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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의 접점: 마음의 거실

박주영, 정진서, 정인성


박주영, 정진서 스튜디오 폼앤펑션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박주영은 공간건축과 정림건축을 거쳐 2015년에는 매트그라퍼스를 만들어 운영하였다. 정진서는 브랜드 디자인 전문회사인 디자인파크에서 10년 근무 후 스튜디오 폼앤펑션에 합류했다. 이들은 건축, 인테리어, 브랜딩, 시각디자인 등 각자의 전문분야를 바탕으로 활동 중이다.

정인성 오랫동안 꿈꾸던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퇴사 후 책과 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바이자 심야서점인 책바(Chaeg Bar)를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에세이집으로 『소설 마시는 시간』을 출간했다.


배경

어디서 어떻게 왜 만나고, 모여 계신가요?

  1.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 속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 등의 문제로 관계형성의 기회를 찾기 어려움.
  2. 독거노인, 1인 가구 등 가족구성의 변화에 따라 사회구조적으로 강요되는 개개인의 독립적 생활.
  3.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 등 선택 불가능한 관계 속에서 보내기 때문에 개인적 시간에는 각자의 성향과 생활방식을 존중 받고 싶어하는 의식 증가.
  4. 공동주택의 환경 안에서 해결이 어려운 각자의 성향을 만족하는 관계를 외부 공간,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해소하는 경향 증가.

그래서, 다들 어디서 어떻게? 이런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고 욕망을 분출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도록 하겠다.

흔히 공동체라는 것을 지역 구성원이 ‘모두 함께’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급격히 개인화된 현대 사회에서 그러한 전통적 공동체의 개념이 계속 유효할 수 있을까? 우리의 일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비일상적인, 우연한, 얕은 만남에서 새로운 만 남의 가능성이 가득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만남과 모임, 공동체들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만남의 방식 들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무조건적인 ‘함께’가 불편한 사회 구성원들도 새로운 방식으로 ‘함께’ 모이는 가능성 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작업은 그동안 사회로부터 주입된 공동체에 대한 관념적 인식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어줄 수 있는 구체적인 매개, 방식, 환경 등 만남을 위한 가능 성의 접점을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실험이자 탐험이 될 것이다.


인터뷰

혼자 하지만 같이하는 것

[‘책바’를 운영하는 정인성과의 인터뷰]

책바에 대한 소개를 해주세요.

책바는 책과 술의 공감각을 구현하는 바 그리고 심야서점 입니다. 오픈한 지는 2년이 조금 넘었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습니다.

책바가 책을 읽으면서 술을 마시는 공간인데, 시작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원래 저는 회사원이었어요, 당시 독립을 해서 혼자 살았었는데,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뭔가 외롭고 심심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했던 것이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가볍게 술 한 잔을 하는 것이었어요. 특히 책과 영화에서 술이 등장하면 그 술을 꼭 마셔보고 싶었죠. 예를 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보드카 토닉이라는 칵테일을 마셔보고 싶은 것처럼요. 그런데 집에서는 그런 술을 마실 수 없었어요. 기껏해야 와인이나 맥주를 마실 뿐이었죠. 때로는, 집에서 혼자 있기 싫을 때가 있기도 했어요. 그래서 책을 읽으며 좋아하는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 때 살았던 홍대 주변에서 제가 원하던 공간이 없었어요. 다양성의 중심지인 홍대에 없다면 우리나라 전체에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죠. 아, 그러면 내가 만들어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홀린 듯이 회사를 박차고 나와 공간을 열었습니다.

책바에 오는 손님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일단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혼자 오신 분들이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고 최근 통계를 내보니 한 팀당 평균적으로 1.3명이 오셨더라구요. 아마도 혼자 오는 분의 비율이 이렇게 높은 공간은 흔치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이는 25~35세 사이가 많은 편이고 직업은 학생, 회사원, 프리랜서 등등 다양합니다.

그러면 이 분들이랑 대화를 많이 하시나요? 

아니요, 대화를 많이 하지는 않아요. 책바는 조용한 공간을 지향하고 있고 손님들 역시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려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마감 시간 즈음에는 상황에 따라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분들은 일부러 이 때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손님들을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시나요?

일단 공간이 시끄럽지 않도록 컨트롤을 하고 있습니다. 공간이 작기 때문에 목소리가 잘 울리는 편이어서 소곤소곤 대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요, 타인에게 방해되는 정도라고 판단되면 제가 제재를 합니다. 그리고 3명이 넘는 손님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혼자 오신 분들이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도록 좌석 배치도 의도해서 결정했습니다.

손님들이 책바에 다시 오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표면적인 이유는 책과 술이 생각보다 훨씬 잘 어울릴 수 있는 조합이라고 느끼셨을 것이고, 책바는 그 두 가지가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도록 구현하는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저에 깔려있는 이유는 술을 혼자서 마셔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와 혼자 방문한 다른 분들과의 드러나지 않는 연대의식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마치 이런 느낌이죠. 시험 기간 늦은 새벽에 혼자 도서관 열람실에 갔는데, 생각보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책바에 처음 혼자 온 분들은 다들 놀라는 표정을 지으세요. 나만 온 줄 알았는데, 대부분 혼자 와서 책을 읽고 술을 마시고 있어요. 분명 혼자인데 혼자인 것 같지 않는 기분이죠. 사실, 책바는 손님들이 서로 대화를 통해 소통을 하지는 않지만 글을 통해 소통하는 창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게 어떤 것인가요?

몇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빌보드 차트〉란 일종의 백일장이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주제를 정해서 책바 입구에 붙여놓으면 방문하신 손님들은 그 주제에 대해 짧은 글을 써요. 예를 들면, 이번 달의 주제는 ‘습관’인데, 술을 마신 손님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습관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죠. 그렇게 글을 붙여놓으면, 또 다른 손님들이 그 글을 읽고 마음이 가는 것을 선택하여 투표를 합니다. 아, 이 사람은 습관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구나, 하고요. 저는 판을 깔았을 뿐이고, 여기에 참여하는 분들은 보이진 않지만 그들만의 소통을 하는 것이죠. 그리고 다득표에 따라 3등까지 상을 드립니다. 별건 아니고, 술 한 잔을 드실 수 있는 권리에요. 즉, 빌보드 차트는 손님들이 글을 쓰고 다른 분들과 소통을 하며 때로는 술도 마실 수 있는 시스템이죠.

