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테이블
박성태 × 이재준 × 홍보라
분량20,638자 / 40분 / 도판 4장
발행일2017년 12월 18일
유형좌담
*본 좌담은 ‘함께라는 방법’이 진행된 2017년 5월 16일부터 10월 24일까지 총 9회에 이르는 라운드테이블 중 본 프로젝트가 시도하고자 했던 새로운 공공미술의 내용과 형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들을 추린 것이다. 매 회의 라운드테이블에는 참여작가와 퍼실리테이터는 물론 각 회의 주제 혹은 직면한 문제에 맞는 관련 전문가를 초대한 것임을 밝힌다
#공공미술 #공공성 #공공주택
박성태 저희가 함께할 프로젝트는 공동주택 공공미술에 관한 것입니다. 공공미술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아 보자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진행하고자 하는 라운드테이블 1회차와 2회차는 서로 알아가고 큰 주제를 공유하는 과정, 3회차까지는 외부에서 손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으며 30명 정도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4회차부터 10개 주제를 도출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공공미술과 다른 관점에서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어보면 좋겠습니다.
4, 5회차에서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일종의 사람들에게 피칭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 주제가 꼭 필요하다, 꼭 논의해 봐야하고, 우리 사회에서 공공미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이다, 가치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면, 6, 7회차에 최종 주제들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공공미술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지점이 도출되었으면 합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공공미술의 범위는 공공주택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공공성으로 풀어냈으면 좋겠습니다.
참여 팀 중에서 2차 심사를 거쳐 2개 팀을 선정해 내년에 직접 그 제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도 드릴 예정입니다. 전체 예산은 10개 팀이 주제가 정해지면 팀당 1천만원이 집행될 겁니다. 향후에 이 예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조금 더 논의할 지점이 있기는 합니다. 최종 선정된 2개 팀은 팀당 6천만원이 지급될 예정입니다.
#공동주택 #공공주택 #집합주택
이재준 원론적으로는 실행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큰 틀의 제목을 잡은 것이 ‘함께라는 방법’, 즉 액션 플랜입니다. 여럿이 모여서 의제를 구체화 할 필요가 있죠. 그래서 구체적인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게 실현 가능한 범위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논의의 결론은 반드시 실행이 되어야 합니다.
결국은 일반적인 장소인가, 특정 장소이냐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큰 틀의 범위 안에 공동주택 혹은 공공주택이라는 제한적 범위를 두고 있습니다. 그것은 집들의 단위에서 아파트 혹은 다세대나 다가구 주택과 같은 소단위 집합주택도 가능합니다. 어쨌든 논의는 집합 주거의 방식에서 존재하는 사이트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함께라는 방법’에 우리가 함께 해야 하는 여러 이유가 필요합니다. 그 이유에 대한 해결이나 문제제기, 혹은 인식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구체화된 건축물일 수도 있고 콘텐츠일 수도 있고, 혹은 제 3의 어떤 것이어도 되겠죠.
실현을 염두에 둔다면, 6천만원이라는 예산을 감안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안하는 방식에 따라 최종 결과물 및 예산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뭔가를 다 규정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단 사이트는 공동주택이라는 집합주택의 단위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그것은 사업 시작 전에 규정된 것이죠.

#협업 #리서치 #경험 #공유
홍보라 확실히 건축가와 작가들은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크게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구체적인 실현을 목표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함께 모여 어떤 리서치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그것을 계기로 필요한 개념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는 겁니다. 공동주택 공공미술이라는 말로 시작하면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 주택을 만드는 것도 어떠한 욕망의 반영이고, 도시에서 일어나는 다이나믹이 반영돼야 공동주택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공동주택을 만들기 시작하면 아파트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공동주택이나 공공미술에서 시작하면 이렇게 큐레이터가 세 명이나 모여서 같이 7번이나 넘는 시간을 들여 이야기할만한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목표로 6천만원이냐 1억이냐를 가지고 구현하는 방식은 제일 좋은 플랫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분명히 콘텐츠 실현을 목표로 하는 건축적 설계공모는 다른 것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목표로 한다면 좋은 플랫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참여를 결정했을 때는 분명히 이게 뭔가 같이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위해 리서치를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리소스들이 동일하게 주어질 것이고,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콘텐츠를 위해 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적어도 10개의 리서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것입니다. 스스로 여기서 만나게 되거나 아니면 스스로 팀을 구성해서 어떤 것은 구현될 수 있고, 어떤 것은 그 자체로 좋은 리서치가 나올 수도 있겠죠. 어떤 사람은 영화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다양함을 담보하지 않으면 이런 방식이 가진 힘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또 설계안이 나올 것이고, 그 설계안에서 뭔가를 보여줄 것이고, 이렇게 되면 건축에서 이뤄지는 여러 다른 프로젝트들과 다를 바가 없어서 책으로도 매력적인 콘텐츠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목표지향적으로 뭐를 지어야 하고, 6천만원이냐 1억이냐의 예산을 논의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을 콘텐츠로는 완전히 잊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주도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가 각자 팀을 구성하건, 이 안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건, 자기주도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어떤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누구랑 매칭이 되어야 하는 것보다 그렇게 스스로 연구하고 싶은 것이 있어야 자연스럽게 붙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아니라 어떤 현상을 보고 싶을 수도 있겠죠.
