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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설명회

황두진, 지정우, 임동우


일시: 2014.11.29. 오후 3시~5시
장소: 정림건축 정림홀


황두진  본격적인 주제에 대해 발표를 하겠습니다. 저희가 한국어로는 ‘다공성 무지개떡 도시(Porous Rainbow–Cake City)’라는 제목을 사용할 것입니다. 아마 ‘다공성’이라는 말은 들어보셨을 거고, ‘도시’는 여러분들이 워낙 잘 아는 개념이지만 ‘무지개떡’은 뭔가? 라는 생각이 드실 텐데, 이는 복합용도의 건물을 뜻합니다. 즉 ‘다공성 무지개떡 도시’는 주거가 들어 있는 복합용도의 건물들이 위주가 된 도시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저희가 몇 가지 단계로 나눠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도시의 유형 Urban Typology

황두진  지금 이 장면은 아마존의 산림을 불태우는 모습입니다. 불태워 저 산림을 제거한 다음, 연료로 사용되는 사탕수수와 옥수수를 심어요. 이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위 ‘인류의 친환경 프로젝트’의 실상 중에 한 모습인데, 사실 말이 안 되는 거죠. 친환경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서 지구의 귀중한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데 좀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희 건축계에서도 친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개별 건물에 녹색식물을 덮어 태양열 집열판을 올린다던가 주로 이런 식의 형태나 형상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이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이런 문제들은 도시적인 측면과는 달리, 다른 관점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지역적인 관점과 전지구적인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거죠. 지역적으로 봤을 때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오히려 전지구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방금 본, 아마존의 불타는 산림을 통해 알 수 있죠.

이건 국내 사례인데 친환경 건축 얘기할 때 왜 단독주택 유형이 등장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전원형 개발을 연상케 하는 일종의 태양열 집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죠. 물론 저는 이러한 것의 의미를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러한 제품이 나오기 위해, 만들고 설치하고 유지 관리 및 재활용을 하기 위해 들어가는 에너지가 보다 많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지금 보고 계시는 것은 전 세계의 큰 대도시, 네 곳의 인구 밀도를 비교한 건데 여러분들은 주로 서울과 파리를 집중적으로 보면 될 것 같네요. 파리는 전형적인 유럽의 역사 도시로서 기본적으로 저층 건물로 되어있고 라데팡스 지역에 고층건물이 주로 있습니다. 거기에 반해, 서울은 굉장히 높은 고층 빌딩들이 많고 과밀한 도시라고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파리의 인구밀도가 서울보다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어떤 통계에서는 유사하다고 나오지만 낮게 나오는 통계는 없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서울은 평균 층수가 놀랍게도 아직 2.5층 밖에 되지 않는데 파리는 평균 층수가 6층이라는 거죠. 그 의미는 우리가 지금까지 모르는, 도시가 필요로 하는 밀도를 달성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는 거죠. 쉽게 말해, 그것은 저층으로 고밀도를 달성하는 방식입니다.

우리 역사를 조금 들여다볼게요. 이게 서울시립대학교에 있는 모형인데 조선 후기로 가정해서 만든, 그 당시 한양이 가장 융성했을 시기의 모형이에요. 한눈에 딱 보기에도 엄청난 저밀도 도시입니다. 아마 평균 용적률이 30%가 안 되는 그런 도시겠죠. 물론 도시의 권역은 많이 확대됐지만 인구 천만의 도시가 이 위를 걸터앉은 거에요. 그래서 이런 현상들이 벌어집니다. 이게 1980년대 초반에 찍은 서울 안암동 일대의 사진입니다. 북촌 못지 않은 한옥마을이 여기에 있었죠. 20년 후에 가서 다시 사진을 찍어보니 이렇게 변해 있습니다. 그러니 이것을 밀도 전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도시에서 밀도라고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인 거죠. 그렇다면 이 밀도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느냐?