두 번째는 〈우리가 사랑한 문장〉이라고 책바 한 켠에 포스트잇을 붙이도록 해뒀어요. 책을 읽다가 보면 각자가 엄청 빠져들도록 만드는 문장이 하나씩은 있을 겁니다. 그 문장을 수기로 써서 붙이는 거예요. 어느새 한 벽이 가득 찰 정도로 메워졌고, 그 앞을 지나가려는 손님은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꼭 일정 시간동안 서서 글들을 다 읽어봐요. 사진을 찍기도 하고, 글을 따라 쓰기도 하는 등으로 글을 쓴 사람과 소통을 하는 것이죠. 물론 술이 맛있고 분위기가 좋은 것은 공간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영을 하면서 시작과 달라진 점 혹은 개선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공간을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공간도 하나의 생명체라는 것이에요. 처음부터 그대로 유지되는 부분도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바뀐 부분도 있으니까요. 책바도 처음에는 인원 수 제한도 없었고, 목소리도 지금보다 더 편하게 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운영하니깐 다른 공간과 전혀 차이가 없더라구요. 어차피 여러 명이 대화를 나누며 술 마실 공간들은 정말 많으니, 정말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이 든 거죠. 계속 생각했어요, 내가 책바의 손님인데 혼자 왔다면 어떤 공간이라면 좋을까? 하고요. 더불어 비치된 책의 숫자도 점점 많아졌고, 메뉴의 퀄리티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남의 집 거실에 가보셨나요?

[‘남의 집’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김성용과의 인터뷰]

정진서(정) 남의 집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9개월 간 진행되고 있는데,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시작하셨나요?

김성용(김) 남의 집은 회사라는 타이틀을 빼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그래서 내가 가진 생산수단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했는데, 저는 회사 생활을 계속했고, 업무도 디자이너나 개발자처럼 본인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서, 저는 회사를 따로 떨어뜨려 놓고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저는 아는 형의 전세집에 하숙을 하고 있습니다. 고민하던 중,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거실이 있는데, 집에 오시는 분들이 다들 거실을 좋아했어요. 형에게 양해를 구하고 거실을 활용하여 작게나마 돈을 벌어보는 경험을 하자는 것이 첫 발로였습니다. 거실에서 무언가 다양한 이벤트를 해서 사람들을 불러모아 돈을 벌어보자는 것이 남의 집 프로젝트의 첫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한두 달 해보니, 처음에 목적했던 “돈 버는 것”은 글렀다는 결론을 빨리 얻었습니다. 내가 들이는 시간 대비, 거실이라는 공간의 한계로 많은 사람을 불러들이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였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했죠.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것을 발견했는데, 오셨던 분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저도 좀 신기했고요. 모르는 사람들이 왜 남의 집 거실에 왔을까부터 시작해서 오신 분들과 얘기하면서 얻게 된 경험들이 좋아서, 돈 보다는 이 좋은 경험을 계속 유지시켜 보고, 계속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계속 생겼습니다. 그리고 저희 집에 손님으로 오셨던 분이 이런 프로젝트를 경험해 보시고, 자신의 집에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주셔서 게스트였던 분이 호스트로 전환이 되어 다른 사람의 집에서도 진행을 하게 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확장이 되었습니다.

9개월 동안 진행으로 하며, 수입이 아니라 경험으로 목적이 변화가 되었는데요. 변화 속에서도 프로젝트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있을까요?

첫 번째는 다른 분들 집에서 진행할 때, 묘한 매력같은 게 있습니다. 다들 처음에는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공간이 매력이 있겠냐고 반응을 하십니다. 저도 처음에 이사 왔을 때에는 저희 집이 되게 예뻤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이 주일이 지나니까 금새 시무룩해지더라고요. 제가 하는 일도 처음에는 “와 재미있다.” 하다가도 몇 달 지나면 금새 시무룩해졌고요.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 그렇게 변화되는데, 다른 사람이 그 일상을 보고 다른 방향으로 꺼내주면 좋은 컨텐츠가 된다는 것을 지난 9개월 동안 체득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호스트분들께 이런 이야기로 설득을 하고 그 분들의 컨텐츠를 꺼냈을 때의 재미와 쾌감이 제일 큰 원동력 같고, 게스트 분들이 와서 그 컨텐츠를 경험했을 때 제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게 작용을 하는지 또는 예상과는 다르게 작용되는지를 보는 것이 두번째입니다. 

한 가지가 더 있는데, 지금 남의 집의 캐치프레이즈를 “낯선 이들의 만남”으로 하고 있는데, 의도하지 않았지만 모이는 분들이 다 낯선 사람이다 보니 처음에는 다들 어색해를 하지만, 하나의 주제를 바탕으로 모으다 보니,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집이란 공간이 주는 포근함 같은 것이 있는지, 금새 친해지고 본인들도 신기해하시더라고요. 옆에서 보는 저도 신기하고.

이렇게 처음 만난 사람들이 발제자를 통해 서로의 관심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늘상 만났던 사람들에게는 못했던 속에 있는 얘기를 가볍게 하더라구요.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을 하고, 그것을 만족해 하시는 것에 대한 만족감. 이렇게 세가지가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처음 만난 사람에게 더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나 봐요. 저도 이번에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부담이 없는 것 같아요. 성격은 기득권이라는 말처럼 저 사람은 나를 모르니까 하고 싶은대로 행동할 자유가 생긴다고 생각했어요.

박주영(박)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서 달라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잖아요. 이미 형성되어있는 이미지가 아예 없으니까.

계속 발제자와 주제를 갖는 모임이었고,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서로 친해지는 자리가 부족했다라고 올리셨었잖아요? 남의 집 영화관 이후에 그런 필요가 컸었는지, 그 후엔 모임 자체를 ‘놀기’를 주제로 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긴가민가 해서 조금씩 열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돈을 내고 여기까지 올까 해서 무료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그러다가 사람들이 온다는 확신이 서서 유료로 전환을 했어요. 유료로 전환한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보다 무료로 하니 항상 노쇼가 생겼습니다. 노쇼의 방지차원에서 참가비를 받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과연 돈을 낼까 싶었지만, 정말로 돈을 내더라구요. 처음에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끝냈는데, 진행할 때 마다 참여하신 분들께 설문지 형식으로 피드백을 받고, 프로젝트에서 아쉬웠던 점에 대해서 의견을 받다 보니, 계속해서 자주 나온 이야기가 호스트가 궁금해서 왔지만, 막상 와보니 같이 모였던 손님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고, 그들 간의 교류가 없어서 아쉽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남의 집 영화관을 할 때, 처음으로 뒷풀이를 해봤어요. 새벽까지 술자리가 이어지고 다들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에 남의 집 마당놀이는 노는 것을 컨셉으로 해보자고 했는데, 처음 보는 분들이 정말 잘 노시더라구요.

물론 기획하신 분들이 행사 기획자라 스토리가 있는 놀이가 되었는데, 이 프로젝트 참여하신 분들이 다른 프로젝트 보다 좀더 끈끈하다거나 하는 관계의 변화가 있었나요?