저는 이것이 시간 낭비는 아니라고 믿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내서 같이 이야기하는 경험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팀에서 어떤 계획들이 나왔는데 그게 구체적인 안이건, 아니면 어떤 아이디어건, 그걸 나중에 써먹을 데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지난 번에 많은 사람들이 컴포트 존(comfort zone)에 대해 함께 이야기 했습니다. 같이 있고 싶을 때도 있고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죠. 그러니까 책을 구성할 때도 그렇고, 분명히 10개의 다른 주제가 있으면 좋겠지만, 어떤 게 그룹핑이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오는 형식 자체가 다를 것이기 때문에, 컴포트 존이라는 주제가 하나 있으면 그걸 한 두 개 정도로 나눠서 비슷한 관심사들을 연구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경우 심화했을 때 부담이 덜할 것 같습니다. 예술가들은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찾아내는 데 익숙한 편인데, 건축가나 디자이너는 아무래도 주어진 태스크 안에서 수행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조금은 주제를 한 단계 높여주는 것도 다음 단계로 끌어가는 방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동체
박성태 요즘 고민 중 하나가 야마모토 리켄이라는 일본 건축가가 쓴 책에 관한 것입니다. 그 책에서 공동체를 구성하는 단위로 500세대를 잡았습니다. 그 안에서 소위 말하는 하나의 도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500세대를 위한 주거공간을 기획하고 공용공간을 만든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500세대라는 것은, 보통 2인 가족으로만 생각해도 인원으로는 1,000명의 공동체입니다. 그런데 “1,000명이라는 것이 작은 공동체일까?”라고 생각해 보니, 그게 감이 안 오더라고요. 사실 1,000명이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일반적으로 좋은 공동체라고 생각하면 300명 정도가 떠오릅니다. 왜냐하면 그게 서로를 다 기억할 수 있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1,000명이 넘어가면 사람들을 기억할 수 없습니다. 서로를 기억할 수 있는 숫자가 300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건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유지가 되려면 어떤 숫자가 좋을 것인지는 다를 것입니다. 생성이야 뭐 세 명도 될 수 있고, 스무 명도 될 수 있고, 만 명도 될 수 있지만, 유지의 부분에서는 다 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홍보라 컴포트 존이라는 게, 어차피 도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도시 상황에서 공간과 시간이라는 요소가 함께 만났을 때, 컴포트 존 이라는 걸 의식하게 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공간과 특정한 때와 컴포트 존이라는, 이 세 개가 만나는 지점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박성태 왠지 문화인류학적 접근으로 보입니다. 일종의 잠행취재 같네요.
#협업 #리서치 #신체성
홍보라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건데,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서로 다른 시작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게 장점인데, 어떤 면에서 팀을 나눠서 같이 리서치하는 것이 있고, 그 안에서 포커스를 맞춰 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다른 것들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한 훈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건축가 분들은 상당히 드라이한 것 같습니다. 어떤 얘기를 할 때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 신체가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신체성이라는 것을 자꾸 배제하고, 도시의 단위에서 이야기합니다. 그 안에서는 한 사람이 살던, 두 사람이 살던, 신체들이 만나서 만들어지는 신체가 있습니다. 신체가 그 안에서 살고 욕망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간은 상상에 의거해서 물리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걸 도시적, 인문학적 베이스를 이야기 하기 전에 신체성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팀에서 이 사람들만 특성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여러 관점을 함께 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실제 사람들이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반응했을 때, 이렇게 분석하는 식으로 말이죠. 생각해 보지 않은 부분들도 다른 입장에서 하고자 하는 방향들을 바라봤을 때 지금처럼 여러 명이 같이 움직이는 게 더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각자 리서치를 하고 함께 이야기를 할 때, 서로 질문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서로 활용할 수 있고, 서로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죠. 그렇게 보면 꼭 같이 팀으로 호흡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관계 #협업
홍보라 제가 처음에 생각한 것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오늘 이재준 소장님은 못 오셨지만 큐레이터라고 불리는 3인이 있습니다. 저는 계속 반복적으로 이야기하지만, 큐레이터라기 보다는 같이 이야기를 꺼내고 이야기를 좀 더 이끌어내는 촉매 역할로 생각하고, 저 자신도 같이 더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원래 방식은 각각의 큐레이터라고 지명된 사람이 한 5~6명, 많게는 10명 정도를 추천하면 추천 받은 사람들이 먼저 모이고, 그 사람들이 자신이 같이 하고픈 사람을 데리고 오는 방식으로 좀 유기적으로 점점 커져서 그 안에서 관계가 생겨나는 그림을 생각했습니다. 물론 쉽지 않고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것은 맞습니다. 제가 초청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자기 나름으로 어떤 함께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함께’가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라 너무 어색한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부가 있지만 전형적인 부부 관계가 아닌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함께’인데,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나 꽃과 함께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죠. 남매인데 일도 같이 하고 작업을 하는 경우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몇 명을 초청했습니다. 초청했을 때 제일 처음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 그림이 있습니다. 물론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림에서 멀어지고, 점점 숙제가 많아지는 느낌입니다. 아, 이 숙제 언제 다 하지, 그런 느낌이 들어요. 오히려 같이 촉매가 되고 격려를 해드리는 게 아니라, 같이 참여하는 작가분들처럼 저 역시 마음 졸이고 있습니다.
