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search close
https://archnews.manualgraphics.com/vol15-cover/
문단구분
글자크기
  1. -
  2. +
배경
  1. 종이
글꼴스타일
출력
  1. 출력
목차

알려지지 않은 서울 이야기

피터 페레토 × 김그린

피터 윈스턴 페레토는 어린 시절부터 여러 도시를 전전하며 살았다. 지금도 다르지 않은 생활 가운데 그는 서울에서의 5년의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세계의 도시들은 점점 비슷해지기보다는 명확해지고 있다면서 복잡한 층위의 다면적인 정체성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은 어떨까? 그의 서울에 관한 책 『플레이스/서울』을 통해 이야기해보았다. 


피터 W. 페레토 건축가 피터 윈스턴 페레토Peter Winston Ferretto는 다양한 도시에 거주하며 도시를 면밀히 관찰하고 이를 건축작업과 글로 서술한다. 그는 전체의 한 조각fragment에 내재되어 있는 추상적이며 무한한 힘을 바탕으로 작업한다.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나고 자라 영국과 스위스에서 실무를 익혔다. 서울에는 2009년부터 5년간 거주하며 건축사무소 PWFERRETTO를 설립하여 활동하였고, 서울대학교에서 건축디자인을 가르쳤다. 현재 홍콩에 거주하며 홍콩중문대학교 건축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터뷰어 김그린 도시와 건축을 기반으로 공간을 다루는 기획자가 되고자 전시, 워크숍, 리서치 등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차근히 실습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다른 여러 환경에서 자란 탓인지 관찰자가 되어 주변을 살피고 이야기 듣기를 좋아한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스쿨 오브디자인 (RISD)과 하버드디자인대학원에서 건축과 어반디자인을 공부했다.


“이러한 문신들은 서울이 하나의 유기체이지 찍어낸 제품이 아니라는 신선한 시각을 환기시킨다. 도시의 문신은 ‘총체적 미다스 증후군’, 말하자면 손에 닿는 모든 것을 균질화하며 도심 고급화를 일으키는 현상을 예방하고 막아내며서 서울이 뻔뻔하리만치 도시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플레이스/서울』 <도시의 문신> 챕터 중에서. / 사진: 신병곤

김그린 서울에는 얼마나 계셨는지, 서울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피터 페레토 2003년 처음 서울을 방문했고, 그후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 간 서울에서 거주했습니다. 새로운 도시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제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입니다. 현지인과 관계를 맺을 때에 비로소 진실된 현실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지내는 동안 흥미롭고 도전적인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나 혼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도시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게 여행자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통상적인 개념인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을 찾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서울의 모습 속에는 진짜 도시가 오히려 누락되어 있었습니다. 『플레이스/ 서울』은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했습니다.

김그린 <매일경제>에 기고한 서울이라는 도시와 공간에 대한 글들이 참 흥미로웠는데요. 이탈리아에서 태어났고, 영국에서 학교를 다녔으며, 스위스와 서울 그리고 지금은 홍콩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도시 유랑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피터 페레토 저는 유년 시절 이중국적자로 이탈리아와 영국이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두 나라에서 상반된 문화를 접하며 자랐습니다. 그때 탐구심과 호기심이 왕성해지면서 지금과 같은 노마딕한 성향도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꽤나 도시동물urban animal 유형의 사람입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저는 도시 밖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요. 도시가 만들어내는 맥박과 리듬을 느낄 때 즐겁고, 도시에 내재된 굉장히 구체적이면서도 익숙한 역설에 매력을 느낍니다. 익숙함은 제가 도시를 관찰할 때에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면 런던, 마드리드, 서울, 제가 거주했던 이 세 도시 사이에는 어떠한 유사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익숙함이 있어요. 여기에서 익숙하다는 것은 건축적이라거나 도시적인 문맥이 아닌 문학적 관점에서의 관찰을 이야기 합니다. 도시를 물리적 존재가 아닌 하나의 통, 그릇으로 보는 것이지요. 가령 미국 작가 폴 오스터의 책에서 문학적 도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의 책에서 도시는 어떠한 사건의 배경으로서 대부분의 요즘 건축가들이 생각하는 도시, 즉 빌딩의 도시가 아닌,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실내, 방, 장소가 모인 경험의 도시로서 나타납니다.

