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김종성 컬렉션과 카탈로그 구축체계
이현영
분량4,253자 / 8분 / 도판 13장
발행일2022년 1월 20일
유형강연록
국립현대미술관은 2013년에 미술연구센터를 개소한 이래 꾸준히 작가와 이론가 등의 아카이브를 수집하고 있다. 아카이브에는 정기용, 이타미 준, 김종성 등의 건축가 컬렉션과 박길룡, 윤일주 등의 건축 이론가 컬렉션, 건미준과 같은 건축 단체 컬렉션도 포함되어 있다.

김종성 컬렉션은 위의 건축 아카이브 중에서도 대규모이다. 김종성이 직접 2014년 미술관에 대부분 기증했고, 그 이후로도 자택이나 사무실에서 자료를 찾으면 미술관으로 꾸준히 기증하고 있다. 수량으로 2만 5천여 점에 달하는 규모인데, 부피로는 문서 상자 64개와 롤(roll) 상자 5개, 도면함에 들어가는 평면 자료가 148장, 그리고 디지털 이미지가 있다. 자료의 생산연도는 1948년부터 2015년까지이다.
미술관에서 직접 수집할 수 없는 김종성이 설계한 건물을 제외하면, 아카이브의 유형은 주요 건축작업의 설계부터 준공에 이르는 자료와 건축가의 생애 자료까지 다양하다. 구체적으로 도면, 마이크로필름, 스케치, 사진, 편지, 간행물, 보고서 등 건축 작업에 관련해 생산된 자료들, 졸업앨범, 가족에게 여행하며 쓴 편지, 위촉장, 학생 시절 과제, 설계 도구뿐만 아니라 스승이었던 미스 반 데어 로에와 관련된 사진이나 자료도 있다.
아카이브는 이처럼 많은 수량과, 여러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작품처럼 하나씩 따로 관리할 수는 없다. 미술관에서 아카이브를 정리하고 관리함과 동시에, 외부에 널리 공유하기 위한 체계로서 만든 카탈로그가 어떻게 구축되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아카이브에서 카탈로그는, 쉽게 말해 자료를 정리하는 기준이자 찾기 위한 길잡이다. 따라서 많은 양의 자료를 어떻게 체계화하여 정리할 것인가, 그리고 일반 사람들에게 보여줄 때 어떻게 해야 그들이 원하는 자료를 정확히 찾을 수 있게 해줄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만들고 있다.
수집된 자료를 다루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출처 단위의 집합적 관리다. 미술관 아카이브에는 현재 총 약 30만 점 정도의 자료가 축적되어 있다. 만약 자료가 섞여 여러 곳에 산재한다면, 원하는 자료를 찾기까지 과정이 험난할 것이다. 김종성 컬렉션처럼 ‘컬렉션’이라고 부르는 것은 동일한 출처를 가진 자료의 집합이다. 김종성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만들어진 아카이브이므로 김종성이 기증한 자료는 다른 자료와 함께 관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박길룡 컬렉션에는 김종성이 설계한 건물을 찍은 사진 슬라이드가 여러 장 있다. 이렇게 연관된 자료라도 출처가 다르기 때문에 박길룡 컬렉션과 김종성 컬렉션은 완전히 분리하여 관리한다.
두번째 원칙은 자료의 목록을 계층적 구조로 관리하는 것이다. 김종성 컬렉션의 자료는 일차적으로 건축 작업, 서신, 사회활동, 기사 등으로 분류했고, 그 하위 목록을 건축 프로젝트 단위별, 서신의 주제별, 사회활동의 주제별 등으로 세분화했으며, 또 그 아래에 아이템 단위로 분리해서 계층을 만들었다.
이러한 계층적 구조와 집합적 구조가 있어야 개별 자료 사이에 맥락이 형성된다. 예를 들어, 공사 현장 사진을 낱장으로 접하면 ‘어느 동네 공사 현장이구나’ 하고 지나칠 수 있겠지만, 힐튼호텔 설계 초기 모형 사진이나 초기 도면, 시공 과정, 실시 설계 도면과 함께 보면 전체적으로 힐튼호텔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볼 수 있다. 여기에 협의 과정에서 오간 서신이나 다른 문서를 더하면 힐튼호텔을 지으며 어떤 회의 과정을 거쳤고, 어떠한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쳤는지 맥락을 보충할 수 있게 된다.
