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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투에이

이희원, 정은주

함께 걷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는 대학 시절부터 걷는 것을 좋아했다. 아마도 도시와 관련된 역사와 인문학 수업으로 서울 동네 답사를 다닐 때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부터 볕이 좋은 날, 틈이 생기는 날이면 함께 산책하며 도시 구석구석을 관찰하곤 했다. 가려지고 덧대어진 것을 발견하고, 무심코 지나치던 많은 것을 다시 보는 것을 좋아한다. 재밌고 신선한 것들은 사진으로 기록해두는데, 나중에 들춰보며 도무지 무엇을 남기고 싶었는지 모르는 것들과 그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에 즐거워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가 경험하는 풍경들 속에 우리 흔적을 어떤 식으로든 남겨보자고 다짐한다.

귀 기울이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는 다른 이들의 생각 듣기를 좋아한다. 각자의 관점과 기준이 수천 가지가 있다는 사실이 늘 신선하게 다가온다. 우리와 다른 의견에는 ‘왜’라고 질문한다. 왜 다른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그들의 말에 더 귀 기울인다. 그러다 보면 명쾌한 해답을 찾을 때도, 찾지 못할 때도 있다. 우리끼리도 서로의 이야기에 안테나를 켠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 각자 하고 있는 작업의 아이디어, 건축과 디자인에 대한 지향점과 구체적인 실현 방법에 이르기까지. 질문하고 답하면서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한다. 우리 자신에 대한, 타인에 대한 질문과 답이 하나둘 쌓이면서 귀 기울여 얻은 정보와 지식을 우리의 언어로 표현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언어로 우리만의 작업을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었다.

실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는 생각하고, 생각대로 만들어보는 것을 즐긴다. 한 번에 착착 만들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 알맞은 재료와 더 합리적인 디테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런 실험 과정과 결과는 작은 것에서 큰 것에 이르기까지 우리 작업 곳곳에 적용되고 있다. 이것이 우리를 표현하는 언어가 된다. 구축을 위한 실험을 계속하면서 우리 어휘는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사업자등록은 생각보다 쉽다는 것을 알았고,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방법을 (아주 간단해 보이는 웹페이지의 디자인이 얼마나 복잡한 알고리즘을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배웠고, 인스타그램의 원리와 해시태그를 배웠다. 몇 번의 미납 고지서를 받아 보면서 각종 분기별 세금을 거르지 않고 납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중엔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도 있었다.) 상황과 조건에 따라 계획과 디자인을 효율적으로 변경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예산을 맞추기 위해 값싼 재료로 질 높은 공간을 만드는 일은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회다. 현장 소장님이나 목수 반장님으로부터 감탄할 만큼 간단하게(혹은 새롭게, 혹은 몰랐던 방식으로) 디테일을 푸는 방법을 배웠다. 클라이언트와 실제 이용자, 아티스트, 각 분야 협업자에게서 배운 것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것과 시너지를 일으켜 작업의 스펙트럼을 넓혀 준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더불어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방식과 선택이 늘 가장 확실하거나 분명한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우리가 아직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신뢰할 때, 어렵지만 대담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쉬워진다는 것을 안다. 수많은 이야기와 토론, 협력 과정을 통한 결과가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되게 하려 한다.

건축사사무소 오드투에이

이희원과 정은주는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함께 건축을 공부했고, 삶을 담는 공간에 대한 생각과 건축적 언어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가치에 대한 고민을 공유해왔다. 이희원은 U.C.버클리 건축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삶것에서 건축, 공공예술, 체험마케팅에 이르는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맡았다. 정은주는 건축사사무소 m.a.r.u에서 건축의 본질, 재료에 대한 탐구, 건축요소들의 균형과 관계에 대한 폭 넓은 경험을 쌓았다. 2016년 삼청동 PKM+갤러리 리노베이션을 시작으로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홍은동 에너지자립마을의 태양광구조물, 김포 아뜰리에&하우스 등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odeto-a.com


사무소를 연 계기는?

