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설명회 질의 응답
김찬중, 이혜선, 김홍중
분량26,649자 / 50분
발행일2014년 7월 10일
유형강연록
주제 설명회 #1
일시: 2013. 11. 3
장소: 정림건축 정림홀
주문자 선정의 유의사항과 접근방법
Q. 인터뷰는 자기 자신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할 수도 있잖아요. 방식은 어떤 게 좋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혜선 요즘 디자인 쪽에서는 디자인연구 방법 중에 정량적인 데이터에 의존하기보다는, 민속학과 문화·인류학에서 배워온 관찰이라든지, 일기, 해당 사람의 소지품이나 일상생활을 담을 수 있는 사진 등 여러 방법으로나, 또는 그에 대한 도큐먼트화를 합니다. 보통 스스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아닐 수 있거든요. 이러한 디자인연구 방법에 대한 책도 많으니 참고하면 될 거예요. 이러한 방법은 굉장히 체계적이며 구조적이고, 또한 ‘반드시 이러한 방법’도 없어요. 방법 자체를 만드는 게 창의성이거든요. 내가 나한테 궁금한 것 또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대상에 대해 궁금한 것을 알아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보고 그걸 쓰면 좋을 것 같아요. 다만 그 내용을 피상적으로 보기보다는 전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조금 깊게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김홍중 사회과학에서의 대표적인 연구 방법도 양적 방법과 질적 방법을 다 쓰는 겁니다. 그리고 질적 방법은 굉장히 다양하고 나름 복잡하죠. 질적 방법은 참여관찰과 심층면접으로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참여관찰participation observation은 현장에서 관찰자의 눈으로 같이 살아보는 거에요. 심층면접indepth interview은 좀 더 깊이 질문을 가지고 들어가는 거죠. 그렇게 해서 질적 방법이 찾아내고자 하는 것은, 조사자가 현상에 대해 부여하는 의미를 찾기 위해서예요. 질적 방법은 ‘왜?’ 라는 질문에 대해서 어떤 방법이든 간에 왜 그걸 그렇게 했느냐, 라고 물을 때 뇌의 상태나 혈압을 보는 게 아니라 ‘의미’를 보는 거예요. 그러한 생각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죠. 너무 어렵게 생각하실 것 없어요. 관찰과 대화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김찬중 제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보통의 공모전이나 현상설계는 요구사항이 굉장히 엄격하고 정확하게 정리가 되어 있죠. 그리고 여러분이 사회에 나갔을 땐 발주처로부터 OR(Owner’s Requirement)을 받고요. 쉽게 말하면, 방은 몇 개, 높이와 폭은 얼마 등과 같이 주어지면, 그걸 어떻게 구성해서 공간으로 만드느냐가 건축가의 역할이라 할 수 있는데, 지금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그 OR을 여러분이 직접 만들어보게 되는 거예요. 관찰이나 과정을 통해 인터뷰이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이고, 그것에 대한 이해를 바라는 거잖아요. 사실 이는 매우 중요한 훈련입니다. 막상 현장에 나가보면 OR이 주어져도 제대로 해결하는 것조차 매우 어렵거든요. 가령, “우리는 규모가 ***이니까 방 *개에다***를 해주세요”라며 발주처가 자기는 잘 이해한다고 OR를 내리지만, 실제로 보면 정확하지도 적합하지도 않아서 설계를 진행하는 동안 “이거 너무 클(작을)것 같지 않아?”하며 좌지우지되는 과정을 겪어요. 우리는 계속 변경하기 위해 쫓아다니죠.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OR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프로젝트를 읽을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이번 공모전의 프로세스에서는 건축주가 준 OR에 본인이 재분석하고, 놓친 부분을 찾고, 더 추가하고 싶은 것을 제안함으로써 기획의 차원에서 여러분이 선점해서 좋은 건축가가 되는 것을 연습해보는 거예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정말 설계를 하면 배가 고픈가요?”라고 물어봐요. 지금 벌어진 현상 자체만을 보면 일견 당연히 그렇게 보이죠. 의대생보다 더 많이 밤새우고 공부하는 것 같은데 받아오는 월급은 적고, 정말 통탄을 금치 못하는 상황에 이르는 거죠. 이런 일련의 현상은 우리의 책임도 있어요. 교육도 그렇고요. 그런데 여하튼, 여러분이 ‘기획’이라는 부분에서 건축가가 할 수 있는 기획이라는 것은 굉장히 힘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여러분의 역량이 많이 집중되면 좋겠어요. 이번 요건에 드린 프로젝트 규모는 60큐빅 미터로 작아서 그 안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오직 한 개인을 위한, 매우 철저한 관찰과 일련의 과정을 통해 기획하길 바랍니다.
주의해야 할 사항은, 주문자가 디자이너나 요리사라고 했을 때 그런 직업군에 맞춰 디자이너를 위한 공간, 요리사를 위한 공간 식으로 너무 직업에 특화해서 접근하면, 그의 개성과 성향이 직업으로 인해 상통하는 부분은 있겠지만, 공모전 주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특정한 조건에 직접적인 탭핑tapping은 못할 수도 있어요. 가령 ‘경찰관의 집’이라고 해서 쇠창살을 쓸 거 아니잖아요? 다시 말해, 직업군에 특화하지 말고 ‘개인’을 보라는 거죠. 그에게 깊이 들어갔을 때 오히려 공감을 끌어낼 수 있어요.
3D프린터와 근미래
Q. 제시된 안을 보면, “개인을 위한 디자인을 하되, 미래의 산업구조를 예측하고 그걸 우리가 생각해서 거기에 맞는 안”을 뽑아내라 하셨는데,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이나 오늘 말씀해주신 이야기를 들어보면 3D프린팅에 대한 내용이 정말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3D프린터가 미래에 상용화된다는 가정하에 작업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 공모 요강을 보면 도구 10가지를 제안해야 하는데, 그 10가지에 3D프린터를 포함해도 될까요? 그리고 근미래라 한다면 몇 년 후까지를 최대로 잡으면 될까요.
김찬중 저희도 그 부분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3D프린터를 보여드린 이유는, 기술이라는 것이 우리의 생활 전반을 지배하며 매우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에요.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여러 가지 키워드 중 하나로 3D프린터를 던진 이유는, 결과적으로는 ‘개인이 생산에 참여’하는 비중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고요. 과거 집단화된 규칙이나 방식에 의해 개인이 지배당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개인이 생산에 참여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3D프린터는 사용을 해도 되고, 어떤 최신 기술을 써도 되고, 아까 보여드린 재래시장의 고무대야처럼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관점에서 ‘기술의 선택’도 해당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것이라면 맞다고 생각해요.
이혜선 근미래는 3~5년으로 잡으면 좋을 것 같아요. 현업계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테크놀로지가 시장에 접목되어 상용화되는 시점을 보통 3~5년으로 보거든요.
김찬중 우리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기술의 범주에서 얘기됐으면 좋겠어요. 다만 인터뷰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그 이야기가 정말 개인에게 옵티마이징 되고 정말 그를 위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필요하거든요. 그에 대한 결과를 내고 그걸 공감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 과정에서 3D프린팅이 기술적으로 필요하다면 써도 되는 거고, 그렇지 않다면 기존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쓸 수 있는 거죠. 매우 오픈되어 있어서 선택이 중요할 것 같아요.
