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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비에 짓눌린 청년세대

서종균, 임경지

청년정책은 일자리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청년주거 역시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이다. 젊은층에 다양한 형태의 주거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것은 이리저리 꼬인 사회문제의 실타래를 푸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사례나 장기적인 전망은 부족하다. 현실의 벽 또한 높다. 민달팽이유니온의 임경지 위원장과 SH공사의 서종균 사무처장이 만나 청년주거 문제의 현황부터 대안에 이르기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서종균 도시연구학자. SH공사 사무처장으로, 그전에는 한국도시연구소(KOCER) 소장을 지냈다. 연구 주제는 홈리스, 쪽방, 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저소득층을 위한 국가의 주택정책이다. 더불어 지역의 사회경제적 재생, 주민참여, 다양한 조직들 사이의 협력 등이 지역사회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나 자원봉사가의 활동과 가능성을 연구했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청년 주택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 주거권 문제해결을 위해 결성된 조합으로, 청년 주거실태 조사연구 및 주거정책 제안 등 제도 개선을 위한 캠페인과 연구 조사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학가에서 시작했으나 현재는 청년세대 전반의 주거문제를 분석하고 영리 주거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청년주거 정책의 실상 

임경지 저는 청년주거 문제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면 ‘진짜 어렵다는 걸 어떻게 표현해야 효과적일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기성세대 분들은 대체로 젊을 때 누구나 잠깐 겪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거든요. ‘주거사다리’라는, 20대에는 다소 좁고 안 좋은 곳에 월세로 살다가, 직장을 구하면 전세로, 결혼하면 대출을 받아 매매를 하는 일련의 프로세스 중 하나라고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데, 요즘 애들이라 유약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기성세대도 분명 젊은 때 겪었던 경험이긴 하지만, 지금의 청년은 평생 월세로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크거든요. 전반적으로 주거빈곤과 불안정성이 응축된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한번은 50대 어르신이 제게 본인은 고시원을 살던 20대가 가장 낭만적인 순간이었는데, 저희는 왜 앓는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셨어요. 

서종균 20대라서 낭만적이었던 거지, 고시원이라서 낭만적이었던 건 아니죠. 

임경지 저는 그분의 생각도 알 것 같아요.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면서 과거 시골에서 복닥복닥 지내다가, 처음으로 자기만의 공간을 갖게 되었고, 대학생활을 보내면서 더 나은 직장을 꿈꿨던 그분의 삶은 분명 낭만적이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취업을 하면 곧 집도 살 테니까요. 하지만 이제 청년세대의 주거환경은 과거와 같지 않고, 임차 형태도 세대를 불문하고 증가합니다. 월세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과부담 문제를 곧 청년주거 문제로도 이해해야 해결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단순하게 젊은 시절만 견디게 해주면 끝인 것으로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서종균 사지 멀쩡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본인의 힘을 보탠다 하지만, 노인을 비롯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문제도 우리 사회는 해결하지 않아요. 

임경지 노인빈곤 문제도 많은 부분 공감하는데, 권리는 그냥 권리로서 존재하지,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왜 의무를 다하지 않느냐’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는 것을 자주 봅니다. 권리는 의무에 대한 대가가 아닌데 말이죠. 청년에게 저렴한 주거공간을 주면 근로의욕이 떨어진다고 하는 분도 있어요. 사실 주거권은 그 자체로 독립된 것이지, 임대로 들어간다고 해서 일거리를 떠안는 것은 아니거든요. 

서종균 편견에 도전해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사회 발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권리가 커가는 길이기도 하고요. 청년이 편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청년이 나서서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도 있겠죠. 

