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야외미술관, 브라질 이뇨칭
세실리아 로카 × 홍보라
분량9,498자 / 20분 / 도판 4장
발행일2016년 1월 26일
유형인터뷰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에 있는 작은 도시 브루마징유Brumadinho에는 식물원, 현대미술, 건축이 한 데 큐레이팅되어 운영되는 세계 최대의 야외미술관 ‘이뇨칭Inhotim’이 있다. 42만평의 부지에 23개의 갤러리, 22개의 야외현대조각과 설치작품, 30여 곳의 주요 보태니컬 하이라이트, 6개의 테마정원 등이 있다. 이뇨칭의 설립자는 철광산업으로 이룬 부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기관 만들기에 힘썼다. 2006년 문을 연 이곳은 2011년부터는 공기관으로 전환해 지역 커뮤니티에 활력을 불어넣어 공공성을 표방하는 많은 기관들에게 훌륭한 모델이 되고 있다.
세실리아 로카 브라질 이뇨칭Inhotim 큐레이터. 세실리아 로카는 이뇨칭에 최근 오픈한 영구permanent 갤러리 클라우디아 안두야르 작가 전시의 큐레이팅을 맡았다. 이뇨칭에서는 브라질을 비롯한 주목할 만한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을 발굴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인터뷰어 홍보라 예술행정가이자 전시기획자로 공공 예술 프로젝트와 국제예술행사의 기획에 참여했다.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에서 예술행정 석사 후, 문화교류 프로그램과 예술교육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시카고시 문화부에 근무했다. 갤러리팩토리 대표이자 (2002년~현재) 독립예술잡지 『versus』의 발행인이기도하다.
번역 이경희
* 본 인터뷰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큐레이터 지원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비아’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홍보라 이뇨칭의 대표 갤러리 중 하나인 아드리아네 바레장Adriana Varejão 파빌리온을 조금 전 방문하고 왔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작품도 훌륭했지만 특히 새가 중요한 모티프인 그의 작업에서 새들이 자주 드나들 수 있도록 건물 주변을 과실목으로 조경을 꾸민 것이 특히 그러하다.
세실리아 로카 그의 작업과 자연과의 조화는 그의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한데, 이뇨칭에서는 갤러리를 만들 때부터 처음부터 고안한 콘셉트였다. 각각의 갤러리들은, 어떤 것은 옛부터 이 부지에 있던 오래된 건물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최근 만들어진 갤러리들은 하나의 갤러리 오픈을 위해 작가와 지역 건축가를 선정하고 3~5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다. 러한 갤러리가 바로 다음 주 오픈으로 지금 예술 분과는 한창 분주한 때이다. 사진가 클라우디아 안두야르Claudia Andujar를 위한 이 영구갤러리는 지난 5년 동안 준비했는데, 그녀는 스위스 사진가로 1950년대부터 브라질에 살면서 아마존 원주민의 인권을 위해 그들의 생활을 기록해왔다. 현재 오픈을 앞둔 마무리 작업인데 잠시 후 직접 안내해주겠다. 이 갤러리의 경우 재료로 쓰인 나무, 벽돌 등이 주변에서 가져온 것들로 이뇨칭 내에서 가공을 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갤러리를 만드는 것을 너머,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홍보라 배려에 감사한다. 작업과 기록의 지속성은 매우 중요하기에 우리는 전시나 워크숍의 결과들을 작은 소책자라도 만들어 기록한다. 출판은 단순히 전시 하나의 기록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하는 것으로 별도의 프로젝트이고 그만큼 공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실리아 로카 큐레이터로서 여기서 업무하는 방식은 어떠한가? 매우 외진 곳에 있어서 출퇴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뇨칭 내에 숙식이 가능한 곳이 있는가?
내가 사는 곳은 벨루오리존치Belo Horizonte로, 여기서는 차로 약 한 시간이 걸린다. (대중교통도 없으며 2016년에 상파울루에서 이뇨칭까지 올 수 있는 항공도로가 개장 예정이다. 편집자 주.) 그래서 평소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출근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오픈을 앞둔 때에는 설치 상태를 계속 체크 해야하니 매일 오고 있다.
홍보라 이렇게 외진 곳에 갑자기 아름다운 정원과 현대미술이 함께 우뚝 자리잡고 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가? 매우 놀랍다.