60 큐빅 미터
Q. 설계 조건에 60큐빅 미터 안에서 설계하라고 되어 있는데, 그게 제가 지정한 어떤 인물에게 의미가 있는 특정 장소로 가정하고 설계를 해도 되는 건지, 아니면 균질한 공간을 상정하고 개인에게 집중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즉, 장소특수성이란 것이 조건 안에 포함되는 건가요?
김찬중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60큐빅 미터는 구성 방식이 사실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그것을 준 전제는 딴 게 아니라, 부분적으로라도 조건이 제한되어야 어느 정도 공정한 테두리 안에서 심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공간과 개인, 그리고 기술의 범위
Q. 주제 설명에서 현상학적 접근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저는 그것이 공간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말씀해주신 것으로 이해했거든요. 그런데 이 공모전의 주제는 개인이 어떻게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즉 개인과 공간이 상호작용을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는데요.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찬중 중요한 이슈를 던지셨어요. 개인이, 어떤 한 사람이 형성되기까지는 환경이 그 사람을 재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본 공모전에서 얘기하는, 그를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다음과 같이 가정해볼 수 있어요. 앞서 주제설명회의 김홍중 교수님의 유년시절을 예로 들면, 교수님이 어릴 때 살았던 공간은 지금의 교수님을 만들었죠. 그런데 다시 교수님의 60큐빅 미터의 집에 들어가셔야 하는 거죠. 그 60큐빅 미터는 과거 교수님을 있게 한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재현하느냐, 아니면 그 배경을 전혀 모르고 김 교수님을 철저하게 파헤쳐 다시 제안하느냐인데, 사실 둘 중 어느 것이 정말 완벽한 답인지는 이야기할 수 없죠. 새로운 공간이 최종 만들어져도 상호작용을 살펴야 하는 건데 그것도 일정 기간이 필요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보통의 결과물이란, 딱 봤을 때 너무 팬시하게 잘 만들었고,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있는 것이겠죠. 우리는 보통 그런 걸 구매하죠. 하지만 여기(공모전)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 어떠한 ‘로직’이 있었는지를 보고 싶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김홍중 교수님은 ‘참가자가 어떻게 파악하느냐’의 그 ‘어떻게’의 로직이, 또는 그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의 폭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그 사람의 과거 굉장히 좋았던 공간 재현이라기보다, 매우 충실한 관찰과 노력이 수반되는 심층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공간으로 organize해서 만드느냐이죠. 이것은 represent와는 또 다른 개념이예요. 만약 몇 십 년 후에 그 집을 다시 가봤는데 도저희 불편해서 살 수 없다면, 지금은 이제그 환경이 전혀 optimize 되지 않은 거겠죠? 그리고 저라면 한 개인의 개인성이라는 것과 기술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비율로 얘기해야 할지가 궁금할 것 같은데요.
이혜선 10가지는 뭘 포함하는지를 말씀하시는 거죠?
김찬중 그건 아무거나 될 수 있어요. 방안에 떨어져 있는 쪽지도, 첨단기술도 가능해요. 이게 너무 애매하다고 느끼시겠지만, 결국은 기술이나 산업적인 담론이 개인하고 상관없이 따로 가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그러니, 너무 신기술 중심으로만 사고한 나머지 개인은 없고 기술의 화려함만 돋보이게 하는 것은 지양하면 좋겠어요.
박성태 이번 공모전 주제를 선정하고 저희가 회의를 한 번 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나온 얘기가 결국은 우리 사회에서 제공되는 공간이라는 것이 천편일률적이고 여러분 대부분이 본인에게 딱 맞는 공간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고 그런 상태에 익숙하므로 어려울 수도 있겠죠. 그러므로 건축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누구에게나 편한 곳이 아닌, 굉장히 소수를 위한 디자인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소수도 굉장히 극단적인 것으로 가다 보면 ‘한 개인’을 위한 디자인인 거죠. 그런 과정에서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하다면 쓰고, 그럴 필요가 없다면 전혀 안 써도 되고요.
출발점: 개인 혹은 산업과 기술
Q. 심사위원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간의 본질이나 가치를 실현해줄 수 있는 개인만의 공간을 만들라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공모전 요강에는 어떤 산업 구조, 기술적인 측면을 먼저 조사하고 customize하라고 하셨습니다. 오늘의 설명에 의하면 단계 1은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오바마를 예로 들면, 그는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갖고 있지만, 자기 집에서 옆집 여자를 보는 게 행복이라면 그게 그 사람의 가치가 아닐까요? 그래서 단계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치 않으면 그냥 빼고 진행해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김찬중 첫 번째 단계에서 산업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있어야 하는 것은, 그것을 전제로 추가로 개인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찾아내는 과정까지가 1단계에 해당해요. 물론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담아내고자 하는 담론의 깊이도 상당하고요. 그래서 기술과 개인이라는 양측을 어떻게 잘 합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모든 공모전이 결과 중심으로 가지만, 이러한 과정을 시작할 때 처음에 어디를 탭핑tapping해 가느냐가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직업군과 개인의 customization
Q. 이번 주제의 제시어인 customization이 사회를 개인화시킨 거로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추후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지. 생산에 맞춰지면 직업군과 관련해서 공간을 만들어야 하나 싶었는데, 아까 설명에서는 (앞의 Q 1에 대한 설명) 직업은 표피적인 거니까 배제해야 된다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요.
김찬중 특정 개인을 위해 만든 공간으로 인해, 그가 치유될 수 있다면 그건 직장이든 다른 사회에서 좀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겠죠. 좋은 접근입니다. 물론 철저히 직업군의 성격을 배제해야 된다는 차원으로 드린 말씀은 아니었습니다. 노파심에서 말씀을 드렸던건데, 만약 우리가 직업만을 가지고 그 사람을 특정화(규정)해버리면 그 사람의 내면을 보는 데 오히려 방해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사람은 원하지 않는 직업을 갖고 있기도 하고, 직장에서의 시간과 성취도보다 개인의 취미생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다시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요리사라는 직업군을 위한 생활공간에 정말 요리하기 최적의 공간을 만드는 건 오히려 건축주가 싫어하는 공간일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집에서도 일의 연속이 되는 거니까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술가의 집은 굉장히 예술적일 것 같고, IT 계열의 종사자는 집이 최첨단으로 해놓고 있을 것 같지만, 그건 개인마다 모두 다른 거거든요.
그렇다고 직업을 완전히 무시하라는 차원은 물론 아닙니다. 굉장히 특이한 직업인 경우, 직업이 사람을 바꾸기도 하니까요. 초점을 직업에서 출발하지 말고 좀 더 다양한 경우의 수와 넓은 배경을 두고 보면 좋겠어요. 그 사람의 본래 성향이요.
김홍중 내러티브가 들어갈 땐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싶어요. 소설 한 편을 쓰는 것과 건축학적인 발표를 하는 것, 이 두 가지가 같이 나가야 하는 거죠. 가령 내가 단편소설을 쓴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럴 때 주인공을 그냥 간호사로 잡을 건가요? 그 간호사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들어가야겠죠. 가령 ‘실연당한 간호사’ 아니면 ‘죽어가는 간호사’ 등… 그렇죠?
