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search close
https://archnews.manualgraphics.com/bk-prc-cover/
문단구분
글자크기
  1. -
  2. +
배경
  1. 종이
글꼴스타일
출력
  1. 출력
목차

SOFTXHARD

박찬우, 최규순, 이윤석


박찬우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최규순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이윤석  콜롬비아대학교 건축학과


사회적 다공성

다공성이 보여주는 표면적인 의미는 스펀지의 흡수력과 부드러움, 가벼움처럼 물질의 물리적인 속성으로써 연상되곤 한다. 이렇게 분명한 이미지는 현대 건축에서 빈번하게 물리적인 공간으로 치환되고 있다. 또한, 건축에서 저층 고밀도와 직주 근접의 이상적인 관계를 비유하는 무지개떡의 개념은 주거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의 공존을 통해 1차원적으로 인용된다. 하지만 스펀지에서의 다공성이 흡수력과 가벼움을 성취하기 위해 존재하듯, 다공성과 무지개떡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물리적인 빈틈을 만들거나 여러 프로그램을 병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관계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조성하는 것이다.

도시와 건축과 사람이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 그리고 도시와 건축 안의 사람들의 관계, 즉 사회적 다공성을 성취하기 위함이다.

불확정성: 완공 없는 건축, 현재의 건축
“아무것도 지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며, 무엇이든 지어져 있다면 그 이상의 것이 가능하지 않다”

Rem Koolhaas

멀지 않은 미래, 경제 활동이 개방되고 다양한 욕구로 일렁이는 개성과 북한의 도시는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목적을 가진 인적·물적 자원의 유입을 수용하기에는 버겁다. 북한의 과거 정치 경제 체제를 반영했던 근대 건축은 더 이상 다원화된 현대 사회를 수용하지 못하며, 도시에서 원만한 소통의 역할을 하지도 못한다.

이 프로젝트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다. 다공성과 무지개떡이 표방하는 가치는 건축이 강요하는 방식을 통해 연출되는 형식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삶이 아닌, 공간을 점유하는 사용자들에 의해 형성된 가치와 상상의 발현에 있다.

메인보드: 다원화를 불확정성으로

SOFTXHARD를 통해 제안하는 다공성과 무지개떡의 실현은 컴퓨터의 메인보드와 흡사하다. 메인보드는 각 소켓에 부착될 다양한 하드웨어의 종류와 조합방식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가동시킬 수 있는 틀을 제공해준다. 사용자는 본인의 목적과 취향에 따라 요소를 조합하여 개인의 가치와 상상을 구체화시키고 그 개성들의 군집들은 새로운 사회를 이루게 된다.

SOFTXHARD는 인도된 불확정성의 건축으로 개성의 다원화된 삶의 스펙트럼을 담을 사회적 다공성을 가진 도시의 부드러운 인프라스트럭쳐(Infrastructure)이다.

하드웨어: CLOUD

클라우드는 주거 유닛과 프로그램 매스를 구조 및 설비적으로 보조해주는 3x3x3m 크기의 단위 구조다. 십자모양 접합부와 바로 이루어지는 클라우드는 사용자가 채워나갈 공간의 근간을 마련해주는 기본 구조이며 메인보드에서 기판 및 소켓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구성은 주거자의 증가/감소, 계절의 변화, 진화하는 건축 법규 등 변화무쌍한 조건들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정확한 시스템이다.

소프트웨어: DIY home

우리의 집은 매번 나의 것 이었지만 한번도 내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었던 적은 없었다. 사람들이 아파트로부터 탈출해 결코 편리하다 할 수 없는 주택으로 옮겨가는 일이나, 최근 한국에서 저렴하고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하는 IKEA사의 가구가 화제였던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의 공간에 대한 통제와 창조가 가능한 ‘나만의 세계’에 대한 욕구에 대한 표출이었다.

주택의 개념이 정치, 경제적으로 국가에 귀속되었던 개성이라는 사회적 맥락에서 이 프로젝트는 미리 존재하는 하드웨어에 스스로 조합하는 주거공간이라는 ‘작은 다공성’, ‘재료적 다공성’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는 알맞은 가격, 넓은 재료 선택의 폭, 스스로 구성하는 집에 대한 애착의 경험을 제공하여 개성에 존재하는 다양한 코스모폴리탄 노마드에게 공간에 대한 욕구를 해소, 다원화되고 불확정적인 개인과 도시의 가치를 수용한다.

나아가, 건축에 대한 친환경적인 접근이 대두되는 시대에 SOFTXHARD의 재료는 주거자의 순환과 함께 범용적인 재활용이 가능하다.

