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ng AIR
김종완, 이윤식, 장홍석, 정세영, 정진화, 조형준
분량10,211자 / 20분 / 도판 29장
발행일2017년 12월 18일
유형작업설명
김종완 그래픽 디자이너.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윤식 영상감독. 촬영, 편집, 그래픽 모두 직접 하고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영상을 표현한다.
장홍석 공연을 만든다. 안무, 퍼포머, 교육,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무궁화 프로덕션’ 공동대표로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정세영 공연을 만들고 있으며 현재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정진화 음악과 공연을 만든다. 공연, 영화, 전시, 광고 등 여러 분야에서 작곡가 및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축제 ‘Nein Fest’, 공연 연작 ‘New Type’을 만들고 있다.
조형준 무용을 전공하였고, 공연을 만든다. [Mu:p]에서 안무 및 연출을 맡고, 건축과의 협업을 통하여 몸과 공간, 현상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
프로젝트 개요
자발적 이주
우리는 함께 자발적으로 이주하여 공통의 기반을 만들 수 있는가. 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함께 (일시적) 공동체를 이룬다. 공동체의 공통 기반은 함께 같은 목적을 공유한다는 것이며, 공동체를 위한 함께, 함께를 위한 함께가 될 것이다. 또한 ‘Moving AIR’는 지속적으로 보다 나은 예술적 삶, 예술적 생태, 예술의 다양성, 예술적 경험을 위해 나아가는 형태를 취할 것이며, 함께 / 협업 / 공동의 / 공동 안에서의 / 개인의 어떤 비물질적 또는 물질적인 어떤 것들을 생산한다. ‘Moving AIR’는 안과 밖의 경계를 없애고 등퇴장이 자유로운 어떤 구역이 되었으면 한다. 공공의 자유 / 자발적 공공의 생산 / 자발적 함께 / 개인의 존중 / 이주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도시)으로의 이동 / 이동식 함께 / 이동식 공공의 개념을 구축한다.
남아 있기
‘Moving AIR’는 또 다른 이주 공간을 찾는다. 하지만 ‘Moving AIR’는 유령처럼 그 공간에 머물고 있을 것이다. 그 유령은 공간에 어떻게 남아 있을 것인가.
Moving AIR / Seoul
4월부터 10월까지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한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Moving AIR / Seoul’이라는 이주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 과정에서 서울이라는 범위 안에서 이주 공간을 리서치 하였고 이주 공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체감하고 이주 조건에 대한 설문지를 제작하였다.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가상의 조감도를 생산하였고 가상의 조감도를 통해 이주의 공간을 찾아다니는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하였다. 향후 이를 바탕으로 공간을 설정한 후 일시적으로 점유하고 이주자를 모집하는 ‘Moving AIR’ 프로젝트를 실행할 예정이다.
서울시 외곽 자치구 리서치
노원구, 도봉구, 중랑구
강서구, 마포구
강남구, 관악구, 서초구
강북구, 성북구, 은평구, 종로구
구로구, 금천구, 양천구
강동구, 광진구, 송파구






1)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요? (복수 선택 가능)

2) 연령대는 어떻게 되십니까? (만 나이 기준)

3) 현재 주 활동 지역 또는 거주지는 어디입니까?

4) 예술활동을 위해 타지역으로 이주한 경험이 있습니까?

5) 현재 이주할 공간이 필요하십니까?

6) 이주할 공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복수 선택 가능)

7)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은 그 이유를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응답 5명)
- 없음
- 원하는 공동 작업실을 집 근처에 구해서
- 현재 공간에 만족
- 현재의 공간에 만족한다
- 내 집 개 좋음
8) 서울 안에서 이주를 한다면 선호하는 지역은?

9) 그렇다면 그 지역을 왜 선호하나요? (복수 선택 가능)

10) 공동 이주를 위해 필요한 시설을 체크해주세요 (복수 선택 가능)

11) 이주 구성인원(팀 혹은 가족)의 수가 어떻게 됩니까?

12) 만약 거주를 한다면 가능한 거주형태는?

13) 이주 기간

14) 공동생활에 필요한 역할 분담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의향이 있습니까?

15) 이주 시 지불해야하는 비용이 있다면 가능한 예산의 범위는 어떻게 됩니까? (월 단위)

16) 합법적이지 않은 거주형태(불법점거, 무단침입)를 찬성하십니까?