프로젝트 진행할 때, 원래 단체 채팅방을 안 만들었어요. 이 날은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도 새벽 두 시까지 놀았어요. 그렇게 재미있게 놀았는데 허무하다는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친 분이 몇 분 계셨습니다. 그래서 단체 채팅방을 만들까요 라고 물어보니 모두들 원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채팅방을 만들었고, 뒷풀이 하자, 10월 중에 만나서 만두 빚고 ​​놀자는 그런 얘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그럼 점조식이 형성이 되었네요. 저희가 하는 프로젝트가 지속적인 것이 가능한 만남을 만들 것인지 일회적인 만남으로 끝나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만들어지게 될 것 같아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마당놀이를 하면서 지속적인 것이 처음 생간 것인가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제 입장에서 지속적인 것이 오히려 부담이긴 합니다. 그래서 채팅방을 만들어놓고 그 호스트가 알아서 해주시길 바라며 저는 떨어져 있어요. 그 후에 어떻게 만드시나 지켜보고 있고, 그 분들이 어떻게 잘 하시는지 결과가 나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이 왜 남의 집 프로젝트에 올까요? 궁금하고 컨텐츠가 있으니까 그 컨텐츠를 보고 오는데, 이 컨텐츠가 없어도 크게 문제가 안되는, 꼭 해야 된다고 하기 까지는 강력하지 않은 컨텐츠 들임에도 사람들이 왜 올까요? 이 포인트가 저희가 사람들을 오게 만들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이유로 저도 계속 사람들의 피드백을 알기 위해서 구글 폼을 만들어서 피드백을 받습니다. 처음에는 없다가 남의 집 영화관 때부터 넣은 것이 신청동기였습니다. 남의 집인지, 영화관인지. 남의 집인지 마당놀이인지를 고르게 했습니다. 거의 비등비등하지만 남의 집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고 오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모수가 많지 않아서 정확하진 않지만, 그냥 남의 집이 궁금하구나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컨텐츠에 따라 필터링을 해야 하지만 사람들이 오는 근원적인 이유는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공간에 대한 궁금함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쨌든 누군가를 만나고 싶고 내가 있는 곳에서 다른 공간을 가고 싶어하는 욕망들은 기본적으로 깔려있다라고 볼 수 있겠네요?

네 맞습니다.

처음에는 회사분들이 오셨잖아요? 그 후에는 참여자를 모집할 때 필터링은 어떻게 하셨나요? 지원하는 분들을 다 받지는 않으셨죠?

저희는 선착순은 하지 않고요. 일정기간, 보통 3~4일 정도의 신청기간을 두고 네이버 예약을 통해서 받고 있는데, 신청자 분들이 주로 본인의 성별, 하시는 일이나 학생들도 종종 오시기 때문에 공부같은 내용을 받습니다. 그리고 지원 동기, 본인의 SNS나 블로그도 받는데, 선택사항으로 두고 있어요. 이 정도 정보만 받고 있어요. 대부분의 주로 SNS 공개해주신 분 위주로 받고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 진행할 때는 제가 감당하는 거라 괜찮지만, 호스트분이 하실 때는 아무래도 집에 들이시는 것이다 보니 오시는 분들에

대해 궁금해하시거든요. 거기에 대해선 SNS를 통해서 많이 안도하시는 것 같아요. SNS를 공개한 사람들은 본인의 생활이나 얼굴이라던가 다 보이니까요. 지금까지는 대부분 정원을 넘는 분들께서 신청해주셔서 선별의 과정이 필요했거든요. 호스트 분들께 일정기간 동안 선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드려요. 직접 하시겠느냐, 저한테 일임을 하시겠느냐. 대부분 본인이 직접 하시는데 주로 SNS 공개된 분들을 많이 선택하시더라구요.

그런 사전 정보가 있어야 안심을 하시는 거죠.

그리고 그 분들 입장에서도 남의 집 프로젝트를 하게 된 이유 중에 새롭고 매력적인 사람을, 본인도 알고 싶은 컨텐츠가 있는 분들을 원하는 니즈가 있어서 SNS등의 정보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매칭에 있어서 어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을 하세요? 아니면 그냥 매칭이 되는걸 시스템이나 플랫폼만 제공을 하고 알아서 되게 놔두세요?

보통 호스트 분께 의사를 여쭤봐요. 신청을 하면 리스트를 보여드리고요.

그러면 거기서 직접 무언가 작용을 하지 않나요?

호스트분이 하시겠다고 하면 저는 작용을 안하구요. 호스트분이 성격 상 누구를 자르지 못하시면 그때 제가 그냥 임의로 판단을 해서 선별을 합니다. 제공하는 컨텐츠가 모이는 분들에 따라 많이 바뀌는 성격이다 보니 신중한 편이죠. 케미가 맞아야 그 모임의 만족도가 달라지니까요.

저희 핵심은, 왜 오는지를 파악하는 것과 매칭을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주 작업이라서, SNS를 보거나 신청하신 분들을 기다리는 것 말고 다른 것이 있을까요?

그건… 감으로, 그 사람에 대한 흥미라고 해야 할까요?

동네란 이름이 붙은 컨텐츠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으세요? 한동안 이 컨텐츠 위주로 몇달 동안 진행하셨는데요.

이 프로젝트들은 남의 집 프로젝트와는 결이 좀 다른 것이고요. 제가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2년 정도 연희동 주민으로서 느꼈던 바인데, 제가 입주할 때부터 책바도 그렇고 뜨는 가게가 많이 생기는 타이밍이었습니다.

연남동이 뜨고 나서 넘어올 시기였죠.