세실리아 로카 지금은 공적 기관이 됐지만, 시작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현재 이뇨칭의 작품이나 대지는 개인의 소유이지만, 공익을 위해 만들어졌고 관리도 공익단체가 한다. 이뇨칭은 처음엔 베르나르도 파즈Bernardo Paz의 개인 콜렉션에서 시작했다. 처음 그는 모더니즘 작품들을 수집하다가 브라질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업으로 관심을 옮겼다. 그러다가 정원을 가꾸었고 식물 중에서도 세계 각국의 야자수를 집중적으로 수입했는데, 이를 관리하고 연구하기 위해 가드너를 비롯해 식물연구가들도 섭외했다. 현재는 라틴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중요한 현대미술 작품들을 수집하고 작가들의 레지던시를 운영하기도 한다. 일정 기간마다 작업이 변경되는 기획전이 있는 갤러리와 장소특정적으로 만든 영구갤러리들이 있다.
홍보라 우리도 일전에 《동식물계Flora & Fauna Society》라는 전시를 통해 생태와 예술의 관계를 관찰하는 전시를 한 적이 있다. 사진, 퍼포먼스, 설치 등 다양한 나라의 여러 작가들이 참여했는데, 그 안의 사진, 퍼포먼스, 설치, 게다가 전시장마저 (시노그라피는 설치 전문디자이너가 아닌 작가에게 맡기고) 매일이 변화했으며 이를 기록하고 SNS로 공개해 전시장 내에서의 생태 변화를 살폈다. 전시 내용뿐만이 아니라 이를 더 확장한 내용의 북클릿도 만들었다. 그렇게 관련 주제를 조사하던 중 우리는 생태와 예술을 결합시키는 방식을 더 확장하고자 했고, 해외 여러 기관들을 알아보던 중 이뇨칭을 알게 된 것이다. 내 경우에도 생태계와 예술Ecology & art, 혹은 생태예술ecological art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난관에 봉착했다. 이전의 두 번의 전시에서 그 이상으로 어떻게 개진할 수 있을지 확장된 스터디가 필요했다. 이러한 성격의 전시들은 통상 환경문제나 생물학적 이슈를 가지고 들어오는 걸로 수렵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단순히 식물이나 동물을 다루는 것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동식물에서 출발하지만 더 추상적이거나 철학적인 이슈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예술에 생태적 관점ecological attitude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을까?
세실리아 로카 이번에 오픈하는 갤러리를 예로 들어보겠다. 매우 큰 규모의 이 갤러리는 단일면적만 500평이 넘고 여러 개의 갤러리로 구성되어 있다. 클라우디아 안두야르라는 한 명의 사진작가의 작업이 평생 설치되기 때문에, 갤러리 내부도 오직 그의 작업들을 위해 설계했다. 이뇨칭에서는 건축가와의 협업도 매우 긴밀히 일어나는데, 건축가의 경우 해외 유명건축가가 아닌 브라질의 건축가들을 선호한다. 가까운 벨루오리존치에는 훌륭한 건축대학이 있으며, 이번 갤러리를 지은 건축사무소 ‘ARQUITETOS ASSOCIADOS’는 이미 이뇨칭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브라질 건축가와 협업하는 이유는 지역 건축가 발굴 및 육성이 그 목적이기도 하다.
첫 번째 갤러리를 가면 작가가 방문한 지역이 항공사진처럼 매우 먼 곳부터 원주민의 마을로 점점 가까워진다. 그러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되고, 점차 대지와 가까워지면서 원주민들의 생활사를 엿볼 수 있다. 그러면서 작가와 이들과의 ‘관계’를 볼 수 있다. 그들의 생활사에 깊게 들어간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데, 작가는 이를 매우 완벽하게 사진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 작가의 경우 맨 처음 1970년대에 그곳을 방문했고, 이후로도 20년 이상을 그곳을 오갔다고 한다. 어떤 때는 6개월 이상을 머물면서 원주민들과 매우 친밀한 생활을 가지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가 선택한 작가가 브라질 원주민의 생태를 보여주고, 이를 갤러리 안으로 끌어들여 관람객에게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움 혹은 추함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지만, 건축과 조경이라는 하드웨어에 있어서도 이뇨칭은 이 지역과의 건강한 공생을 모색하고 있다.
