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성의 공존, 개인주의적 열림주의 – 네 조각 집
조병수
분량2,507자 / 5분 / 도판 9장
발행일2018년 7월 27일
유형작업설명
개인성의 완성, 공공성의 완성
도시, 건축에서 공공성은 1825년 로버트 오언(Robert Owen, 1771 – 1858)의 뉴하모니 프로젝트1 이래 계속된 논의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지속 가능한 방안이 제시되지 못했다. 이러한 실패는 근대화 이후 제시되어온 방안들이 개인성을 중요시하는 구성원들에게 오직 공공영역의 완성만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욱 소단위화 되어갈 사회 속에서 우리는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사회의 변화를 무시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그 흐름 속에서 가능한 방안이어야 지속 가능한 공공성의 완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개인성의 완성을 통한 공공의 열림, 즉 공공성의 완성형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소단위 사회 속의 극심한 개인주의로 인한 고독과 소외의 문제, 도시의 침체는 잘 만들어진 공공영역의 제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개인성을 무시하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것은 사회 변화에 대한 고민과 해결이 아닌 단순한 거부와 거절일 뿐이다. 이와 반대로 개인의 영역이 완벽히 형성된 소단위 사회에서는, 얹힐 수 있는 구조만 있다면 공공성이 지속 가능한 형태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도시 재생 – 재활용이 아니라 재탄생
현대 한국의 도시는 하나의 거대하고 조밀한 맥을 형성하고 있다. 작고 네모난 집들이 도시를 빼곡히 메우고 있지만, 물리적 조밀성에도 불구하고 그 속은 점차 비어가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단순히 빈집이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공공성의 소실로 인해 공공활동 장소가 비어 가고 있다. 공공장소가 열약해서도, 아름답지 못해서도 아니다. 도시 재생의 방식이 공공성만을 완성하려는 목적이었기에 때문이다. 개인성을 완성하는 도시 재생, 이것이 앞으로 도시의 공공성을 살려내는 방식일 것이다. 기존 공공장소를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개인 장소를 재탄생시킴으로써 완벽한 개인성이 보장되는 도시 재생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부산 망미동 – 낙후된 건물, 완벽한 개인성을 위한 공간
부산 F19632은 기존 공장이 폐쇄된 이후 쇠퇴한 망미동의 커다란 부지를 문화 거점으로 변모시켰다. 그 결과 도시의 큰 혈(血)이 풀리면서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에도 불구하고 망미동 주거시설과 골목은 낙후되어 주민들이 양질의 개인 공간을 점유할 수 없었다. 개인성의 불완벽함은 공공성의 불완벽함으로 이어졌다. 골목마다, 공터마다 찾는 사람이 줄었다. 이용할 주민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거기서 공공성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주민들로부터 먼저 제기되었다. 공공장소는 존재하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공공성을 갈망한다.
네 조각 집은 망미동의 낙후된 시설을 되살리는 작업이다. 개인 시설, 개인 공간의 재탄생은 절제되고 완벽한 개인성과 함께 완벽한 나눔의 공간을 거주자에게 보장한다. 새로운 부지 위가 아닌 기존 도시 조직의 작은 혈을 틔워주는, 재생이 아닌 재탄생 프로젝트다.
망미동 269‐9번지에는 공장 직원이 사용하던 숙소 건물이 남아 있다. 투박한 이미지의 시멘트 블록 담장이 대지를 둘러싸고 있고, 내부에는 같은 형태의 1층짜리 건물 네 개 동이 있다. 건물 용도뿐만 아니라 미관도 쇠퇴해가는 망미동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벼운 양철 소재를 접어서 만드는 네 조각 집은 죽어 있는 각 건물 위에 하나하나 사뿐히 올라앉는다. 각각의 건물은 버려진 네 개의 고목(枯木)에서 새롭게 완성된 4개의 고목(古木)으로 재탄생한다.



관계, 관계 끊기, 공공공간, 개인 공간
네 조각 집은 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작가가 거주하는 개인 공간과 도시와 연결되는 작업공간 그리고 주방, 회의실, 미팅룸, 창고 등의 공용공간으로 구성했다. 1층의 기존 건물 내부는 작가들을 위한 스튜디오로 제안한다.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은 외부인에게 작업공간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입주하게 된다. 그들의 작업은 도시 저층부에서 시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공공성의 관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2층에 새로 얹은 공간은 작가들을 위한 거주 공간이다. 작가들은 완벽한 개인 공간과 개인성을 보장받게 된다. 네 개 거주공간의 가운데에는 마당이 생겨 그들 사이의 공공성을 형성한다. 머무르는 동안 그들의 삶의 공간에서 서로에게 힘과 흥이 되는 공용공간들을 공유하고, 완벽한 개인 공간에서 자신만의 개인성을 보장받게 된다.






조병수
1994년 조병수건축연구소를 개소한 이후 ‘경험과 인식’, ‘존재하는 것, 존재했던 것’, ‘ㅡ’자집과 ‘ㄱ’자집, ‘ 현대적 버나큘라’, ‘유기성과 추상성’ 등의 테마를 가지고 활동해왔다. 하버드대학교, 독일국립대학교 카이저스라우테른, 연세대학교, 몬태나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설계와 이론을 가르친 바 있으며, 2014년에는 덴마크 아루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대표작으로는 키스와이어센터(2016), F1963(2016), 퀸마마(2015), 남해 리니어스위트호텔(2014), 트윈트리 프로젝트(2010), 땅집(2009), ‘ㅁ’자 집(2004) 등이 있으며, 한국건축가협회상, 아천상, 김수근문화상, 미국건축가협회상 등을 수상했다.
이중성의 공존, 개인주의적 열림주의 – 네 조각 집
분량2,507자 / 5분 / 도판 9장
발행일2018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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