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은 창조의 결과로 온다”
박성태
분량1,708자 / 3분
발행일2015년 10월 29일
유형서문
세월호, 메르스 등 우리 사회를 뿌리부터 뒤흔든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물론 이런 일들이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세월호 침몰 사건을 사람들이 단순한 사고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광화문 광장, 안산,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인 이 사건의 여진은 한국 사회의 부패와 무능, 불평등과 무기력 등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사회 내부에 내재된 모순과 연관되어 있었고, 시민들은 이 사건이 자신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재난이 언제든 나에게도 닥칠 수 있고,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에너지나 식량 등의 자원을 결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거나 소비하고 있지 못하다. 재생산할 수 있는 비율보다 더 많이 채취하고 써버리고 심지어 내다 버린다. 내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되든지 지금 더 많이 소유하고, 사용하고, 누리고 본다. 수도권 시민들과 기업의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밀양 송전탑은 세워져야 한단다. 경상남도 지역이 소비하는 전기의 4배를 서울 시민이 사용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현재 원자력 발전소가 23개, 화력과 가스열병합 발전소가 170여 개, 그에 따라 세워진 송전탑 수가 3만 9천여 개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다며 전력예비율을 높이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고, 그 전력을 서울 및 대도시로 보낸다는 명목으로 밀양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평온한 삶을 강탈하고 있다. 막가파식 개발을 통한 환경 파괴는 더 이상 말할 필요조차 없다. 4대강 사업이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에 선사할 비극적 운명이 무엇인지 두렵기까지 하다.
사회적·환경적 재난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 바로 엮어야 하는 이음새는 무엇일까?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지금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만 알 수 있고 변화를 위한 결의가 있다면 서로를 독려할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침몰해가는 세상 속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을 온몸으로 거부할 수밖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책 『문명의 붕괴Collapse: How Societies Choose to Fail or Succeed』에서 “지구별은 시한폭탄”이라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단지 50년뿐이다”라고 말했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우리에게 던져진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경제·문화적 문제까지 더해져 당장 현재 삶의 방향을 바꿔야 하는 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히려 지금의 잘못된 방향으로 가속하는 형국이다.
물론 기존의 정치·경제·문화적 시스템에 환멸을 느낀 시민과 단체들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환경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고, 정치 경제적 저항의 움직임도 다시 불붙을 준비를 하고 있다. 건축가와 도시·지역 전문가들도 지속가능한 삶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안들은 부단한 창조의 결과로 우리에게 올 것이기에, 각자의 자리에서 더 많은 실험들이 벌어져야 한다. 이번 《건축신문》에서 재난을 주요 이슈로 다루고, 이와 함께 라운드어바웃에서 열 번의 <재난포럼: 재난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준비한 이유다. 문화평론가 문강형준과 함께 기획한 <재난포럼>에서는 영화·문학·도시·예술·출판·사회학·정치지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난과 그 이후를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진다.
우리는 당장 우리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는 일을 중단하고,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문을 품어야 한다. 이미 도래한 재난과 파국을 직시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믿는다.
박성태 본지 편집인
“대안은 창조의 결과로 온다”
분량1,708자 / 3분
발행일2015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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