홍보라 사진 작업의 경우 인류학적 방법론이라고 볼 수 있을까?
세실리아 로카 결과적으로는 그게 예술이 되었지만, 그에 앞서 그녀는 액티비스트로서 활동을 지속해왔고, 그게 자연스럽게 예술이 된 것이다. 정치적 목적도 갖고 있는데, 작가는 최소의 인권을 돕기 위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아마존을 여럿 방문하고 알렸다. 멸종해가는 원주민과 지역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 작가의 첫 번째 목적이었다.
방문했던 첫 해는 그들의 어려운 생존을 위해 당장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도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세월이 지났는데, 그들 생존 지역이 훨씬 줄어드는 것을 보고 돌아와서 사진을 찍기로 했고 1만 장이 넘는 사진을 남겼다.
홍보라 사진의 목적이 이국적인 그들의 모습이 아니라고 본다.
세실리아 로카 물론이다. 많은 사진가들이 그곳의 고유한 모습과 독특한 문화를 찍고 싶어 방문하기도 하겠지만, 클라우디아는 그곳에서 원주민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생활방식을 높이 존중하게 됐고,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그녀의 개인사도 작품에 영향을 어느 정도 미친 것이기도 하다. 그녀의 아버지와 가족 모두가 나치의 압력을 받았고, 가족 모두가 추방 당했다. 그런데 이 아마존 부족은 그들 안에서 매우 평등한 관계를 가지고 살고 있다고 한다. 서로 살아남기 위해 돕기도 하고 말이다. 다음 주 오픈과 함께 세미나가 있는데, 그중 10명의 원주민이 방문해서 직접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 더 넓고 깊은 이야기를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보라 이뇨칭 전반적인 질문으로 넘어가보겠다. 이뇨칭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혹은 분과로는 현대미술contemporary art, 식물원botanical garden, 인재양성human development, 이뇨칭 학교Inhotim escola로 크게 나뉘어 있다. 팀 간에 어떻게 상호작용을 가지고 협업을 이뤄가는지 궁금하다.
세실리아 로카 식물 리서치센터도 있다. 평소에 그리 긴밀하게 일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드리아네 바레장처럼 예술작품과 식물, 혹은 가드닝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 각 팀에서 리서치를 보조하고 설치를 조율한다. 그녀의 작업에서는 브라질의 베리들이 중요했기 때문에 식물원에서 조사와 표본을 위해 많은 힘을 보탰다. 이런 경우는 이뇨칭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협업이다.

홍보라 교육으로는 어떻게 연결되나?
세실리아 로카 알다시피 이곳은 공익을 위한 기관이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이 매우 중요하다. 아까도 오는 길에 보았겠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한해 평균 3만 명의 학생이 오는데, 특히 인근의 벨루오리존치 사람들이 주로 오고, 우리도 가까운 지역주민을 위한 교육에 가장 큰 에너지를 쏟는다.
학생들에게는 주요 파빌리온들과 작가와 작품들, 그리고 조경은 어떤 역할을 하고 관리하는지 등을 설명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작은 규모의 원데이 프로그램도 있고 장기간의 프로그램도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라보라토리오Laboratorio’라는, 영어로는 연구소lab의 뜻을 가진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12~16세 공립학교 청소년을 대상으로 2년에 걸쳐 교육과정을 이수하는데, 지원 학생은 전체 2년 동안 목표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발적으로 정한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일주일에 세 번씩 방문해 각자 전시, 작품 리서치 등을 준비한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예술과 자연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비판적이고 유연한 시각을 가지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를 이해하고 보다 적극적인 일원이 되는 것 또한 목적으로 한다. 이수하기 전까지 학생들은 단순히 이뇨칭 내에 있는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게 아니라, 함께 다른 나라 다른 도시(런던, 뉴욕,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리서치트립을 가기도 한다. 2007년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에는 현재 200명 이상의 청소년이 다녀갔고, 그렇게 이뇨칭과 매우 긴밀하게 2년의 시간을 보낸 학생들은 졸업 후에 이곳에 오길 희망하는 경우 이뇨칭의 직원이 되기도 한다. 이미 2년의 기간 동안 이뇨칭의 생태를 경험하고 관찰했기 때문에, 이들은 훌륭한 조직의 일원이 된다. 이뇨칭의 멤버십 프로그램은 30가지가 넘는다. ‘라보라토리오’는 그중 하나이지만 이곳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이뇨칭과 함께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가 이뇨칭의 역사 중 일부가 되는 것이다.