이에 대해서 굉장히 유명한 다이어그램이 있어 여러분께 소개하겠습니다. 이것은 20세기 중반에 독일의 도시계획가였던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가 그린 인동간격에 대한 다이어그램입니다. 자세히 보면 고층으로 아주 높이 지어 인동간격을 최대한 넓혀 그 사이를 공원으로 만들었을 때 쾌적한 주거 단지가 조성될 수 있고 용적률을 최대로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실 20세기의 모든 도시는 이 다이어그램에 의해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아주 좋은 예인데, 르 코르뷔지에가 얘기했던 소위 그린시티, 마천루들 사이사이에는 공원 녹지가,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움직이는 그러한 도시 모델을 우리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때문에 기존에 있던 마을, 도시 조직들은 다 파괴되고 도로를 단지 내 도로로 대체하면서 소위 아파트 단지 즉 근본적으로는 전원형 개발을 통해 우리 도시를 만들어 왔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다이어그램을 자세히 보시면 이렇게 20층으로 했을 때 1에이커 당 200명이 살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3층으로 해도 같은 면적에 같은 인구가 살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유럽 도시들의 역사적인 ‘urban typology’들은 저런 방식에 의존하고 있죠. 서울시립대학교 김성홍 교수님의 책에서 인용한 통계입니다만, 우리의 도시를 보면 -63빌딩, 타워팰리스, 하이페리온, 지금은 롯데 타워 등- 지금도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데 여전히 우리의 도시 평균 층수는 3층이 안 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대부분 큰 길가에 있는 고층빌딩들을 보고 다니지만 사실 그 이면을 들여다 봤을 때 아주 작은 집들이 도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고층만이 유일하게 고밀도를 달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생각해서 업무지역이건 주거지역이건 오로지 고층 일변도의 건물을 지어왔죠. 또 다른 공통점은 건물 전체가 단일용도로 지어진 것입니다. 왼쪽에 있는 삼성 타워는 1층에서부터 꼭대기 층까지 다 기업체 업무용 사옥이며 오른쪽에 있는 것은 아마 잠실인걸로 알고 있는데 이 경우도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다 주거용 건물이에요. 그리고 주거와 업무지역을 전통적인 조닝 방식에 의해서 분리한 다음에 그 사이의 연결은 어마어마한 대중교통 인프라로 연결하는 거죠.

용어설명 Explanation of Term

황두진  우리가 새로운 개념을 항상 영어로 말 할 필요가 없죠. 저도 사실 처음에는 쑥스러웠는데, 이런 개념으로 우리 건축도시의 현상을 들여다보면 재미있어요. ‘무지개떡’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20세기엔 우리나라가 단일용도의 고층건물만 지었죠. 떡으로 비유하자면, 모든 층이 똑같으니 ‘시루떡’인 것 같고요. 그런데 꼭 고층이 아니라도 상대적으로 저층이나 여전히 고밀도를 지향하는, 그리고 각 층의 용도가 다른 복합적인 건물로 이를 무지개떡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표본도 들고 왔습니다. 5층짜리 무지개떡인데요. 아마 여러분들이 이런 식의 건물은 전혀 낯설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유럽에 가면 아주 보편적인 형태이기 때문이죠. 파리의 전형적인 주거의 단면을 끊어 본 것인데, 대부분 ‘walkup type’이죠. 걸어 올라갈 수 있어요. 4~5층 정도 되니까요. 평상시에는 별 의미가 없지만 도시에 전력난이 생겼다고 하면 굉장한 의미인거죠.

그 다음에 용적률이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렇게 해도 평균 용적률 200% 달성할 수 있다고 해요. 평균 용적률 200%가 어떤 의미냐면, 서울 주변에 신도시를 만들어 온 역사가 30년 이상으로 한 세대 정도가 지났는데 비교적 초반기에 만들어진 신도시들이 용적률이 높아요. 제가 알기론 과천 신도시가 180% 이상 되고,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은평 뉴타운은 160% 또는 165% 정도 돼요. 그렇다면 여러분들이 이제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죠. 그 정도의 용적률을 갖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기존에 있는 자연을 파괴하고 길을 없애고 마을 하나를 통째로 없애야 했냐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산이 매우 아름다운 나라인데 경관을 다 막아버린 거죠. 이건 전형적인 유럽 도시들의 풍경인데 다만 이 타이폴로지는 우리가 그냥 쓸 수 있느냐,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은 평지에 조성된 도시들이 많고, 유럽 남부는 특히, 햇볕이 강하기 때문에 일부러 어두침침한 골목길을 만들어 골목의 폭을 좁히는 등 그 나름대로 지혜도 많이 동원된 도시에요. 반면, 우리나라는 여름에는 굉장히 습하기 때문에 바람이 잘 통해야 하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야외의 마당 같은 것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기에, 이 타이폴로지에서는 조금 변형이 필요할 거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우리는 점점 고령화가 되고 있어, 엘리베이터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죠. 그리고 여전히 주차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설계 조건 Design Condition