17) 이성과의 공동생활에 찬성하십니까?

18) 귀하는 향후 ‘Moving AIR’가 진행하는 이주 프로그램에 참여 의향이 있습니까?

설문조사 결과 종합텍스트 1
서울특별시에 사는 30대 작가들이 작업 공간의 필요를 이유로 이주할 공간이 필요하다. 가장 선호되는 지역은 교통이 좋은 서울특별시 종로구이며, 이주할 공간에 화장실은 필수다. 이주는 개인 또는 2~5명의 소규모 그룹으로 이루어지며 1인 1실이 제공된다. 이주 기간은 제한이 없으며, 공동생활에 필요한 역할 분담은 공동으로 한다. 이주의 형태는 합법적인 주거의 형태이며, 이주를 위한 평균 비용은 월 20~30만 원이다. 이주 시 이성과 공동생활을 하게 된다.
설문조사 결과 종합텍스트 2
경기도에 사는 20대 미술가들이 휴식공간의 필요를 이유로 이주할 공간이 다소 필요하다. 두번째로 선호되는 지역은 집과 가까운 서울특별시 용산구이며, 이주할 공간에 샤워실이 필요하다. 이주는 6명 이상의 그룹으로 이루어지며 2인 1실이 제공된다. 이주 기간은 3개월이며 공동생활에 필요한 역할 분담은 일정 부분 공동으로 한다. 이주의 형태는 합법 또는 불법적인 주거의 형태이며, 이주를 위해 평균 비용은 월 10~20만 원이다. 이주 시 동성과 공동생활을 하게 된다.
조감도