김그린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 서울은 어떠한 특이점을 갖고 있을까요?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이유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피터 페레토 저는 서울 혹은 서울 사람들이 도시의 특별함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법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도시를 다른 도시와 비교하려고 합니다. 가령 X도시는 고가 공원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 Y도시도 균등한 도시 환경을 갖추기 위하여 같은 아이디어를 차용하야 한다. 저는 비교라는 것은 긴장 상태를 조성할 때에 유용하지 균일성을 갖추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김그린 『플레이스/서울』 책 제목에서 플레이스라는 중성적인 장소와 서울이라는 특정 장소를 병치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피터 페레토 책의 제목이 어쩌면 다소 평범하거나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는 일종의 개념적 접근이였습니다. 플레이스/서울은 비율, 다시 말해 분수나 분할처럼, ‘서울’ 분의 ‘플레이스’ 로서 하나의 결론 혹은 결과물을 간접적으로 암시합니다. 그러므로 당신 말처럼 그 두 단어의 중첩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김그린 이 프로젝트를 서울에서 진행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피터 페레토 저는 책을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건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되고 제작 계획을 탄탄히 세워야 하지요, 그리고 끝 없는 기술적인 어려움과 편집의 한계에 순응하며 완성해 나가지요.

저는 2010년부터 사진으로 도시를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주로 운전을 하다가 한적한 곳에 차를 멈추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렇게 도시 사진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그 사진들을 ‘타이폴로지typology’에 따라 분류하고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보면 타이폴로지라는 것이 이 책의 시작인 셈입니다. 사진으로부터 발견한 도시의 타이폴로지를 통해 저는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빌딩숲 이면의 도시를 볼 수 있었고, 도시의 양상들 속에서 어떠한 패턴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김그린 책을 펼치면 글쓴이의 취지나 전반적인 설명이 아닌 이미지 즉, 사진만으로 시작합니다. 이 책은 사진가의 사진집이 아닌 건축가에 의해 진행된 사진집인데,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도구로 사진을 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피터 페레토 그것은 제가 건축을 이해하는 방법과 개념적으로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건축가는 건축에 있어 그의 천재성 보다는 지휘능력이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축 프로젝트를 총괄한다는 것은 이야기의 서사를 이끌어 가는 감독과 같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 프로젝트에서 저는 재능 있는 신진 사진작가 신병곤 씨와 함께 작업했습니다. 저는 사진작가에게 가장 먼저 프로젝트의 개념적 특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 개념적 특성은 이 프로젝트에서 매우 기본이 되는 것이기에,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마치 DNA와도 같은 것이었어요. 그것을 이해한 후에는 함께 일하는 것이 매우 수월하죠. 컨셉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는 그저 그 컨셉에 대하여 기록하기 시작하면 되었으니까요. 6개월 넘게 우리는 제가 서울에서 흥미롭게 보아왔던 장면들을 담기 위해 돌아다녔습니다. 사실 이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한 장면을 어느 쪽에서, 어느 시간에 어떠한 빛과 분위기로 보여줄 것인지, 주변에서부터 이 장소로 접근하는 방법 등, 사진을 찍기 전 수 많은 준비 작업과 사전 구성작업을 거쳐야만 했으니까요.

『플레이스/서울』의 연구팀은 사진작가, 매니저, 그리고 생각하는 자 이렇게 총 3명으로 제자인 변희영 씨는 매니저 역할을 담당하여 이 프로젝트의 모든 스케줄을 정리하였고, 한 장소가 사진에서 표현되기 가장 좋은 위치를 고민하고 섭외했습니다. 앞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책을 만드는 것은 한 사람의 일이 아닌 여러 사람을 필요로 하는 매우 복잡한 작업입니다.

김그린 교회, 아파트, 간판, 웨딩홀, 골프장, 근대건축물, 익명의 건축물 등 책의 목차이자 건물의 분류를 어떻게 선정했는지 궁금합니다.