#공공주택 #공공미술 #협업 #출판
박성태 우리가 하는 프로젝트의 주제는 공동주택 공공미술에 관한 것입니다. 공동주택이라고 하면, 여기 건축하는 사람이 많아서 대부분 바로 알 것 같아요. 한국 사람이 사는 80~90%의 거의 모든 주거의 형태는 단독을 빼고는 모두가 공동주거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보면 우리의 삶터와 공공미술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공공미술 사업에는 일반적인 공고와 같은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데, 우리가 왜 이 프로젝트를 이렇게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하고 있을까요? 공공미술이 일상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방식이 있는데, 왜 라운드테이블을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홍보라 님이 이야기 했듯이 30명을 선정해서 하라고 하기 보다는, 이 안에서 어떤 뭔가 새로운 움직임들, 시너지들, 만나고 헤어지는 자체가 우리가 생각하 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걸 세팅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 머리 속에 있는 바람은, 쉽게 말하자면 이 작업은 10개의 제안서입니다. 그 제안서가 우리가 여태까지 공공미술이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부합해도 되지만, 사실은 조금 다른 입장, 다른 시선, 다른 위치에서 공공미술을 바라봤으면 좋겠고, 그런 것들이 행해지는 하나의 제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 라운드테이블 안에는 건축가도 있고, 디자이너도 있고, 안무가, 무용가, 기획자, 사진 하는 분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존에 했던 공동주택과 공공미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새로운 것들, 새로운 시도들을 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생각으로는 10개의 제안은 제안서이기 때문에 종이 형태의 어떤 것, 그게 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책인데 책 같지 않은 책이 될 수도 있겠죠. 그 개념도 아직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협업 #출판 #라운드테이블 #리서치
홍보라 확실히 저는 다르게 생각한 이유가, 아무래도 박성태 이사님은 정림건축문화재단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고, 책을 만드는 걸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책에는 그다지 욕심이 없습니다. 원고 하나를 써야 하는 것을 빼면 책임이 없죠. 그런데다가 책을 이 프로젝트의 목표 지점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책에 대해서는 오히려 “책을 또 만들어? 어휴, 11개나 나온다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거기서 재미없는 책들이 나오면 어떻게 하는가, 쓸데 없는 지면 낭비는 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에서 진행했던 라운드테이블을 가지고 책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별도의 리서치를 한 것이 책이 된다는 것은 100번 들었는데도 아마 인지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실제로 10개의 결과물이 나온다면, 여기서 모인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만나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여기 온 사람들이, 그리고 끊임없이 오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유연하게 만날 수 있는 그룹들을 만들고 그들이 일종의 리서치를 하게 되면, 그 리서치가 어떤 형태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것은 텍스트 베이스가 될 것이고, 레퍼런스 베이스일 수도 있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이 실험해 보고 싶은 제안서 형식이 될 수도 있죠. 어떤 것은 제안서 형식일 수도 있고, 어떤 것은 연구 보고서 형식일 수도 있고, 또 어떤 것은 영상 작업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굉장히 열린 프로젝트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 실제로 이 중에서 2개의 프로젝트를 선정해서 또 실제 프로젝트가 될 수 있도록 얼마를 주겠다는 건 까먹고 있었어요. 내년은 내년 일이니까.
