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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한쪽 마당 한쪽 내어주기 프로젝트

레어콜렉티브,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 오재우

자료 제공: 레어콜렉티브

“아무리 미천한 존재라도 그 생명에게 고통과 상처를 주는 일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고, 그간의 불의를 책임지는 길이다.”

– 알버트 슈바이처

우리 사회에서 난민문제란 어쩌면 보호받지 못하는 유기동물 문제와 맥이 닿아 있을지 모른다는 은유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유기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동물 난민을 위한 새로운 건축을 제안한다. 유기동물이란 주인의 변심 혹은 죽음, 재정적 문제, 충분하지 못한 사육 지식, 이웃 간의 마찰, 재난 및 재해로 인한 이주 등으로 버려지거나 방치되고 있는 동물을 지칭한다. 2014년 기준, 전국적으로 8만 1,000여 마리에 이르는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으나,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동물보호센터는 전국적으로 368개소에 불과하다. 현행법상 유기동물은 구조 후 공고 기간 10일이 지나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지자체로 소유권이 넘어가고, 수용 시설 및 관리 능력 미비, 질병 등의 불가피한 이유로 안락사 된다. 

‘마음 한쪽 마당 한쪽 내어주기 프로젝트’는 동물보호에 관심이 있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한다. 마당과 대문 공간에 목재 조립 시스템(PREFAB)을 적용해, 주민들이 유기동물의 임시대피소이자 입양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동물의 상품화와 안락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하고, 돌봄의 미학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고양이 급식소 만들기 / 자료 제공: 레어콜렉티브
두 개의 대문이 있는 주택 입면들 (마포구 답사 촬영) / 자료 제공: 레어콜렉티브

인터뷰

오재우 이번 전시 작업에 대해 소개해달라.

레어콜렉티브 우리는 근본적으로는 난민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난민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배타적인 마음, 자기중심적인 마음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리적으로나 건축적으로 난민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그들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우리 안의 배타성은 일례로 반려동물이 1년에 8만 마리 이상 버려지는 상황에서도 볼 수 있다. 동물들이 버림받고, 죽고, 최악의 경우 어린 강아지가 식용 목적으로 잡히기도 한다. 동물보호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보호소로 보내진 동물들은 입양되지 못하면 10일 후 안락사 된다.

우리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를 만나서 했던 이야기는, 이타적인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마음 한쪽을 내어주듯 우리의 집 앞 혹은 집과 집 사이 공간을 거리의 동물들을 위한 공간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길고양이를 위한 급식소가 될 수도 있고, 공간 부족으로 유기견 보호센터에 수용되지 못하는 동물들을 위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공간이 꾸려진다면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이 볼 수도 있고 분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오재우 유기견 보호소처럼 운영되는 것인가. 부지 확보와 민원 등 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을 텐데, 건축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나?

레어콜렉티브 실제로 홍대에 하나 있고, 망원동에도 준비 중이다. 망원동에 답사를 가보니 건물과 건물 사이에 공간이 있는 경우도 있고, 어떤 곳은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집처럼 마당이 있기도 했다. 1980년대에 지어진 주택들은 대체로 문이 두 개인데, 사람이 다니는 문과 이사할 때 쓰거나 차가 다니는 후문이 있고 후문은 잘 쓰이지 않는다. 이런 곳을 활용해 울타리나 개집 같은 것을 만들 생각이다. 공공의 공간에 길고양이 급식소나 유기견 보호센터를 만드는 것에는 분명 반대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우리가 고려하는 것은 개인의 영역이다. 자기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들이 사적 영역에서 유기동물을 돌볼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곳을 지나는 이들도 이곳이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곳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주민으로서 자연스럽게 동참하다 보면, 밥을 주고 정이 쌓여 자연스럽게 입양하는 일도 늘지 않을까.

오재우 주민의 자율적인 공간 기부로 유기동물을 위한 공간·건축물을 만들고 싶다는 것인가? 관리나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레어콜렉티브 마당 한쪽을 내어주는 집주인들이 먹이를 주거나 돌보는 것까지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공간 기부자들은 거의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회원들인데 회원들끼리도 연결되어 있어서 공동 돌봄이 가능할 거라 기대한다. 