암에 걸린 걸 알았고, 5년이라는 시간이 자기한테 이제 거꾸로, 간호 받아야 하는 상황 속에 던져진 간호사가 되어야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직업도 중요한 요소고 심지어 성별이나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삶의, 그 대상의 차원을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렇게 되면 직업이 중요할 수도 있고 안 중요할 수도 있고. 때에 따라 다 다를 것 같아요. 일괄적으로 중요하다 안 중요하다를 떠나서 삶의 의미가 솟아나는 곳이 공간과 건축학적 상상과 어떻게 어우러지는가를 보면 좋겠습니다. 이게 직접 작업을 하다 보면 보편적으로 읽어내게 될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근미래와 기술
Q. 개인의 현재 상태에 따라 5년 뒤의 근미래가 각각 여건이 다를 텐데요. 특히 나이나 직업 군에 따라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은지 궁금합니다.
김찬중 5년 뒤의 성향까지도 예측해야 하느냐를 물으신 건데요. 제 생각에는 한 개인의 현재의 개인성을 일궈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건데, 거기서 5년 뒤의 성향까지 읽는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5년 뒤의 근미래는 너무 현재의 것만 가지고 고민하지 말고 좀 더 앞으로 나아가라는 의미에서 근미래를 설정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사자의 현재 모습을 파악하는 것에 먼저 충실한 것이 정확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 정도의 5년의 차이는 저희가 인정해 드릴게요.
김홍중 사실 연대기적으로 과거와 미래라는 구분을 하지만, 실제로 그건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가령 저는 지금 제 서재에 굉장히 불만이 많거든요. 너무 기능과 돈에 맞춰진 공간이어서요. 사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제 직업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데, 그건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과거에 가졌던 유사한 행위와 기억에 뿌리를 내리고 있거든요.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제가 가진 서재에 대한 꿈은 좀 특별해요. 그래서 저는 기억(memory)과 꿈(dream)에 변증법적인 것(dialectic)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이 어딘가에 내 현재 서재가 있고, 그 서재를 바꾸고자 한다면 바뀔 디자인의 아이디어가 거기 있겠죠. 그러니 시간을 너무 그렇게 연대기적으로 자르지 말고, 좀 여유 있게 생각하면 좋겠어요. 대개 기억이라는 게 많이 조작되잖아요.
환상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기억 안에 나에게 중요한 것으로 의미화되어 있을 겁니다. 그게 미래의 어느 시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 지평에 뿌리내리고 있는 꿈을 건축가의 비전과 균형 감으로 잘 표현하면 좋겠어요.
이혜선 저도 한 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여러분 ‘wearable’이라는 얘기 굉장히 많이 듣죠. 이건 5년 전, 아니 훨씬 전부터 나온 개념이에요. 그 웨어러블에 대한 솔루션을 내기 위해서 여러 미디어랩의 온갖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개발을 해왔어요. 가령 휴대전화를 이용할 때 골전도에 작은 침을 넣어 따로 전화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통화할 수 있게 했어요.
그런데 왜 그게 상용화가 안 됐을까요? 왜냐하면, 우리의 문화는 ‘나 지금 통화 중이야’ 라는 표현을 내 몸의 일부가 아닌, 하나의 매개체(즉 전화기)를 통해서 하길 더 원하거든요. 적어도 아직은 말이죠. 전화기를 가지고 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어색한 거예요. 테크놀로지는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지만, 사람은 굉장히 느린 속도로 변하거든요.
두 개가 구현되어, 만나서 어떻게 정말 변화를 사회에 일으켰을 때는요, 우리가 변화하는 그 ‘기억’과 ‘내가 원하는 것need, desire’ 그 두 가지가 기술을 기반으로 잘 만났을 때, 그래야만 산업현장에서도 볼 수 있게 돼요. 둘 중 어느 하나만 충족돼도 상용화는 어려워요. 그러므로 실제로 사람의 감정에 충실했을 때는 지금 김홍중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좀 넓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공모전에서 ‘근미래’라고 표현하는 것은 ‘테크놀로지가 뒷받침supporting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개인화micro-customization’잖아요. 저희가 micro-customization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분명 기술적인 기여도가 수반되는 것들이 많거든요.
건축가의 역할 범위와 설계 범위
Q. 두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첫째로, 개인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데 있어 건축가의 역할이 어디까지냐 하는 것인데요. 공간에 들어갈 가구까지 정확히 디자인해주는 것이 개인화인지, 아니면 그 개인이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바탕을 제공해주는 것이 더 맞는지 하고요. 둘째는, 설계 조건 중에 60큐빅 미터의 체적 안에서 디자인을 해야 하는데, 공모요강에는 외피는 디자인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그 개인을 위해서 외부공간을 제공해주고 싶다면 (예를 들어, 테라스나 오픈된 천장) 그 또한 60큐빅 미터 체적 안에 들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외부이기 때문에 심사에서는 제외되는지 궁금합니다.
김찬중 첫 번째 질문은 특정 상황에서 건축가의 역할이라는 게 어떤 거냐는 건데요.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 해결이 가능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바탕(배경) 설명에서 “개인의 ‘참여 개념’이 우리에겐 굉장히 중요하다”고 한다면 개인이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이고, 반대로 “우리가 모든 것을 제공하는 것으로 세팅한다”고 한다면 그 또한 가능하죠. 다면 여기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전지전능’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에요. 전자에 대한 극단적인 예를 들면 (물론 그렇게 할 팀은 없겠지만) 정말 60큐빅 미터 공간만 던져주고 “알아서 personalizati하세요” 할 팀은 없겠죠. 하지만 그러한 결과까지 가는데 시나리오 과정의 설득력이 충분하다면 그 빈 공간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은, 공모 요강의 60큐빅 미터에 다들 굉장히 예민한데, 입면을 디자인하지 말라고 한 것은, 입면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주로 생활하는 공간 자체에 좀 더 집중하면 좋겠다는 취지가 더 강한 거라고 보시면 돼요. 왜냐하면, 입면을 디자인하기 시작하면 또 굉장히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입면이 중요하지 않다가 아니라, 입면에 신경 쓸 에너지와 시간을 생활공간(space)에 좀 더 집중해 달라는 의도입니다. 입면도 물론 스페이스가 될 수 있어요. 만약 지붕을 다 열어서 아웃도어 스페이스를 주겠다고 한다면 그 공간을 60큐빅 미터 바깥에 설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면 안으로 끌어 들어올 수 있는 부분의 문제인 것 같아요.
개인과 커뮤니티
Q. 공모전 주제는 사회 요건을 전혀 배제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실제 건축 주를 개인이 아닌 ‘사회의 입장’에서 한 개인이 이런 곳에 살면 좋겠다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김찬중 그런 접근은 공모전 취지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사회가 원하는 방식을 우리가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원하는 곳과 그가 있기에 적합한 부분을 고려해보는 것을 원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외부에서 판단하는 시각과 개인 각각의 시각은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성태 주제 자체가 ‘micro personality’에 대한 거니까 각 개인이 모여 어떤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는 것은 사회적인 것이겠지만, 그 공동체 전체를 디자인하는 것은 주제에서는 조금 벗어난 것 같습니다. 마무리하자면, 중요한 것은 건축과 디자인입니다. 공간과 제품의 디자인도 완성도가 높은 것이 중요합니다. 건축이기 때문에 평면과 단면도 충실하게 정리되어야 할 거고요. 그럼 이번 정림학생건축상을 기대해보겠습니다.
