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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와 혁신: 미래를 상상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효관

하자센터부터 청년허브까지

1999년 하자센터를 맡으면서 청소년 문제와 마주하게 되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나와서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청소년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했는데, 처음에는 그들의 사고나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을 두고 보니 특정한 맥락에서 아이들이 다르게 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4년간 하자센터를 운영하면서 본 것은, 정부에서 괜찮은 정책이 만들어져도 전달을 거듭해 현장에 도착하면 엉망이 되곤 하는 일들이었다. 하자센터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정부 정책 프로세스를 관리해 주는 회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변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하자센터에서 나와 회사를 차렸다. 그런데 한국 행정 문화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결국 이런저런 다른 일을 하다가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에서 특채 교수로 학생을 가르치게 됐다.

학교에 돌아가 보니 3, 4학년 학생 중 75% 정도가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다. 공무원 시험이 그렇게 다양한지도 그때 처음 알았다. 국립대학교는 정부 예산을 투입해 운영을 하는 곳인데, 대다수 학생이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한국 사회가 진짜 심각한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공무원 시험이 어려워지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도시마다 차곡차곡 쌓여서 하나의 사회 문제가 되어 있었다. 대학생이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학교에서 그 문제를 다루지 않는 것도 이상해 보였다. 문제를 풀지 못할 수도 있지만, 문제를 어떻게 풀지에 대한 논의의 틀이 없었다. 이렇게 이상하게 운영되는 시스템이 세상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대학 교수 4년 동안 광주문화도시사업의 PM과 문화도시위원회 위원을 맡고, 문화도시만들기에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지역 사회와 같이 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했다. 한국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다.

대학을 그만두고 다시 하자센터로 돌아왔다. 하자센터에서는 무언가를 시작하면 사회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생각해서였다. 그렇지만 현실은 달랐다. 처음 하자센터를 시작했던 1999년에는 청소년 중에서도 특정한 영역에 굉장한 집중력을 보이는 똘똘한 아이들이 있었다. 그런 친구들이 있을 거라 기대했다가 하자센터도 7년의 세월만큼이나 많이 변해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예전에는 학교 문제를 이야기하고 문화 산업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했다면, 이제는 ‘나도 부모도 선생도 모두 불쌍하다’는 식의 저에너지 상태의 청소년이 많아졌다. 에너지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정을 맡게 되면서 서울시의 취업, 창업 정책을 같이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서울시가 하는 일은 구인자와 구직자를 연결시켜 주고, 창업 시 공간을 지원해 주는 것 외에는 없었다. 구직에 목말라 있는 청년의 취업을 도와주기 위해 TF를 꾸려서 ‘청년허브’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청년들이 열망을 갖고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안에서 네트워크도 형성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에 작은 모임들이 생겨나고 있었는데, 그런 모임들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대학생들이 쉽게 올 수 있는 카페를 크게 만드는 것이 콘셉트였다.

서울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우여곡절 끝에 청년허브를 만들었다. 내가 알던 것보다 청년들의 창업 모임이 폭넓게 퍼져 있고,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현재 청년허브는 청년 정책의 수립을 위한 연구, 자료 및 정보 조사, 청년 활동 지원, 능력 개발 및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일자리 진입을 위한 사업 지원, 주거 안정과 부채 경감 지원, 문화 활성화 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다.

저성장 사회의 공동체

서울이라는 도시를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러다 나이가 지긋한 공무원의 이야기를 듣고 설득당했다. 건축직으로 오래 일한 분이었는데, 한창때 서울 인구가 1년에 30만 명씩, 10년 동안 350만 명이 늘었다고 했다. 한 달에 만 명 넘는 사람이 서울로 올라오다 보니 그들이 살 곳을 어딘가에 만드는 것이 그때 서울시에서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도시 경관, 쾌적성 같은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한 달 사이에 늘어난 만 명 넘는 사람을 어디가 됐든 살게 하는 사람이 가장 유능한 공무원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서울이라 지금 와서 보면 사람이 사는 곳에 이런 것도 안 만들어 놓았을까, 공원은 왜 이렇게 적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다행히 서울 인구가 줄고 있다. 한 도시의 적정 인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식으로 추산하더라도 서울은 적정 인구를 초과했다. 인구가 지나치게 많다 보니 도시 안에서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갈등은 재개발, 재건축과 관련된 것이다. 몇 년 전까지 서울에 600개가 넘는 뉴타운, 재개발 예정 지역이 있었다. 시세 차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뉴타운을 만들었다. 그렇게 뉴타운이라는 비행기를 만들었는데, 이륙하고 나니 내릴 곳이 보이지 않았다. 그 안에서 조그만 섬에라도 내릴 것인지 끝까지 타고 가다 죽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했다. 뉴타운을 해제하자는 주민들과 더 기다려 보자는 주민들 간의 갈등이 격화되었다. 비행기를 띄웠던 욕망이 헛된 욕망이었음을 알게 돼야 갈등이 진정될 것이다.