한편 개인사 측면에서도 여러 자료가 모여 맥락 정보를 이룬다. 김종성 컬렉션에는 1953년에 발급된 김종성의 제2국민병 수첩이 있다. 이 수첩 자체는 국립현대미술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민속박물관에도 있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도 있다. 다른 박물관에서는 이 수첩이 한국의 전시 상황을 증명하는 자료로써 가치를 갖는다. 그런데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이 자료가 김종성 컬렉션 안에 있음으로써 다른 신분증이나 졸업 앨범 등과 함께 김종성이 어떤 배경에서 성장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실제적 정보로써 의미가 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의 목록은 국립현대미술관 웹사이트에서 공개되고 있다. 웹사이트에서 자료를 검색하는 첫 번째 방법은 앞에서 설명한 계층적 구조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자료 간의 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시스템 문제로 한 단계씩 접근하는데 로딩 시간이 다소 걸리기 때문에 아카이브에 관심이 많은 연구자가 아닌 이상, 계층적 구조로 접근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두 번째로는 키워드 검색이 있다. 익숙하고 빠르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 그런데 키워드 검색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이 알고 있는 만큼만 검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자료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거나 김종성이란 인물에 대해서 아는 바가 별로 없다면 입력할 수 있는 키워드도 한계가 있다. 또 키워드 검색에서 내가 원하지 않은 자료가 너무 많이 검색되거나, 띄어쓰기 하나라도 틀리면 내가 원하는 자료가 검색되지 않는 등의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기술은 계속 발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들은 점차 개선되리라 생각한다.
검색을 통한 결과 값은 시스템이 어느 정도 정렬해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예를 들어 검색 결과를 생산연도 별로 모아서 볼 수 있다. 김종성, 정기용, 이타미준 컬렉션에서 각각 1980년대 자료만 선별해서 보면서 이 건축가들의 같은 시대 자료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유형별로 모아서 보는 것도 가능하여 도면만, 혹은 스케치만 보고 싶을 경우 선택해서 볼 수 있다.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자료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김종성 컬렉션 아카이브 북1을 만들었다. 책에는 아카이브의 목록과 대표 이미지, 인터뷰 등이 수록되어 있다. 각종 정보 처리 시스템이 발전하고 있고, 인공지능도 활용하는 시대에 자료 목록만 100쪽에 달하는, 총 300쪽 두께의 책을 만드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신기술에 기반한 정보 제공 체계와 별도로, 인쇄와 동시에 완결성을 갖는 책을 구비하여 서로 다른 접근 경로를 마련함으로써 사람들이 아카이브 자료에 좀 더 쉽게 닿을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한다.
책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아카이브 컬렉션을 벗어나서, 연구자가 실제 건축 현장을 답사한다거나 다른 기관에서 자료를 찾을 경우를 위한 연구 가이드도 수록했다. 힐튼호텔이 서울시 건축상을 받을 당시의 김종성 건축가의 수상 사진이나 힐튼호텔 패널 사진 등은 서울사진아카이브와 같은 공공 아카이브에서 소장하고 있다. 이러한 가이드를 따라 확장해서 연구를 진행하면 훨씬 더 풍부한 내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관에서는 자료를 직접 정리하면서 자료 기증자인 김종성 선생님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고, 주변 인물과 연구자의 자문을 통하여 얻은 다양한 배경 정보가 있다. 그 정보를 아카이브 맥락을 만드는데 반영하긴 하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내용만 담아야 하는 아카이브 설명글에 모두 쓸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아카이브를 궁금해하는 모든 사람에게 직접 설명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아카이브 목록에 기록해두기 어렵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내용을 김종성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하여 책에 담아 아카이브에서 빠진 맥락이나 내용을 보충하려 했다.
미술관에 방문하면 미술자료통합관리시스템(AMS)을 활용할 수 있고, 여기에서는 웹사이트보다 좀 더 자세한 검색이 가능하다. 그리고 원본을 열람하고 싶을 경우, 웹사이트에서 방문 최소 3일 전에 예약을 하면 누구나 센터에 방문해 열람할 수 있다. 다행히 원본 열람 서비스가 연구자나 대중에게 점점 많이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이처럼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아카이브는 많은 사람에게 미술관이 열심히 수집하여 정리한 자료와 정보를 알리고, 이용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대한 많이 공유되어야 진정한 유산이라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현영
성균관대학교에서 건축역사를 전공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에서 건축 아키비스트로 일하고 있으며, 정기용 컬렉션, 이타미 준 컬렉션, 김종성 컬렉션 등의 아카이브를 정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종성 컬렉션과 카탈로그 구축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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