주제 설명회 #2
일시: 2014.2.13.
장소: 더시스템랩
외부공간의 범위
Q. 외부공간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데요, 60m³를 주셨는데, 외부공간이라 하면은 테라스나 조경 같은 걸 놓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부피가 60m³인데, 외부공간은 부피를 측정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외부공간을 부피에 안 포함해도 되는지, 아니면 부피에 포함하면 그게 끝 선과 끝 선으로 해서 부피를 포함해야 하는지, 아니면 유리창으로 막혀있다고 했을 때 부피를 포함해야 하는지, 좀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외부공간을 활용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규제에 벗어나지 않게 어떻게 쓸 수 있는지를 질문하고 싶습니다.
김찬중 숫자가 들어가니까 되게 민감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건 좀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예를 들어 “60m³에서 62m³를 하면 떨어지는 거냐?” 원칙적으로는 그러면 규정 위반이잖아요. 그런데 60m³를 들인 취지는, 그냥 그 규모. 예를 들어 규모를 ‘소형주택’, 또는 ‘원룸’, 이런 식으로 주면 애매하니까 정량적인 부분에서는 서로 비슷한 규모로 가져가야 하겠다는 취지에서 60m³를 드린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되게 정량적으로 딱 자르겠다는 취지는 아니고. 심사위원들이 60m³를 다 잴 수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건 그냥 의미상으로 그 정도의 체적 안에 들어오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정도로 생각하시고, 꼭 ‘나는 테라스가 좀 나와야 돼. 이 60m³ 안에..’ 뭐 내셔도.. 취지 자체는 개인화된 공간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취지니까, 60m³는 그 경계라는 것. 그래도 가능하면 그 안에서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Q. 그럼 만약 외부공간에 뭔가 요소를 집어넣잖아요. 그런데 내부공간을 60m³ 정도로 하고, 외부공간이 마당만큼 커진다고 하면 그건 안 되는 건가요?
김찬중 그건 좀 애매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landscape이라든지 그런 것에 대한 비중이 너무 커지잖아요. 그런 부분까지 확장되면 내용이 좀 흐려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60m³인데 외부공간을 조금 쓰고 싶고, 그게 옥상이든 테라스든 어떤 거든지 간에, 그런 것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개념이니까요. 자기만의 공간이라는 게 반드시 내부 60m³ 안에만 있을 순 없다고 판단할 수 있잖아요. 그런 것 정도는 융통성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0가지의 요소
Q. 결과물적으로 10가지 요소를 제출해야 되는데, 그 요소의 기준이 가구 하나가 될 수도 있지만, 여러 개를 묶어서 하나의 요소로써도 활용 가능한지. 예를 들어 책상과 의자와 다른 요소가 한가지 활동이 일어나는 요소로서 제한해도 되는 건지요?
그리고 집으로서는 상식적으로는 있어야 하지만 저희가 중요도를 생각했을 때 10가지에 포함이 안 된다면, 그런 것까지 고려해서 도면에 표현해야 되는지가 궁금하거든요.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10가지 요소를 보여드리면 되는데, 중요도는 떨어지지만, 집에는 꼭 있어야 하는 화장실이나 세탁실 같은 기능적인 부분들이 빠져도 무방한 건지. 10가지 요소 안에 안 들어가는 것은 표현이 안 되도 되는 건지요?
김찬중 그래도 될 것 같아요. 화장실 없는 집이란 게 과연 가능하냐고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건, 결국 ‘micro customization’이라고 해서 개인화된 공간을 얘기하는 것의 궁극적인 것은 개인의 삶의 방식과 관련된 이슈가 분명히 안에 있는 거거든요. ‘나에게 정말 중요한, 나를 구성하는..’ 그 안에 화장실이 없을 수도 있죠. 물론 기능상 자기가 반드시 써야 되지만, 집에는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개인한테 있어서, 비중에서 10가지 안에 안 들어간다 하면 그 부분은 제외해도 무방할 것 같아요.
그리고 아까 얘기한 것처럼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의자, 책상 등이 있는데 그걸 통합해서 한 개로 볼 수 있느냐? 그것도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것도 때에 따라서 9개가 될 수도 있겠죠. 그것도 마찬가지로 서로 고민의 밀도나 깊이를 유사하게 유지하기 위한, 공정하기 위한 방침이지, 9개를 했어, 11개를 했어, 그렇다고 그걸로 이건 돼, 안돼, 이렇게는 안 할 거예요. 여기서 나오는 숫자의 개념이나 모든 정량적인 것은 about의 개념이 좀 커요. 옛날에 건축대전이나 그런 것을 할 때는 판넬 크기가 있어서, 학생들이 졸업작품을 냈을 때, 그 틀에 안 들어가는 건 다 탈락시켰었어요. 하지만 그 내용에 상관없이, 사이즈로 그 친구가 떨어지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요. 물론 판넬을 2배로 해온 친구는 분명 같은 영역 안에서 표현해야 하는 규칙을 어긴 거니까 그건 문제가 되죠. 그러니까 지금 말씀 드리는 건, 이 프레임에 이게 정량적으로 꼭 들어와야만 된다는 개념은 아니다. 너무 숫자에 민감하지 않았으면 하고, 반대로 그걸로 클레임을 거셔도 안돼요, 이것 가지고. 왜 얘가 대상이냐? 이렇게 얘기하시는 건 아닌 것 같고 오픈해서 얘기하는 거니 누구에게나 공정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Q. 10가지를 선택해서 디자인할 때, 꼭 구상적인 것이어야 되는 건지? 조도나 이런 건 사실 자연광이나 조명 같은 걸로 하는 건데, 조명 같은 걸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어떤 조도를 디자인한다고 하면, 자연광이나 창이라든지 조명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묶어서 ‘저희는 조도같은 부분을 디자인했다’라고 이야기하고, 그런 것들은 세부적으로 몇 가지가 될 수 있는.. 꼭 한가지 아이템이 아니어도 되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김찬중 10가지의 오브제를 10가지의 물건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10가지는 어떻게 보면 ‘10가지의 생각할 꺼리’라고 볼 수도 있구요. 어떤 한 개인의 공간을 규정하기 위한 요소 10가지라 볼 수도 있잖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무형의 것인데, 그런 것들의 관계성에서 생겨날 수 있는 것도 요소로 할 수 있느냐? 충분히 할 수 있죠.
평가의 기준
Q. 보통 우리가 건축이란 걸 했을 때 어느 정도 우리가 보편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아.. 이래서 이런 게 좋겠다.. 하는 게 있는데, 이 공모전은 진짜로 개인에게 맞춤화된 공간이잖아요. 우리가 서로 다른 문화를 비판할 수 없듯이 이걸 평가할 때 어떤 방식, 기준으로 평가하실지.. 건축주는 진짜 좋다 하는데 우리가 볼 땐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요. 어떻게 평가 기준이 이뤄질 지 궁금합니다.
