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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세대와 달라진 점은?

김세진, 유종수, 최재필, 이해든, 김샛별, 윤성영, 정영섭, 홍영애, 전상규, 황은, 홍지학

초대 건축가들과의 인터뷰 가운데 ‘앞 세대와 달라진 점’에 대해 이야기해준 일곱 팀의 말을 한데 모았다. 이들이 학부시절과 책에서 마주한 앞 세대 건축가들은 건축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에 집중했다. 앞 세대와 달리 대중이 건축이라는 분야를 접하기 쉬워진 오늘날, 어떻게 건축을 다룰지 고민하는 젊은 세대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세진(스키마) 굳이 세대에 따라 차별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밀고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앞세대 건축가들은 건축과 삶을 같이 끌고 가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4.3그룹이 그런 태도로 작업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치가 세대 차이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게 건축에서의 지향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앞세대 건축가들은 공간에 대한 관념적인 논의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건축가들도 그렇고 일반 대중도 마찬가지로 그런 이야기는 더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이전과는 다른 어휘와 방식으로 작업하는 건축가가 많아졌고, 그런 작업에 더 흥미가 생긴다. 이론적, 이상적인 이야기보다는 건물의 기능적인 이야기들이 내게는 더 힘있게 다가오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유종수(코어건축) 4.3그룹 이후 세대, 지금의 40대 후반에서 50대 전후 건축가들은 당시 여러 이슈에 따라 건축가 집단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요즘은 정보를 다양한 경로로 빠르게 취할 수 있다 보니 모일 필요를 못 느껴서인지 그런 모임 혹은 단체가 적은 것 같다. 지금은 건축가 개개인이나 개별 사무소가 훨씬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어쩌면 관이나 공적 영역에서 그런 역할을 나서서 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도시건축센터나, 정림건축문화재단도 그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건축가들의 교류나 자생적인 모임은 자연스럽게 줄고, 그런 영역에서 활성화되는 것 같다. 물론 같은 동네에서 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가들끼리의 친목 모임이 있기는 하지만 건축적인 담론을 만들어내는 자리는 아니다.

한편으로 요즘은 건축에서의 다양성이 좀 줄어든 것 아닌가 싶다. 개중에는 특출난 사람도 있지만, 개별 건축가의 작업에서 차별성이나 독특한 성격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최재필(오헤제) 우리 앞세대는 건축가 스스로 작가이자 건축가로서 그 시대에 어떤 건축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 같다. 그에 비해 지금 세대는 한 명의 작가로서 고민한다기보다는 건축 자체에 대한 고민이 큰 것 같다. 너무 많은 이론이 있고, 너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건축의 개념도 계속 바뀌고 있다. 그런 중에서 건축으로 무엇이 가능하고, 건축가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도 많이 고민하는 것 같다.

이해든(오헤제)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세대가 달라도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앞세대분들이 젊었을 때는 건축가로서 무엇을 세상에 보여주고, 자신의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갈까에 대한 고민이 컸다면, 지금은 건축가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이 사회에서 건축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진 것 같다.

글로벌 시대의 영향은 건축계에도 마찬가지여서 이게 누구의 건축인지 잘 모를 때도 많다. 건물만 봤을 때는 이게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의 건축인지 이야기하기 어려울 때도 있고, 무엇을 참조했는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여러 가지가 다 섞여 있는 시대이다 보니 내가 그 안에서 나만의 것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뿐만 아니라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김샛별, 윤성영(아에아) 대중의 관점에서 볼 때, 앞세대는 건축에 대한 신념을 어렵고 무거운 것으로서 대하고 이끌어 왔던 것 같다. 우리 세대는 재치 있고 신선한 방법으로 건축을 풀어냄으로써 대다수 사람이 편하게 접할 수 있게 하는 쪽으로 작업을 하는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삶의 곳곳에 스며든 건축이라는 분야를 누구나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세대가 건축을 가볍게 대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과 조금 더 쉽게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고, 건축이라는 분야와의 괴리감을 메워나가는 데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건축 분야 전문가들이 공공 강연을 하고, 시민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건축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대중들이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충분히 마련되어야 건축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제도적인 측면이 함께 변화해야 가능하다. 한국의 공공건물들을 답사해 보면 건축가 소개가 되어있는 팸플릿, 안내표지판은 아직 보기 힘들다. 우리 동네 건축물을 어떤 건축가가 설계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영섭(몰드프로젝트) 잘하는 젊은 건축가가 많아졌다. 전반적으로 생각하면 예전보다 전문 분야도 세분된 것 같고, 스타일도 확실해지고, 자세도 진지해진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건축가’라기보다는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심자에 가깝다. 건물 한 열 개 지었다고 ‘건축가’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공부와 경험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홍영애(몰드프로젝트) 옛날에는 엘리트 건축가 그룹과 그 반대편에 인허가 허가방(혹은 집장사) 그룹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쏟아져 나오는 온갖 건축 일들은 후자가 수행했다. 세대가 바뀌면서 예전 같은 엘리트 건축가는 아니지만 필드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건축을 고민하고 공부한 세대들이 생겼고, 그들이 요즘 각자 특출난 일들을 하고 있다. 몰드는 그 두 세대 사이인 것 같다.