연희동에 재미있는 가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제가 그 때 연희동 마을기획단이라고 연희동 주민센터에서 하는 마을 자치활동을 했어요. 호기심에 연희동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요맘때에, 연희동 주민센터에서 모집하더라고요. 마을기획단에는 주로 연희동 토박이 분들, 어르신들이 많이 계세요. 그런 분들과 얘기하면서 예를 들어, “책바라고 아세요?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데?”하면 “뭐 모르는데”하시고 그러세요. 그 때 연희동 주민들은 이 재미있는 가게들을 모르는지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되려 연희동에 안 사시는 분들은 어떻게든 찾아오시는데, 근처 계시는 분들이 모르고 누리질 못하는 것을 보고 제가 내릴 결론은 요새 가게들은 SNS로 홍보를 많이 하니까 연령대가 높은 연희동 주민들은 접근성이 떨어져서 누리질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게 문제의식 이었어요. 주민들도 지역에 있는 이렇게 재미있는 컨텐츠를 누리면 좋을 것이고, 지역의 점주님들도 지역 주민들이 단골이 되어야 아무래도 낫잖아요? 이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고 주민과 지역의 컨텐츠를 연결하고 싶었는데, 남의 집 프로젝트를 하고 있던 차니, 남의 집을 플랫폼 삼아 이것을 해보자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동네를 컨텐츠로 할 때는 제가 재미있었어요. 주로 제가 관심있는 가게나, 젊은 이들은 많이 아는데, 여기 분들은 모를 법한 가게들이었고, 제가 처음 가는 가게가 많았습니다. 처음 간다는 것은 거기 사장님들하고 처음 얘기하는 가게들을 말하는 거죠. 빵가게나 케그 스테이션 이런 곳들은 사장님과 손님이 얘기를 많이 하는 구조가 아니었는데, 가서 연희동 주민이고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데 관심 있으신지 물어보면 대부분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그 분들이 그만큼 주민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서 진행을 했고, 저 스스로는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신청하신 분들 중에는 예를 들면, 밤의 서점이라는 서점을 했을 때는 밤의 서점이 궁금해서 신청을 하고 당연히 밤의 서점에서 하는 줄 알았는데, 왜 이상한 남자집에서 하니까 취소하신 분들도 있었어요. 그 부분이 진행하면서 핏이 안 맞아요. 세 개 정도 가게를 해보고 내 집에서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됐습니다.

가게를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장소가 가게가 아니니까요.

동네 사람들끼리, 거주자와 거기서 영업으로 생업을 하시는 분들의 연대를 이루고 싶어서 서점을 열었다는 부분에서 내가 동네가게로 모을 수 있는 분들간의 연대도 잘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 역시도 이때를 계기로 밤의 서점 사장님이라던가 케그 스테이션 사장님과 친해지고 교류가 생겨서 아직 프로젝트를 하지는 않았지만,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동네에서 네트워크가 생긴 느낌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동네 커뮤니티가 형성이 되셨네요?

이거랑 남의 집 프로젝트에는 풀지는 않았는데, 아까 말씀드린 연희동 마을기획단이 연희동에 살면서 큰 의미였던 것 같아요.

저희는 여기서 집이 멀지는 않아요. 명지대 쪽에서 30년 동안 살고 있는데, 연희동은 늘 익숙한 동네였어요. 요즘에 굉장히 많이 변화가 일어나서 반가우면서 한편으로는 불안합니다. 고즈넉함이 남아있는 마지막 보루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저희가 고등학교 때부터 홍대 쪽에서 놀았는데, 젠트리피케이션에서 쓰신 것처럼 처음에는 안쪽에서 놀다가 점점 바깥으로 합정으로 갔다가 옮겨갔어요. 상수로 갔다가 망원으로 갔다가, 연남까지. 연희동까지 그런 상업화가 오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스튜디오를 여기로 얻었거든요. 원래 사시던 이태원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옮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말이 되게 허무하게 들리지 모르겠는데, 저도 곧 이사가요. 저희 집도 2년 계약이었는데, 11월에 계약 만료거든요. 집주인이 4,000만원을 올렸어요. 이거는 나가라는 얘기구나. 그래서 남의 집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시작했던 저희 집에서는 다음달이 마지막이고, 프로젝트 PM으로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집에서 프로젝트를 하는 방향으로 확장을 하고 있는 추세라 다른 집에서 계속 하면 되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면도 있죠. 이태원에서도 집이 팔려서 여기로 온 거였거든요.

남의 집 프로젝트의 홍보는 어떻게 하시나요?

홍보는 인스타와 페이스북 두 가지로만 하고 있습니다.

SNS 홍보 자체도 자기가 보려고 해야 볼수 있는 방식이잖아요? 그러니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그것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노출이 된다고 판단을 해도 되겠네요?

저도 이 모임 컨텐츠 자체가 마중물이 되는것이라서,남의 집 영화관 같은 것은 기획을 했을때, 누구나 매력적으로 볼 것 같다라는 생각에 페이스 북이나 인스타 광고를 돌리려고 했었어요. 팔로워도 덕분에 늘기도 하고, 유입은 확실히 많이 되는데, 부작용이 생겼어요. 기존의 저희 SNS에 계셨던 분들은 남의 집 프로젝트가 뭔지 아시고, 맥락을 알고 계시는데, 광고를 통해 오시는 분들은 모르는 상태에서 오시고 이게 뭐지라고 이상하게 보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원래 아시는 분들은 뭘 해도 호감을 갖고 접근해 주시는데, 처음 보시는 분들은 “이걸로 장사를 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건이 그런 예가 될 수 있겠네요.

넷플릭스가 저에게는 임팩트가 컸어요. 커뮤니케이션을 잘못하고 어설프게 광야로 나갔다가는 뚜드려 맞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넷플릭스 이슈가 나기 전까지는 저희 SNS에 모이신 분들에 대한 개념 자체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어쩌다 어떻게 모이신 분들이고 알리는 창구로만 생각을 했지, 그분들이 뭔가 네트워크가 된다거나 내가 생각하는 것과 싱크가 맞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넷플릭스 때문에 사람들이 욕을 할 때, 방어해주시는 분들이 거기서 생기는 거에요. 그 동안 내가 올린 것들을 사람들이 읽고 이해도가 맞는 분들이 생긴 거였구나. SNS의 팔로워라는 것이 단순히 “좋아요”가 아니구나. 그런 걸 깨달았죠.

저도 처음에는 보고, 독특한 컨텐츠와 플랫폼이라 그런지,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브런치를 반쯤 읽고 보니 그 때 느낌이 오더라구요. 저희가 고민하는 것이 마지막 솔루션을 어떻게 해야 하는 입니다. 공간적 솔루션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공동주거를 하는 빌라 촌들, 신촌에 대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그런 곳의 사람들이 집이 좁아서 안되는 것이 많이 있으니, 그런 공간을 확보해주면 불편함이 해소되지만, 그 새로운 공간의 컨텐츠가 문제였어요. 그래서 거실이라는 것을 갖고 있는 집들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거실이라는 플랫폼도 와 닿았습니다. 거실은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기 가장 좋은 곳이니까요. 그래서 저희의 솔루션으로 동네를 위한 거실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문제가 오는 사람들인데, 동네에 열어놓으면, 중고등학생들 모여서 담배 피기 좋은 그런 곳이 되니까요.