리서치 지역 탐방

참여자의 글
함께라는 방법에 대한 내·외적 접근_김종완
‘Moving AIR’는 서울의 문화 소외 지역에 대한 리서치 프로젝트이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레지던시 프로그램(Artist-in-Residence)과 연계하여 진행했다. ‘함께라는 방법’ 안에서의 프로젝트는 리서치 단계에서 마무리되었지만, 우리는 향후 실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해 문화 소외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Moving AIR’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라는 방법’에 내·외적으로 접근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먼저 내적 접근은 레지던시 프로그램 공간에 대한 리서치이다. ‘Moving AIR’는 공간 및 운영 조건 설립 단계에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공간 및 운영 조건 조사를 바탕으로 한 설문지를 배포하여 의견을 수렴했다. 수집된 의견은 향후 실제 레지던시 프로그램 운영에 최대한 반영될 것이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함께라는 방법’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문화·예술 활동이며, 이렇게 초기 단계부터 이루어진 운영자와 예비참여자의 소통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함께라는 방법’을 내포한 중요한 지점이다. 다수가 선호하는 공간 및 운영 조건을 반영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라면 참여자의 작품 혹은 작업 활동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외적 접근은 공간의 위치 설정이다. ‘Moving AIR’는 ‘움직이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서울디자인재단이 제시한 조건에 따라 서울을 대상으로 했다. 프로젝트의 취지에 따라 도심지에서 멀어질수록 문화·예술 공간의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여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운영 대상을 외곽 지역으로 설정했고, 팀원 별로 3~4개 자치구를 담당하여 리서치를 진행했다.
이중 필자는 노원구, 도봉구, 중랑구를 담당하여 조사했다. 서울 내의 문화·예술 공간이 소수의 자치구에 편중된 것은 예상했지만, 담당 지역에 관련 공간이 극히 드물다는 것은 놀라운 동시에 안타까웠다. 이러한 점에서 ‘Moving AIR’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Moving AIR’가 지역 간의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모든 지역이 ‘함께’ 건강한 지역 문화를 만드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가상의 이주민_이윤식
‘함께’를 주제로 시작한 ‘Moving AIR’는 이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Moving AIR’는 서울과 서울 이외 지역의 경계에 위치한 곳들 중 문화, 예술 공간이 부재한 곳을 선택해서 예술가들이 이주할 공간을 찾아내는 것이다. 또한 ‘함께’라는 것 안에서 비물질적 또는 물질적인 것들을 생산하고 지속적으로 보다 나은 예술적 경험을 위해 나아가는 형태를 취할 것이다. 이와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공간을 선정하기 위해 설문지와 기타 리서치를 통해 적합한 장소를 선정할 예정이다.
나는 이번 ‘Moving AIR’ 프로젝트의 참여자로서, 나 스스로를 공간이 필요한 이주민이라고 가정하고 아래와 같은 필요한 것들을 작성해 보았다.
나는 30대 초반의 미혼 남성 작가이다.
거주하는 곳은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동이다.
현재 4명의 작가와 작업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글을 쓰고 생각들을 정리해야하는 작업의 특성상 나는 예민한 편이다.
여러 명의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공유하는 시간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주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주를 고민하면서 충족되었으면 하는 몇 가지 조건들이 있다.
첫 번째, 공간의 위치.
왕복 3시간의 이전 공간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 거주하는 곳과 가까운 곳을 추구한다.
두 번째,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
작업의 특성상 1인 1실을 원한다. 그 외에 나머지 시설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용 가능하다.
세 번째, 거주 기간.
3개월 이상을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위와 같이 가상의 이주를 선택해보았을 때 실제로 예측 불가능한 것들이 있다. 나는 이런 수 없이 많은 가상의 이주민들을 설정해 데이터를 수집할 것이다.
그 많은 데이터들이 결국 우리가 원하는 ‘함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함께 불안정_장홍석
‘함께라는 방법’에 대해 4월부터 10월까지 다른 참여자와 라운드테이블을 함께 하면서 우리는 ‘Moving AIR / Seoul’이라는 이주 프로젝트를 리서치 하였다. 이 과정에서 서울이라는 범위 안에서 이주 공간을 리서치 하고 공간의 조건에 대해서 설문지를 작성하였다.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가상의 조감도를 생산하고 가상의 조감도를 통해 이주의 공간을 찾아다니는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하였다. 이 불안정한 미래에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서울 안에서의 이주 공간을 웹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리서치하면서 이 행위 자체로 나의 몸은 불안정한 상태에 위치하게 된다. 공간을 찾는 리서치 과정에서 로드뷰를 통해 서울과 지방의 경계를 여행하면서,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공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작업을 하는 시점은 2017년 10월 30일, 하지만 네이버 로드뷰에 보이는 시간은 2015년 또는 2014년으로 물리적으로는 내 몸과 30cm 앞에 있는 스크린을 통해 서울의 경계를 가상공간 안에서 불러오게 된다. 나는 지금 여기에 위치하고 또 가상공간 안에서 위치한다. 이 두 개의 중심을 축으로 서울의 경계를 바라본다는 것은 무한히 확장됨과 동시에 제한적 상황에 처하게도 된다. 내 몸에서부터 스크린까지의 거리로 보면 매우 가깝지만 납작하고 평평한 스크린 표면을 바라보자면 만질 수 없이 멀게 느껴진다. 이것이 어떤 이상적 공간에 대한 ‘내 것 아님’, ‘살 수 없음’이라는 상실 때문에 멀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장소를 가상의 공간 안에서 찾는다는 것이 허무하고 실현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스크린샷을 찍어대는 나의 몸은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스크린샷을 찍어댄다.