임경지 청년주거 문제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통계를 열심히 모아 논리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방식이 잘 통하지 않고, 차라리 계속해서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게 더 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게 오히려 한국형 복지국가의 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 무척이나 슬픈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죠. 주장을 하면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종균 어떤 논리를 쓰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도 있을 겁니다. 가령, 청년들은 적어도 ‘나는 불쌍한 사람이니 도와주세요’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우리 사회가 자원을 배분할 때를 보면 그게 굉장히 간단한 척도가 됩니다. 고시원에 살면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는 방식도 있지만, 고시원 생활이 권리를 어떻게 침해하고, 자기실현 기회를 어떻게 박탈하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것이 정당한 사회적 주장이고, 우리 사회가 거기에 투자하는 것이 옳은 것이 되죠. 하지만 현실은 ‘진짜 불쌍한 것에 무언가 제공해야 한다’를 우선으로 하다보면,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그냥 이전투구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사례이지만 접근은 전혀 다르죠. 건강한 미래를 살려면 권리에 대한 내용과 접근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임경지 맞아요. 결국 한국사회에서 청년문제, 청년주거 문제, 아니, 일반주거 문제조차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단 한번도 합의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주거 문제에서 철거민을 예로 들면, 철거민을 임대주택으로 이주하는 방식이 정부가 하는 해결의 한 방식이었는데,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다루어야하는지 진단이나 합의 과정이 없으니 늘 소모적인 논쟁만 되풀이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형 청년보장 ’이라는 이름으로 청년정책을 발표했잖아요. 한정된 자원을 불쌍한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취약계층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맥락에서 출발한 정책이에요. 그런데 시민들 사이에선 난리가 났어요. 실제로 기존 청년정책은 모두 일자리로 소급되었는데, 이것이 신용, 주거 등 다른 문제들도 얽혀있는 데다, 이미 ‘금수저’란 용어가 유행하는 것처럼 자산불평등이 가속화되어 세대 간 불평등은 이미 상당하니, 서울시는 패키지 정책을 만들어 청년문제를 일자리에만 가두어서는 안 된다고 한 거였거든요. 그래서 그 사업의 솔루션 중 하나가, 가장 적은 예산인 90억을 ‘청년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수당’이라는 명칭도 언론이 붙인 거예요) 소위 스펙을 쌓을 수 있도록 1인당 50만 원을 주는 것이었어요. 사실 매우 엉성한 정책인 것은 맞지만, 분명 새롭게 시도한 맥락이 있는데, 언론에서는 맥락보다는 90억만 남았어요. 전체 예산 5,000억 중 주거가 약 2,000억이었거든요. 저희는 SH와 주택정책과를 괴롭히면서 2,500억을 겨우 따냈고, 주거가 전체 예산의 40%이니 매우 중요한 쟁점일 줄 알았는데, 이후 논의는 전혀 안 되더라고요. 

사회 변화와 거버넌스의 책무 

서종균 이 이야기를 들으니 과거를 반성하게 되는데요. 청년주거 문제가 막 이야기될 때 청년들의 고시원 생활이 안타깝긴 했지만,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라고 보기보다는, 자원배분의 맥락에서 어떻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알맞게 나눌 수 있을까, 정도의 문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이를 기성세대가 삐뚤게 보기 시작하면, ‘노인은 정치적으로 힘이 없으니까 주장을 못 하는데, 청년들은 하네’가 돼요. 대학생들은 스스로 단체를 조직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치 소외집단에 속하는 이들은 자원배분에 대해 목소리를 더할 기회가 적거든요. 그래서 당시에는 오히려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게 균형에 맞지 않나,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청년 문제가 왜 갈수록 증가하고 심각해지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만큼 사회가 변화에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거든요. 잘못된 사회를 수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정책이 있었지만, 과거 결혼 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을 위한 정책과, 오늘날 평생 월세를 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주택문제에는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없잖아요. 다른 논리가 필요한 시대인데 해결이 잘 안 된다는 것은 정책 결정자나 연구자들이 무감했거나 게을렀던 거죠.

이번에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 이유가, 편견에 사로잡혀 가진 떡을 나누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변해버린 사회를 어떻게 이해시키고 어떻게 대응하도록 하는 게 옳은가, 로 고민이 옮겨가면 좋은데, 그런 논의가 적어도 정치인 사이에서는 아직도 구태의연한 사회적 편견과, ‘그건 틀렸어’ 식의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임경지 청년정책을 독립적인 정책 분야로 두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서는 매우 큰 이견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정책이나 노인정책과 동등하게 문제 삼을 수 있느냐는 것이죠. 그렇다면 청년이라는 법적 지위도, 경제적 지위도 아닌, 정치적 지위로만 가능한 이 기호화된 인자들에 계속해서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게 청년운동의 몫이기도 해요. 과업이 더 많아지는 거죠. 청년도 어떤 청년인지를 우리가 계속해서 고민하고 증명해내야 하는 겁니다. 