황두진  여러분의 작업은 건폐율 50% 용적률 200%의 규정 내에서 해야 합니다. 4층이면 해결 되잖아요? 그러나 우리가 여기에 규정 한 가지를 추가 했어요. 여러분들은 무조건 5층짜리 건물을 설계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건물 내 공극이 생기겠죠. 경관을 바라보기 위한 곳, 거리로 햇살이 들어오게 하는 통로 혹은 바람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가로는 덜 답답하고 바람과 햇빛 이런 것이 소통할 수 있는 공공적인 목적으로 자기 건물의 일부를 비워내는 그런 적극적인 행위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각 층의 기능이 달라졌을 때, 저런 정도의 다이어그램을 갖는 것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한 가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제기할께요. 여기 적혀있는 ‘activity unit’이라고 하는 건데 우리가 만든 단어죠. 이 모델을 자세히 보시면 노란색, 하얀색, 빨간색, 핑크색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복합 기능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업무, 주거, 상업 이런 거겠죠. 그런데 제가 여러분께 제기하고 싶은 것은 그것을 넘어서 인간이 하는 여러 가지의 개별적인 활동 단위들이 있어요. 서 있다, 걸어간다, 책상에 앉아서 일한다, 욕실에서 씻는다,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잔다, 혹은 침대에서 책을 본다 등 이죠. 건물의 용도구분이라고 하는 것을 화학적인 개념의 분자단위 사고라고 한다면, 인간의 행위 하나하나를 더는 쪼갤 수 없는 단위로 보는 것을 일종의 입자 물리학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생각보다 우리가 이 건물의 유형이라고 한 것들,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것들이 그렇게까지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주택에 있는 화장실이 업무 시설에도 있잖아요. 요즘에는 재택근무를 많이 하다 보니, 주택의 기능에 업무 기능의 일부가 들어와요. 그 다음으로 업무시설에는 회사 내에 휴게공간이나 이런 것을 많이 만들죠. 그건 다른 ‘activity unit’이 업무라는 상황으로 침투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상업시설에 업무가 들어가는 것이죠. 여러분들 카페에서 공부나 일을 하고 책도 보잖아요. 그게 어떤 관점으로 볼 수 있냐면, 층별 영역별로 명확하게 색깔이 구분 지어지는 게 아닌, 굉장히 그라데이션 적으로 혹은 시간에 의해 다르게 변화될 수 있는 그러한 의미의 복합건물이란 것도 가능한 것이죠.

지정우  도시적으로 상업지역, 주거지역 등이 마치 지도에서 칼로 자르듯 반듯하게 나눠져 있다기 보다는 서로 점진적으로 바뀐다고 봐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영역이 변화하기도 하고요. 사실 무지개떡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경계가 흐릿하게 색을 바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다공성이 그런 점진적인 변화 (그라데이션)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비워져 있는 공간, 숨을 쉴 수 있는 공간, 중성적인 공간이 용도 간의 완충작용을 할 수 있고 그런 완충작용 또한 층마다, 위치마다 동일 한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부터 건물 옥상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장면으로 봤을 때, 또 다른 점진적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공성이 시간이 변화면서 다른 방식으로 사용될 수도 있을 테니 시간에 의한 복합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다공성과 그라데이션을 묶어 바라본다면 다공성 위계의 변화, 시간의 변화 등을 어떻게 해석하고 예측하고 디자인에 반영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점입니다.

대지 Site

황두진  우리가 선정한 대지는 개성입니다. 개성은 군사 도시라, 북한 안에서도 정보가 공개 되지 않는 지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 곳을 대지로 정했냐 하면, 첫째로 개성은 역사 도시입니다. 한반도의 다른 모든 도시가 그렇듯이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다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에요. 그 전에 있었던 것들에 대한 기록, 흔적이 중첩되어 만들어진 도시의 문화와 분위기가 있죠. 그것을 우리는 적절한 선까지 안배해야 해요. 개성은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상당히 우리의 미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도시인 것 같습니다. 이처럼 이번 공모전을 통해 역사 도시인 개성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해보는 거죠.