이 10개의 그룹이 생긴다면, 그들 안에서 약간의 비용을 주고 어떤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리서치 비용에 있어서도, 일부는 선지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어떤 사람들은 책을 살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구는 이 리서치를 위해 여행을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조그만 강아지용 보트를 살 수도 있겠죠. 잘 모르겠어요. 막 던져봅니다. 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니 어떤 것을 실험하기 위한 비용이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비용이면 좋겠지만 아마 그 정도는 아닐 것 같아요. 실제로 리서치를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고 해도 그것에 비용을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해도, 그것이 돈 버는 일이 아닐 때는 비용을 쓰기 어렵죠. 그런 시간과 비용을 지원해 줘서 공부하고 싶은 부분을 공부하거나, 해보고 싶은 것 을 해 볼 수 있게, 하지만 이 주제 안에서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위한 콘텐츠가 되는 것들, 어쨌든 결론적으로 책이 나오긴 나와야 하겠죠. 그러니까 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어떤 것이던 간에, 그 콘텐츠가 책이 될 수 있도록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줬으면 합니다. 그것이 나오는 결과물과 연결이 되긴 할 것입니다. 어떤 분은 리서치의 결과물로 실제 책을 만드는 분도 있을 거고요. 그렇다면 그 결과물이 책이 될 수도 있죠.
#공공미술 #리서치
박성태 이 프로젝트는 서울디자인재단의 공공미술 아트플랜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인 파빌리온을 만드는 프로젝트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공동주택 공공미술’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나온 사업이고, 그 사업을 정림건축문화재단이 협력운영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기획자 입장에서는 어떤 파빌리온이건, 아니면 무엇이 되었건, 그냥 우리가 획일적으로 접근하는 그 어떤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라운드테이블을 하는 것입니다. 공공미술이라고 하면 획일적으로 떠오르는 어떤 것이 있습니다. 뭐 아무 것도 아닌 어떤 하나의 주제나 요소를 가지고 공동주택이라는 곳에 침투해서, 그 안에서 예술적인 행위들이 일어날 수 있고, 그것이 그 지역 주민들에게 일종의 영감을 일으키는 어떤 액티비티, 어떤 오브제, 어떤 그 무엇도 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라는 부분에 조금 집중해 보죠. 한국 사회에서 공공미술이 엄청나게 퍼지고 있고, 이게 사업화 되어서 공공에서 이것에 드라이브를 걸어주고 있습니다. 그런 것에 대한 안티로서의 태도, 제안도 저는 좋습니다. 그러나 다만 그것에 논리나 그것을 설득할 수 있는 기제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죠. 그런 것들이라고 하면, 기왕 이면 잘 찾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범위를 정해서 가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범위 밖이나 경계선에서 현재의 공공미술에 대해서 거꾸로, 그 반대편에서 바라봤으면 합니다.
#공공미술 #공공주택
홍보라 저 역시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왜 공동주택과 공공미술이 같이 붙어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실제 공동주택이라는 것은 구체적인 삶의 욕구가 있어서 생겨난 현상입니다. 공공미술이라는 것도 결과물로서 이것은 미술이고 이것은 미술이 아니라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현상들이 생겨나다 보니 그게 미술이 된 것이죠. 공공의 영역에 있는 것이라는 등, 공공이 참여했다는 등, 그 개념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공동주택’과 ‘공공미술’이라는 어떤 다이나믹의 결과 끝에 있는 것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되니까 당연히 다시 또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러면 공동주택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어야 하나?”, “아파트가 다 공동주택인데 뭘 새삼스럽게 이야기 하나?”, “공공미술이면 조각이어야 하나? 조각이 아니면 마을미술이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저로서는 자꾸 똑같은 것이 반복되는 느낌이 듭니다.
#공공주택 #공동주택
박성태 그래서 제가 서두에서 말씀 드렸듯이, 우리 모두는 거의 대부분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미 80%가 넘어섰어요. 여럿이 사는 것이 다 공동주택이다. 이 동네, 여기 ‘통의동 집’도 사실 공동주택입니다. 그 어떤 거리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말한 것처럼 아파트든, 빌라든, 셰어하우스든 모든 것이 될 수 있고, 하나의 마을 커뮤니티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범위도 공동주택이라고 하면 “꼭 거기 가서 해야 하나, 빌라에 가서 이야기 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 안 했으면 합니다.