Experience: 넓고 깊은 밀도

근·현대 주거건축의 타이폴로지는 무표정하게 분할된 공간에 최다 기능을 채워 넣음으로써 공간을 소유의 대상으로 인식하였다. 그의 결과로 생겨난 반복적인 공간의 비효율적 사용은 공간의 질과 양 그 어느 것도 개선하지 못했다.

SOFTXHARD는 공간을 소유의 대상이 아닌 향유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공간의 향유는 개인이 소유했던 필요 이상의 공간을 축적하여 공용공간으로 축적시킴으로써 그 쓰임에 더욱 깊고 넓게 대응하는 공간으로 형성된다. 그것은, 복도의 개념을 없애고 공간으로 공간과 공간을 잇는 새로운 주거 타이폴로지의 창조에 의해 실현되었다.

Living Spectrum

대지경계선 양쪽 외곽부에는 가장 사적인 공간인 개인 주거단위들이 위치한다. 이 주거단위들은 식당, 부엌, 거실공간을 담당하는 리빙 바(Living Bar)로 엮이고, 중앙에 형성된 계곡에 부유하며 일과 놀이 기능을 담당하는 프로그램 매스에 의해 최종적으로 병합된다. 세 개의 켜로 재배열된 주거 공간의 프라이버시, 위계와 배열은 다공성과 무지개떡의 경험을 개인의 영역에서 공동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입주자는 개인의 삶의 방식과 특성을 고려하여 주거 모듈의 위치선정이 가능하며 특정 프로그램의 영역에서 자연스러운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심사평

황두진  완성도로 봤을 때 가장 뛰어난 작업의 하나다. 그런 만큼 부분적인 아이디어들이 꼭 참신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미래의 불확정성을 근거로 슈퍼스트럭쳐(Superstructure)와 인필(infill)로 구성되는 가변형 건축이라는 것은 이미 근대건축 초기시대부터 종종 제시되어 왔던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으로서의 완성도가 높고 보편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대지에 대한 감수성이 드러나고 있는 점 등을 높이 평가한다. 일례로, 사이트 동쪽의 저층 한옥 단지를 향한 입면의 스케일을 분절하여 덩어리가 아닌 선적인 구성을 통해 전체 볼륨의 시각적 무게감을 줄이려 하였다. 최상층의 프로그램은 학교 등과 같은, 보다 공적인 기능이 들어갔어도 좋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지정우  분명 이 공모에서는 가장 시스템적인 안이었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플러그인 시스템의 주거타입 제안을 보아왔다. 시스템은 다양한 변형 가능성을 가지는 반면, 그 변화를 얼만큼 어떻게 조정할 주거의 아이덴티티와 실현가능성이 달라질 것이다. 이 제안은 디테일에 초점을 좀 더 맞추었지만 그 공간이 만들어 낼 사회성은 독자의 상상력에 맞기는 결과이기도 했다. 만약 개성의 전통 목 구조 산업과 결합한 유닛 장치나 북한산 침엽수를 이용한 구조라든지, 좀 더 당위성이 있었다면 다소 비 인간적일 수 있는 건조한 시스템적 공간이 이 장소에 필요함직한 제안으로 드러날 수 있었을 것이다.

황지은  한옥지구에서 바라보는 9번 필지의 단절된 경계적 특성을 역설적 감성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구조체와 공간을 분리하고 플러그인하는 형식으로 기능적 투과성을 확보하면서도, 비계(Scaffolding)의 강한 인상으로 단호한 입면을 구성했다.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작품들 중에 단연 생각의 깊이가 돋보였다. 그러나 Grid+Infill 아이디어가 가져오는 태생적인 진부함을 극복할 만큼 대지의 특수성에 대응하는 방식이 소극적으로 이 점이 매우 아쉬웠다.

임동우  개념 면에서 자주 보이고 반복되었던 방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체로 사용되는 바가 물리적 클라우드로 작용하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각개의 모듈 역시 기판처럼 가변성을 갖는 플랫폼으로 내부 공간의 다양한 구성을 구현케 한 점이 주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부의 체육시설과 하부의 주차공간은 이들이 제안한 시스템과의 연계성을 찾기 힘들 정도로 동떨어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 프로그램 역시 시스템에 편입시킬 수 있는 과감함이 아쉽다.

SOFTXHARD

분량3,743자 / 7분 / 도판 1장

발행일2015년 6월 26일

유형작업설명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모든 텍스트는 발췌, 인용, 참조, 링크 등 모든 방식으로 자유롭게 활용 및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문의 출처 및 저자(필자) 정보는 반드시 밝혀 표기해야 합니다.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이미지의 복제, 전송, 배포 등 모든 경우의 재사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