전상규(보.건.소.) 국내 건축가에 한정하자면, 책으로만 만난 건축가들을 앞세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연배가 위더라도 같이 일한 분들은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고민을 해서 그런지 앞선 세대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에 비해 책으로 만난 사람들은 거리감도 있고, 사용하는 매체도 달라서 확실히 세대가 다르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일하면서 세대론에 대해서는 크게 의식해본 적이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5년제로 바뀌어서인지,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큰일이 들어오지 않을 거라는 자조 때문인지 몰라도, 요즘에는 확실히 독립이 빨라졌다. 그래서 오히려 나는 이전 세대보다 요즘 친구들을 보면서 확실히 세대 차이를 느낀다.

황은(보.건.소.) 우리가 다음 세대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일단 5년제 커리큘럼 하에서 건축을 배웠고, 매체가 달라지면서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자랐다. 우리는 적어도 5–10년은 도제식 실무 경험을 쌓아서 독립해야 한다는 의식이 남아 있는 세대라면, 요즘 독립하는 30대 초반 건축가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요즘은 정보가 지천에 널려 있어서 예전처럼 꼭 회사에 가지 않아도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앞세대가 풍요와 혜택을 누린 세대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대가 우리 다음 세대다. 우리 세대는 그 사이에 껴서 고군분투하면서 새로운 것도 받아들이고, 누적된 경험에 걸맞은 높은 퀄리티의 작업도 만들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것 같다.

또 예전에는 건축 설계의 테두리가 명확했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시공도 직접하고, 인테리어도 하고, 가구도 만들고, 거기에 브랜딩도 하면서 스스로 영역을 넓혀간다. 우리는 아직 그것까지 커버하지는 못하지만, 계속해서 사무실을 유지하려면 우리도 영역을 거기까지 넓혀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이 있다.

홍지학(구보건축) 학부 시절 당시 활발하게 활동하던 사람들을 보고 자랐으니까 우리에게는 그들이 앞세대인 것 같다. 그때 우리를 가르쳤던 분들은 대부분 4.3그룹 계열에 속해 있었다. 학교 다닐 때는 당연히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건축 교육에서는 건물로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 공공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했다. 워낙 일이 넘쳐서 일단 짓기만 하면 만사형통인 시절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건물을 그냥 짓는 게 아니라 왜 짓는지를 자기 자신을 납득시킬 만한 이유를 더 찾고자 했던 것 같다.

우리가 그 시대 건축가들과 다른 점은, 일단 그런 의무감에서 벗어나서 마음이 좀 가벼워진 것 같다. 건물에 꼭 어떤 의미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없고, 그보다는 어떻게 기술적인 성취를 담은 좋은 디자인을 할 것이냐에 관심이 많다. 앞세대가 건축을 관념적으로 다루었다면, 우리 세대는 사물로서 대하는 것 같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단열을 어떻게 해야 한다 같은 이야기는 전혀 안 했고, 이 건물로 사회를 어떻게 이롭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우리는 그게 어느 정도 해소가 된 후에 자신의 건축을 시작했기 때문에 요즘 젊은 건축가 중에 그런 부분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앞세대와 달라진 점은?

분량4,055자 / 8분

발행일2019년 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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