 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건축가는 신이 아니기에 서로가 그리는 그림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괴리가 존재한다. 건축주에게 건축가는 고용인과는 별개로 건축에 관한 한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설계가 그만큼 전문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쓰임, 구조, 재료, 미적 문제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건축주는 설계 작업에 대한 의견 제시 외의 실무에 직접 관여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건축가가 아닌 일반 대중은 정말 자기 집을 지을 능력이 없는 것일까?

자기 집을 지은 사람들

TV에서 종종 일반인이 직접 지었다는 피라미드, 버섯 등 기상천외한 모양의 집들을 접한다. 미적으로는 물론 구조, 재료, 쓰임들이 제멋대로이다. 건축가들이 보면 기겁할만하다. 하지만 개중에는 갖추어진 건축만 접하기 쉬운 건축가가 상상하기 힘든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도 있다. 어떻게 생각했을까 싶지만, 순전히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상상한 것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 집을 지었다는 집주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집에 애정을 가지고 집을 자랑스러워한다. 이는 집의 구조나, 재료, 미적인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집을 짓게 하려고 한다. 당연히 모든 부분을 일반인이 다루진 못한다. 우리는 그 중 실내장식과 실외장식(건축), 그 사이를 제시하려고 한다. 구조적인 안정성을 보장해주고 건축 요소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해주어 건축주가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직접 그리고 구현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자신의 필요로 의해 자신의 손으로 계단을 설치하고, 빨랫줄을 거는 것이다. 건축가는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없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 모자람을 메우고 채우는 일은 사용자의 몫이다.

공간을 채울 도구들

우리는 방(또는 집)에서 자신이 직접 공간을 그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제공한다. 우선 큰 틀이 되는 방은 위, 아래 사방으로 150mm의 볼트 구멍이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봉, 고리, 걸이, 클립, 판, 연결부 등을 조합해 공간을 쓸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기본적인 틀은 공간을 제한하는 틀이 아니라 안정된 구조 안에서 자신의 공간을 마음껏 구현할 수 있는 자율성의 틀이 될 것이다. 우리는 매뉴얼에서 기본 요소 6가지와 그를 조합해 만들 수 있는 벽, 층, 단, 계단 4가지 건축요소 총 10가지를 제안한다. 기본 요소 6가지는 건축의 기본요소인 벽, 층, 단, 계단을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기둥과 보의 역할을 할 여러 종류의 봉과 벽을 만들기 위한 클립, 그리고 계단과 단을 만들기 위한 다른 모양의 봉들이다. 그리고 봉들끼리, 봉과 판을 연결해주는 연결부까지 6가지이다. 이 요소들의 조합으로 벽, 층, 계단, 단뿐만 아니라 옷걸이, 책상, 책꽂이 등 가구도 만들 수 있다.

자율성과 가변성

도구는 조립식이다. 어찌 보면 가구설명서 같다. 우리는 건축의 무거운 구조와 가구의 가벼운 구조의 중간의 포지션을 목표로 했다. 조립식은 가변적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쉽게 시도할 수 있고 잘못 설치했더라도 자신에게 맞게 다시 설치할 수 있다. 또한, 벽, 복층 등에 쓸 판은 사용자가 크기, 재료를 직접 결정한다. 이런 가변성, 자율성 덕분에 사람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건축가는 실내장식과 실외장식(건축)을 구분해서 사용한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그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모두 삶의 환경 일부일 뿐이다.

이케아 매뉴얼

이케아 설명서에는 글이 없다. 그림만으로 어려운 가구의 조립도 척척 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간단하지만 직관적이고 핵심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우리는 여기서 착안하여 사용자들이 우리의 건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설치 방법은 그림만 보면 따라 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표현했고, 각 요소의 이용 방법과 활용법들로 사용자가 제2, 제3의 사용법을 만들어 내도록 상상력을 자극했다. 건축 관련 책이나 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렵고 추상적인 문장을 읽을 필요없이 직관적으로 구성요소들의 사용법을 익히고 활용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스스로 건축하기

분량2,822자 / 5분 / 도판 1장

발행일2014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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