#공유 #함께 #공동주택
홍보라 저는 범위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전에, 거리가 되어야 하거나 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 다이나믹이 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동주택’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고, ‘함께라는 방법’이라는 넓은 이야기로 가자고 한 것입니다. 그게 아파트가 될 수도 있고, 셰어하우스가 될 수도 있고, 같이 공유하는 커뮤니티 키친이 될 수도 있다는 식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다이나믹이 꼭 주택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끝에 가서 여러가지 레퍼런스 가운데서 골라서 쓰는 방식이 아닙니다. “내가 생각하는 함께라는 방법이 뭘까?”에서 시작했으면 합니다. 그 다이나믹이 꼭 주택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공동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공동이라고 느끼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함께하는 경험’이 공간이 될 수도 있고, 그게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키친이 나오는 것이지, 공동의 키친을 만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무엇을 해 먹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결과물 베이스로 “대 상이 어디야”, “거리를 대상으로 둬야 해”, “아파트를 대상으로 둬야 해”,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말한 것처럼 경계에 있는 아이디어라던가, 이것을 안티를 한다던가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사실 반대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 반대하는 것이 나올 구조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대상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 함께라는 경험인가에 초점을 두고, 함께라는 경험이 개인적으로 어떤 경험을 가지고 함께라는 것을 하고 있는지, 그 현상들이 어떻게 자신에게서 생겨나는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함께라는방법 #공동주택 #공공미술 #공동체
박성태 그런데 ‘공동주택 공공미술’은 서울디자인재단의 기획안에 원래 있던 내용입니다. 이것 큰 틀에서의 기획으로는 맞습니다. 우리 테이블에서는 그래서 ‘함께라는 방법’을 가지고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게 서비스 디자인으로 가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디자이너니까 ‘공동체’라고 하니, 디자인적 작업을 통해 엄청나게 공동체를 활성화하려고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디자인적 작업을 통해 우리가 우애를 나누고, 같이 잘 살고, 이런 게 아니었으면 합니다. 이게 예술적 작업으로, 오히려 거꾸로 접근하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홍보라 님의 이야기를 그냥 순수하게 받아들이면 저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함께’라는 것이 꼭 누구와 함께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저와 제 존재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와 만나는 것도 함께입니다. 저는 ‘함께라는 방식’이 그냥 다양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방법으로 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 #디자인
홍보라 원래 인문학자나 이론가 등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이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그분들이 아이디어, 생각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말한 것처럼 컴포트 존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더 잘 지키기 위한 방식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그걸 파괴할 방법을 찾을 것인가?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가에 따라 그것이 서비스 디자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게임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을 같이 이야기 나누면서 이것을 어떤 사람은 공간화 시킬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그래픽화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아이디어에 투입되기 보다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만나도 생각의 방식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무언가 다르게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게 자연스럽게 되기가 어렵습니다.
#예술 #다이나믹 #스토리
박성태 오히려 저는 함께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방식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존재들은 언제든지 다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하고 잘 해보자는 합의라는 건 사회적인 활동의 영역입니다. 예술의 영역은 그걸 다르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것마저도 다른 입장에서 보면 재미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이것은 우리가 보통 타자라고 하는 존재를 우리가 꼭 수용해야 하는가, 수용하지 않아야 하는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거꾸로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 입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이나믹이 있다는 얘기죠. 그것을 그려보자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꼭 필요해서 같이 살아보자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스토리만 만들어 놓아도 좋습니다. 그 스토리가 비극적이어도 상관없습니다.
#1인가구
홍보라 서울연구원의 한 박사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그 강연에 따르면,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서울에서는 1인 가구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고 합니다.
박성태 지금 서울은 1인 가구가 30% 정도 됩니다.
#1인가구 #공유 #공유주택 #공유사무실
