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CURA for Urban Flaneur
허아린, 김파, 강민식
분량4,438자 / 8분 / 도판 1장
발행일2015년 6월 26일
유형작업설명
허아린 인하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김파 인하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강민식 인하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Prologue
북한 도시는 정치적 경제적 고립으로 인하여 경계를 형성하고 있다. 미디어에 비춰지는 북한의 이미지와 정체성은 강력한 체제 속에서 굴러가는 상징적인 모습들이 연거푸 반복되는 반면에 실상 그 내부에 있는 북한 사람의 ‘정주’ 환경은 노출이 안 됐다.
체제에 의해 의도적으로 감추어진 그들의 ‘노동’과 ‘거주’, 그리고 그들의 문화는 상징적 껍데기에 둘러 쌓인 채, 감춰져 있어야 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의 개혁개방은 선택적 허용에 의한 동선들이 존재하던 시대를 넘어서 다양한 목적의 움직임이 유입되는 시대에 도래하게 된다. 상징적 경계를 제거하여 체제를 한 순간에 붕괴하는 형식에 반하여, 점진적 교류와 완충적 변화가 이뤄지는 «다공성 경계»의 의미를 찾아 도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도시적 사회적 다공성»을 추구한다.
Porous Promenade
개성은 사회주의 체제의 변동이 일렁이게 되면, 초반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아마도 금지된 동선의 변화일 것이다. 현재 북한의 체제는 ‘노동-소비-집’이라는 패턴의 일상에서 이를 벗어난 다른 동선에 대해 제한과 규제가 따른다. 북한 도시가 작용하는 원동력인 ‘노동과 집 (생산과 소비)’의 자생적 구조 속에 ‘직주’의 긴밀한 연결은 우리가 다공성 경계를 작용시켜야 하는 시발점이다. 노동과 집의 이동 행위의 기본 단위는 ‘걷기’의 변화는 이들의 정체성 속에 녹아 있는 최초의 문화적 행위의 변화다. 직주근접 시 발생하는 여유 시간은 주변에서 발생하는 도시 변화를 산책하며 자연스레 인지가 되도록 한다.
메타적 시선이 가능한 노동과 집의 이동 행위의 기본 단위인 ‘걷기’의 변화를 이들의 정체성 속에 녹아있는 최초의 문화적 행위의 변화로 본다. 직주근접 시 발생하는 여유 시간은 주변에 발생하는 도시의 변화를 산책하며 인지 가능하도록 한다.
PROMENADE, PHOTOGRAPHY AND THE CITY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개성의 도시민은 주거와 공장(노동 혹은 직장)을 향한 제한된 동선으로만 다니고 관광객 역시 북한 사회가 지정한 동선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에 사진 촬영 역시 제한적이다.
개성에서는 다양한 개인들이 정체성 대신에 체제가 추구하는 방식에 의하여 움직여야 하며, 그것이 노출된다. 개성의 도시민들, 그리고 관광객과 비즈니스맨을 포함한 외부인은 ‘금지된 동선’으로 이동하며 정해진 것만 바라보고, 정해진 것만 기록하며, 정해진 것만 기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워진 상징적 경계 뒤에 가려져 있는 일상의 삶을 지나치곤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금지된 동선’ 뒤에 가려져 있는 지나침을 사람들은 점차 주목하게 되었다. 상징적인 이미지만을 생산해야 하는 북한의 사진사들과는 다르게, 외부인은 그 뒤에 가려진 환경에 과감히 렌즈를 돌리고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북한 도시민의 삶은 점차 미디어를 통해 나오기 시작했다. 외부인은 그들의 삶에 놀람을 머금고, 북한 도시민은 다름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개혁 및 개방의 시대와 함께 도시민과 외부인 모두 마주하게 될 ‘금지된 동선’의 해체는 다른 풍부한 활동들을 파생시키기 시작한다. 주거와 직장 사이의 정해진 동선이 점차 산책행위로 변하고, 교류 속에 일렁이는 도시내의 리듬 있는 동선은 고개를 돌릴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시작했다. 김일성, 김정일 동상 앞, 도시 광장, 그리고 큰 대로변에서만 주로 셔터를 누르던 북한의 사진사도 산책과 함께 시선을 돌리며 자신의 삶, 가족, 친구, 그리고 이웃의 일상적인 삶을 담아내기 시작한다.
<북한의 경계 (상징적 껍데기)에 선 사람들: 사진사>
체제 우위 선전, 상징화를 위해 정해져 있던 장면만을 주로 담아내고 있다. 현 북한 체제와 외부 사이에 이미지적 경계를 생산해 내는 사람들이다.
<개혁개방 시기에 다공성 경계에 놓인 사람들: 사진사>
정해진 상징적 사건만 담고 알리는 역할을 넘어서서, 소소한 일상을 담으며 그 사이 발생하는 점진적 변화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개혁, 개방 시기의 북한 사진사는 상징적 이미지와 일상적 이미지 사이의 경계에 서서 그 경계를 모호하게 흩뜨려 다공성 경계로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SITE “6” 필지의 배치 전략
일상의 축을 담당하는 ‘백천’에 접하면서, 3면의 좁은 도로와 건물에 둘러 쌓여 있는 상태다. 개성 도시가 갖고 있는 상징적인 축에서 벗어난 보편적 맥락의 영역에 속해 있다. 큰 도시기능 축에 접한 주 광장과 대비되는 일상적 축과 작은 가로 (혹은 골목길)을 걷다가 조우하게 되는 광장을 통하여 일상적 스케일의 도시 광장을 제공한다.