관리하고 운영하는 사람이 없으면, 사실 껍데기 밖에 없어서 안 하느니만 못하는 게 될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저도 걱정인 것이, 뭔가 확장을 할까하고 생각을 하면, 쉽게 바로 떠오르는 것은 에어비앤비 모델이에요. 열어놓고 알아서 등록하고 알아서 신청하도록 남의 집 플랫폼을 열고 알아서 모객하면 이상하게 변질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니까요. 매번 저같이 누군가 매니저가 붙어서 하기에는 운영 리소스가 상당히 많이 들게 되고 그러려면 회사가 되야 하니까 그런 방식은 회사를 다니는 입장에서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에어비앤비도 최근에 한인도 안받고 문제가 많았잖아요? 저희가 제일 관심있던 것은 사람을 모으고, 그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가입니다. 그에 관해 좀 더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모이신 분들의 영속성은, 저도 이끌어는 주고 싶지만 말씀 드린 것처럼 저에게는 부담이라서 호스트 분이 이끄셔야 하는데, 호스트 분도 그분들의 성향에 따라 다르고 본인이 준비한 것을 발표하기도 바쁘기 때문에요.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발전했으면 좋으실 것 같아요? 호스트가 늘 주제를 얘기를 하지만, 마당놀이 등을 통해서 노는 것도 경험해보셨고, 방향성같은 것들이 있나요?

이제 깊이 고민을 하려고요. 9개월동안 벌려만 놨던 것 같고요. 이제는 정리를 좀 해야겠다. 그냥 무작정 막 재미삼아 단계는 아닌 것 같아서, 아직 저도 찾고 싶어요. 찾아가는 단계입니다.

집에 누군가를 들인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스러운데, 그런 욕구가 남들에게도 내재되어있으니까 호스트 분들도 이걸 하신 거잖아요? 글에도 쓰셨지만, 이제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간다라는게 어떤 느낌 때문에 그러세요?

제가 감당이 안 된다고 했던 것은, 이전까지는 호스트와 게스트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안 만들다가 남의 집 영화관에서 처음 만들었는데, 만들기 전까지는 제가 기획한 범주에서 끝났었어요. 호스트가 줄 수 있는 것을 잘 전달만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끝이었는데, 점점 사람들끼리 놀게 하고, 커뮤니케이션하다보니 이건 제가 기대하거나 예상하는 것이 아닌 정보들이 많잖아요. 이 게스트와 저 게스트가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올 지 모르는 상태이고 서로 신나서 노는 걸 보니 그때 저의 통제범위를 벗어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예상치 못한 시간이 만들어졌구나.

연령대가 다양하나요? 

아뇨. 30대 초중반이 많은 편이에요.

외로울 때, 이제 사회에 막 나와서 친한 친구들은 서로 바빠서 만나기 힘들고.

맞아요. 그 나이때면 주말에 결혼한 친구들은 육아 같은 거 때문에 못 만나니. 나는 지금 놀 준비가 되어있죠. 재력도 있고 다 되어있는데, 친구를 못 만나니까 오셔서 재미있게 노시기도 하는 것 같아요. 거기다가 나름 주제별로 관심사가 필터링이 되어서 증폭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 대해 좀 알게 되고 관심사와 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30대 이니까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더 나이 많은 분들은 어떻게 놀까? 궁금하더라구요.

저희도 40대는 거의 참여를 안하세요. 도서관은 40대 이상도 많이 하셨어요. 아무래도 인터렉션이 있는 게 아니고 책을 보다 가는 것이다 보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뭔가 놀거리를 주는 주제는 거의 2~30대가 대부분이었고요.

향후가 기대되긴 해요. 몰랐지만 물리적 환경이 앞으로 완전히 변하니까, 그 후에는 어떻게 될 지 궁금해요. 같이 사시는 형님과는 오래된 관계세요?

대학교 때, 대외활동 할 때 알게 되었고, 그 다음에는 같이 살게 되고. 그때는 아는 좋은 형 정도였는데, 같이 살면서 더 좋아졌죠. 이태원에 살 때는 아는 동생까지 3명이었는데, 그런 쉐어하우스를 근 3년 동안 해와서 남의 집 프로젝트를 하는게 가능했던 것 같아요. 30대 남자 셋이 이태원에서 사니까 평일이건 주말이건 항상 손님들이 왔어요. 그 당시에는 집이 제 집이 아닌 느낌이었어요. 방만 내 공간이지, 항상 거실에는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와있어서, 공유에 대해 익숙했기 때문에 이런 것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집에 들어와 있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꺼려하잖아요. 세분은 친한 분들이라서 잘 맞았지만, 쉐어하우스에 입주할 때에는 아무리 면접을 하더라도 불편한 사람이 걸러지지 않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서 밖에서 무언가를 찾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집에 누구를 들이는데, 그 누구가 모르는 사람이라서 불편한 점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어느 정도 강제적으로 면역이 되셨었네요.

저로서는 당시에 재미있었어요. 세 명의 네트워크, 분야도 다르잖아요. 거기에 관련된 사람이 오다 보니 모르는 얘기도 많이 듣게 되고, 또 그 사람들은 하룻밤 얘기하고 가시다 보니 저로서도 신선하지만 부담은 없고. 남의 집도 숙박을 하는 것은 아니고 3~4시간 얘기 나누고 헤어지는 느슨한 관계기 때문에 부담을 안 느끼는 것도 있고요.

저희 포인트도 그거 였어요. 서로 옥죄지 않는 관계.

제가 영화관 했을 때 느꼈는데요. 느슨하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저도 처음으로 뒷풀이를 했는데,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시간 리밋을 안 두고 마시다 보니 12시가 넘었어요. 그 중에 한 분이 가셔야 해서 마쳤는데, 마치고 나서 받은 피드백 중 과반수 이상이 뒷풀이가 좋았는데 너무 길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연희동이라 교통이 불편하기도 하고 그러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카카오가 5년 이상 근속하면 3개월 주는 휴가가 있어요. 저도 이제 곧 3개월 휴가가 나와서, 여행을 갈까 하다가 이 프로젝트가 저한테도 의미 있고 다들 재미있어 하셔서 3개월동안 풀타임으로 남의 집을 했을 때 어떻게 될지 저도 궁금한 거에요. 제가 온전히 여기 시간을 쏟았을 때 어떻게 바뀔까? 11~12월에는 안식휴가를 쓰고 이걸 집중적으로 할 것 같아요.

그러면 그 후에는 두렵지 않으세요? 여기에 온전하게 시간을 쏟으면, 이건 회사업무가 아니라 내 컨텐츠인데 이쪽으로 확 흘러 들어가버릴까 하는 두려움은 없으세요?

그렇죠.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더라구요. 저도 모르는 것을 할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발견되거든요.

집에 빨래 널 곳이 없어서 카페에 갔다.

[런드리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이현덕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런드리 프로젝트의 특성을 에세이 형식으로 서술]

“술 마시면서 책 읽는 것이 가능해? 하하핫.” 책바 근처 카페에서 일을 하다가 우연히 옆 테이블에서 들은 소리다. 운영한지 어느새 3년 차가 되었고, 공중파를 비롯한 각종 언론에서도 사랑받는 공간으로 소개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듣는 이야기다. 그럴 때마다 나는 특유의 반골 기질을 드러내며 속으로 대답하곤 한다. ‘경험해보지 않고는 함부로 이야기 하지 마시라.’ 그런 나조차도 이 공간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듣는 순간, 똑같은 반응을 나도 모르게 내뱉어버렸다.

