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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OSITY LAYER

이성현, 김청산, 전성훈


이성현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김청산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전성훈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필지의 주변 맥락을 살펴보았을 때 남대문, 김일성 동상, 개성 백화점, 백천과 한옥 마을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성이라는 사이트 특성상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들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먼저 이곳의 남대문은 과거에 성곽 문으로 동선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김일성 동상을 향한 축을 따라 고층 건물과 개성 백화점이라는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곳이 통일 후, 관광지로 발전하게 되면, 기능에만 충실한 것이 아닌, 주변 지역과 조화를 이루는 지역이 되어야 한다. 서울의 인사동 거리처럼 전통 공예시장, 갤러리,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프로그램이 이 지역 주변의 한옥마을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전통시장의 장인들을 위한 스튜디오와 주거를 함께 두어서 생산과 소비 그리고 거주가 동시에 일어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자 했다.

필지 분석을 통해 ‘전통 시장’이라는 프로그램을 설정했고, 이를 구체적으로 설계 진행하기에 앞서, 우리 나름의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가 통일 후, 20년 뒤에 이뤄진다고 가정했다. 이 시기는 남북간의 물리적인 벽이 허물어져 왕래할 수 있고 개성의 발전으로 남북간의 경제적 격차가 줄 것이다. 그러나 반세기가 넘는 기간의 단절로 인해 쌓인 심리적, 문화적인 벽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이에 개성이라는 도시는 심리적인 벽을 허물고 소통하는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과거 분단 국가였던 독일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통일의 시작은 베를린 장벽을 붕괴하는 행위였다. 통일 전 베를린 장벽은 분단을 의미했지만 통일 후 붕괴된 벽은 오히려 화합을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적인 요소로 바뀌었다. 우리는 여기서 착안하여 기존의 벽의 단절이 아닌, 소통의 벽으로 재해석했다.

기존의 벽은 도시 공간을 구성하면서 내부 공간을 규정짓고 사유화하는 것에 쓰인다. 주변의 예로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예로 들 수 있다. 주변과 담을 치고 경비 인력을 상주시킴으로 내부 공간을 주민들만 향유할 수 있도록 규정짓는다. 이렇게 벽은 소통의 부재로 인한 많은 도시 문제를 낳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지 내에 공공성을 부여하는 것이 다공성 개념의 출발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벽 사이를 비우고 다공성을 입히는 과정을 통해 벽을 소통이 가능한 하나의 공간으로 본 것이다. 이를 통해 공공성을 건물 내부로 유입 및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배치를 계획함에도 주변 대지와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중정형이 아닌 메스를 분절하여 2개의 작은 가로를 형성했다. 이 가로를 따라 다공의 벽이 만들어 내는 하나의 층, 즉 사이 공간을 가지게 된다. 이 사이 공간은 공공의 영역으로 다양한 행위가 일어나고 다른 다공 공간을 긴밀하게 엮어준다. 즉 일반적인 건물이 있다면 다공의 벽이 덧붙여져, 사이 공간이 만들어지고 그 공간 안에 다양한 활동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러한 개념을 토대로 설계를 발전시켰고 그 과정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1차때는 가로를 면한 부분에만 벽을 설치했고 2차때는 구체적인 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을 촘촘하게 배치하다 보니, ‘벽’이라는 개념이 흐려지게 되었다. 3차의 최종 결과는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건물 전면부에 다공의 층을 둘러 쌓는 방향으로 디자인했다. 이는 마치 하나의 건물이 ‘다공의 층(porous layer)’라는 옷을 입은 형상으로 보인다.

또한 ‘context set’를 설정함에 있어, 필지 내의 소가로가 다른 필지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했기에, 가로를 가지되 그 성격은 다른 2개의 설계 안을 선택했다. 또한, 북쪽으로 백천을 가로 지르는 다리를 추가하여 가로의 확장이 가능한 부분을 생각했다. 각 프로그램별 다공성을 적용한 방법에는 1층 상점에는 공간이 확장될 수 있게해서 상업활동이 더욱 가변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계획했다. 우리 주변의 전통시장에서처럼, 길거리로 나와 판매하기도 하고 상점 내부에만 이뤄지기도 하는 가변성을 제안했다. 그리고 2층의 카페에는 테라스를 두었다. 이는 단순히 테이블을 두고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가로의 사람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이 테라스는 소규모 공연과 같은 활동이 일어나게 된다. 또한 사이 공간은 계단과 복도에 다 있어 동선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갤러리와 같은 부분에는 내부의 전시품이 다공의 벽을 통해 밖으로 뻗어 나가 전시 공간의 경계를 흐리게 했다.