지금 와서는 옛 도심을 개발하지 않고 놔뒀으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을 것이라고 푸념하는 사람이 많다. 외국에 가보면 안은 그대로 보존하고 밖만 개발하는 도시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 우리 도시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다. 앞으로 한국 사회는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하기 어렵고, 저성장 체제가 구조화될 것이다.

2016년 7월 맥킨지 보고서에 의하면 이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지는 첫 세대가 출연한다고 한다. 17개 선진국의 경제 지표를 분석한 결과, 저학력자와 젊은 층에서 소득 감소 현상이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는 이 문제가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양극화도 문제지만, 기회 자체가 상실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청년층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이민가고 싶다고 답한 비율이 88%에 이른다. 실제로 특정 기술직에 종사하는 사람은 해외로 많이 나가고 있다. 한국에서 탈출 러시가 벌어지는 이유는 현재의 삶이 힘들기도 하지만, 앞으로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외국 유학을 가는 것이 한국에 돌아와서 뭔가를 하기 위함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부모들도 웬만하면 가서 돌아오지 말라고 한다. 한국 사회가 나아지고 조금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우리는 극단적으로 개인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유럽 국가에는 지역 단위 유니언(union)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지만, 한국에서는 사라진지 오래다. 서울에 협동조합형 주택을 짓자고 하는 사람은 많지만 지을 만한 땅이 없다. 외국에는 공유 자산화된 땅이 있어서 공익 사업을 시도하지만, 한국에서는 조금 남아 있는 유휴지 몇 곳에 지어야 해서 마땅치 않다. 결국 커뮤니티가 없는 곳에서 유럽보다 훨씬 더 개별화되고 원자화된 존재로 살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사회적 기업은 유니언이 커지면 그것이 전국적인 사업망을 갖게 되어 사회적 기업이 된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은 외부적으로 갑자기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역에 뿌리가 없다. 이런 현상은 서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농촌에도 커뮤니티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떠날 사람은 이미 다 떠났고, 그 안에서 사는 사람에게도 협동의 문화가 없다. 협력과 공유의 움직임이 거의 다 사라져 버렸다.

공동체는 우리가 관념 속에서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공유 주거를 실제로 경험해 보면 같이 산다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파트에 살면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다 마주쳐도 서로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관계 단절이 심각하다.

전달 국가에서 관계 국가로

작년 영국에서 나온 「전달 국가에서 관계 국가로」라는 보고서를 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모든 국가는 ‘전달 국가’였다. 행정과 전문가가 모여서 정책을 만들고 국민에게 전달해 주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복지국가는 잘 고안된 전달 체계다. 지금은 복지가 부족해서 복지의 양을 늘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 개개인의 존엄이 지켜지는 복지로 어떻게 넘어갈 지가 화두가 될 것이다.

전달만 잘하면 되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이 보고서는 사람들이 겪는 질병의 종류가 30년 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일례로 보여준다. 30년 전에는 물리적인 질병이 대부분이어서 전달 국가를 잘 작동하면 해결할 수 있었다. 공공의료기관을 잘 만들고, 그 수를 늘려서 사람들이 공공의료시스템에서 벗어나지 않게 잘 관리하면 해결됐다.

그런데 최근 질병 통계를 보면 정서적 질병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울함을 느끼는 것과 같은 문제가 심각할 정도로 많다. 그래서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휴직하는 엄마가 많다. 아이가 학교를 가면서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서적 질병은 의료기관을 확충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좋은 이웃과 살면 행복감이 높아진다는 최근 통계가 있는데, 그런 좋은 이웃을 공공의료기관이 만들어 줄 수는 없다. 좋은 이웃을 만들 수 있도록 주민이 참여하는 문화 형성 지원 같은 일을 빼고는 그런 질병 문제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졌다. 위에서 전달만 잘하면 국가가 잘 돌아갈 거라는 가정이 현실 문제에 맞지 않게 된 것이다.