김찬중 그게 진짜 어려운 부분인데, 결국은 공모전의 성격이 다 다르잖아요. 예를 들면 정서적으로 전달되는 건 크지 않은데, 정말 기가 막히게 드로잉하고 다른 것들이 기가 막혀서 ‘와.. 이건 정말 안 뽑곤 못 배기겠어..’ 이래서 뽑히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반대로 누가 봐도 너무 어눌한데 이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너무 가슴에 와 닿아서 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러니까 ‘누가 얼마나 뭐를 잘 그렸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고, 누가 얼마나 자기의 생각을 ‘잘’ 전달하느냐가 중요한 거니까. 근데 그 전달하는 생각의 새로움이라는 게, 보통 우리가 좋은 작업이라고 하는 건 그걸 보고 나서 이 사람이 그걸로 인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게 좋은 작업이잖아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그대로 재현하는데, 그걸 아주 기술적으로 잘 재현한 것에 대해 감동을 받거나 좋아하진 않죠.
어쨌든 평가의 기준에서 제일 중요한 건 심사위원 세분이 ‘야.. 정말 좋은 생각이다’. 심사위원 한 분은 인문학자, 저는 건축, 다른 한 분은 산업디자인을 하시는 분이니까, 약간은 다 다른 분야에 계신 분들이 공감하면서 좋아할 수 있는. “아.. 이건 정말 참 괜찮은 생각이다..” 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생각을 정말 잘 전달해야 되는 게 일단 선정요인이 될 것이고. 정말 기가 막히게 세련된 표현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정확한 표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적어도 이번 스테이지에서는. 그래서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는 어떤 크래프트맨쉽(craftsmanship)이나 그런걸 보자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실 micro customization이라는 용어는 정의되지 않은 용어예요. 근데 여러분들은 ‘대강 이럴 것 같다’고 생각하잖아요. 그걸 보여주세요.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려주시면 되요. 앞으로 micro customization란 나에겐 이런 거라 생각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것에 대해 던지는 거고. 그 생각이 정말 참신하고 멋지다고 생각되면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는 그렇게 넘어가지 않을까. 그리고 두 번째 스테이지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표현의 밀도가 디테일하게 묘사되어야겠죠.
외부디자인의 유무
Q. 건축주에 대해 조사하다 보니까, 건축주 같은 경우에는 외부에 보여지는 게 중요하다 보니 외부디자인을 그 사람 성향에 맞춰 어느 정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공지사항을 보니까 외부디자인은 포함하지 않는다 라고 있더라고요. 제가 만약 외부디자인을 하면 그건 10가지 디자인 한 요소에 포함되지 않는 건지요?
김찬중 정말 순수하게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것만 가지고 얘기하길 원하는 의도는 있는 거예요. 외부가 있게 되면, 생각의 기준이 많이 달라질 것 같아요. 그건 이번엔 일단 없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고. 물론 외관도 되게 중요하죠. 중요한데 전체가 집중해서 생각해야 되는 틀을 내부로만 묶은 거예요. 외부도 주어지면 또 투시도, 조감도 이런 게 나올 수 있거든요. 초원에 집 하나 덜렁 있는 상태가 아니잖아요. 외부라는 게 주어지면 context라는 조건이 있어야 성립되잖아요. 그럼 또 도시가 있고 뭐가 있고, 이렇게 또 흐트러지는 거죠. 그러므로 외부를 배제한 거예요. 외관이란 것 자체를.
그런데 외관은 아니지만, 내부에서도 외관을 느낄 수 있는 개념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창이 하나가 있어도 우리가 중세 고딕성당의 창과 지금 우리가 사는 집의 창은 벽두께 자체가 달라짐으로써 공간이라는 것은 이미 바꼈잖아요. 그러니까 외부는 보지 않고도 결국 외부에서 들어올 요소로 인해 공간을 표현할 수 있겠죠. 그러니까 그런 쪽으로 생각하시고, 입면도 같은 건 그리지 않았으면.. 일을 많이 줄여준 거예요. 집중하시라고..
사이트의 선정
Q. 사이트 없이도 할 수 있는 건가요? 아니면 반대로 특별한 사이트라든가 절벽이라든가 바닷속이라든가 이런 데로 구체적으로 선정할 수도 있는 건가요?
김찬중 사이트 없이도 할 수 있다고 봐요. 어떤 굉장히 특별한 사이트는 그 공간 이전에 그 사이트가 이미 개인을 충분히 customized한 부분이 있잖아요. 정말로 이 절벽에 60m³로 하겠다는 사람은 좀 이상한 사람 아니야? 약간 자폐적일 수도.. 그 사이트가 모든 것을 다, 크게 규정짓게 되면 그건 약간 또 다른 이야기이죠. 사이트가 없이도 할 수 있지만, 사이트를 이런 식으로 추상적으로 생각할 순 있겠죠. 굉장히 고밀도 도시만의 상황일지, 주거 안의 상황일지, 그런 상정은 가능하겠지만, 극단적으로 사막 한가운데, 이런 식으로 한다면 그건 이미 60m³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가 별로 없어요. 그러니까 사이트는 너무 특별하게 그렇게 아주 이상한 장소를 찾아 다니진 않아도 될 것 같고, 자기 추억 속에 있는 어떤 장소에 대한 게 있다면 그건 사이트 중심적인 것 보다는, 물론 사이트가 영향은 있지만, 그 경험적인 걸 그 안으로 어떻게 끌고 들어올지를 더 생각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micro customization의 정의
Q. 아까 micro customization에 대해 정의하는 게 중요하다 했는데, 거기 나온 것 보면 대부분 3D 프린팅이나 이런 식으로 전제가 되어있는 듯한 느낌인데, 미래를 그릴 때 아예 micro customization 라는 개념을 시나리오를 써서 새롭게 그려나가도 되는 건지? 그러면 주제를 아예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할 수 있잖아요. 그런 것까지 하는 게 가능한 건지, 아니면 여러 가지 제약조건 속에서 클라이언트를 정해서 풀어나갈지.. 이 두 가지가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할지요?
김찬중 이 공모전이 발생하게 된 건, micro customization 이라는 걸 촉발하게 된 개념적인, 물리적인 사건이라고 봤던 게 3D 프린터로 권총 만들기 시작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 거거든요. 그러니까 3D 프린팅 기술을 써야 하느냐 마냐는 중요한 얘기는 아니었어요. 무엇이냐 하면 결국은 개인이 뭔가 생산수단에 참여할 수가 있고. 그걸 스스로 소비하고 판매할 수 있고,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산업의 구조가 바뀌는구나.. 는 걸 전제한. 첫 번째 촉발한 계기일 뿐이고.
