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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언덕_모래, 바람, 초원으로부터

이연호, 하동균


이연호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하동균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전국토의 90%. 한반도의 6.3배의 면적이 사막으로 뒤덮혀가는 나라. 몽골은 지난 20년간 평균 온도의 상승과 건조화로 인해 800여개의 강, 1,000여개의 호수, 2,000여개의 샘이 사라졌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사막화는 그 원인이 매우 다차원적이며 복합적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한 것은 과도한 목축업으로 인한 토지 퇴화다. 몽골은 사계절 내내 일교차가 크고 겨울이 혹독하다. 이러한 기후에서 자란 염소는 양질의 캐시미어를 생산한다. 몽골이 전세계 캐시미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경제성장의 욕구와 캐시미어 수요의 증가는 무분별한 염소방목과 염소개체수의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 10년간 전체 가축 수 대비 20~43%) 식물의 뿌리까지 뜯어먹는 염소의 특성상 염소 떼가 지나간 자리는 토지퇴화로 직결된다.

이렇게 초원의 삶을 잃어버린 환경 난민들은 자신의 터전을 빼앗긴 채, 수도 울란바토르로 무조건적인 이동을 감행하고 있다. 그 결과 기반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대도시는 점차 양적 팽창만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울란바토르는 230%의 인구 증가율을 보였고 전국민의 50%가 현재 울란바토르에 거주하고 있다. 사막화의 재앙은 도시의 재앙이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도시 외곽의 인구집중현상과 거주의 질적 문제, 그리고 빈곤의 되물림 현상, 더 나아가 몽골의 유목문화와 지니어스로사이의 상실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막화라는 재난, 그 현상 자체가 아닌 재난전체의 문제와 사회적 프로세스를 되짚어 보는 것이 건축가가 재난을 성찰하는 진정한 방법은 아닐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한 우리의 이러한 분석 결과, 경제성장을 위한 유목민들의 무분별한 방목이 결국 사막화를 가속화하고 유목민들 스스로를 환경난민으로 내몰고 있는 이 현상을 우리는 ‘선형적 악화과정’이라 보았다. 이 선형적 악화과정을 바꾸기 위해 건축가의 최소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는 위와 같은 닫힌 선형의 순환고리를 제안해본다. 체계적 가축관리 시스템의 도입, 사막화 방지를 위한 녹지사업과 이를 통해 개선된 초원환경은 더 양질의 캐시미어를 생산하고, 이는 다시금 경제성장욕구의 순환고리를 완성하는 것이다. 닫힌 루프에 따라 먼저, 생물학자인 Allan Savory가 제안하는 계획기법에 따라 방목을 조직한다. 많은 양의 가축 수는 무조건적인 파괴를 불러온다는 기존의 결과와는 달리, Allan Savory의 이론에 따르면, 적절한 가축 개체수의 유지와 계획적 방목은 초원의 녹화를 불러온다.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를 모방한 이 계획 방목(Holistic Management)은 적절한 기간이 지나면 가축 떼를 이동시키는데, 이때 발생하는 가축의 배설물과 가축들이 자연스럽게 밟아 흡수된 비료는 땅의 재생을 돕는다. 유목민들은 이러한 계획 방목을 통해 본디 사막화의 재난에 의해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초원의 삶을 되찾는다. 재난의 상황에서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 그것은 회귀의 욕구, 사회적 욕구를 진단하고 단계적 루프상황에 부응하는 요구에 따라 구축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재난건축가의 Archi-tect다.

사막화과정에서 발생한 방대한 모래를 구축의 재료로 이용하는 닫힌 루프의 구축과정을 생각했다. 그 구축의 첫 해답은 박테리아이다. 바실루스 파스테리우스(Bacillus Pasteurii) 박테리아는 늪지, 습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생물로 모래입자를 서로 엉겨붙게 결합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모래를 사암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바실루스 파스테우리 균을 모래에 붓게되면 모래입자들 사이의 빈 공간에 채워지게 되고 화학적 작용에 의하여 방해석(calcite, 탄산칼슘 성분의 무색투명 혹은 백색반투명 광물)을 형성한다. 이 방해석은 일종의 천연 시멘트로 모래입자들을 하나로 뭉치는 역할을 한다. 이 박테리아의 초기 구입비용은 60달러이며 이후 다시 지출할 필요가 없는 비용이다. 박테리아가 들어가 있는 모래 1입방미터의 가격은 11달러 정도로 이는 콘크리트보다 9배 저렴하다.

사암벽돌의 단점은 가루가 묻는 것이다. 이를 개비온 형태로 만들어 구조와 외장의 모래폭풍을 막기 위한 재료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이로써 재난의 상징이었던 모래가 난민들의 삶을 위한 건축, 사회적 건축으로 재생될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두 번째 구축의 해답은 ETFE라는 신소재이다. 이 소재는 유리보다 100배 가벼우며 내후성 투광성, 내오염성, 신장과 사용한계 온도 등에 우수하며 유리를 대체할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목구조를 기본으로 하여 구축하고 가벼운 ETFE를 이용해 일교차가 크며,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의 추위에 대응할 수 있다.

삶의 언덕_모래, 바람, 초원으로부터

분량2,316자 / 5분 / 도판 2장

발행일2016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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