나는 이 상실감에 이번 리서치를 위치시키고 싶다. 이러한 상실감은 ‘함께’, ‘공동’, ‘공공’이라는 텍스트의 상실로 연결된다. 공공, 공동이라는 것을 지금 현재에 다시 끄집어 낸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이미 SNS라는 공간에 복제된 수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서로 연결되어있고 함께 하고 있고 취향을 공유하고 관계를 맺는다. 가상의 공간에서 우리는 몸 없이 이미지로 타인과 경험을 나누고 공동체를 이루며 취향을 공유하고 서로를 동일시 한다. 거기에는 이미지로 구성된 픽셀들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만들어진 픽셀의 몸을 실존의 몸으로 바라보고 자신을 그 납작하게 압축된 픽셀의 몸과 동일시하면서 자신의 몸을 이미지로 체크하고 단련시키고 채찍질하며 훈육한다. 여기서 자신과 이미지와의 동일시 과정에서 우리는 몸의 상실에 빠진다. 이미지에서 나타나는 타인의 삶과 취향을 공유하고 싶어하고, 경험하고 싶어하고, 거기에 속하고 싶어하는 그래서 자신의 개인성을 지워버리고 집단 혹은 공동체에 참여하기 위한 노력은 다시 이미지로 생산된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우주를 떠돌아다니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좋아요’를 받을 것이고, 그 이미지는 또 다른 누군가의 몸에 래핑(wrapping) 되듯이 적확하게 밀착된다. 밀착된 이미지는 그 몸을 빠른 속력으로 동일화 시켜버린다. 하지만 래핑 된 몸에서 삐져나오는 자신의 몸을 보며 우울과 상실 또한 래핑 된다. 단단하게 압축된 몸은 집단의 덩어리, 어떤 덩어리가 되어 전체를 이루고 한구석에서 역할을 습득하게 된다. 이미지에 훈육된 몸은 무수하게 많은 픽셀 속에 찾을 수도 없고 엄청난 속도로 스크롤 되고 또 다른 이미지로부터 자리에서 밀려나는 타임라인 속 이미지의 한 조각에 불과한 것이다.
나는 ‘함께’라는 텍스트에서 항상 어떤 몸성을 느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서 몸과 몸의 부딪힘, 거기서 발생하는 ‘함께’라는 텍스트에서 무한히 미끄러져 가상의 공간 가운데 상실한 몸을 발견하였고 더욱 극적으로 가상의 공간에서의 함께를 상상하게 되었다. 나는 끊임없이 이러한 예측불가능성, 불확정성, 불확실성의 좌표 위에 ‘함께’, ‘공공’, ‘예술’을 위치시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한다.
예술가 혹은 예술의 이주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_정세영
예술가 혹은 예술의 이주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기존의 이주라는 개념이 삶의 터전을 떠나 다른 곳에 정착하여 사는 것을 의미한다면, ‘Moving AIR’에서는 이주를 ‘한정적인 기간에 거점을 이동하여 생활한다’라는 의미로 축소-변형한다. 이러한 방법은 예술의 유목적 이동과는 다르게, 어디로 가느냐의 문제보다는 어디로부터 멀어질 것이냐의 질문에 그 중심을 둔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이라는 생활 혹은 작업의 근거지로부터 멀어질 방법을 찾고자 시도한 것이었으며, 여기에서 서울은 지리적 위치뿐만 아니라 주류 흐름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공간과 상황에 대한 자발적 이탈을 본 프로젝트 안에서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자발적 이탈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문제에 대한 정보 획득 기회가 매우 어렵다. 사회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거리를 두고 바라보거나 참여하기를 원하지만 그러한 문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면 판단의 불균형이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개인이 아닌 ‘함께’ 이탈한다면 문제에 대한 의견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플랫폼을 확보한 상태에서 지리적-미학적 흐름을 경계한 채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Moving AIR’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는 예술공동체라는 특정 집단의 이기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프로젝트가 ‘공공’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예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이라는 실제 범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공공은 집단 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보장한다기보다는 가장 효율적으로 최대한 많은 구성원의 이익을 추구하는 형태라고 생각한다. 또한, 공공의 범위를 상대적으로 생각한다면 그 범위는 오히려 제한적이 된다. 예를 들어 한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공공사업은 국가 전체의 공공을 대변하기 힘들다. 좀 더 작게는 한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공공사업은 옆 마을의 공공성까지 염두에 두는 경우는 드물며 다수를 위한 공공은 소수를 위한 그것까지 대변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공공의 범위는 ‘누구나’라는 불특정 다수라기보다는 특정 집단과 그 구성원의 이익을 기준으로 삼는 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개인의 예술-창작활동 자체가 ‘공공성을 내포하고 있지 않은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술가 개인이 사회에 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과는 매우 미미하거나 드물지만 그동안 공공이라는 이름을 착용하지 않았던 예술의 흐름과 방향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복기할 필요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지보다는, 예술의 다양한 방향성을 획득할 수 있는 시도이자 실험에 가깝다.