사실 여기서 말하는 청년이 부유한 청년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은 직관적으로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책을 위한 대상으로 본다면 누구를 그 ‘청년’으로 정의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랬을 때 1인 가구, 그중에서도 부모에게 집을 물려받을 수 없는, 소위 말하는 ‘흙수저’ 청년들을 정책용어로 전환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독립적인 정책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데, 말씀하신 대로 그러한 변화들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느냐, 가 중요한 관점인데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 정책은 아직 한국사회가 받아들이기 너무 어렵다고요. 

서종균 예전에 주거와 관련해 인권 이야기를 할 때 차별을 받거나 배제당하는 사람들로는 어떤 이들이 있는지 찾아볼 기회가 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임경지 원래 잘 드러나지가 않아요. 

서종균 드러나지 않을 수는 있는데 그게 너무나 오래 걸리는 거예요. 상속제를 비롯한 여러 법을 함께 공부해야 하고요. 그런데 차별을 당하는 사례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당장 해결책까지 마련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렵고, 과거와 지금의 사례들이 어떻게 다른지, 그래서 사회가 어떻게 변했고, 그 영향 과정이 무엇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입니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의 생각을 변하게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거든요. 청년정책 제안도 마찬가지죠. 

임경지 청년주거 문제뿐만 아니라, 요즘 주거문제 전반에서 ‘사회주택’을 하려는 새로운 움직임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정채적 맥락을 무시할 수는 없잖아요. 서울시의 경우 다른 시에 비해 선도하는 부분이 있기도 해서 더욱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고요. 저희가 2013년에 처음 사회주택을 번역해서 쓸 때만해도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평을 많이 받았어요. 내부적으로도 이게 과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용어인가를 두고 이견이 많았는데, 서울시에서 조례를 만드니까 뻔한 일상용어와 행정용어로 굳어지면서, 행정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느꼈어요. 

저희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거버넌스 구조를 뚫으려고 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시민단체가 문제 제기만 하면 되지 정당도 아니면서 이렇게 엄밀성의 잣대를 자꾸 들이대야 하는 것이냐”와 같은 부침이 내부적으로도 반복해 나와요. 원래 소수자가 이야기하기 어려운 건 이미 사회가 다수자의 언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죠. 소수자는 이미 다수가 만들어놓은 통계와 언어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요구와 권리를 주장하기 매우 어려워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언어를 획득하는 과정에 매우 공을 들였어요. 물론 매우 힘이 들었지만요. 

서종균 어떻게 보면 그건 우리가 정치지형을 탓하는 건데, 정치지형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헤엄치는 물 같은 것 같습니다. 물에서는 헤엄을 쳐야 하고 땅에서는 걸어야 하듯이, 정치지형 안에서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판단해야 하는 거죠. 중앙과 지방권력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하면,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전략을 짜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건 어떻게 보면 틈이 벌어져 기회가 있다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세대 간 갈등과 지역간 폐쇄성 

임경지 지역갈등과 세대갈등이 한국사회에서 가장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하고, 이성적 대화가 불가능한 갈등인 것 같아요. 시기적으로 보면 과거 지역갈등보다 이제는 세대갈등이 더 큰 것 같고요. 꼰대라고 통칭해 기성세대를 부르는 것도 그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꼰대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것 같고요. 적대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갈등은 아닌 것 같아요. 세대 내에 굉장한 비균질이 있는데, 그 결을 다 무시해버리 게 되잖아요. 이런 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고민이 많습니다. 

어쨌든 저도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는데, 여기서도 잘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미담집이라도 내야 하나, 고민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1인 가구에 시민권 부여하기’를 주제로 오픈테이블을 한 번 했어요. 노인에 대한 편견도 있고, 공공주택이나 특수학교 (발달장애인 직업학교 같은)가 들어선다고 하면 항상 난관에 봉착하잖아요. 서울시 교육청이랑 비슷한 논리인 거예요. ‘나는 장애인이 싫은 건 아니지만 이 지역에 들어오는 건 싫다’ 라고요. 임대주택가도 똑같거든요. ‘나는 청년/노인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이 지역에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게 싫다’라고 해요. 매우 비논리적이죠. 이걸 어떻게 깰 수 있을지가 요즘의 화두인데 누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지역사회는 굉장히 폐쇄적이고 굉장히 전근대적이기 때문에 거기서 특히 젊은 여성이 시민으로서 존중받으면서 활동한다고 하는 건 일상적인 성폭력을  해야” 하는 거라고. 또 얘기를 계속하다 보면 주민들에게 맞추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양보하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약한 사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고요. 