집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서울시 주거정책에 대해 청년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아무 데나 공공이 임대주택을 지어서 살게 하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에는 임대주택 자체가 부족해서 가구 수를 늘리는 쪽으로 접근을 했지만, 지금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변에서 할 수 없고 커뮤니티 시설이 없다면, 즉 주거 환경에서 당연히 필요한 것들이 내가 사는 주변에 없다면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방법을 필요로 한다. 그중 하나가 공동의 해결 방법일 수 있고, ‘공유 도시’라는 개념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공유 경제는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제 활동을 말한다.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는 이런 공유 경제를 이야기하며 등장한 기업으로, 지금은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다. 에어비앤비는 호텔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힐튼호텔 같은 세계적 호텔 체인과 비슷한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되었고, 우버의 가치 총액은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사람들이 자기의 것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이런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서울시의 공유 정책

공유 문화는 어렵다. 공유 도시의 가장 큰 이슈는 공간을 공유하는 것인데, 공간을 공적으로 공유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얼마 전 한강에서 치맥을 해도 되는지에 대한 토론이 라디오에서 벌어졌다. 청년허브를 운영할 때 청년 몇 명이 잠자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다 세탁기를 설치해 달라고 했다. 청년허브를 잠을 자고, 세탁물을 널어 놓는 곳으로 사용하는 것이 공공공간의 목적에 맞는 것일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공공공간이 어디까지인지를 정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공간을 공공의 성격에 맞게 사용하는 것은 어렵지만, 공간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도시가 함께 사는 그릇과 같다고 생각을 하면 상당 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동사무소(주민센터)는 공무원이 근무하는 곳으로, 공무원의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다. 주민이 동사무소에서 무엇인가를 하려면 허락을 구해야 했다. 요즘은 동사무소를 주민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면서, 공간을 개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동사무소에 빈 공간이 많고, 주말에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개방해 달라고 하는데, 담당 공무원은 보안이나 안전에 대한 책임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풀어야 할 숙제는 공존하지만, 이런 시민의 요구가 반영된 공간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한 예로, 서울시청사 지하 1층의 경우 본래 계획했던 홍보갤러리 대신 시민청을 만들어 결혼식도 할 수 있는 공용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동사무소에 남는 공간을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운영하기도 한다. 질병관리본부가 쓰던 부지를 서울시가 매입해 대학을 유치할 것인지 쇼핑몰을 지을지 논의하다가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서울혁신파크를 만들기도 했다. 2016년 6월까지 누적된 통계를 보면, 서울시에서 개방하는 공공시설이 1,200개소다.1 우리가 잘 모르지만 찾으면 더 많은 공공시설과 공간이 공유되고 있을 것이다.

서울시 공유 도시 정책은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외국 사람들이 관심 있게 보는 정책이 ‘한지붕 세대공감’이다. 이 사업은 집을 소유하고 있는 혼자 사는 노인이 청년에게 보증금 없이 주변 시세보다 50% 정도 저렴한 값에 빈방을 제공하는 것이다. 학생은 주거비 부담을 덜고, 노인은 고립감을 해소해 청년 주거와 노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서울시 가구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큰 아파트에 노인 한 명만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무상급식은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단위당 비용이 작기 때문에 보편화시키기 쉽지만, 주거 복지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것을 보편적 복지로 만들려면 큰 비용이 들어간다. 대부분의 청년은 주거비가 비싸니 공공아파트를 많이 지어달라고 하지만, 그러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런 문제를 한지붕 세대공감과 같은 정책으로 해결했으면 하는데, 아직 참여율이 저조하고 제도가 체계적으로 자리 잡지 못해 보완되어야 할 점이 많다.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같이 살면 주거비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500가구가 한지붕 세대공감에 참여하면, 500명의 청년이 살 곳이 생기고, 5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절약된다.

서울자전거 ‘따릉이’는 교통체증,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공공자전거다. 엄밀히 말하면 공공서비스로, 중국에서 유행하는 공유 자전거와는 다르지만 취지는 비슷하다. 한편, 서울은 땅이 평평하지 않아 자전거 타기가 어렵다. 은평구나 성북구 같은 곳은 고개를 넘어 다녀야 한다. 공유 자전거 시스템이 발달한 나라는 기본적으로 땅이 평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릉이 이용자(회원 가입자 기준)는 2017년 8월 기준으로 23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서울의 교통량을 줄이는 다른 방안으로 전기 자전거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자전거 시스템을 다변화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아파트 단지가 많은 곳에 쇼핑몰을 세울 때, 쇼핑몰과 인근 아파트 사이에 자전거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 시스템을 도입해 건설 단계에서부터 주차 면적 등을 고려하고 이것을 어떻게 사회적 이익으로 환원시킬 수 있을지 여러 가지로 변형을 시도할 수도 있다.

