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건축
정현아
분량2,429자 / 5분
발행일2022년 5월 19일
유형인터뷰
한국적인?
내 작업이 어딘지 모르게 한국적인 구석이 있다는 평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스스로는 ‘너무 각 잡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약간 풀어지는 지점을 이야기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했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치밀해지는 순간 탁 내려놓는 것이다. 일본 건축에서 별거 아닌데도 끝까지 쪼개어 가면서 작업하는 걸 볼 때 약간 답답한 느낌을 받는다. 중국 건축에서는 한 수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의아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내게서 양면성을 느낀다. 그게 바로 ‘한국적인’ 지점인가 생각했었다.
건축에서 한국적인 것, 건축에서 지역성을 믿는 편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건물을 복사, 붙여넣기 해서 서울에 짓는 것은 불편하다. 분명히 지역성은 존재하고, 건축은 지역에 기반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적인 것에 관한 질문과 답을, 유형화나 범해가 아니라 특수해라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관심 있는 한국적인 것은 ‘지금의 한국’이다. 혹은 지금의 서울, 내가 사는 동네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한국이라고 하면 너무 넓고 추상적으로 되어 버린다. ‘지금의 서울’에 모든 답이 있는 것 같다. 건축하는 입장에서 법규일 수도 있고, 임대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한국 사회다. 그런 내용을 늘 의식하고 추구한다기 보다는 그런 상황에 맞닥뜨릴 때 진지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요즘 애견 호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한국인은 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인간화하기 때문에 개를 대하는 태도가 외국과 매우 다르다고 한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다세대 주택을 설계할 때 가족의 유형, 변화하는 임대 시장 상황, 30대 맞벌이 가정의 요구 조건 등은 너무 중요하다. 그런 것들은 건축에 즉각 드러난다. 한국적인 상황을 건축적으로 소화하는 것이다. 또 세법이 바뀌면 (임대를 위한 주택을) 근생으로 용도변경 하려고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동안 강남에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엄청나게 많았지만, 다주택자 관련 세법이 강화되면서 이 유형의 주택이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도시의 모양을 바꿀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주택을 설계할 때도 욕조 필요 없으니 샤워 부스로 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욕조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요새는 욕조를 반드시 해달라고 한다. 그럴 때, 단편적으로 말하면 ‘얼마 전까지는 서서 샤워하시다가 다시 반신욕을 하시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디아 사무실이 신사동에 있는데, 그 근처 근생 작업을 몇 개 연달아 하고 있다. 예전에 광고 회사 사옥을 짓게 되면 클라이언트가 보안에 신경을 많이 썼다. 광고 제작 등의 정보가 새어 나갈 수 없게 막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창문을 없애는 등 외부의 시선을 완전히 차단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가 코로나 시국을 맞이하면서 클라이언트가 직접 회사로 오는 것이 아니라 줌 등 화상 회의를 해서 창문을 내도 될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강남 지역 자체가 민원이 많기 때문에 창문 내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벽을 하나 치고 안쪽에 창을 내면서 채광과 환기를 해결하도록 요구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런 요구가 조금씩 바뀌려나, 생각이 든다.
이처럼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건축적인 요구 또한 연쇄적으로 달라진다. 한국적인 것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말하고 싶진 않다. 조금 더 현재성이 있는 ‘지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고, ‘다이나믹 코리아’를 얘기하고 싶다.
우리 세대
“건축으로 거창한 담론을 생성했던 시기와는 분명 다른 것 같고, 가까이 있는 작은 것을 통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는 태도가 중요하게 다가왔다. 그것을 바로 독립되고 젊은, 새로운 실천이라면 그리 말할 수도 있을 듯하다.”
정현아, ‘나는 무엇을 고민하는가, 지을 때와 지은 후’, 「SPACE」 529호, 2011.12.
10년 전, 세대에 관해 쓴 내용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이때는 앞세대의 강한 컨셉과 큰 주장을 바탕으로 하던 설계 방법론에서 다른 방향으로 관심이 옮겨가던 시기였던 것 같다. 나 자신도 그런 것이 공허했고 일상을 건축에 담아내는 태도가 젊은 건축가의 태도와 실천이라는 의미로 발언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주변을 돌아보니 그러한 생각이 나만의 것은 아니었다. 또래 동료 건축가 중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꽤 있었다. 요즘 주변에 일상적인 주제로 건축하는 분이 많다. 벽돌이 유행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오히려 이제는 그다음의 고민을 나를 포함한 누군가가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수많은 ‘젊은’ 건축가들과 그 시기를 10년 전쯤 거친 나의 세대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사회가 성숙해지면서 건축계 수준도 골고루 높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편 누군가 앞서 나가는 느낌은 덜하고 다들 너무 열심히 성실하게,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진부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화두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인터뷰이 정현아 / 인터뷰어 김상호 /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지금, 한국 건축
분량2,429자 / 5분
발행일2022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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