남대문의 동남쪽. 이렇게 하천이 흘러요. 개성 출신 분들의 블로그를 들어가 보면 그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가 ‘물과 땅이 깨끗한 도시’라고 합니다. 우리가 아는 고려의 수도 만월대가 이쪽이고요. 경복궁처럼 가운데 있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습니다. 옆에 ‘자남산’이라는, 서울로 치면 남산 같은 산이 하나 여기 있어요. 여기에 외성, 내성이 있고 유명한 송악산이 있습니다. 자남산 정상에서 평양 개성 간 고속도로까지 연결하는, 약간 서쪽으로 치우친 남북방향의 도로가 생겼는데 이를 ‘통일거리’라고 칭합니다. 60년대 중반부터 만들어진 거리인데 이 거리는 소위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그들의 하나의 새로운 역사적인 축을 개성에 도입한 거고, 그 축이 우리가 선정한 대지의 이 부분을 지나갑니다. 대지의 특징을 말씀 드리면, 개성 남대문이 성처럼 되어있고 여기가 통일관이라고 합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놀라울 정도로 남북 간의 교류가 많아서 그 때 사람들이 여기서 식사를 했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쪽은 비교적 북한에서 고층개발을 했던 곳이죠. 왜냐하면, 이 거리가 상징 거리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선전용으로 고층빌딩들이 많아요. 우리가 지정한 대지는 보시다시피 이렇다 할 도시적인 맥락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 공터가 있는 등 조금 성격이 확실하지 않은 곳입니다. 또 재미나게도 아까 말씀 드린 개성의 하천, 그런 것들이 여기에 흘러가고 있는 곳에 15개 필지를 만들었습니다. 다만 저희가 여기서 약간의 변형을 가한 것은 소위 ‘trafc island’가 있는데 이것을 이쪽하고 조금 붙여서 남대문까지 일종에 ‘photo island zone’이 있다고 가정했습니다. 마치 서울의 동대문, 남대문처럼요. 그렇게 해서 만약에 이쪽으로 가는 차는 남대문을 우회해서 가는 것으로 일단 보고 두 차선 정도만 남겨 놨습니다. 그것만 현재 상태에서 변화를 시킨 거고, 다음은 임동우 소장님이 추가로 설명하실 겁니다.

임동우  항공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북한의 모든 도시가 중심광장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바로 위가 ‘개성소년학생궁전’주변으로 극장이나 문화시설들이 있어서 이쪽이 어떤 행사나 국가적인 차원의 행사가 있을 때 연습을 하는 도시공간이 형성되어있다는 것을 참조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황두진  그와 아울러서 우리 프로젝트의 개성은 개혁과 개방이 이루어져서 전 세계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주하고, 정착하고 거기서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하는 겁니다. 아마 이런 것들이 여러분에게 고민거리가 될 거예요. 아까 임동우 소장님이 말씀하신 북한의 현 체재 상황을 어디까지 감안할 것인지에 대한 선례들은 중국, 미얀마,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가 개혁개방을 한 예들이 많이 있으니 여기서 단서를 찾으면 되겠습니다. 우리 대지는 이쪽이고요. 그런데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여기에다가 고층 개발을 했어요. 완전히 대평원에 짓는 도시면 모르겠지만 산이 발달한 나라에서 효과적인 방식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성에서 송악산이 중요한 상징인데 우리 계획대로 하면 이 정도의 높이밖에 안 되는 겁니다.

개성 남대문 사진입니다. 이전의 개성 남대문은 옆에 부속건물도 하나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축소된 형태이고 보존이 잘 된 상태로 보입니다. 서울 남대문 보다 크기가 조금 작은 것 같죠. 높이가 낮아서인지, 좀 더 친숙한 느낌이 드네요. 개성 남대문이 여기 있는데 이게 통일관이고 자남산 꼭대기에서 바라보면 거의 공항으로 쓸 정도 규모의 통일 거리가 보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바로 이곳이 우리 대지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라 생각됩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 개성은 지금 당장이라도 차를 몰고 가면 한 시간 남짓한 거리이거든요.

직주근접 Work-Housing Proximity

황두진  ‘직주근접’은 여러분들이 우리 주제에 대해 생소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복합개발을 하면서 직주근접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인데, 우리 도시는 직주근접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임동우 소장님의 자세한 설명이 있겠습니다.