홍보라 그런데 십대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2년의 시간을 지속적으로 하기 힘들지 않나?
세실리아 로카 브라질에서는 아침에 등교하면 정오쯤 하교하는데, 각자 영어나 수영을 배우거나 악기를 배우는 등 하고 싶은 것을 가족과 상의해 결정한다. 그래서 하교 후에도 이뇨칭에 오는 게 가능하다.
홍보라 그렇다면 학생들 혼자서만 하긴 힘들 테니 카운터파트를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해주는가?
세실리아 로카 물론이다. 이곳에 오고자 하는 학생들이 신청서를 내면 에듀케이터가 함께 2년 동안 도와준다. 이후에는 이뇨칭에서 일하고자 하면 정식 고용을 한다. 이들은 본인들이 이미 이곳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이뇨칭의 방향과 작품들을 더 잘 이해한다. 본인이 배우는 입장에서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기 때문에 양쪽을 다 경험할 수 있고, 그 효과는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꼭 이뇨칭 직원이 되는 것이 아니어도, 이곳에서의 경험이 학생들에게 중요한 동기가 되어 관련 학과로 대학을 가기도 한다.
홍보라 정말 훌륭하다. 나도 1997년 시카고시가 운영하는 기관에서 학생들을 위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한 적이 있는데, 엄밀히는 교육이라는 명칭을 갖지 않고, 오히려 학생들에게 돈을 주는 고용방식으로 운영한다. 참여 학생들은 프로그램 기간 동안 자신의 작품을 제작하고 판매, 유통한다. 당시에 학생들이 받는 임금이 시간 당 11달러였다. 지금 한국의 최저 임금과 비교해도 꽤 큰 금액이다. 거기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예술을 직업으로 삼아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방식을 이르게 알려주는 것이다. 학생이 아닌 사회인이 되어서도 어떻게 사회를 살아가는지를 단순히 지식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도록 해서 알려주는 것이다.
세실리아 로카 대단하다. 알다시피 이곳은 광산으로 둘러싸여 이뇨칭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광물산업과도 긴밀하게 연결되는데, 풍부한 광물을 갖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직종이 매우 한정된다는 한계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뇨칭에서의 경험을 통해 다른 지역에 가지 않고도 식물 연구, 기관운영, 현대미술, 문화프로그램, 교육, 사회복지 등의 다양한 관련 직종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 그중에는 이뇨칭 내 식물연구연, 교육기관, 갤러리, 가이드, 리셉션, 음식점 등에 바로 취업을 하기도 한다. 이뇨칭은 공공을 위한 공간이며 운영도 공공이 하고 있다. 기관과 이 지역 사람들의 긴밀한 관계가 도시와 동네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뇨칭은 2004년 처음 생겼는데, 준비 과정을 거쳐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이다. 처음에는 이런 곳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매우 좋아하고 즐긴다.
갤러리도 올해 두 곳이나 오픈했다. 23개의 갤러리들 대부분이 오직 그 작품을 위한 상설 공간이다. 그리고 이들 중 4개의 갤러리는 기획전으로 2년마다 새로운 작가와 작품들로 교체된다. 브라질 작가들은 물론 보다 많은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을 소개하려는 취지도 있다. 상파울루에는 피카소의 작업은 있지만 브라질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많이 소개되지 않고 있다. 브라질, 라틴아메리카 연구를 위해 우리는 많은 스터디를 하고 준비한다.

홍보라 그 자체가 매우 훌륭한 일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영구전시가 생긴다는 것은, 곧 이뇨칭 내 하나의 새로운 건물이 생긴다고 이해해도 되는가?
세실리아 로카 그렇다. 영구전시할 작품과 건축은 같이 준비된다. 기획전 위주의 갤러리들은 4개가 지정되어 있고, 2년마다 새로운 전시 오픈을 큐레이팅 한다. 23개의 갤러리 이외에도 이곳에는 보다시피 수많은 야외설치 작품들이 있다. 초기에는 장소 맥락과는 동떨어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도 들여왔는데 앞으로는 그러진 않을 것이다. 지금은 장소특정성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그래서 가까운 벨루오리존치나 브루마노디의 도시, 사람, 향토성, 이뇨칭 내의 주변 환경을 맥락적으로 공유하는 방향으로 의뢰한다.