그전에는 산업이라는 게 mass customization 이든 mass production 이든간에 소비자라는 걸 대상으로, 사람이 되게 많으니까 그걸 하기 위해 생산을 맞춰서 흘러왔지만, 이제는 개인이라는 주체가 훨씬 중요해진 거잖아요. 한 개인 개인에 맞춰줄 수 있는 어떤 기술적인 솔루션이 나올 거란 거죠. 어떻게 보면 그런 기술적인 솔루션을 우리가 제시해주는 건가? 그렇게 볼 수도 있고, 그렇게 푸셔도 되죠. 중요한 것은 오히려 그런 식으로 되었을 때, 한 개인을 표현할 수 있는 product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간에 모든 게 다 customization 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서로 간의 relationship은 어떻게 변할 수 있고 사람 간의 관계는 어떨 수가 있고, 나라는 개인은 어떻게 변할 수 있고.. 그런 식의 인문학적인 접근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거죠. 다시 말하자면 산업의 구조는 바뀌고 있고,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한 것에 좀 더 첨삭해서 ‘이렇게 가지 않을까?’ ‘이럴 수 있지 않을까?’로 시나리오를 풀어서 micro customization 이라는 것, 개인화된 공간이란 앞으로 이렇게 될 거예요, 라고 어떤 클라이언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푸는 건데. 과거에는 우리가 이랬었어, 지금은 이렇지. 앞으로 너와 나의 이런 것은 이런 식으로 갈 수밖에 없겠구나…
여러분들의 삶에 핸드폰 하나가 가져온 생활의 변화가 엄청나잖아요. 하지만 이 핸드폰이 우리 생활에 무지하게 편한 것을 갖다 줄 것은 다들 예측했는데, 사람들간의 관계성에 대한 것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단 말이죠. 대화가 없어지는 것과 같은.. 그러니까 다양한 스토리가 나오길 바라는 거예요. 우리가 미래에 대해 예견할 때는 대부분 정량적인 걸 많이 예견하지만, 실제로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건 훨씬 더 상상력이 있어야 하는 부분이 있죠. 그러니까 3D 프린터를 반드시 써서 이걸 표현해야 할까, 이건 전혀 아니라는 걸 아시면 될 것 같아요. 이건 이야기의 시작에서 단서로 잡았던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그런데 그 사건을 더 develop 해서 하겠다, 그것도 하나의 중요한 얘기가 될 수 있고요.
진행자 클라이언트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가 아주 새롭지 않아요. 다 자기 한계에 갇혀있어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하는 작업은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거죠.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심사위원들이 충격을 받죠. 그리고 충격을 받아야 선정되는 거거든요. 왜냐하면 350~360팀에서 1차에서 열 몇 팀만 선정할 겁니다. 거기서 걸러진다는 것은 결국 여러분이 새로운 걸 제시해야 해요.
김찬중 이건 기술심사를 하는 게 아니에요. ‘애는 왜 기둥이 없어?’ 이런 건 관심의 대상이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뚜껑이 없는 집이 나오더라도 ‘여기 이게 없으면 어떡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뚜껑이 없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것이라든가, 개인화된 공간에서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충분히 설득되면 괜찮은 거예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유스럽게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제가 염려하는 것은 350~360팀 냈는데 다 비슷비슷하다고 하면 굉장히 슬픈 현실인 거지. 서로 다 다른 사람들이.. 그러니까 서로 다른 몇 백 개의 이야기나 이슈들이 있기를 사실 바라는 의미에서 이 주제를 택한 거거든요.
공간의 형태
Q. 그러면 공간 자체의 형태가 구라든지.. 그런 자유로움까지 허용이 되는 건지?
김찬중 될 수 있죠. 큐브를 가지고만 하라는 얘긴 절대 아니예요.
Q. 공간 내에서, 쉽게 말해서 매스라고 치면, 매스가 2개 정도 아니면 3개 정도로 분리되어도 상관없다는 얘기인지요?
김찬중 60m³ 안에서? 네.
진행자 대부분 건축을 전공한 학생이기 때문에 이 주제가 어려울 수 있어요. 공간을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10개의 오브제를 디자인하는 거라. 그렇지만 오히려 그걸 거꾸로, 여러분이 생각하는 좋은 오브제가 뭘까, 나한테 필요한 오브제가 뭘까, 근데 그게 어떻게 공간에 적용되면 그게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지금 다 질문들이 건축과 공간에 대한 질문이에요. 사실 여러분에게 주어진 주제는 10개의 오브제를 만드는 거예요. 그러니까 오브제를 어떻게 만들어야 되느냐, 이 질문이 나와야 되요. 심사할 때는 오브제가 실용성이 우선되느냐, 조형성이 우선되느냐 이런 질문도 하셔야 되거든요.
김찬중 심사위원들의 분야가 건축, 산업디자인, 사회학과잖아요. 왜 그렇게 됐겠어요? 굉장히 멋진 내부 공간을 보고자 하는 것도 아닐 것이고. 건축을 전공한 학생들은 벽, 바닥, 지붕, 창문 이런 걸 주로 생각해보다가 가구도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고, 레벨이 다른 부분의 것들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 의심도 들잖아요? 그러면서 또 사회학자가 있으니, 그분은 좀 더 관계성에 대한 느낌을 많이 보실 수 있을 거고.. 그렇다고 그 3명을 다 만족하게 하기 위해 오브제도 완벽하게 디자인하고, 거기다 공간도 완전히 반하게 하고, 거기다 그 안에서 나오는 것들도 다… 그런 것도 아니에요. 결국은 세 명이 다 인간이라는 거죠. 서로 다 다른 일을 하는데, 딱 그 주제를 던져놓고, 세 명의 다른 분야에 있는 전문가들이 봤을 때도 소위 통했다고 해야 하나? 통하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그 이야기를 찾는 거죠. 너무 심각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즐기라고 하는 건데. 너무 심각하게 반응하시는 것 같아서. 놀라고 하는 거에요. 지적유희를 하라 이거죠.
Q. 저는 이걸 읽어보니까 개구부라고 표현 안 하시고 창문이라고 표현하셔서, 문이랑 또 따로 요소로 봐야 하는 지가.. 그리고 천장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또 바닥이 있어야 하는 건지,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김찬중 그렇게 표현하는 건 저 자신도 어떻게 보면 표현의 한계죠. 왜냐하면, 창문으로 다닐 수 있는 문도 있을 거고, 문으로 할 수 있는 창도 있을 건데, 저도 어쩔 수 없이 표현을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건, 우리가 소위 건축 요소, 공간요소라는 것을 이미 다 정해놓은 상태에서 이야기하니까 그렇게밖에 이야기가 안 되지만, 그런 경계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없앨 수 있어요. 아까 말했듯이, ‘천장이 꼭?’ 근데 천장도 또 막 따져보면 ‘가만있어봐.. 그럼 루프와 지붕과 천장이 또 다른 거잖아?’ 이렇게 있어야 하나? 하게 되면 피곤해진다고요. 이건 그런 거를 위한 공모전은 아니고. 다만 공간이라는 것은 다 쌓여있을 수도 있고, 쌓여있는 곳이 공간일 수도 있지만, 예를 들면 인도 사람들은 돗자리 하나 깔면 그게 다 자기 공간이고 도시가 자기 것이라는 생각도 있어요. 거긴 벽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새들이 인지하는 공간이란 것도 너무 다르겠죠, 강아지가 인지하는 공간도 다를 거고. 결국 자기 눈높이와 자기가 하는 어떤 행동이나 이런 모든 것들에 의해 자기가 인지하는 공간과 쓰는 공간의 범위는 다 다른 건데. 그래서 그 개인이라는 게, 우리가 지금 쓰는 모든 건 사실 다 표준화된 거예요. 어느 정도 안에 들어오는 인간만을 위한 것들이에요. 그것에서 넘거나 모자라면 비정상적인 것이 되면서 약간 제외되는 개념인데, 결국 우리가 하는 건 굉장히 스탠다드의 포맷 안에 다 있는 거예요. 우리가 공간을 얘기할 때 천장, 벽 이런걸 얘기하는 것도 어쩔 수 없이 굉장히 스탠다드한, 표준화된 개념에서 얘기하는 거고. 그런데 지금 우리가 바라는 건, 그 표준화된 것 자체를 더 발전시켜서 개인화된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거고, 아니면 그 표준화된 것들을 아예 없이, ‘그냥 나는 하나로 얘기할 수 있어’ 그러면 굳이 뭐.. 어떤 분들은 60m³가 전혀 필요 없으신 분도 있을 수 있단 거죠.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자유스럽다..