정은주 둘 다 아틀리에에 근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이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 많이 생각했다. 그래서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공모전도 같이 도전해보는 등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다. 어쨌든 언젠가는 우리 작업을 해보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때가 서른한 살이었다. 경험이 연차와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PKM+ 프로젝트 의뢰를 받았다. 좋은 기회에 적절히 사무소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프로젝트다.

pkm+의 입면 계획을 위한 아이소메트릭 드로잉

앞선 실무 경험에서 얻은 것은?

이희원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하는 건축에는 원래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삶것에서 일하면서 관심이 생겼다. 이전에는 물리적 구축을 통해 실현하는 건축에 흥미를 느꼈고, 새로운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통한 건축적 언어나 디자인 방법론에는 오히려 거부감이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잘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싫다고 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재미를 느꼈고, 건축이 건물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유학까지 그쪽으로 다녀왔다.

유학 시절에는 플러그인 소프트웨어도 하나 개발했다. 3D 프린터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컴퓨터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거였다. 이 플러그인을 이용하면 단순 적층만 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3D 프린팅을 할 수 있다. 이 기술을 로봇 팔에 적용하면 장애물을 피해 다니면서 큰 스케일로 뭔가를 구축하는 방식을 제안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그런 연구를 하고 있다. 거의 1년 동안 이 플러그인 개발에 매달렸는데, 목표했던 상용화까지는 가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 연장선상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큰 진척은 없었다.

정은주 나는 m.a.r.u.를 다니면서 건축을 대하는 태도를 확고히 다질 수 있었다. 학생 때는 ‘건축은 뭘까’, ‘건축가는 뭐 하는 사람일까’ 하는 막연한 질문만 던지곤 했는데, 실무 경험을 통해서 실제 건물을 완성하기 위해 건축가로서 뭘 해야 하는지 배웠다. 실제로 기능하는 건물을 짓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과 건축가의 역할과 책임을 그제야 깨달은 것 같다.

결국에는 그것이 도면에 녹아나겠지만 실질적 고민이 바탕이 되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도면의 양과 질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예전에는 멋진 건물을 지어서 멋진 도시를 만드는 사람이 건축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면, 좀 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건축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통해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지에 대해 배웠다.

특기나 지향점이 있다면?

이희원 우리는 건물에서 사용자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부분에 집중하려고 한다. 건축의 개념적인 아이디어나 전반적인 디자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디테일을 얼마만큼 고민하고 해결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정 소장과 나 모두 이전 사무실에서도 설계 단계에서의 디테일, 그리고 그것을 실체화하는 것에 관심을 많이 두었고, 그 경험이 바탕이 되어 오드투에이에도 이어지는 것 같다.

정은주 디자인에 치중해서 사용자가 불편을 느끼거나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면 좋은 디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겉보기에 깔끔하고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손으만 만지고 움직일 때의 느낌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도 어디를 가든 손에 직접 닿는 물건이나 공간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부분에 집중하고 싶다. 완성도 있고 제대로 기능하는 것을 만들고 싶다. 보기엔 좀 덜 예쁘더라도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는 게 우선이고, 재미를 찾는 것은 그다음이다. 

또 한 가지는 좀 더 현장 친화적인 도면을 그리려고 한다.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일인데, 늘 하던 대로 실시도면을 그려서 시공사에 전달했더니 도면 이해도가 떨어졌다. 그다음부터 투시도처럼 그려서 치수를 함께 표시해서 주니 의사전달이 더 잘되더라. 그리고 아무래도 예쁘게 그리면 더 쉽게 이해한다. 그렇게 고민하면서 그리다 보면 결국 도면도 점점 예뻐진다. 그렇게 그린 도면들이 쌓여서 오드투에이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무소 운영: 양보다 질

청중A 막 시작한 건축가에게 사회가 일정 부분 열정페이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인데, 앞으로 직업인으로서 건축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은주 요즘 그 문제를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의 실제 업무량과 경험치를 바탕으로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적지 않은 설계비를 제안했는데 건축주가 흔쾌히 수락했다. 그 후로 우리가 일한 만큼 비용을 요구하는 편이다. 성격상 대충을 못 한다. 그래서 ‘더 싸게 더 많이’는 지양하려 한다. 일할 때만큼은 병적으로 파고드는 우리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우리가 제안하는 설계비도 수용하는 것 같다.