홍보라 건물들도 각각이 소재나 모양도 매우 다양하다. 이뇨칭 내 건축 담당 부서가 별도로 있는가?
세실리아 로카 몇 곳의 주로 거래하는 건축사무소가 있고, 최근 지은 아드리아네 바레장 갤러리를 작업한 설계사무소는 이뇨칭 안에서도 여러 건물을 지었다. 건축사무소 선정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로컬 아키텍츠의 여부이다. 그들은 건물 하나만을 짓는 게 아니다. 건축이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도록, 지역 재료들을 잘 알아서 적절히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새롭게 짓는 건물도 있지만, 오래된 가옥들이 갤러리로 리뉴얼 되기도 한다. 처음 이뇨칭이 만들어졌을 때 이미 정해졌던 작가들 중 일부는 이곳에 원래부터 자리했던 가옥이나 건물을 살펴 작품과 잘 어울린다면 오래된 건물이라도 잘 살려 철거하지 않고 갤러리로 전환했다. 그래서 갤러리 중엔 100년이 넘은 건물도 있다.

홍보라 작품의 전시는 물론, 보존과 프로덕션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 자연 혹은 생태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특히 작품 선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아닐까 짐작되는데, 작가나 작품 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 하나의 갤러리가 만들어지기까지 그 커뮤니케이션 과정도 궁금하다.
세실리아 로카 평균 5년 정도 걸린다. 하나의 영구전시장이 생기는 건 매우 기쁘고 설레는 일이지만,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리서치를 통해 작가가 선정되면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설치할지를 생각한다. 이뇨칭에서 갤러리 하나가 생긴다는 것은 새로운 거점이 생기는 것인 만큼 매우 큰 의미를 갖는 일이고, 그만큼 오랜 동안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전체 콜렉션이 180여 점이고, 800점이 넘는 사진들이 있다. 내년에도 하나의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데, 작가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야기 해왔다. 어떤 장소에 어떻게 보여줄까 등을 말이다.
홍보라 같은 컨셉이라 하더라도, 한국에 들여왔다면 매우 급하게 진행됐을 것이다.
세실리아 로카 이뇨칭이 가진 특성 때문에 분명 다르게 접근하는 지점이 있다. 우리는 건축가와 아티스트와 가드너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한 번에 움직인다. 건물을의 벽 색을 어떤 것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충분히 같이 상의한다. 서로 보여주는 부분은 다르지만 말이다.
홍보라 이곳에 오기 전 홈페이지로만 작품들을 봤을 땐 매우 고가의 작품들만 모아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실제 준비 과정과 작업들을 직접 보내 그렇지 않다.
세실리아 로카 아드리아네 바레장의 경우 2년 넘게 이곳을 오가며 지형과 생태를 관찰했다. 이후 건물이 세어질 때도 함께 하면서 주변의 새들이 좋아하는 과수들을 선별해 심었다. 그러자 더욱 많은 새들이 드나들고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냈다. 아드리아네 바레장은 멸종 위기의 새에도 관심을 갖고 있지만, 소재로는 타일을 주로 활용하는데, 이러한 작업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던 건축가는 갤러리의 외관도 시멘트를 사용했지만 타일처럼 보이도록 설계를 변경했다. 작가의 작품이 돋보이도록 하는 또 다른 협업의 예이다.
홍보라 5년 혹은 10년 뒤의 중장기 기획을 어떻게 잡고 있는가? 갤러리의 수가 계속 늘어나는 것도 감안해야하지 않는가?
세실리아 로카 이뇨칭의 전체 면적은 140헥타르가 넘는다. 브라질, 더 나아가 남미의 중요한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작업을 알리기 위해 영구 갤러리는 앞으로도 늘어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곳 자연생태 보호이다. 실제로 이뇨칭에는 보호를 위해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한 곳이 아직 많고, 갤러리의 수를 늘리기 보다는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세계 최대 야외미술관, 브라질 이뇨칭
분량9,498자 / 20분 / 도판 4장
발행일2016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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