홍보라 그런데 그게 20년만 지나면 60%가 된다고 합니다. 싱글 문제뿐만 아니라 노령화에 관한 부분도 있고, 여러 가지 형식의 1인 가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정상이라는 것이 뒤집히는 순간이 금방 올 것 같습니다. 그 연구원의 발표자료를 함께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는 조금 더 유연하게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함께’라는 것을 너무나 주관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다 보니까, 그것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몇 시간 혹은 오랫동안 함께 지내는 식의 부담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대상이나 방식은 굉장히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살짝 같이 있는 느낌일 수도 있고, 너무 같이 있는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축을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약간 함께라는 것이 뭔가 공유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비어있는 시간의 한 부분을 공유할 수도 있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03년에 갤러리 팩토리에서 노네임노샵과 같이 전시를 했습니다. 전시 제목이 〈이면공작실〉이라는 것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이상한 장치였는데, 그들은 365라는 홍대 인근에 일종의 무허가 건물에 작업실이 있었어요. 6명이 같이 하는 공동스튜디오여서 6명이 각자 박스 형식의 자기 스튜디오가 있었습니다. 6개의 박스 스튜디오가 놓여 있어서 해체가 되는 구조였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시간과 공간을 잘 분할해서 공유할 것인가에 관한 얘기였죠. 함께하는데, 어떤 시간 이나 공간을 한 순간 공유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홍대에 작업실이 있는 사람이 많지 않고 공간이 없는데, 어떻게 하면 여기에 6개의 공간 중에 몇 개가 지금 비어있는지 외부로 신호를 줘서 외부의 사람이 그 신호를 보고, 그 장치에 따라서 어떻게 그 시간을 쓸 수 있을 것인가를 고안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게 십 몇 년 전 이야기입니다. 그때는 공공이나 공유 오피스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습니다. 개인이 무언가를 소유하던가, 내 온전한 작업실, 혹은 내 온전한 집이라는 개념만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공유주택이나 공공오피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결과적으로는 나만의 공간을 작게 가지느냐, 크게 가지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이제는 어떤 시간을, 어떤 밀도로 공유할 수 있는가를 하나의 축으로 놓고 고민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공간에 관한 생각을 점점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정의공동체 #공동체
박성태 저는 자기 경험에서 시작해서 한 발만 더 가도 이 프로젝트는 성공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자기 경험에 멈춰서 작업을 하면, 그냥 일상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어쨌든 간에 한 발 더 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정의 공동체’에 관심이 있습니다. 어떤 친구가 나에게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합니다. 누군가 저를 전적으로 믿고 신뢰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을 만나서 어찌됐건 일생을 같이 보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그런 상황 속에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그 사람을 만나서, 그게 부부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고양이일 수도 있고, 나무일 수도 있겠죠. 그 대상과 나하고만 계속 있으면 다이나믹이 떨어집니다. 가끔 불청객이 와 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이런 쪽에 관심이 있는데, 어떤 불청객이 와서 우정의 공동체에 다이나믹을, 그 에너지를 떨어뜨리지 않고 쭉 가게 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좋지 않은 사람이 와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가 사는 삶이, 왜 이런 생각을 하느냐면, 아까 1인 가구 이야기도 했는데, 우리가 사는 삶 자체는 계속 우리를 놔두기 보다는 나를 계속 하나의 존재로서 낱개로 띄어 놓습니다. 그래야 소비도 하고, 소위 말하는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생길 수 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김홍중 교수가 말하는 ‘생존적 독존주의’라는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그게 소위 공동체를 파괴하고 우리 삶을 더 열악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 개인적 관심은 그런 논의나 작업적인 제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주택 #다름
홍보라 〈몸동회〉 프로젝트의 핵심은 처음에는 실제 ‘공동주택’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같이 사는 것 위주가 아니라 같이 살기 위한 정신적인 전제를 만드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실제로 같이 산다는 건 다름을 견뎌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마나 불편을 견딜 것인가가 같이 살 수 있는 조건입니다. 우리는 지금 그것에 대한 기본적인 훈련 없이 공동주택에 내던져진 상태로 살고 있습니다. 그 주택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기 전에 어떻게 같이 있을 수 있는지, 혹은 다름을 견뎌낼 수 있는지, 혹은 평평함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와 같은 일종의 바탕이 되는 정신적인 훈련이나 게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주 #스토리텔링
박성태 〈Moving AIR / Seoul〉은 원래 이주할 계획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특별히 계획한 것은 아니었죠. 어제도 사실은 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예술가들이 이주하려는 것은 사실 거의 본능에 가깝고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렇다면 이것이 아트프로젝트로 이주를 구현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나왔죠. 아까 홍보라 님과 잠깐 얘기를 나누며 든 생각인데, 예술가가 가지고 있는 속도와 지원금을 수령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속도가 다릅니다. 그래서 몇 가지 시나리오를 쭉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걸로 스토리텔링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공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장홍석 스토리텔링을 한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이주
박성태 원래는 이주할 곳을 찾고, 이주하려는 계획이었던 것 아닌가요? 그게 가상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실제 프로젝트로 생각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프로젝트가 당장 올해 안에 벌어질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어찌됐건 간에 올해 안에 제안서를 만들고 무언가 방식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하면 이주의 방식이라는 것이, 예술가가 어떤 지역으로 이주해 간다는 것만으로는 공공예술적 작업이 되지 않는 것이죠.