서종균 공청회 같은 자리에서 상황을 역전시킬 방법은 아마 안 나올 거예요. 갈등의 경험이 있으면 그걸 풀 장소는 다른 데 있는 거고, 다른 장소가 무엇인지 잘 찾으면 되는 것 같아요. 

임경지 주거기본법에 주거정책심의위원회라고 있어요. 거기에 주거정책 심의위원장은 국토교통부 장관이고요. 되게 재미있어요. 5조 1항 첫 번째는 전문가, 두 번째는 경험과 학식이 풍부한 자에요. 저는 경험이 풍부한 자와 학식이 풍부한 자가 꼭 전문가만이 아니라, 그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 소위 말하는 ‘LH 대학생 전세임대’라고 하는 직접 겪어봐서 실제 상황에 빠삭한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여 한다고 생각해요. 2015년 12월 23일부터 주거기본법이 시행되니까 그런 식의 접근을 해서 당장 되지는 않더라도, 공공주택 수립 과정에서 이상적인 모델이 무엇인지 현장 목소리를 더 의논해야 하지 않나 했어요. 말씀하신 대로 그 공청회는 그분들한테도 속풀이 장이 될 수도 있겠고요. 

서종균 갈등이나 대립을 푸는 방법은 매우 여러 가지가 있겠죠. 공청회 자리는 대놓고 싸우라는 건데, 보통 그게 반복이 되면 본래의 논점이 무엇인지를 잊고 양자 모두 이성을 놓는 것 같아요. 본인의 에너지가 싸우는 것에만 집중되니까, 그때는 해결 방법은 뒷전이 돼요. 

앞으로도 임대주택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설들도 반대를 강력하게 받을 텐데, 그럴 때 슬기롭게 대응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러한 소모적인 공청회를 어떻게 생산적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해요.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과제 

서종균 SH도 아직 갈 길이 멀어요. SH도 당사자잖아요. 우리에겐 임대주택 공급 물량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 하면 계속해서 공격을 받아요. 그런데 현장에 나가면 요즘은 아주 작은 것 하나를 지을 때도 주민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원칙적으로 보면 주민들에게 미리 충분히 설명하고, 합의를 구하고, 타협책을 만들면 되는데, 그런 것이 하나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요. 항상 현장에서 조금씩 살짝 바꾸면서 임시방편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이 중에서 특히 제가 문제라고 느낀 것은, 멀리 보면 이러한 문제들이 훨씬 더 심각해질 텐데, 서로 남의 탓만 하지 서울시와 국토부와 SH 모두 주도적인 견인력은 아무도 갖고 있지 않아요. 현실적으로 주거정책 중에서는 임대주택만큼 좋은 게 없거든요. 그렇다면 이를 보호하는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공금량만 늘리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좀 더 주체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임경지 재원 부족과 주민과의 갈등이 원래 그렇게 심각한 문제였나요? 

서종균 재원 부족은 사실 재무상의 결함 때문이라고 할 수 있죠. 모든 나라가 우리 같은 방식으로 임대주택을 짓지는 않거든요. 우리는 제도를 설계할 때 임대사업자가 특정 부분을 부담하도록 해두었어요. 그건 적자를 보고 지으라는 것과 같아요. 그런데 임대주택사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사업을 할 수 있어야 지속할 수 있거든요. 임대주택을 많이 지으면 지을수록 적자가 나고, 유지관리 비용도 계속 늘어간다면 재정적인 부담이 당연히 커지니 규모를 계속해서 키우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정치적으로 공격을 받게 되죠. 물론 처음에는 재정적으로 돈이 덜 들어가는 방식으로 하기 위해 공급량을 확대하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목표가 계속해서 지탱 가능하진 않잖아요. 