“카페와 세탁소를 한 공간에서 동시에 운영한다고? 그게 가능해?”

사람이란 어쩔 수 없나보다. 생각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 앞서는 경우가 때때로 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호기심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책바처럼 연결이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연결 시켜낸 공간이 궁금했고, 서둘러 발걸음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간 곳은 서교동에 있는 워시타운(Wash town)이다. 워시타운은 해방촌에 위치한 런드리 프로젝트(Laundry project)의 2호점이다. 택시에 내려 처음으로 공간을 마주한 느낌은 기존에 상상해오던 세탁소라기 보다는 인스타그램에 등장할 만한 인상적인 디자인의 카페였다.

‘DRINK HOT, WASH COOL, LIVE BETTER’ 문에 적힌 이 세 문장 만으로도 공간이 지향하는 바를 유추 해볼 수 있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두꺼운 뿔테에 넉넉한 인상을 지닌 남성이 인사를 건넸다. 직감적으로 이현덕 대표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공간을 운영하기도 하고 손님으로도 이용하는 경우가 동시에 있으니, 이제는 인상만 봐도 직원과 대표가 구분된다. 어쨌든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먼저 공간부터 탐색했다. 입구 우측에는 뉴욕의 친환경 패브릭 코스메틱 브랜드인 런드레스(The Laundress)를 비롯한 각종 브랜드들의 빨래 세제들과 마르코 폴로(Marco Polo)와 같은 홍차 브랜드들이 함께 놓여있었다. 참 생경하면서도 흥미로운 느낌이었다. 책바에 오신 손님들도 책과 술이 함께 놓여진 것을 보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까. 좌측 구석을 살펴보니 ‘Wash here!’ 라는 문구와 함께 드디어 코인 드럼 세탁기와 건조기가 보였다. 제대로 왔구나, 싶었다. 이현덕 대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프랑스에서 유학 생활을 했으며, 한국에 돌아와서는 방송국의 무대 디자이너와 지방 도시 활성화를 위한 컨설팅을 했다. 도시와 공간에 특히 관심을 가졌던 그는, 그 중에서도 지방 도시 컨설팅을 경험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 도시가 활성화되는 것은 좋은데, 소위 젠트리피케이션도 잇따라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동네의 기반이라고 볼 수 있는 세탁소와 이발소, 쌀집 등이 가장 먼저 문을 닫았다. 그는 이 공간들이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생 가능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해방촌에 사는 친구로부터 외국인들이 쉐어 하우스에서 살면서 빨래방을 많이 이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침 해방촌도 젠트리피케이션 이야기가 등장할 때마다 거론 되었던 동네였으니 이 곳에 차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공간의 이름이 런드리 프로젝트다.

런드리 프로젝트는 먼저 독특한 카페로 알려졌다. 사실 매출도 처음에는 카페가 월등히 높았다. 그러다가 세탁기가 없는 셰어 하우스 혹은 원룸에 사는 이들이 세탁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매출은 동등한 비율을 이룸과 동시에 서교동에 2호점을 내게 되었다. 이현덕 대표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을 만나 서로의 근황을 나누고 관심사를 공유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른 손님들이 만날 수 있도록 연결다리 역할도 했다. 이렇게 런드리 프로젝트는 빨래방과 카페와 동시에 일종의 마을 주민들이 편히 드나드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단골 손님과 공간의 주인의 친밀도는 주인이 자리를 비었을 때 빛이 난다. 그가 점심 시간에 식사를 하러 가면 그 자리를 단골 손님이 채워 다른 손님을 맞는다. 마치 부동산에 갔을 때 사장님은 없고,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대신 맞이하듯이 말이다. “어이, 김사장 식사 잘하고 있어? 지금 원룸 알아보는 복학생 한 명 왔는데 언제쯤 올 수 있는겨?”

처음에 왔을 때는 이용하는 사람이 없길래 반신반의 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하나 둘씩 들어온다. 몸집만한 이불을 낑낑대며 들고 오는 할머니, 계절이 바뀌면서 겨울 옷을 개시하는 것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등등. 그리고 이들은 머뭇거림 없이 세탁기 쪽으로 향했고, 버튼을 눌러 작동 시킨 후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주민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모습이었다. 빨래 시간이 40분이 걸리는 것을 확인한 할머니는 집에서 TV를 보고 온다고 하셨고, 젊은 여성은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일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기존의 코인 세탁소에서는 비치된 만화책을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곤 했는데, 역시 공간에 따라 사람의 행동이 변하게 된다.

책바에서도 빨래감이 종종 발생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컵을 닦는 린넨 소재의 바 타월이다. 주기적으로 뜨거운 물로 빨래를 하지 않으면 냄새가 나서 아무리 바빠도 꼭 챙겨서 한다. 그 때마다 연대 서문 근방에 있는 코인 세탁소를 이용하곤 했다. 세탁과 건조는 각각 30분, 총 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 빨래를 돌리고 근처 카페에 가서 일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그런데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세탁소에서 카페까지 걸어서 5분 넘게 걸렸으니깐. 더불어 세탁이 끝난 뒤에는 건조 시키기 위해 빨래를 꺼내서 건조기로 옮겨야 한다. 한 시간 동안 무려 세 번이나 왕복해야하는 셈이다. 그 생각을 하니 이 공간이 정말 간절해졌다. 빨래를 하고 동시에 일도 하며 때로는 운영자가 연결시켜준 동네 주민들과 소통까지 하는 쏠쏠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대표님께 카카오톡을 보내봐야겠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모인다.

[트레바리 서비스의 모임에 참여하는 사용자 인터뷰를 대담 형식으로 기술]

트레바리(Trevari)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독서토론 모임이다. 4개월(한 달에 한 번 모임)이 한 시즌인데, 이용 비용이 높은 금액(19만원/29만원) 임에도 불구하고 회원수가 2년만에 1,200명으로 늘었다. 재가입율도 60%가 육박한다고 한다. 〈가능성의 접점〉 팀은 트레바리 회원과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서면 인터뷰 질문

  1. 트레바리를 알게 된 경위는 어떤 것입니까?
  2. 저렴하지 않은 금액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로 가입 하셨나요?
  3. 트레바리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4. 트레바리에서 만난 회원들과의 관계는 기존의 인간관계와 다른 특징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5. 회원들과는 트레바리 내 모임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시나요?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유지하시나요?
  6. 트레바리를 계속 하는 이유는 어떤 것인가요? (그렇지 않다면 그만하게 된 이유)
  7. 운영진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가입 초기와 지금이 다른 점이 있나요?
  8. 트레바리 외에 다른 모임도 하는 것이 있습니까?
  9. 외부 모임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점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10. 트레바리에서 겪은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11. 트레바리에 아쉬웠던 점이나 바라는 점을 편히 서술해주세요.
  12. 기타 (상단에 소개한 프로젝트 내용과 관련하여 혹시 하실 말씀 있으시면 기재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 1] 윤성필

남성, 트레바리 2년 정도 활동, 활동 중

1. 사회생활을 하며 분야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줄어들어 아쉬운 와중에 지인으로부터 좋은 사람들이 많은 독서 모임이 있다고 해서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2. 독서모임에서 가격을 선정한 사례가 딱히 없기에 비교할 수도 없었으며, 4달에 20만원이라는 돈이 직장인으로서는 크게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신뢰할만한 지인의 추천이었기에 기대감으로 가입을 했습니다.