#공공미술 #리서치
장홍석 저는 공공미술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공미술, 혹은 시민을 위한 어떤 예술적 프로젝트라는 관념적인 의미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을 리서치 안에서 그것을 구현해야 하는 것인지? 저는 이것을 리서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주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여러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그 제안들도 사실은 이주를 함으로써 우리 안에서 발생하는 것들입니다. 이렇게 제안을 했을 때, 그럼 우리가 무엇을 리서치 하는 것인지? 제안한 것을 우리가 꼭 실행해야 하나? 꼭 이주를 해야 하나? 이런 의문이 듭니다. 과정 안에서 발견되는 지점을 계속 기록하고 아카이브 할 것입니다. 이것을 토대로 계속해서 어떤 식으로든 발전되고 확장될 수 있는 지점들을 찾으려고 합니다. 지금 뭐 여러가지 제안도 좋은데, 공공미술이라는 것이 꼭 공공을 위한, 일방적으로 시민을 위한 그런 어떤 예술적인 작업, 그것이 공공미술이라면, 우리가 기존의 공공미술과 다른 지점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주 #리서치 #과정
홍보라 저는 무슨 얘긴지 알 것 같습니다. 장홍석 님과 전에 같이 회의하면서 얘기했을 때 고민되는 지점으로 얘기한 것은 이것을 원래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주변에 같이 작업하는 친구들과 유연한 커뮤니티를 만들어왔고, 그 유연한 관계가 실제로 뭔가 프로덕션이 가능한 관계로 발전이 됐습니다. 그 와중에 지속적으로 계속 프로덕션도 하고 꼭 같이 일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론 중 하나로 이야기한 것이 이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마침 그 얘기를 이번에 심도 깊게 이야기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떤 페이퍼나 결과로서 계속 이 이야기를 바로 언어화 해서 얘기해야 했던 것이죠. 그 과정에서 시간을 들여 오랫동안 팀원들과 이야기해야 하는 것들을 바로 언어화하면서 이것이 가지고 있는 과정의 미학이 없어져 버리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꼭 옮겨가서 무엇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이 이야기를 해나가는 과정 자체를, 팀 내에 영상,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해 보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뻣뻣하게 프로젝트의 리서치 기금을 받았으니 리서치를 실행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이것을 앞으로 실행을 하던, 실행을 하지 않던 실제 이것이 바탕이 되도록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어떤 방향인지 저는 상상하기 힘듭니다.
#공공성
박성태 바탕이 된다면 그게 공공성이 되는 것이겠죠.
#공공미술 #라운드테이블
박삼철 그런데 공공미술이 뭐냐고 질문을 했는데, 그것은 우리가 크게 질문을 던져 놓고 가야 하는 것입니다.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 자체를 지우고 가는 건 안 됩니다. 공공미술이 뭘까를 찾아가야 합니다. 공공미술에 대한 오해 중에 하나가 예술이 시민을 위해서 뭔가 서비스하고 봉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옛날의 공공미술입니다. 우리가 예를 들어 이런 공공미술을 한 번 발현해 보자, 저런 공공미술은 후지니 한 번 뒤집어 보고 싶다는 것도 공공미술입니다. 나의 행위를 통해 공공적인 맥락에 어떻게 닿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지금 제안된 것은 내용이 충분히 나오지 않았습니다. 예술가들끼리 이렇게 옮겨 다니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예술가들끼리. 흔히 말하는 파인아트와의 변별성이 없어진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제가 어제 예술가들의 이주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정된 이주의 개념을 바꾸고, 이것을 통해 우리 사회가 뻔한 관습적인 사고에서 탈주할 것이라고 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이디어 프로포절로 나의 이런 이주, 내 친구들과의 이주를 통해서 예술가의 커뮤니티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얼마든지 좋습니다. 아니면 그런 모임이 나와 친구들을 통해 우리의 이웃들과의 평범함, 범속함에 대해서 뭔가를 충돌시키는 가치를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그것이 뭐든 좋아요. 대신 저는 지금 제일 필요한 것은 이거라고 봅니다. 공공미술이 뭐냐고 물었지만, 사실 이번에 우리 프로젝트는 그림이나 덩어리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이 팀은 몸으로 만들어내는 유일한 팀입니다. 그런 것들도 얼마든지 공공미술에 언어적 가능성을 가지고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내가 어떤 이주나 우리의 신체적인 예술을 통해서 어떤 공공성을 뽑아낼 것인가, 여기서 하나 더 나아가, 라운드테이블이 다 끝나고 제일 나중에 드릴 말씀이기도 한데, 어제 제일 많이 나온 것이 관념적이라는 것입니다. 관념성을 극복하는 제일 쉬운 방법은 장소를 잡는 것이죠. 장소를 잡거나, 아니면 구체적인 대상을 잡거나. 물론 그러면 리서치에서 헷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연구라는 것은 어느 정도 대상과의 소격을 통해서 나오는 룰도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정도 방법론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 건은 특히 공공미술의 기존 구조와 가장 다른 작업일 것 같습니다. 그런 것들을 어떤 식으로 진짜 만들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도시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올리는 것이 이번 라운드테이블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하고 안하고는 둘째 문제죠. 도시를 살아가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최종 목표일 것입니다. 그러니 반드시 잘 해주셔야 합니다.