청년 문제만 한정해서 이야기하면, 전체 재정이나 자원 부족보다는 배분하는 방법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여태까지 가족 중심으로, 즉 가구 단위가 몇이 될 때를 기준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했거든요. 그런데 청년을 대상으로, 즉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것은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변화이기 때문에, 이를 물량으로 보면 전체 규모와 대비해 너무 적어요. 그래서 문제들은 점점 커지는데 들어갈 수 있는 자원은 매우 제한적이고요. 문제의 규모나 시기적으로 급한 사안이라는 것을 고려해서 자원배분을 하는 게 맞는데, 이에 제약이 되는 요소들이 산재한 거죠. 현재는 원룸형을 만들었습니다만,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 가능한 이상적인 형태를 만들려면 공유주택과 같은 개념을 임대주택 안에 집어넣어야 해요. 그런데 아직은 그런 개념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민간 시장의 사회주택 개입 

임경지 저는 모든 청년주거 문제를 임대주택만으로 풀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무언가 개선하고자 할 때는 기존의 모델이 있는 것이 전혀 없는 것보다는 분명 더 쉽잖아요. 그런 점에서 행복주택이 위기이자 기회였던 것 같아요. 공공주택 확충과 행복주택 개선은 완전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죠. 그래서 저는 접근을 하는 데 있어 ‘행복주택을 어떻게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인가’가 필요한 것 같아요. 행복주택에도 개선점이 여전히 있지만, 취업준비생이나 이직과 실직을 반복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들어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고, 또 임대료도 시세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미 높아진 도심의 주택가격으로 임대료를 정하는 게 맞나 하는 의문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속가능한 모델을 고민할 때 시세라고 하는 건 왜곡의 여지가 있지 않나 해요. 예를 들어 구로, 금천구의 시세를 결정하는데, 여의도가 포함되면서 엄청나게 올랐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입주자의 소득에 맞게 지역을 결정하고 지속가능한 모델을 개발할 수 없는지, 공공주택을 지을 때 의사결정은 어떻게 되는지도 다시 한 번 살펴야 하고요. 

그런데 임대주택은 필요한데 재정 부담으로 짓지 못한다고 하면, 민간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행복주택을 잘 해보자’, ‘공공주택을 많이 짓자’ 라는 이야기는 해결이 어려운 부분은 민간 시장이 개입해 보강하자는 논리가 되기도 해요. 

서종균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정상화 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체계가 어떠하고 주체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정상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 구조만 잘 세워진다면, LH나 SH 대신 민간이 해도 되거든요. 지금은 적자가 나는 사업이고 계속해서 누군가 돈을 투여해야 하는데, 돈을 줄 수 있는 조직은 공조직밖에 없잖아요. 민간이 적자가 난다고 거기다 보조를 해줄 수는 없으니까요. 정책이 올바르다면 민간과도 진짜 경쟁을 하게 될 테고요. 그런데 현실은 이와 상관없이 무턱대고 ‘땅을 싸게 주세요’ 하는 식의 요구와 모델은 탐탁지 않죠. 정상적이지 않은 형태를 자꾸 키우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방향을 좀 잘 잡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임경지 사회주택협회도 ‘당신들에게 왜 땅을 싸게 주어야 하나?’ 라는 질문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해요. 민간기업이 더 잘 짓고 더 효율적으로 지을 걸요? 자기증명의 자리가 또 필요할 거고요. 지금으로선 기존의 임대사업 모델이 수익을 덜 내는 것밖에 없는 것 같거든요. ‘우리 싸게 공급하니까’, 밖에 없다고 하면 그럼 그 질문이 과연 지속가능한 질문과 대답인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거죠. 사회주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저도 계속 고민이 많은데, 좋은 민간 사업자 역할을 할 것이냐, 아니면 실제로 새로운 주택공급이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 좋은가 하는 것이에요. 민달팽이 유니온만 놓고 보면, 좋은 민간 사업자가 될 것인가, 임대사업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주택공급이 가능하다고 하는 모델의 개척자이자 선험적인 경험자가 될 것인가 등을 생각하게 돼요. 저는 ‘애초부터 우리는 좋은 민간인 사업자는 될 수가 없다, 우리 영역이 아니다’ 라고 하는데, 좋은 민간인 사업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그럼 대형 건설사랑 경쟁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여기서 ‘좋은’은 착한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게 저렴한 공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하는 거죠. 하지만 사실 좀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요즘 같은 토지임대형 사회주택 같은 방식에 우려를 보내는 것과 같은 이유죠. 물론 저희야 싸게 주면 좋지만 분명 굉장히 논쟁적인 요소는 맞습니다. 