3. 야구와 데이터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책들을 읽으며 토론하는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4. 사실 트레바리 멤버라고 만나는 사람들이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먹고사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에 트레바리 사람들과도 결국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먹고사니즘으로 귀결될 때가 많죠. 그런데 트레바리는 정기적으로 자주 만날 수 있는 환경(모임 1번, 번개 1번)과 대화 콘텐츠(책)을 제공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멤버들과 책을 매개로 이야기하다 보면, 매달 다른 주제의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제 머릿속을 왔다 갔다 합니다. 사회생활하면서 이런 경험을 하기는 사실 쉽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5. 단체방을 계속 유지해서 정기적인 만남을 지속하기도 하고, 활동 반경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퇴근 후 술 한잔 하는 경우들로 지속시키기도 합니다.

6.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서로가 나누는 대화가 재미가 있을 때도 혹은 재미가 없을 때도 있죠, 그렇지만 트레바리를 하지 않는다면 일과 관련되거나 같은 분야에만 있는 사람들과 계속 지낼테고 더 시간이 지나면 내 머리가 굳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같은 생각을 오래 한다는 것은 그만큼 깊이가 깊다는 이야기지만, 요즘에는 깊이와 함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7. 2년 정도하다 보니 운영진들과는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가입 초기 때야 규모가 작았기에 모임 하는 중간에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일하는 공간으로 찾아가야 되는 점은 달라진 것 같네요.

8. 축구, 야구 동호회를 하고 있습니다.

9. 1) 재미가 있는가? 2)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인가? 3) 힘들고 피곤해도 나에게 긍정적인 요소가 있는 것인가?

10. 젠더 이슈에 대해 굉장히 무감각한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SNS나 매체들을 통해서 기본적인 개념과 현 상황들은 알고 있었으나, 시대 흐름에 맞춰야겠다는 느낌이었지 자발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그러던 와중에 ‘82년생 김지영’과 ‘맨박스’라는 책을 함께 읽는 날이 있었고, 그 토론이 트레바리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젠더 이슈 관련해서는 남성분들이 그저 조심하기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너무 편한 사람에게는 기존에 가진 생각을 관철시키는 말만 하고, 어려운 자리에서는 그저 사회적 분위기에만 맞추면서 행동하기만 했죠. 그런데 트레바리에서 두 책을 읽고 실제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그냥 평범하게 살았던 남자들도 주의해야 할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성, 여성 서로가 의견을 편하게 나누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토론 후에는 각자의 머리 속에는 올바른 가치관들이 자리 잡아가는 경험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11. 트레바리의 큰 매력은 독서와 토론을 통해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규모가 커질수록 운영진들이 직접적으로 컨트롤하기 보다는 멤버들이 자유롭게 뛰어놀수 있는 판을 잘 깔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년 동안 하면서 정말 많은 친구들이 생겼고, 그들을 통해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새롭게 들어오는 멤버들도 각자의 모임에만 갇혀있지 않도록 다양한 판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네요.

12. 프로젝트에 대한 진행과정이나 정보를 볼 수 있는 공간이나 SNS가 있으면 알려주시겠어요?

[인터뷰이 2] 익명

익명 여성, 트레바리 1년 정도 활동, 활동 중단

1.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재미있는 활동을 많이 하는 친구의 피드에, 트레바리가 태그되어서 올라옴) 대표님께서 친구 신청을 하셨는데, 재미있는 사람 같아서 피드에 눈이 감.

2.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더 끌렸어요. 그 금액을 내고 오는 사람들이, 준비 없이 올 것 같진 않았습니다. (기존 독서모임에서는 책을 제대로 읽고 오지 않는 분들도 많이 봤기에) 클럽마다 주제가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고, 관심분야지만 모르던 분야를 공부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에 찍힌 사람들이 무척 즐거워 보여서 즐거움에 동참하고 싶었어요!

3. 지금은 활동하지 않고 있고, 활동하는 기간 동안 멤버로 여행, 번개, 독서모임에 참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트레바리 예술아 모임에서 떠났던, 두 번의 제주도 여행은 정말 알찬 시간이었어요.

4. 개인 차가 있겠지만, 기존의 인간관계와 다른 것은 직간접적인 이익관계가 없는 새로운 사람들이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자아 분출하기가 편했어요.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 대한 순수한 탐구(?)심도 많았고요. 기대 이상으로 트레바리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로 배운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5. 네, 몇몇 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친해져서 친구로 지내고 있고, 다른 어떤 분은 친하진 않지만 서로의 생각이나 삶의 방식이 맞아서 간혹 연락을 주고 받아요. 또 잘 모르는 분이지만 (알고 싶은 사람은) 트레바리라는 연결고리로 SNS친구가 되어서, 그 분의 생각을 읽고 있습니다.

6. 지금은 트레바리를 하지 않고 있어요. 처음 클럽 하나를 해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것저것 신청했다가, 아무것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또 처음만큼 새로운 사람에 관한 호기심도 떨어졌고, 갑자기 늘어나는 인간관계가 조금 부담스러워 진 것도 있어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이유는, 일상 생활이 무척 바빠졌기 때문입니다.

7. 가입 초기도 멀었고, 지금도 먼 사이에요.

8. 다른 독서모임을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9. 사람을 통해 더 알아가고 싶은 혹은 함께하고 싶은 분야, 솔직하고 부담스럽지 않고, 알찬 시간.

10. 아무래도 커뮤니티다보니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람인 것 같아요. 예술 분야에서 알게 된 분께는, 예술분야의 책을 함께 읽는 것 외에도 삶을 사는데 많은 영감을 받은 것 같습니다. 트레바리 활동 중의 일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인 친분을 쌓으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내가 디자인 하는 삶’ 에 관해 계속 질문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그 분께서 초대해주신 행사나, 강연, 그리고 대화가 무척 좋았습니다.

