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기본을 묻다
조남호
분량2,748자 / 5분
발행일2016년 6월 30일
유형비평
재난건축 공모전 설명회를 통해서 ‘건축은 역사와 사회를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인용했다. 과거를 통해 지혜를 얻고, 오늘의 사회가 어떠해야 하는가라고 근원을 묻는 것(archi)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물리적인 공간으로 구현하는 것(tecture)이 건축이다. 재난건축은 모든 것이 파괴되고 일상의 삶으로부터 단절이 되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맥락적이기 보다 근원적이다. 재난건축의 주제는 우리가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인간적인 존엄을 유지하게 하는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인가 하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일이 되고, 이 주제를 건축의 언어로 해석하는 일이다. 많은 재난으로부터 확인되는 사항은 재난에서 유지되어야 할 최소한의 것은 삶의 존엄을 유지시켜주는 최소한의 물리적인 조건으로서 셸터와 공동체 내에서 일어나는 상호부조이다. 재난건축은 건축의 기본을 묻는 일이다.
대부분의 공모전이 주제를 두고 최고의 건축 작품을 선정하는 경연의 성격이었다면 ‘재난건축 공모’는 참여한 많은 학생이 수 개월 동안 재난을 주제로 연구하고, 건축을 매개로 고민하는 과정을 함께 했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는 참가자 수만큼의 관심과 작업을 축적해 재난 방재력을 높이는 일이 된다.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재난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고, 구조적이며 지속적인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 전체가 일상적인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더불어 건축의 한 분야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상황에서 재난건축 공모를 통해 관심을 환기 시키는 의미가 크다. 낯선 주제임에도 도전적으로 참여해준 모든 학생들에게 경의를 보낸다.
제출된 작업에 대한 심사는 세 가지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첫째, 좋은 작업은 훌륭한 과제 설정에서 시작 될 수있다. 재난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지만 물리적인 유형과 특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시나리오를 통해 재난의 전개 상황을 기술하고 재난 발생지의 자연적, 사회적 환경에 따라 다르게 전개되는 양상을 가정하고, 건축적 해법을 설정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둘째, 재난 이전의 건축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재난보다 더 강하고 직접적인 해결책 보다는 문제를 이해하고, 성찰적으로 수용하면서 연약해 보이지만 다차원적인 복수의 해결 방법을 평가한다. 최종 심사에서 멘토 문강형준 선생이 ‘건축은 재난 현장에서도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이고 밝다’라고 했는데 건축의 특성을 언급한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찰적 태도의 부족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강함을 우위에 두는 것은 근대산업사회의 가치다. 약함이 더 지속 가능한 건축의 언어가 될 수 있으며, 우리는 덜 완전하고, 덜 밝은 건축을 제안 할 수 있다. 건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믿는 건축 결정론은 경계한다. 셋째는 재난에 대한 유형과 특성의 효과적으로 구성, 성찰적 태도와 더불어 재난건축의 형태 언어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평가했다. 도시 건축에 대한 관심의 확대는 건축의 외연을 확대해 다양한 주제들을 건축 안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한편, 건축 내부의 형태와 공간을 생성하는 원리는 가벼운 다이어그램 등으로 대체되는 현상을 가져왔다.
「Manufacturing Life Project」는 작은 재난이라고 할 수 있는 철거민 문제와 지진 같은 큰 재난을 복합 주제를 설정함으로써 현실 안에서 재난의 감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보통마을」은 재난 이후 단계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기술이나 시스템적 해결 방식을 넘어 통합된 풍경으로 다루고 있다. 「Concrescencism 합생주의」는 주민들의 공유공간이 재난에 구조적으로 잘 견디는 공간이 되고 재난을 극복하는 공동 활동의 장으로서 매개공간을 제안하고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른 재난을 설정하고 있다. 다소 상투적일 수 있는 컨테이너 건축을 맥락에 맞게 활용하고 있고, 막연한 주민들의 공유 공간이 아닌 정서적인 공간을 제안하고 있다. 「삶의 언덕_모래, 바람, 초원으로부터」는 몽골 사막화에 따른 인구의 도시 집중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비록 입선에 머물렀지만 「당신의 이웃은 누구입니까」는 대부분의 작업들이 ‘나홀로 방주’의 이미지였다면 도시 공간의 방재 네트워크를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Struc-hitecture everywhere」도 물 부족 문제를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밀도 있는 제안을 하고 있다.
이번 재난건축의 수상한 학생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책자로 발간이 되어, 그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정림건축문화재단에서는 이 주제를 관심 분야로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난민을 위한 주거를 주제로 건축가들이 참여하는 전시도 예정되어 있다. 재난에 대한 방재력은 특정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 재난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서 복수의 해법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노력만이 실효적일 수 있다. 학생들과 더불어 관련된 분야의 지속적인 관심과 그 확장을 기대한다.
조남호 (심사위원,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대표)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와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도시디자인전공으로 학·석사를 취득했다. 정림건축에서 실무를 익힌 후, 1995년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여 활동 중이다. 현대 목구조 작업을 중심으로 기하학과 구축술을 포섭하며 사회적, 환경적 관계를 조정하는 새로운 건축 유형에 관심이 있다. 건축가협회 올해의 BEST 7 작품상 (2004, 2006, 2011, 2013), 서울특별시건축상 (2012, 2013), 교보생명 환경대상 (2010) 등을 수상했으며, 최근 작업한 <구축적 공간체>는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전시 및 소장하고 있다.
건축의 기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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