임동우  황두진 소장님은 무지개떡 도시에 대해서 물리적인 의미나 가능성에 대해서 많이 설명을 해주셨는데 저는 어떤 사회적인 의미가 있을까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지가 개성이기도 하고 개념 자체가 직주근접의 원리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 원리는 사회주의 도시에서 마이크로 디스트릭트(micro district)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배경을 잠깐 설명해드리면 사회주의는 ‘평등’이 매우 중요합니다. 도시와 농촌의 격차도 최소화해야 하고요. 더 중요한 것은 도시 내의 공간에서도 평등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들어 그런 의미가 더 강화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어느 순간 모르게, 한 도시 내에서도 어느 지역은 좋은 환경과 또 다른 지역은 별로 좋지 않은 환경 등의 차이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즉 사회주의 도시는 그러한 공간의 불평등을 최소화해야 하는 개념상의 차이가 있고 도시라고 하는 것이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닌, 노동과 생산을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런 사회주의의 가치관이 엮여 나타나는 것이 ‘micro district’라고 하는 주거 이론이 나타나게 된 배경이 되는 거죠.

쉽게 말해서 아파트 단지 등을 생각하면 그것의 배경이 페리(C. A. Perry)의 근린주구이론(Neighbourhood Unit)인데, 근린주구이론에 어떤 생산 시설이 들어갔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많은 분들이 아파트 단지에 살지만 아파트에서 나오면 근린생활 시설이 있고 문방구, 슈퍼 등이 있잖아요? 이에 덧붙여, 가내수공업 혹은 경공업 등 자신의 작업장이 존재하는 거죠. 그게 공장영역을 형성하는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주거 단위로 설명되는 겁니다.

이 사진은 평양의 사진인데 빨간색 부분을 보면, 주거 단위 안에 어떤 곳은 굉장히 작은 작업장이 되고, 또 다른 어떤 곳은 공장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구역 안에 생산되는 것이 된장이라 하면, 어떤 구역 안에서는 된장이 소비되고 다른 구역으로 가면 소비되는 된장을 생산하는 시설이 있는 식입니다. 그만큼 본인이 사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 그리고 그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과 또 그것이 소비되는 공간 이 모두가 상호 작용하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평양의 ‘문수 대거리 단지 계획’을 보면 이와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랑 비슷한데 다른 점은 그 안에 공장이 들어간 거죠.

저희가 최근 들어 윤리적인 소비, 착한 소비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착한 소비에 대해 많은 카테고리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우리가 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그 지역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소비의 근접성’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호프집에 가서 어디서 생산한지 모르는 맥주와 소주를 소비하는 것과 동네 간이 양조장에서 생산된 맥주를 동네 술집에서 소비하는 것과는 분명히 행위상의 혹은 사회적 의미상의 차이는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직주근접이라해서, 우리가 사는 곳과 일하는 공간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한다고 하는 곳이 어떤 의미인지, 또 무엇이 생산되고 어떤 새로운 역학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지 등 그런 것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황두진  제가 부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아마 여러분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이러한 체제 살고 있지 않는데, 어떠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실 겁니다. 그것은 이렇게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책에서 프랑스 계몽주의 시대에 원시적 공산주의자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프리에, 생시몽 등인데 그런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산 사회의 비전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케이드’입니다. 아케이드는 분명히 실내임에도 천장이 굉장히 높고 빛도 많이 들어와 실외와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 안에 조화가 이루어져 다양한 상업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하나의 도시 건축적인 형태라고 생각해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아케이드를 가장 효과적으로 잘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는 사회는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었죠. 그래서 벤야민이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오히려 대척점에 있어야 하는 개념들을 수용해 흥미로운 양상으로 표출하기도 하는 점을 착안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아케이드 프로젝트에 일부 나오는 얘기인데, 아마 이 현상도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어요. 직주근접이나 지금 얘기한 생산과 소비가 지역 단위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사회주의적인 개념이라 볼 수 있습니다만 사실은 자본주의 사회가 더 심화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거죠. 저희가 이런 주제를 여러분께 드릴때에는 거시적인 관점과 개인적인 관점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처음에 얘기한 것처럼 지구 전체의 환경적인 얘기를 할 때, 우리 개개인이 어떤 삶을 사는지도 중요하지만 도시민 전체가 어떻게 에너지를 사용하는지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본인은 전원에 있는 친환경 마을에 살지만 도심으로 출·퇴근해야 하는 거면, 그건 무의미한 것이죠. 그래서 우리가 도심에 살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법이 뭘까라는 거시적인 차원의 관점이 있는 겁니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보면 한 사회가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문화시설, 쾌적한 공공공간을 만드는 등의 여러 사업들이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이동 거리를 줄여줌으로써 더 많은 시간을 선용하게 하는 것만큼 좋은 사회가 없는 거죠.

