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글: ‘두 번째’ 이야기들
김상호
분량1,834자 / 4분
발행일2020년 2월 29일
유형서문
두 번째 책을 내면서 두번째탐색을 만든 개인사적 배경을 짧게 붙여본다. (함께 책을 만든 두 사람의 이어지는 글도 마침 각자의 소회이니 자연스러울 것 같다.) 2017년 정림건축문화재단(이하 재단)에 합류해 당장의 급한 불들을 끄고 나서 이듬해 시작할 포럼을 어렴풋이 준비하기 시작했다. 재단이 그간 지속해온 건축 포럼 시리즈에 ‘두 번째’라는 라벨을 붙여 시즌의 변화를 알리고, ‘탐색’이라는 제목으로 방향 전환을 꾀했음은 이미 두어 차례 밝힌 바 있다. 두번째탐색에는 두 개의 줄기가 하나로 엮여 있다. 하나는 재단이 초창기부터 이어온 다양한 포럼으로 쌓아 올린 담론의 연속체이고, 다른 하나는 건축 기자 시절부터 내게 맡겨진 새로운 건축가 취재라는 끝나지 않은(을) 미션이다. 공교롭게 잠시 소강상태에 있던 둘이 만나서 기획한 첫 일이 각자에게, 그리고 공통으로 크게 단락지어진 ‘두 번째’ 무엇이 되었다.
두번째탐색은 포럼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자의 취재 활동을 변형한 것이다. 사적으로 혹은 내밀하게 진행되는 기자와 건축가의 대화를 밖으로 끌어내고, 찾아가서 만나던 건축가를 열린 대화의 자리로 초대하고, 일대일의 대화를 공동의 것으로 확장하고, 모든 과정과 오가는 대화를 청중과 공유하는 형식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모아서 책으로 남기고 있다. 재단도 나도 이 일을 멈출 이유가 없고, 건축계 공익 재단으로서 건축의 취재 과정을 모두에게 열어 놓지 못할 이유가 없다. 포럼 자리에서 주고받는 토론과 질의응답은 공동의 인터뷰와 다름없고, 참여자들의 관심과 다양성은 기자 한 명의 인터뷰보다 나을 것이라고 믿는다. 일종의 공동 취재, 오픈 소스 프로그램이 가능해진 이상 내용의 폭과 깊이, 정확성, 지속 가능성과 확장 가능성은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 된다. 그것이 무엇을 얼마나 추가로 생산하게 될지는 모두의 몫이다. 포럼 자리에서 나는 여전히 건축 기자이고, 이 책을 만드는 동안에는 건축 편집자다.
두번째탐색으로 만드는 두 번째 책은 비슷한 이야기의 되풀이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중요한 속성은 ‘반복’이 아니라 ‘누적’이다. 테라바이트 단위를 다루는 빅데이터 시대에 고작 20편의 기록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이전에 기록된 오래된 이야기들과 이후에 또 기록될 미래의 이야기들, 여기에서 뻗어 나가거나 이어질지 모를 크고 작은 이야기들에 기대어 출판의 의의를 강조해본다.
이번 시즌 열 번의 탐색에서 눈에 띄는 특징 몇 개를 짧게 짚어보면, 보편적 건축, 평범한 건축, 일상의 건축 같은 말로 수렴되는 말이 유독 많았다. 특히, 다세대 다가구 주택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이 많아졌는데, 그간 이 부분을 방치하다시피 한 건축계의 직무유기를 지적하고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설계공모 참여를 중요한 작업 일환으로 삼는 것도 예전에 비해 꽤 보편화되었는데, 그 목적은 공공 영역 진출을 꾀하는 것에서부터 조직 운영 메커니즘 상의 필요, 작업의 스펙트럼 확장, 회사의 지속 가능성 확보까지 저마다 달랐다. 그 외에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인으로서의 건축가, 건물의 품질 향상이라는 기본 목표, SNS를 통해 문턱을 낮춘 커뮤니케이션 등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두번째탐색은 작년부터 건축가 편과 프로젝트 편으로 분화되었다. 앞으로 프로젝트 편(‘건물의 수명 연장’이라는 주제로 지난 가을 시작)을 통해서는 중요한 사회 현상(문제)을 주제로 설정하고 이를 반영하는 건축물들을 사례 조사하며 관련 논의를 쌓아갈 계획이다. 건축가 편은 현재 2020년 세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고, 이 책이 나올 때쯤에는 올해 초대 건축가 명단이 나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또 한 번 그들에게 ‘당신은 어떤 건축가인가’라고 말을 건네려고 한다.
김상호 건축신문 편집장
편집자의 글: ‘두 번째’ 이야기들
분량1,834자 / 4분
발행일2020년 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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