오재우 레어콜렉티브가 난민을 동물로 치환해 생각하는 것처럼, 다시 난민으로 치환해 생각해보자. 환대의 의미로 난민을 위한 공간을 기부하고 그에 맞는 건축물을 짓는다고 치면, 관리나 의식주 문제 등이 생기지 않나. 자발적 기부자를 모으는 게 좋을지 공적 영역에서 하는 게 나을지 의문이 생긴다.

레어콜렉티브 동물과 난민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비용도 물론 다를 것이다. 개인 기부만으로 실효성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충분한 정도는 되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난민을 만나게 될 때 우리의 마음가짐이 갖춰지는 것이다. 유기동물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은 난민들의 경우로도 확대되고 적용될 수 있다. 물리적인 문제 해결 이전에 마음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오재우 이번 작업을 하면서 난민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었나.

레어콜렉티브 이미 난민수용소나 난민센터처럼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여러 안이 나왔던 것 같은데, 우리의 접근 방식은 큰 테두리 안에서 유휴 공간을 찾아내고, 가장 간단한 건축 방식으로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변인들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오재우 우리 도시 안에 있는 유휴 공간을 셸터로 활용해 난민들이 사회에 안착하도록 돕고, 그들의 존재를 가시화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레어콜렉티브 레어콜렉티브에서 레어(RARE)는 리서치(Research), 액티비즘(Activism), 리제너레이션(Regeneration), 그리고 에듀케이션(Education)에서 따온 약자이다. 우리의 방향과 이 전시가 잘 맞는 것 같다. 우리가 잘 모르는 난민에 대해 알리는 게 교육이자 액티비즘이다. 처음 난민이라는 주제를 들었을 때 막연했다. 잘 모르니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보았고, 전시 준비를 통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특히 최근 난민 관련 뉴스가 많아 더 자주 접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아직까지 우리 실생활에서 난민을 직접 마주칠 기회는 거의 없다. 막연한 대상보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상을 찾아보다가, 거리의 동물을 떠올린 것이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비인간인 동물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다가,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버리기도 하는데 이런 것이 난민문제와 맥이 닿아 있다고 보았다. 생명과 삶의 존엄성을 지키기 어려운 약자라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 존재들에게 어떻게 하면 건축적인 방식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고, 특히 협업 파트너인 카라에서 운영할 프로젝트에 레어프로젝트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작업했다.

오재우 카라와 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인가?

레어콜렉티브 카라의 주 활동지인 서울 망원동에서 유기동물들이 입양 전 쉬어가는 장소를 찾고 그 장소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쓰이지 않는 작은 공간들을 찾아서 동물을 위해 내어주려 한다. 

오재우 카라에서 들었던 인상적인 말이 ‘사람은 인간 동물이고, 반려동물은 비인간 동물’이라는 것, 둘 다 동물이고 생명체라는 것이었다.

레어콜렉티브 인권에 대한 관심은 생명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되고, 또 그것을 통해 확장된다. 동물권과 인권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어렸을 때 개를 키우다가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개를 데리고 갈 수 없게 되었다. 오토바이 개장수에게는 차마 넘길 수가 없어서 동네 아주머니한테 맡겼는데, 이사 차가 지나가는데 내가 보이지 않았을 텐데도 개가 계속 짖던 게 아직까지 기억이 난다.


레어콜렉티브

건축이 독립적인 동시에 다양한 분야와의 연계가 가능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건축 디자이너들이 모여 협력하는 레어콜렉티브의 집중 활동 영역은, 도시 리서치(Research), 사회활동(Activism), 마을 재생(Regeneration), 그리고 교육(Education)이다. 소외된 지역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사라져가는 도시의 모습을 기록하며, 건축의 작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결성한 레어콜렉티브는 현재 중구 진양상가와 용산구 해방촌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지구상에서 가장 약자인 동물들의 고통을 대변하는 비영리 시민단체로 2010년 3월 대한민국 농림수산식품부 사단법인으로 등록하여 현재 올바른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연구, 개 식용 반대 캠페인, 농장동물 복지 증진, 오락동물 반대, 기타 채식문화 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마음 한쪽 마당 한쪽 내어주기 프로젝트

분량4,120자 / 10분 / 도판 3장

발행일2017년 2월 1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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