#공공미술 #봉사 #리서치
홍보라 그런데 장홍석 님과 이야기하며 제가 생각했던 한 가지는, 어떤 지점에서 장홍석 님이 압박을 느끼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실제로는 공공미술이라던가, 어딘가 봉사를 해야 한다던가, 페이퍼 워크 등을 해야 한다는 과정 안에서 생각보다 형식들이 있다는 점에서 압박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공공에 봉사하라고 이야기한 적은 없습니다. 공공미술이 그런 형태는 아닙니다. 지금 굉장히 개인적인, 혹은 그 그룹이 가지고 있는 굉장히 특정한 관심을 가지고 리서치를 하려는 것입니다. 그 리서치를 사유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공유하면 됩니다. 그 안에서 이런 담론이 있었고, 그 과정 안에서 이런 경험과 시행착오가 있었음을 같이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공공성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누구를 위해서 봉사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 부분은 지워준다면 작업하기에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공유 #공공성 #나눔
장홍석 이미 지워진 상태입니다. 공공과 나눔은 우리 안에서 생각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우리의 작업들을 계속 업로드해서 누군가 열람을 할 수도 있으면 하고, 아니면 아닌 것이겠죠. 그 대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나 발생하는 일련의 작업 혹은 워크숍이 될 수도 있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오픈할 예정입니다. 그런 것들은 시민이, 그런데 우리가 그 대상을 딱 시민으로 잡은 것은 아닙니다. 그 도시 지역 안에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지점이 뭘까에 대해 안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이것을 예술가들끼리 모여서 노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까 걱정입니다.
홍보라 놀면 안 됩니까?
#과정 #제안
박성태 놀아도 되는데, 아까 시나리오를 말했던 것은 디테일을 살린 안들을 쭉 나열해 줘도 좋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저의 제안은 하나의 안만 아니라 여러가지 생각한 것들을 던지라는 것입니다. SNS로 사람을 모집한다고도 하지 않았나요? 그런 식으로 반응을 보고, 몇 개 프로젝트는 실제적으로 뭐 일시적인 어떤 것도 시도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그 안에서 반응을 보면서 그것을 구현하는 과정 자체가 충분히 공공미술적이라고 봅니다.
#공공미술 #공론화 #실천 #공공성
박삼철 지금 이런 라운드테이블이 의미가 있는 것은, 지금까지의 공공미술은 다 만들고 나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늘 갈등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볼 것이고,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를 충분히 공유 하고 있습니다. 저는 10개의 도시를 볼 수 있는 방법론이 나왔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작품은 이야기를 합니다. 다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가 이런 커먼 그라운드를 만들어 놓고 제안을 하는 것은 사실 공공미술에서도 많지 않은 기회입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여러분이 만들어주는 상상, 그리고 공론의 의미는 매우 큽니다. 모두 다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런 다양한 시각들이 모여서 도시가 건실하고 다양하게 살아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하나의 의견이 전체를 구성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로는 살짝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개별 단위의 상상력은 좋습니다. 그런데 상상력 말고 또 하나가 뭐냐면 실천력,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공공미술을 이야기 할 때, 머리로 생각한 리얼리티와 실행되는 코퍼리얼리티라는 말을 동시에 씁니다. 작가가 작업실이나 화랑에서 하는 것은 그냥 리얼리티만 있으면 통과가 됩니다. 그런데 공공장소에 나오면 공공이라는 맥락 때문에 반드시 코퍼리얼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승인위원회) 여러분의 선배들이 다 요구한 사항이 무엇인가 하면, 여러분들의 아이디어를 피지컬리하게 좀 더 가져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상상력이 훨씬 강력해지고 힘이 세진다는 얘기입니다. 좀 더 실행력을 전제한 상상이 들어간 리서치를 한다면 여러분이 하는 노고가 훨씬 더 많이 사회적 자산으로 기여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공공미술이라는 것이 조각 하나 만드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공공성이라는 것이 시민들에게 사탕발림 하는 것이 아니죠. 우리가 이런 모임을 통해 새로운 공공성을 만들어 내고, 그 공공성이 담론일 수도 있고, 공간일 수도 있고, 커뮤니티일 수도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프로세스와 같은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그런 과정으로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이 과정이 여러분은 힘들겠지만, 공공미술의 새로운 길을 여는 것이기도 하니 참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공공미술 #기록 #보존 #활용 #공동체
박성태 부산에서 자유의 여신상 만드는데 1,000억이 잡혀있습니다. 그게 공공미술인지 프로파간다인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가 조금 다른 제안들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여러분이 그런 점에서 고민을 하고 있으니 그게 잘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시 공공미술 행사에 몇몇 분들이 와서 발표를 했습니다. 거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홍보라 님의 논문에 실려있는 메리 제인의 강연이었습니다. 그녀의 말은 단 한마디로 다 없애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 다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하는 것은 구조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동체를 연결하거나 공동체 안에서 우리의 삶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공공미술을 해야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좀 세지만 우리가 받아들일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런 것들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마지막까지 좋은 결과물을 부탁 드립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결과물들이 아카이브 형식으로 잘 정리되게 하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휘발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식이든 잘 담아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공공미술의 레퍼런스로 잘 보존되었으면 합니다.
라운드테이블
분량20,638자 / 40분 / 도판 4장
발행일2017년 12월 18일
유형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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