광장 형성과 함께 자연스럽게 배치된 건물은 자연적인 조직과 도시적 조직 사이의 경계에서 다공성 경계를 통해 공간을 전이 시켜서, 도시와 밖의 풍경을 내부로 담고 백천 남쪽 일상의 공간부터 백천을 따른 남대문으로까지의 입체적인 조망을 제공한다.
CONCEPT <CAMERA OBSCURA and POROUS STAIRS>
어두운 직육면체의 공간에서 작은 구멍을 통해 바깥 풍경을 내부로 담고 그 풍경을 다시 그림으로 담아내는 ‘Camera Obscura’의 개념은 그 구멍의 크기와 내부 공간에 따라 담아내는 풍경이 달라진다.
이는 우리가 제안할 공간이 개혁개방과 함께 무지개떡 도시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산책이라는 문화적 행위와 더불어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개성의 일상적 도시 풍경을, 각각 다른 시점과 관점으로 바라보고 담아내는 공간으로 재구성할 수 있음을 제안한다.
결론적으로, 무지개떡 도시로의 점진적 변화과정에서 비추어지는 개성의 일상적 도시풍경을 담아내는 도시 산책자를 위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무지개떡 도시의 산책자는 다른 도시의 산책자와 어떤 차이가 있을 것인가?’
도시 산책자를 위한 무지개떡 도시는 도시 풍경을 바라보는 지점을 ‘표면’으로 국한시키지 않는다. 다공성 경계를 통해 발생하는 수직적 이동은 기존의 조망의 의미를 넘어서 같은 것을 바라보아도 다른 관점을 제공하는 주관적인 문화 형성을 유발한다. 다양한 관점을 통해 도시 풍경을 건물 내부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산책하기 위한 ‘다공’을 ‘계단’의 변화로 이끌어 낸다.
건축에서 수직이동의 가장 기본 단위인 ‘계단’의 근본적인 기능을 넘어서 도시의 점진적 변화에 기여하는 다공성 경계의 역할을 하게 한다. 형태의 다양성에 따라 계단으로 구성되는 공간에 담아 낼 수 있는 이벤트들은 함께 다양성의 가능성을 갖는다. 계단의 기본 형태에서, 그 폭과 넓이, 그리고 기울기에 따라 이용자들의 행태(activity)와 산책의 리듬, 그에 따라 파생되는 프로그램 구성 또한 다양해진다.
심사평
황두진 사진이라는 관점으로 도시의 특성과 구성원리를 분석하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가장 기억에 나는 분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것이 결국 사진관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생각이 단순화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분석 과정에서 제시된 다시점(多視點)적 관점을 좀 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이나 조형에 반영할 필요가 있었다. 한 편 배치에 있어서 하천에 면한 광장을 건물의 북쪽에 둔 점이 지적되었으나, 이미 그 점에 대해 고민을 하였고 오히려 대지 중앙 가로에 연접시키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의도적 판단이었다는 점을 일단 존중한다.
지정우 ‘다공성’에 도시와 사회적인 의미로 깊이를 부여한 수작이다. 우리가 현재 북한의 영상이나 사진들을 볼 때 가장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통제되어있고 단일한 시점이라는 것인데 ‘다공성 무지개떡 도시’라는 공모 주제에서 깊은 사유를 통해 이러한 방향을 설정했다는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하지만 컨텍스트와 광장과 건물을 다소 평면적으로 해석한 감이 있고 다시점을 위한 계단과 동선의 설정이 개념의 깊이에 비하여 뭉쳐있다. 따라서 보편적인 현상설계 안의 건물처럼 보여 그 진정성을 가리는 것 같아 이 점이 아쉽다.
황지은 도시 맥락을 선언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건축적인 해법을 감각적으로 제안했다. 도시 산책자는 개성의 신도시에서 이 건물을 바라보고 거닌다. 계단, 광장, 데크, 개구부 등의 건물의 요소들이 관찰의 대상이자 산책의 대상이다. 때문에 북측 광장과 백천, 조천과의 관계 설정도 적절한 설득력이 있다. 다양한 시선과 시각적 경험을 공간 체험의 근간으로 삼고 이를 사진 공방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켰는데, 그러다 보니 영상의 배경이 되는 포토제닉한 장소를 만들려는 의도만이 강조되어 버린 느낌이었다. 다채로운 삶의 미디어로서의 건축 그리고 영상 콘텐츠의 생산지로서의 면밀한 프로그램 구성에 대해 새롭게 해석할 여지가 많다.
임동우 사진과 사진사의 역할을 건축적 개념과 개성이라는 도시에 대한 인식에 담아 낸 것이 인상적이다. 다만 시퀀스의 과정 중에 도시의 어떠한 모습을 어떻게 담겠다고 하는 의도가 희석되고, 경험하는 풍경 장치는 거의 무작위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이처럼 무작위적인 도시의 모습은 사진과 사진사의 개념과는 상충하는 듯 보인다. 또한 개념에 비해 건물의 형태나 배치가 매우 평범하게 도출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OBSCURA for Urban Flaneur
분량4,438자 / 8분 / 도판 1장
발행일2015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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