11. 클럽이 늘어나고, 회사가 커지면서 질이 조금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클럽장이 있는 회비 29만원의 클럽 말고요.) 기존 클럽에서는 클럽장이 아니더라도, 그 분야에 반 전문인이 클럽을 이끌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후 트레바리가 커지면서, 전문성보다는 그냥 리더쉽 있는 분들께서 리더를 많이 맞으셨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최종 결과물

마음의 거실

삶을 위한 공간의 부족

현시대의 주거 형태는 1인 가구의 비중이 현격히 늘어나면서 공동주택 및 집의 형태와 기준이 변화되었다. 더욱이 임대료의 상승으로 인해 점차 작은 형태의 마이크로 주거 공간이 생겨나고, 셰어하우스 같은 새로운 가구 구성의 형태가 발생했다. 1인 가구의 대부분이 거주하는 원룸 형태인 마이크로 주거공간은 생활에 필요한 부수적인 기능들을 축소하거나 통합, 삭제하였다. 이것으로 인해 우리 젊은이들은 일상의 휴식과 여유를 외부에서 소화하고 있다. 공간의 제약으로 생긴 물리적 거주기능의 결핍은 ‘집은 잠만 자는 곳’이란 인식으로 바뀌게 만든 것 같다. 삶의 중요한 요소들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취업은 어렵고, 아르바이트 조차 쉽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생활이 녹녹치 않아서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인간관계 를 멀리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 학교 등 선택 불가능한 주변인과의 관계 속에서 강제적인 소통을 하며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개인적 시간에는 각자의 성향과 생활방식을 존중 받고 싶어하는 의식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감정적, 정서적 결핍에서 오는 박탈감은 방어적 인간관계를 만들고, 적당히 혼자 있고 싶지만 적당히 같이 있고 싶은 중간적 태도를 만든다.

관계를 위한 공간의 운영자

몇 가지 형태의 활성화 된 공간들이나 모임들을 조사하고 인터뷰 한 결과, 장소나 공간의 특성, 컨텐츠의 내용이 중요하기보다, 그 모임이나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나 시스템이 일종의 보호막이자 윤활유의 역할을 하면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책바’는 책을 읽기 좋은 공간이 되기 위해 적절한 강제적 규칙들을 만들고 규칙의 딱딱한 부분을 운영자가 부드럽게 연결하고 구성한다. 그것을 통해 혼자 즐기지만 함께 즐기는 독특한 공간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서로 인지하되 방해 받거나 거슬리지 않는 온전한 상태를 완성하게 된다.

‘남의 집 프로젝트’는 유연하고 열린 시스템을 구축을 하였지만, 모임마다 명확한 컨텐츠 구성을 통해 공통된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쉽게 소통하고 함께할 수 있게 운영된다.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기획하는 프로젝트 매니저와 각 프로젝트의 호스트가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기본적인 프로그램 속에서 참여자는 호스트와의 시간을 시작으로 주제에 관한 발표가 끝난 뒤 진행되는 대화의 시간으로 이어지는 경험 속에서 처음 본 사람들과 어색함을 점점 잃어버리고 공유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 계를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런드리 프로젝트’는 코인세탁소와 카페를 결합한 이종의 공간을 구성하여 기능적 필요에 의해 사람을 모으고, 공간을 운영하는 운영자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사람들을 매칭하고 대화하게 만든다. 운영자가 공간 속 사람들의 관계에서 타인을 보증하는 보험의 역할을 하게 된다.

‘트레바리’는 각 클럽의 클럽장들의 사교적 역량과 분야에 대한 전문성 등이 복합적 으로 작용하여 각 클럽의 멤버들을 연결하며, 관계가 독서 모임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앞서 조사한 활발한 모임들의 특징은 1) 적절히 거리가 있는 관계, 2) 혼자 누릴 수 있지만 함께 누리기도 한 공간, 3) 낯선 타인과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시스템과 4) 그 운영자의 적절한 역할 등이었다.

마음의 거실

우리가 기획한 ‘마음의 거실’은 물리적으로 집에 거실을 갖지 못해 밖으로 나가야 하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상징적 치유와 소통의 공간이다.

일상적인 거실 내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가상의 거실을 공공장소에 설치하고, 거실에 들어온 관람객이 액션플랜을 통해 행하는 행위를 외부 모니터를 통해 상영한다. 이전 관람객이 운영자로서 다음 관람객에게 컨텐츠를 제공하고 거실을 소개함으로써 적절한 거리의 관계를 맺으며, 이런 행위의 반복으로 거실을 소유하는 가상의 경험을 한다.

설계 설명

마음의 거실 DIAGRAM 1 : 개념도

물리적으로 협소한 주거환경에서 부족한 부분을 상징적으로 광장에 설치함. 내외부의 단절과 소통을 역설적으로 표현하여 수 많은 사람들 속 지극히 개인적 생활을 위한 공간을 설치.

마음의 거실 사이트

대상지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치지만 서로 거리를 가질 수 있는 광장으로 선정. 
예) 광화문 광장, 서울 시청 앞 광장, DDP 마당 등

마음의 거실 BOOTH CONCEPT

남에게 방해 받기 싶지 않아 혼자 있고 싶지만 또한 이중적으로 누군가 함께 하고 싶은 심리를 표현하는 부스를 설치. One Way Mirror를 활용하여, 내부에서는 밖이 보이고, 외부에서는 거울이 되어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한다.

마음의 거실 DIAGRAM 2: ACTION PLAN

공간 내부에 시스템 및 ACTION PLAN을 설치하고, 내부의 행위들을 인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부분만 확대하여 외부에 실시간 영상으로 송출.

ACTION PLAN

◼︎ ‘마음의 거실(Mind Livingroom)’에 입장.
◼︎ 입구 모니터에 나오는 Action Plan 영상 설명서를 보고 원하는 위치에서 지시한 행동을 함.
◼︎ 행동하는 모습을 부분적으로 확대하여 영상 촬영하고 실시간으로 외부로 보이게 설치된 모니터에 송출.
◼︎ 외부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One Way Mirror로 된 유리로 인해 내부가 보이지 않고, 영상을 통해서만 내부를 볼 수 있음.

마음의 거실 도면

마음의 거실 시뮬레이션 이미지

‘마음의 거실(Mind Livingroom)’ 외부 전경
외부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One Way Mirror로 된 유리로 인해 내부가 보이지 않고, 영 상을 통해서만 내부를 볼 수 있음.


(좌) 외부의 벽면은 One Way Mirror로 주변 풍경을 반사 (우) 내부 활동이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모니터(3면)

가능성의 접점: 마음의 거실

분량25,458자 / 50분 / 도판 9장

발행일2017년 12월 18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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