‘서울시 나눔카’는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시간만큼 편리하고 저렴하게 차량을 빌릴 수 있는 승용차 공동 이용 서비스다. 자가용의 급속한 증가로 인한 교통난과 주차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눔카는 서울시에서 공공 인프라를 만들 때 나눔카의 주차면을 따로 만들어 이용자들에게 주차 공간을 공유해준다. 현재 세 개 업체(그린카, 소카2, 에버온)가 서울시 나눔카 정책에 참여하고 있다. 2017년 8월 기준 회원 181만 명, 운영 지점 1,356개소로 차량 4,316대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구역 주차제를 개선하는 정책 실험도 있다. 우선 구역 주차제는 5만원을 내면 구획된 파란 선 안에 주차를 할 수 있게 해주는데, 공공부지를 5만원에 독점하는 셈이다. 기존에는 이 구역이 비어 있을 때 다른 차가 주차하면 견인 조치되었다. 금천구 독산4동에서는 비어 있는 구역에 저녁 6시까지 누구나 주차를 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주차 면을 하나 만드는 데 2천만 원의 비용이 든다. 공동 주차 면 몇 개를 확보하면 세금을 절약할 수 있을뿐 아니라 도시 공간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동안 당연시 여겨온 거주자 우선 구역을 주민의 합의를 거쳐 리모델링하고 있다.

오래된 집이나 비어 있는 집을 빌려 개조해 저렴한 가격으로 재임대해서 공유 주택을 운영하는 ‘우주(Woozoo)’, 취업 준비생에게 정장을 빌려주는 ‘열린 옷장’ 같은 공유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소유의 관념에서 벗어나는 세대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공유 사회를 향하여

서울시 공유 정책은 서울시가 정책 수단으로 여러 가지를 만들어 본 것이다. 앞으로는 도시에 공유지를 어떻게 넓히고 정보와 데이터를 공유해 어떻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시민들이 공유 자산화를 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최근에는 ‘공유 플랫폼 사업을 어떻게 공공화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공공 인프라를 어떻게 제공하고, 이를 활용한 창업 아이템의 수익의 일부를 어떻게 공공으로 돌릴 수 있는지, 그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등의 논의가 활발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에어비앤비의 경우 개별 판매자는 적은 수익을 얻는데 비해, 에어비앤비는 매우 큰 수익을 거뒀다. 가치를 생산하는 사람의 몫은 작은 반면,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를 연결해주는 플랫폼형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부유해진 것이다. 그래서 부스러기 공유 경제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플랫폼을 협동조합화 하자는 의견도 있고, 공공화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에어비앤비 참여자들이 기업을 공동으로 소유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사회적 인프라 자체가 변화를 향해 가고 있다.

자유주의 사상가 로크(Locke)는 인간의 노동이 매개되지 않은 것에 소유를 주장할 수 없다고 했다. 예를 들면, 지하 자원을 이용한 삼다수의 경우, 개별 소유로 인정해주면 안 된다는 것이 초기 자유주의 사상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을 팔고 있다. 땅 속에 묻혀있는 자원을 통해 이득을 회수해서 소득을 취하고 있다. 광장도 광장 효과로 사람이 모여 인근 지역에서 장사가 잘 되는데, 그렇게 발생한 이익을 거둬서 기본 소득의 재원으로 삼자는 주장도 있다. 사회 자체를 공유라는 관심으로 재해석하다 보면 다양한 것들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개인이 사는 공간 외에도 놀고 활동할 수 있는 도시 공간에 대한 욕구가 사람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와 도시 인프라를 공유지로 사고하면 새로운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는 행정이 도시에 인허가권이라는 절대적 권한을 행사해 왔다. 이제는 시민이 참여해 도시의 정체성, 색깔, 느낌을 만들어 가야 하는 중요한 전환기에 들어섰다. 그 전환기의 키워드 중 하나가 공유다. 공유라는 키워드로 도시 문제를 다시 생각하면 사고와 실천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 공무원이 된 지 3년 6개월이 되었다.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나서 4년마다 직업을 계속 바꿔왔는데, 가장 오래 일했던 기간이 4년으로, 지금이 일곱 번째 직장이다. 박사학위 논문을 마치고 1999년 하자센터를 맡았다.

공유와 혁신: 미래를 상상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분량9,286자 / 18분

발행일2017년 12월 19일

유형강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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