피터 페레토 저는 이러한 항목들을 타이폴로지라고 합니다. 건축에서는 이처럼 도시의 어반 타이폴로지를 찾는 것이 지극히 일반적인 일입니다. 가장 유명한 예로는 알도 로시Aldo Rossi의 ‘도시의 자서전Autobiography of a City’ 이 있구요. 저는 알도 로시의 타이폴로지와는 반대로 어바니즘 속의 타이폴로지가 아닌 건축물의 타이폴로지를 선택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제가 선택한 각각의 타이폴로지는 독립적인 요소이며 자급자족 가능한 조각이고 자신을 스스로 분석가능하기에 어떠한 커다란 덩어리에 속박되어 있거나 주변에 흡수되지 않지요.

타이폴로지의 이름과 단어는 간략하지만 그 내용을 잘 서술해 줄 수 있는 명칭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이들은 서울과 관련된 항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매력은 서울의 특징적인 명칭임과 동시에 어느 주요 도시에나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 명칭들이 사진 그리고 그에 대한 글을 읽으며 각각 구체성을 갖게 되구요.

“(서울의 교회들은) 다른 어떤 건물 유형보다도 건축적 총체에,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다양한 요소들의 몽타주에가 깝다.” 『플레이스/서울』의 <교회> 중에서. / 사진: 신병곤

김그린 외국인, 외부인의 눈으로 바라본 서울인가요?

피터 페레토 서울 사람들 99%가 물어볼 법한 질문이에요. 저는 그 반대라 생각합니다. 이 사진들은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하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서울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그 거부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이 점에 있어 『플레이스/서울』은 서울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된 중첩이 단순히 멋지고 좋은 것이 아닐지어도 굉장히 현실적이며 동시대적인 서울의 실제에 관하여 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그린 혹시 이번 책에는 싣지 못했지만 교수님께서 흥미롭게 관찰해 온 또 다른 카테고리들이 있나요?

피터 페레토 초반에는 20여 개 정도의 항목이 있었습니다. 그들 중 제일 명확하고 눈에 띄는 항목으로 추려 10개가 되었어요. 가령 서울의 수십 킬로미터나 연결되어 있는 지하 공공공간 ‘지하세계Underworld’ 그리고 ‘커피스페이스Coffee Space’. 서울은 현재 커피숍이 매 2km마다 하나씩 도시를 차지하는 제일 높은 비율의 도시입니다. 수돗물은 현재 카페인으로 오염되었습니다.

김그린 서울에 거주하는 이들도 이렇게 항목 별로 모인 이미지들을 보며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서울과 제가 살고 있는 장소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이렇게 상상 이상의 결과들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피터 페레토 이미지들은 불신과 거부감의 사이의 어떤 굉장한 강한 반응을 일으킵니다. 많은 이유가 있는데 아마 심리적인 부분이 제일 커요. 사람들은 책에 나온 장소들을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을 테지만, 아니 아마도 그들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도 묻지 않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책에 싣고 난 후, 누군가 그러한 장소와 모습들을 기념하고 칭송하는 모습을 보고 나면 사람들은 이것을 되려 경멸하는 태도로 보아요. 무관심 또한 마찬가지예요. 저는 사진이 늘 사람들로부터 어떠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며 사진은 사람들 누구나가 저마다 그에 대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저는 사람들이 도시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굉장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객관적 현실과 주관적 현실의 차이를 관찰하는 것이지요. 오늘 우리 함께 도시를 선입관을 갖고 관찰합니다, 마치 모든 것이 옳게 비추어지는 렌즈를 통하여 정말로 무엇을 마주하고 있는지를 볼 수 없게 하는 렌즈를 통해서요. 이러한 상태에서 우리는 우리가 현실 안에서 바라보며 관찰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우리는 그저 만들어진 현실을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나쁜 습관을 버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아무런 필터 없이 바라본다 하여도 우리의 의식은 그 이미지를 곧바로 정정 해버리지요. 그래서 이 책은 이미지와 텍스트, 이렇게 두 가지 다른 조각의 합성본으로 읽히길 바라며 객관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진짜 현실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는 것을 찾고자 했습니다.

김그린 서울을 ‘도시’라기보다 어떠한 ‘현상, 조건’ 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그 부분에 대하여 조금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피터 페레토 ‘조건’은 개인의 인지에 의한 것이고 ‘도시’는 학교에서 배워온 미리 정의된 개념입니다. 만약 서울을 도시로서 이해하고자 한다면 역사, 정치, 경제적 관점 등 굉장히 구체적으로 그 도시를 이끌어낸 관념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분석은 매우 중요하지만 실제 이미지에서는 흐려지고 멀어지게 됩니다. 관찰보다는 분석에 의지하게 되지요.