진행자 앞으로 10년 후의 세상은 지금과는 아주 다른 세상일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그런 관점에서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이건 제가 심사위원이 아니므로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여러분 스스로 현재 안에 있는 자원을 가지고 설계하겠다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아야, 거기에서 뭔가 더 창의적인 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찬중 근미래라 그러죠. 근미래가 몇 년까지이냐? 여러분들이 사회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정도쯤. 정도까지로 보면 좋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미래사회에 대한 나름대로 예측이 안 들어갈 순 없겠죠? 이게 현재 시점을 놓고 얘기하는 게 아니니까. 결국, 궁극적으로 사람에 대한 탐구를 다른 각도에서 해보자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지금 기능을 풀어내란 것도 아니고, 저번의 질의응답 시간에도 나왔듯이 칩을 이용해서 편하게 통화하는 기술도 있지만, 미래에 다 그렇게 통화하겠느냐? 절대 그렇지 않단 거죠. 들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편할진 몰라도 전화를 걸고 받는 행위에 대한 것들은 이런 걸로 대치될 거리가 아닌, 다른 게 있는 거죠. 그러니까 사람을 이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게 그런 맥락의 이슈거든요.
물론 기술이 중요하지만 기술 중심적으로 표현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도 아니다… 제가 어렸을 땐 미래에 차는 모두 날아다녀야 됐거든요? 그때 미래학자들이 예측하기엔. 그러니 굉장히 기술 중심적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위험하고. 지속할 수 있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 어떤 기술이 있는데, 미래에 지속 가능할까? 미래에 이런 기술이 나와서 이렇게 될 거야, 라고 섣불리 예측하지 못하는 건, 그게 과연 지속 가능하냐 안 하느냐라는 것은 그 기술이 우수하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과연 그것에 반응하고 수용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인 거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 정확히 예측하는 사람이 하는 게 범용화가 되는 거고, 그렇지 못하면 사장되는 거죠. 기술적으론 뛰어나나 사장된 건 무척 많아요. 반대로 매우 쓸데없는 것 같은데 훨씬 더 범용화되고.. 그건 결국 사용자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의 문제인 거고.
인터뷰 방식
Q. 심층인터뷰나 심층면접,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는 게 필요한데, 사회조사방법론에 따라 심층면접을 해서 자료를 분석해서 논리성에 맞춰 정확하게 제출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자유롭게 인터뷰한 과정을 자유롭게 서술해도 되는 건지요?
김찬중 그건 선택의 문제인 것 같아요. 사회학적 방법론에 근거해서 분석해서 결과를 도출해서 내겠다면 그것도 한 방법이고. 여기 있는 학생들이 다 그런 원칙에 대한 부분은 잘 모르니까, 의외로 그게 강점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접근할 수 있는 분들은.. 그건 선택의 문제인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2페이지의 내러티브를 읽었을 때 “이게 뭔 소리야?” 이건 아닌 거죠. 어떤 사람을 인터뷰해서 우리는 어떻게 하겠다는 4페이지의 statement를 읽었을 때 이해할 수 있어야 되고. 쉽게 쓰라는 이야기보다도, 어떤 논리적 서술체계는 중요해요. 그렇게 해도 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딱 공감할 수 있는. “어.. 좋은데..?”라는. 결국은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채점 기준표를 만들어서 분석의 양 같은걸 마킹하면서 심사하진 않잖아요.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심사표가 있어요. 그렇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정말 중요한 것은, 좋고 나쁘고 꽂히고 이런 것은 결국, 종합적인 하나의 매체로서 탁 던져진 게 탁 왔느냐 아니냐의 문제인데, 그 판단과 느낌이라는 것은 일일히 다 따지면서 보는 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다시 말씀드리면 좋은 것, 재밌는 것, 감동적인 것에 대한 것은 어떤 콘텐츠 1, 2, 3, A, B-1 이렇게 나열식으로 오는 게 아니라 어떤 전반적인 흐름과, 그것이 탁 오느냐에 포커스를 둬야 할 거고. 그게 논리적인 서술에 의해서도 분명 올 수 있거든요. 또는 그렇지 않고 툭 던져놓는 것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근데 중요한 건, 그게 논리적인 것과 서로 따로따로 노는 것 같진 않아요.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고, 너무 연구자료 같은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니까 그 4페이지는 사실 매우 중요하겠죠.
근데 그게 만화가 아니었음 좋겠다는 거? 만화도 좋지만 만화는 공상에 더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이 좀 덜해요. 그러니까 만화는 아니었음 좋겠다. 날아다니는 집을 하겠다면 만화잖아요? 만화는 아니되 흥미진진했으면 좋겠다는 레벨. 일단 진부하면 무조건 아웃이예요. 그건 어쩔 수 없어.
표현의 범위
Q. 제가 지금 시각실내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어서, 건축이랑은 도면치는 것 부터 굉장히 다른 게 많더라구요. 일단 저희는 입면을 치게 되면 모든 마감재를 다 표현하고, 가구도 실제 그 가구를 다 그리기도 하는데, 이게 건축공모전인데 그런걸 어디까지 표현해야 되는 지가 궁금합니다.
김찬중 이건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공모전, ᄋᄋ개발이라든지. 무슨 입면도 몇 개.. 대강 틀이라는 게 있는. 그래서 도면을 표현하는 데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된다는 그 틀이라는 게 있잖아요. “나는 실내디자인이니까 우리는 재료마감에 대한 거라든지 다 기입하는데, 건축공모전은 그런걸 안 하는데.. 그럼 거기서 무슨 차이가 있지 않을까?” 물론 차이가 있겠죠. 하지만 그 차이는 지금 관심이 없는 거고, 예를 들면 결국은 생각한 것이 전달되는 데 있어서 재료의 마감은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1층에서 2층으로 가는 계단의 단수가 몇 개이냐가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또는 반대로 그게 매우 중요할 수도 있어요. 그건 본인이 이 작업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성격에 따라 매우 다를 거예요. 예상컨데 매우 삽화 같은 개념으로 나왔어도, 앞으로의 micro customazation에 대한걸 삽화로 표현했는데 훨씬 전달이 잘 된다면, 엄청난 양의 도면을 그렸을 때 같은 내용이라도 아무 느낌이 없다면, 그 느낌을 만들기 위해 나는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가면 되는 거예요. 결국 표현의 방식이나 기술의 방식은, ‘생각을 얼마나 정확하고 임팩트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이해하기 쉽게’ 에 대한 것은 그 방법을 자기가 찾아서 하면 되는 거라 생각해요.