일각에서 이런 말씀을 하세요. 사회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주거 안정성을 위해서 쫓아내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 라고요. 저는 그건 오히려 제도적으로 갱신권을 따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누구나 갱신권이 세입자에게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그게 비교우위가 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여기에도 이견이 있습니다. 만약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시에게 혹은 정부에게 싸게 땅을 내어달라고 하면, 더 저렴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그 정당성은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죠. 설득하지 못하면 SH에서 짓는 게 나을 테니까요. 

민달팽이유니온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새롭게 주거취약층으로 대두된 청년층의 당사자 연대로, 비영리 주거모델을 실현하고, 제도 개선을 실천해 ‘청년주거권 보장’, ‘주거불평등 완화’ 등을 위한 활동을 한다. / 자료 제공: 민달팽이유니온

서종균 사회주택을 짓겠다고 하는 주체들이 있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향후 멀리 내다보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문제를 보완하는 생각은 아직으로선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를 개선하려면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민간이든 공공이든 자원이 어떻게 분배되고, 내 역할이 어디에 속하는지부터 파악을 하고, 개선하려는 모델이 가능은 한지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그보다는 마음이 급하다 보니 한두 개라도 사례 만드는 데 집중해요. 사례를 만들면 확산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요. 물론 그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벌써 몇 년이 지났거든요. 지금은 사례를 만드는 때는 지났고 좀 더 체계적으로 깊이 생각해볼 시기인 것 같습니다. 

임경지 저는 확산이 안 된다는 걸 경험했어요. 이 정도의 주택 가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몇몇 주체들의 희생정신이 없는 이상, 확산은 불가능 하다는 걸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경험했어요.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제도의 틈새들도 있겠지만요. 

서종균 그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어떤 일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그것과 관련해서 뭔가를 요구하면, 사람들이 그것만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걸 넓은 틀에서 보기도 하고 또 분석적으로 보기도 하고, 그래서 대안도 찾고 어떤 옵션이 있는지 늘어놓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른 것을 잡을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하던 사업에 너무 매몰되어 버리면 다른 걸 볼 기회가 안 주어지는 것 같아요. 그만큼 어떻게 보면 이 일을 하시는 분들의 상황이 열악한 거죠.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도 턱없이 부족하고요. 

사실 우리 사회에서 뭔가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집단을 찾는 게 무척 어렵습니다. 특히 주거문제와 관련해서는. 그런 가운데 민달팽이 유니온에 기대가 많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생각을 하고 미래를 진짜 만들어 갈 수 있는 집단들을 보면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잘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미래를 개척할 사람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주거 문제와 관련해 가장 많이 걸리는 건 고시원입니다. 고시원에 청년들이 너무 많고, 기본 생활환경 자체가 너무나 열악한 고시원들이 아직 많거든요. 문제의 규모에 비해 사회에는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고요. 우리의 자녀세대 중 상당수가 그렇게 살고 있는데 그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고, 그게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사회에 미칠지에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은 매우 큰 문제입니다. 그 고민이 퍼지면 자연스럽게 정책으로 이어지겠죠. 기존 정책도 지금보다는 유연하게 바뀔 수도 있을 거고요. 

사실 주거가 처한 문제들이 진짜 어디에 있고 첨예한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상태에서, 임대주택 공급만 늘리고, 바우처를 주고 의결을 하면 뭔가 될 것처럼 생각하는데, 진짜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애를 태우는 마음이 없으면 우리가 가진 수단이 당장 무슨 기능을 하는지도 모르고 들이대게 됩니다. 창이 없는 고시원 방에서 3, 4년 정도 살면 미칠 것 같다고 해요. 길바닥에 사는 사람들의 인생을 내버려두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현장에 많이 더 나가야 하고요. 이들 문제를 편견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사실을, 현상을 인정하는 게 필요합니다.

2016년 1월, 민달팽이유니온은 보건복지부의 청년활동지원 무산 시도에 정치소송 기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지기도 했다. / 자료제공: 민달팽이유니온
2014년 말 부동산 3법에 여야 합의에 설치한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가 뚜렷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종료된 것에 문제제기를 하는 민달팽이유니온. (2015. 12. 28) / 자료제공: 민달팽이유니온

주거비에 짓눌린 청년세대

분량12,563자 / 25분 / 도판 3장

발행일2016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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