일반적으로 갤러리는 창이 거의 없는 벽으로 꽉 막혀 있는 것을 상상하지만, 밖에서도 이곳이 갤러리라는 것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4~5층의 주거는 2세대 이상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 마당을 형성하고, 주거이기 때문에 조금은 소극적으로 개인 공간이 공공의 영역으로 뻗어 나가게 했다. 즉, 저층에서는 공공성을 내부로 유입시키고 상층부는 내부가 공공성으로 뻗어 나가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즉, 저층에는 공공성을 내부로 유입시키고 상층부는 내부가 공공성으로 뻗어 나가는 형태를 취한다.

마지막으로 기본적으로 주어진 ‘무지개떡’이라는 키워드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수평적인 프로그램 배치도 고려하여 결과적으로 양방향 무지개떡이 성립하도록 했다. 즉 남대문 공원을 면한 부분은 조금 더 짙은 성격의 상업 공간을 뒀고, 동흥동이라 불리는 한옥 마을은 상대적으로 옅은 성격의 상업을 배치했다. 또한, 우리가 주목한 다공의 층이 입혀지고 이 공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활동은 무지개떡을 구성하는 다양한 색깔을 더욱 다채롭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모전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통일이라는 큰 배경부터 시작해 현대의 주거 공간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건축물 하나가 도시나 사회를 바꿀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변화의 움직임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는 확신을 가진다. 공모전 입선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는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동안 고민한 것들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고자 한다.


심사평

황두진  3번 대지 역시 2번 대지와 조건이 그리 다르지 않다. 그렇게 봤을 때 이 작업의 아쉬움 역시 주제와 사이트 양쪽 모두와 관련된 것들이다. 일단 주제를 너무 가볍게 접근했다. 어차피 밀도는 주어진 조건을 증축하면 자동으로 달성되는 상황이었으니 논외로 치더라도, 복합이나 다공성을 다루는 방식이 단순했다. 서로 떨어진 3개의 덩어리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었어야 했고 (연결 복도만으로는 불충분) 유일한 공유 공간인 지하층에 주차 프로그램을 넣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게다가 개성 남대문에 대한 대응 방식을 생각했을 때 기본적으로 적절한 유형의 접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다만 조형과 비례에 대한 감각이 좋은 점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정우  분단의 상징인 벽이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제안은 솔깃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늘어선 건물에 하나의 껍데기 벽을 덧씌운 것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심사하는 내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했다. 의도대로 벽이 새로운 가능성을 가지려면 내부의 프로그램과 공간 구성 자체가 벽에 의해, 좌우되어 좀 더 실험적인 공간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현실적 한계를 주었던 것은 아닐까

황지은  건물의 조형이 꽤 현실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많은 작품이다. 건물을 둘러싼 소통의 벽은, 병렬로 배치된 세 개의 건물의 사이 공간과 건물의 내외부의 다양한 층위를 만든다. 전체 대지에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보행가로를 필지 내 기꺼이 설정하고 유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백천에 새 보행교를 기부 체납하는 아이디어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다공성의 핵심인 소통의 벽이 개념적 제시에 그친 것은 매우 아쉽다. 재료나 구조에 대한 구상, 혹은 본 건물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켰더라면 화룡점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임동우  다공성 벽이라는 건축요소가 적극적으로 사용된 점이 흥미롭다. 이는 건물의 외피와 경계를 규정하면서도 건물 내·외부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만, 참가자 스스로 이 제3의 공간, 혹은 림보 공간에 대한 확인을 갖지 못하고 다른 요소들 –예를 들어 사랑방, 테라스 등-을 반복적으로 삽입시켜 이 공간의 가능성을 희석시킨 점이 아쉽다. 또한 수직적인 다공성의 차등화가 잘 보이지 않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과제이다.

POROSITY LAYER

분량4,086자 / 8분 / 도판 1장

발행일2015년 6월 26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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