미래 검색_정진화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어떤 곳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살게 될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손쉬운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미래에 일어나게 될 일들, 예정되거나 예정되지 않은 일들 중 예정된 일들을 들여다보자.
나는 인터넷 검색창에 2018년, 2019년, 2020년… 아직 살아보지 않았고, 머지않아 살게 될 해를 검색해본다. 그리고 그 결과들 가운데 우리가 위치하게 될 공간과 모습을 상상해본다.
다음은 불과 몇 달 후 경험하게 될 2018년의 예정된 일 중 인상적인 것들이며, 그와 관련된 나의 단편적인 기록이다.
2018년
—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통될 예정이다. 규모가 워낙 커서 인천공항이 하나 더 생긴 것 같다는 평가가 있다고 한다. 그 넓은 공간에 우리가 위치하게 될 공간이 있을 수 있을까? 제2여객터미널은 대한항공과 대한항공이 속한 항공동맹체 스카이팀이 전용으로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그 외에 호텔신라, 롯데, 신세계가 면세점 구역의 사업자로 낙점되었다.
— 2월에 있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 현재 거의 모든 노선에서 은퇴하고 전철화가 되지 않은 장항선 구간에서만 일부 운행 중인 새마을호가 완전히 퇴역하고, ITX-새마을로 완전 운행될 예정이다. 완전히 퇴역한 새마을호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퇴역한 열차들 내의 공간들은 어떠한 사용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까.
— 대구미래대학교가 폐교될 예정이다. 대학교가 생겨나면서 발생하는 가능성과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가능성 중 더 큰 쪽은 어느 쪽일까.
—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2013의 메인스트림 지원이 종료될 예정이다.
— 민간단체 MARS-ONE에서 인류 첫 화성 정착지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다. 인간이 화성에 가야 하는 이유는 결국 이주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자원을 독점하기 위한 식민지 건설일까. 지난 2013년 시작된 MARS-ONE의 화성 정착 프로젝트는 전 세계적으로 총 20만 2586명이 지원자로 나서는 등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MARS-ONE 측은 현재 이들 가운데 100명을 선발(미국 39명, 유럽 31명, 아시아계 16명, 아프리카 7명, 오세아니아 7명)했으며, 최종적으로 24명을 선발해 한 팀이 4명인 6개 우주인 팀을 만들 예정이다.
— 대한민국 제7회 지방 선거와 재보궐선거가 열릴 예정이다. 나는 투표를 할 예정이다.
— 그 외 러시아에서 2018 FIFA 월드컵, 인도 자카르타에서 제18회 아시안게임이 개최될 예정이며, 일본에서 천황 아키히토가 29년 만에 퇴위할 예정이다.
Background – Homeground_조형준
최근 들어 이주에 대한 생각을 자주 했다. 낯선 배경이 가져다주는 것, 바꾸어주는 것에 대한 기대가 있다. 자주 새로운 도시에 갔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정도 낯선 도시를 경험했다. 서울 근교의 섬, 지방 구도심의 창작 공간, 이웃나라의 수도, 전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도시 등을 방문했다. 워크숍이나 공연, 기간 내의 창작을 위한 것이었는데, 홈그라운드를 떠나 사용한 새로운 거점은 점유 기간과는 상관없이 이미 작동하고 있는 도시의 표면에서 맴돌다 온 느낌이었다.
이동하여 정착하는 것, ‘거주한다’는 감각이 더해지면 어떨까. 이주는 내가 지금까지 서울에 적응해온 방법이기도 하다. 2년에 한 번씩 집을 옮긴다. 옮겨야 한다. 좁은 길 건너의 바로 맞은편 건물로 이주한 적도 있는데, 한동안은 두 집을 옮겨가며 동시에 사용했다. 길을 사이에 두고 있었던 경계가 모호해졌고,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던 홈그라운드가 이쪽과 저쪽을 동시에 사는 것으로 그만큼 넓어졌다. 거주의 경험은 도시의 구조를 깊숙이 체험하게 한다.
익숙한 영역 안에서 거처를 옮겨 다니다가, 가장 최근의 2년 동안은 전에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던 서울의 동쪽으로 이주했다. 파악해야 하는 상점과 식당, 가장 근처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고 도보로 이동 가능한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이곳에서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갈 수 있는 지점 그리고 연결되는 영역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새로운 거점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가상의 공간을 넘어서 부딪히며 생활하고 적응해야 하는 도시의 구조를 알아가면서 무수한 계기들이 생겼다.
현재 2년이라는 주기를 가지고 나는 변화하는, 일종의 패턴 혹은 리듬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좀 더 촘촘해지거나, 그 변화의 범위가 예상치 못한 곳까지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거나, 조작해보고 싶어졌다.
산다는 감각이 더해지면, 삶의 패턴을 도시의 구조에 적응시키기 위한 과정이 시작된다. 낯선 배경은 새로 적응해야 하는 일종의 시스템이며, 이주는 나와 도시와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도시의 물리적인 구조와 소프트웨어를 경험으로 체득하는 것, 삶의 방식과 경계를 여러 가지 패턴으로 조작해 보는 것이 이주를 통해서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한다.
Moving AIR
분량10,211자 / 20분 / 도판 29장
발행일2017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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