그런데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도시구조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사회에 살고 싶어도 살 수가 없습니다. 40~50대 남자들의 돌연사 비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가 대한민국입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그 원인 중 하나가 40~50대 남자들은 수면 시간이 짧습니다. 사회적인 모임에 대한 문화적 압박이 굉장히 강한 나라입니다. 일과가 끝나면 어디 가서 술도 마셔야 하고 집으로 귀가하는 시간도 1시간 20분 정도인 거죠. 그럼, 이른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려면 잠은 얼마나 잘 수 있을까요? 그런 것들을 여러분이 한 번 고민해보는 계기로 이런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임동우 소장님께서 제공해주신 평양 사진은 좋은 자료이나 저런 도시를 짓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도시가 너무나 획일적이고 도시를 매력 있게 하는 복합의 개념이라는 게 제한적이죠. 옥상에 대한 개념도 전혀 없고요. 이렇게 보면 마치 병영국가인 것 같죠. 우리는 이제 각각의 시스템들의 장·단점을 예리하게 분석해서 한반도의 바람직한 정주환경이 어떤 것이 있는 지 고민하는 게 이번 건축상의 제일 큰 주제라 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황두진  참고문헌 몇 권 소개해 드릴께요. 찰스 몽고메리의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윤태경 옮김, 미디어윌, 2014)는 도시 계획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심리학, 사회학, 인문학적 근거와 세계 곳곳의 행복한 도시의 사례를 들어 진정한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또한 김진애 박사가 쓴 『우리의 주거문화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서울포럼, 1995)와 에드워드 글레이저, 『도시의 승리』 (이진원 옮김, 해냄출판사, 2011)를 소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글레이저는 도시나 건축을 전공한 사람이 아닌,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이 사람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친환경적인 정주환경은 맨하튼이라 얘기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 하나하나가 소비하는 탄소의 양이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되려, 가장 반(反)친환경적인 정주환경이 미국의 교외라고 합니다. 실제 여러분들이 미국 교외를 가보면 눈으로 보기엔 드넓은 녹지에 집들이 띄엄띄엄 지어져 있어 친환경적으로 보이죠. 그런데 사람들이 대도시로 매일 출근하고 이웃에 가려 해도 차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죠. 이게 우리의 통상적인 사고를 바꾸는건데 경제학자가 이런 얘기를 하면 왠지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죠. 다음은 서울시립대학교에 계시는 김성홍 교수님의 『도시건축의 새로운 상상력』 (현암사, 2009), 『길모퉁이 건축』 (현암사, 2011)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마 김성홍 교수님은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한국의 도시와 건축을 텍스트 삼아, 저술활동을 펼치시는 굉장히 선구자적인 분이라 봅니다. 여러분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사실 개성과 북한 관련해서는 자료가 많지 않지만 다행히 최근 들어서 비교적 좋은 자료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옆에 계시는 임동우 소장님이 쓰신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효형출판, 2011)와 역시 임동우 소장님과 라파엘 루나 두 분이 공동 편집을 하시고 매우 많은 분들이 기고한 임동우, 라파엘 루나, 『북한도시 읽기』 (담디, 2014)가 있어요. 지난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Crow’s Eye View: The Korean Peninsula』 (아키라이프, 2015)를 구하실 수 있으면 거기도 아마 자료들이 많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개성에 대해서는 채수, 『조선 사람들의 개성 여행』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4)이라고 옛날 한양에 살았던 선비들이 개성을 방문한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이를 통해 역사도시인 개성의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송경록, 북한 향토사학자가 쓴 『개성이야기』 (푸른숲, 2000)는 한국 전쟁 후, 북한 저자의 책을 남한에 합법적으로 출판한 최초의 책이기도 하며, 훌륭한 필력으로 여러분이 읽어보시면 이런 도시를 배경으로 작업을 하면 되는구나 라는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번 공모전에 참여하는 학생 여러분이 건축가가 되어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시기에는 이번 주제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일이 반드시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제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또 한가지는 너무나 빠른 경제성장으로 우리의 자연을 망가트리고 전통적인 커뮤니티 구조를 무시해왔던 실수를 발판 삼아, 한반도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바람직한 인간의 정주환경을 만들어보는 일종의 거대한 실험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희 역시 여러분들과 같이 몇 달 동안 함께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무척 벅찹니다. 여러분의 많은 고민과 격려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주제설명회

분량13,246자 / 26분 / 도판 10장

발행일2015년 6월 26일

유형강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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