이희원 우리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설계비를 받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하지는 못한다. 견적 받아 보고는 연락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합리적인 설계비를 받으면 그만큼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따른다. 작은 수의 프로젝트를 집중해서 잘하는 게 목표다.

직업에 대한 고민: 파트너

청중B 두 분 다 아틀리에에서 4–5년 이상씩 오래 일했는데, 발표 때 ‘이 일을 업으로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한 점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정은주 사무소 직원일 때 했던 고민이다. 아틀리에에서는 10년 차 이상이 되어도 사무소 개소가 아니면 답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빨리 시작해서 상황을 타진해보자고 생각했다. 직장에서 똑같은 작업을 되풀이하다 보니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혼자였으면 개소까지 생각 안 했을 수도 있지만, 힘을 실어주는 사람이 있어 결심했다.

이희원 나도 마찬가지다. 학생 때부터 내 사무소를 열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삶것이라는 설계사무소에 들어갔던 것도 그런 이유다. 새로 시작하는 설계사무소에 보고 배우면 앞으로 내 사무소를 열 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결정적으로 사무소를 시작할 결심이 선 것은 정 소장에게 의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웃음)

시장에서의 돌파구: 업역 확장 준비 중

청중C 요즘 건축 설계를 웬만큼 해서는 경쟁력이 없다. 그래서 많은 건축가가 부동산 임대, 가구 출시, 조명 디자인 등 다른 일에 눈을 돌린다. 일종의 돌파구를 찾는 것 같다. 삶것도 그런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시에도 참여하고, 조형물도 만든다. 오드투에이도 그런 고민을 하는지 궁금하다.

이희원 그런 고민의 일환이 스테어링 앳 더 썬(Staring at the Sun)이었다. 우리 둘 다 업역을 건물로 한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양하게 해보려고 생각하는데, 아직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는 못하고 있다. 그 프로젝트로 발판만 마련한 정도다. 스테어링 앳 더 썬 프로젝트는 내가 유학 시절에 공부했던 것을 기반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삶것에서도 아이디어 트리(Idea Tree)에 참여했는데, 라이노 그래소퍼로 디자인했고 감리까지 참여했다. 그리고 삶것에 들어간 계기가 된 프로젝트 중에는 있잖아요도 있다.

실제로 내가 삶것에 입사했던 배경에도 그런 측면이 작용했다. 양수인 소장님은 건물 설계 말고도 설치 작업이나 IT 기술 기반의 작업을 많이 한다. 그런 면을 배워서 나만의 돌파구를 찾고 싶었다.

스테어링 앳 더 썬: 태양에너지 최적화를 위한 지붕 면 스터디
스테어링 앳 더 썬: 태양광 패널 설치를 위한 다이어그램

인터뷰어

  • 김상호(정림건축문화재단 실장)

한강로망스

한강로망스 / 모형 사진: 이우헌
배치도
단면도 A
단면도 B

건축 개요

  • 위치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풍곡리
  • 용도 단독주택, 제1종 근린생활시설(주택+아틀리에)
  • 대지면적 330㎡
  • 건축면적 187.45㎡
  • 연면적 199.05㎡
  • 규모 지상 3층
  • 건폐율 56.80%
  • 용적률 60.32%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적벽돌
  • 내부마감 석고보드+수성페인트, 원목마루, 콘크리트 폴리싱
  • 설계기간 2017.12–2018.10
  • 시공기간 2019.4 착공예정
  • 설계 이희원, 정은주
  • 구조설계 이든구조컨설턴트
  • 토목설계 덕양엔지니어링
  • 모형 문주희, 백성준
  • 건축주 개인

오드투에이

분량6,010자 / 12분 / 도판 11장

발행일2019년 3월 25일

유형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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