예전에 25세기의 바벨탑을 디자인하라는 공모전이 있었는데, 다들 난리도 아니었어요. 너무너무 멋진 것들이 많이 나왔고 드로잉 수준도 엄청났어요. 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다 멸망한 것을 형상화하거나, 아니면 얼마나 우리가 높아질 수 있을까 관심이었지만, 대상을 받은 친구는 바벨탑의 속성은 뭐냐.. 무한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다, 끝이 없는. 계속 가고 싶어하는. 그 친구는 사이트를 고비사막같은 데로 정해놓고 컨테이너를 하나 딱 놓은 거예요. 그 컨테이너가 계속 또아리를 치면서 무한대로.. 그 친구가 포커스를 둔 것은 높이가 아니라 속성의 문제. 무한으로 간다. 그게 인간의 본능이자 욕망에 가깝다는 걸로 해석했었는데, 드로잉이 멋있진 않았지만 개념의 표현을 보면 막 소름끼치는 뭔가가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 공모전을 하면 틀에 대한 범위가, 벗어나기를 스스로가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틀을 깨는 것에 대해 금기시된다고 해야 되나?
21세기의 바벨탑 같은 내용들이 나오면 참 좋겠다 라는 게 바램이죠. 그런 아이디어나 생각들을 보고자 하는 게 이번 공모전이니까. 그런 취지에서 숫자를 60m³, 10개, 이런 식으로 정량적인 인포메이션이 몇 개 있으니까 여러분들이 이걸 굉장히 타이트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취지 자체는 전혀 그런 게 아니니까 생각의 벽을 넘을 수 있는, 만화가 아닌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21세기 바벨탑’이 제가 딱 원하던 예 같아요.
Q. 개인만을 위한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의 팁을 묻고 싶은데요. 예를 들어서 엄청 안락한 의자를 원하는데, 안락한 의자에 대해서 검색만 하더라도 몇십개의 수많은 디자인이 나오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의 디자인을 갖다 쓰는 걸로 밖에 표현이 안될 것 같아서.. 개인만을 위한 디자인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좀 더 묻고 싶습니다.
김찬중 안락한 의자로 검색하면 엄청 많이 나올 것 같긴 해요. 근데 그걸 우리가 다 객관적으로 ‘아, 이건 진짜 안락한 의자네..’ 인정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개인화된 것에 대해 얘기하는 건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mass customization의 개념은 사실 그룹핑의 개념이예요. 이 공모전에서 이해하셔야 될 게, mass customization과 micro customization의 차이는 뭐지? mass customization는 그룹의 개념이예요. 그런데 지금 얘기하는 micro customization은 하나. 근데 결국 이게 나한테 맞춰진거냐 하면 아니잖아요. 그러면 ‘정말 나한테 맞춰진 디자인이 있나?’ 한번 생각 해볼 수도 있어요. “우와, 난 이거 완벽히 좋아!”라고 할 수 있는 것 이면에는, “이런 건 좀 불편하지만 그래도 뭐, 이정도면 괜찮아”하고 좋아하게 되었을 땐, 포기하는 부분들이 있죠. 그 포기하는 부분들은 자기가 이 작업에 세팅해서, 자기는 일반적인 스탠다드에선 벗어나 있는 거라 보면 돼요.
하나의 완전히 개인화된 개념의 생산방식은 아직까진 없어요. 옛날 중세 시대 땐 있었어요. 의자를 만들어달라면 철저히 그 사람만을 위한 하나를 만들어줬죠. 지금은 철저히 클라이언트의 사이즈를 재어서 디자인을 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이 어떤 부분에 있어서 편할 수 있느냐 하는, 그 사람에 대한 걸 더 많이 이해하고 그것을 가지고 디자인을 하라는 거잖아요. 그게 공간이 됐든 오브제가 됐든 간에, 그 사람을 특성화시키고 자기 라이프스타일이나 액티비티 안에서. 결국 그 사람의 생활의 중심이 되는 몇 가지. 그게 물건이 아니라 어떤 air가 될 수도 있는 거고, 그런 것들을 10개를 고른다는 것은 그 사람을 특화해서 맞춰줘서 보여줘야 하는 10가지를 고르라는 거고. 그것에 대한 디자인 팁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본성에 대한 핵심을 정말 잘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그게 우리가 그냥 얘기하는 거. ‘저 사람은 밝아, 조울증이 있어’ 이 정도의 피상적인 것 보다는 좀 더 깊이 들어가야 되지 않겠냐는 거고. 그걸 그 사람과의 인터뷰 양으로만 승부하기도 어려운 게,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1,2분 만에 느낌이 오는 경우도 있잖아요. 인터뷰 10시간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있을 수도 있지만, 5분 얘기해서 느낌이 오는 것들이 있다면 그걸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보는 것도 방법이구요. ‘편안한 의자’를 검색해서 보는 건 의미가 없죠. 클라이언트가 정말 편하다고 하는 의자가 거기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일반적으로 편하다고 하는 의자가 거기 있는 거죠.
Q. 건축주를 심층 분석해서 그 건축주에 맞는 오브제10개를 제공하는 건데, 그 오브제를 제공할 때 첨단 미래사회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다면, 건축주에게 더 초점을 맞춰서 기술이란 부분을 좀 포기해도 되는 건지, 아니면 꼭 미래사회를 예측해서 건축주를 미래사회에 맞게 바꿔가야 되는 건지, 그게 약간 애매한 것 같습니다.
김찬중 미래사회를 우리가 기술로만 규정할 순 없는 것 같아요. 기술적인 얘기가 반드시 있어야 되느냐? 반드시 그렇진 않아요. 거기엔 여러가지 이슈가 있는데, 핸드폰이 끼친 영향이라는 게 대화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굉장히 많죠. 기술은 분명 지도를 바꾸는 역할을 해요. 사람들의 마인드도 바꾸고. 그러니까 기술의 발전이라는 것이 기술의 발전을 나열하는 것보다도, 물론 기술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일종의 촉발제가 될 순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걸로 바뀔 수 있는 관계에 대한 맵을 어떻게 예측하느냐가 중요한 거고.
기본적으로 이 바탕에 깔려있는 게 근미래이기 때문에 기술의 예측에 대해 부담을 가지는 것 같은데, 아주 혁신적인 기술을 갖고 얘기하는 것보다도 관계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어떻게 보면 테크놀로지 라는 단어보다 중요한 건 라이프스타일인 것 같아요. 삶의 모습 자체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런데 삶의 모습 자체가 지금 그대로 세팅되어 있는 상태에서, 기술은 변화하지 않는데 삶의 변화가 생길 것 같나? 물론 생기긴 하겠지만 덜한 거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기술의 영향이 굉장히 커요. 그 기저의 밑바탕에는.
어쨌든 근미래에는 지금의 산업구조와는 다를 거다. 기술이 develop되니까 그걸로 인해 바뀔거고, 그걸로 인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할 것이다. 그런 세팅 안에서 한 개인이, 한 개인에게 가장 맞는다는 것을 할 수 있는 게 뭘까. 그런 걸 찾는 건데, 그 한 개인을 공상의 사람을 할 순 없으니까 사람을 정하라 한 거구요. 그 사람의 본성이나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게 이런 근미래의 이 시점에서 어떻게 조우할 수 있을지를 여러분이 제시하는 거예요.
주제설명회 질의 응답
분량26,649자 / 50분
발행일2014년 7월 10일
유형강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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