둘째로, ‘조건’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서울과 그 문화에 대한 암시적인 예가 되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서울은 다이나믹한 문화로 인해 ‘빨리빨리’ 속성 등 마치 듀라셀 배터리처럼 절대 정지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여러 아시아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문화이지만, 그 중 서울은 굉장히 독창적인 위치에서 독특한 형태를 보입니다.

김그린 ‘잡종교배’, ‘끝없이 적응해가는 도시’라는 아이디어도 재미있습니다.

피터 페레토 그것이 바로 제가 책에서 나타내고자 하였던 도시의 매력입니다. 적응해가는 도시는 매력적입니다. 건축가들은 언제나 아름다움은 비트루비우스가 말한 비율과 구성과 관계의 아름다움venustas에 연결되어 있다고 하죠. 하지만 그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도 있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아름다움은 ‘변화’입니다. 여러 조건에 적응해가며 아름다운 상태를 만들어가는 세운상가의 경우, 서울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쳐다보기도 싫어합니다. 하지만 세운상가는 땅에 누운 듯한 고층빌딩으로 모든 부분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철물점 옆 꽃 도매상부터 모든 것들이 주거단지 밑에서 활발히 작동하고 있어요. 이것이 저를 신나게 하는 서울입니다.

김그린 다른 도시에서도 서울과 같은 ‘플레이스’ 분석을 진행해 볼 생각이 있으신가요.

피터 페레토 네, 하지만 각각의 도시마다 다른 프로젝트로 진전되겠지요. 사실 저는 현재 홍콩에 살며 ‘잔여공간’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잔여공간이라 하면 도시에서 서로 다른 환경들이 면하게 되면서 버려지거나 잊혀지거나 잃어버리게 된 사용되지 않는 장소들을 말합니다. 홍콩은 지리적인 위치와 역사에 의해 공간이 부족해 극한의 높은 주거밀도를 보이는 도시입니다. 그렇기에 잔여공간은 도시환경에 중요한 요소로 변환될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미셸 푸코가 『다른 공간들: 유토피아들과 헤테로토피아들Of Other Spaces: Utopias and Heterotopias』(1984)에서 현대사회에서 공간의 중첩과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그 밖의’ 공간 과잉에 대해 이야기한 것과 연결됩니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 저는 인프라스트럭처가 공간을 만들어내는 방식과 이러한 시스템의 공간들이 다른 방법으로 활성화되는 것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김그린 책에서는 서울에서 건축가가 주변화되고 불필요한 존재가 되는 위험에 처해 있다 하셨고, <매일경제> 칼럼에서는 “서울은 진정한 건축가가 필요하다. 진정한 건축가는 건축과 도시와 사회를 연결해서 사유하는 사람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서울에서 건축가로서 실무도 하셨고 학교에서 가르치기도 하셨는데, 건축가로서 서울에서의 경험은 어떠셨나요. 서울은 건축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피터 페레토 서울에는 굉장히 다양하고 풍부한 건축 사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건축학교만 해도, 2개밖에 없는 홍콩에 비하면 서울에는 70여 개나 있으니까요. 또한 많은 젊고 흥미로운 건축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건축가라는 직업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건축가가 굉장히 중요한 직업이었다면, 요즘은 기술자나 다른 전문가들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의 건축 실무가 건축의 형태에, 즉 컨템포러리한 건축물처럼 보이려는 생각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안에는 연구하거나 주안을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사회는 ‘빨리’ 디자인을 만들어야 해서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저는 그것이 너무 단순한 변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가에게는 사회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저는 그 책임이 현재 건축물의 형태와 파사드에만 치중되어 건축가에게 가장 중요한 윤리ethic가 사라진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서울 이야기

분량8,105자 / 15분 / 도판 2장

발행일2015년 10월 29일

유형인터뷰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모든 텍스트는 발췌, 인용, 참조, 링크 등 모든 방식으로 자유롭게 활용 및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문의 출처 및 저자(필자) 정보는 반드시 밝혀 표기해야 합니다.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이미지의 복제, 전송, 배포 등 모든 경우의 재사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