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search close
https://archnews.manualgraphics.com/bk-da-cover/
문단구분
글자크기
  1. -
  2. +
배경
  1. 종이
글꼴스타일
출력
  1. 출력
목차

Leave a Space, Infill Usual

안호진, 김태우

명지대 건축학과 안호진 
명지대 건축학과 김태우


교동은 대구광역시의 문화, 교통의 중심지였다. 건물과 프로그램의 노후로 인해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이들의 일상 역시 함께 그 시간에서 멈춰버린 듯하다. 전국의 수많은 구도심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그곳의 거주자들이 그리는 일상에 다가가 본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고 도시와의 관계 발견이 필요한 이들에 시선을 집중했다. 낙후된 구도심 문제를 다룬 신문기사를 접하고서 대구의 구도심에 살고 계신 할머니가 생각났다. 40년 전 돈을 벌기 위해 농촌에서 도시로 올라온 할머니는 온갖 힘든 일을 마다 않으셨다. 구도심의 건축도 할머니와 다르지 않았다. 도심 한 가운데에 높이 오른 건축물들은 도시의 미래이자 도시로 상경한 이들의 꿈을 대변했다. 그러나 이제 그것들은 꿈에서 덫이 되어 버렸다. <Leave a Space, Infill Usual> 프로젝트가 건축은 부유한 사람들하고나 관계 있는 거라 생각하는 할머니에게 다른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건축은 우리 일상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 말이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조금 다른 구도심 재개발’을 지향하며 시작되었다.

대구의 문화, 교통의 중심지였던 ‘교동’은 1980년을 기점으로 건물과 프로그램의 노후로 ​​중심지 기능을 상실했다. 여러 번의 부동산 재개발 기회를 잃은 교동은 기억에서 점점 잊혀 가고 있다. 그곳을 생활터전으로 삼아 살고 있는 이들의 일상도 그 시간에서 멈춰버렸다.

우리는 먼저 교동 일대를 ‘Redesign’, ‘Renovation’, ‘Rebuilt’ 하고 새로운 일상을 ‘이식’하기로 했다. 양적 팽창으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린 거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수직, 수평적으로 연결성을 증대할만한 공간을 찾아 ‘뽑아내기’를 감행했다. 저층부는 상업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동시대에 필요한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는 크기의 건축물들로 그룹을 묶어보았다. 민감한 문제인 재산권과 관련해서 기존의 합벽은 존치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상층부에는 상업 가로 속에 공존하려는 이들의 일상을 연결하기 위해 옥외 데크를 만들고자 했다. 주거 공간은 살만한 거주 공간과 커뮤니티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3일 내에 설계, 제작, 조립이 가능한 프리케스트 공법을 주로 활용하기로 했다. 로직을 체계화시켜 신속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한다.


건축주 인터뷰 

건축주

할머니

안호진 김태우 본적이 추풍령이신데, 언제부터 대구에서 사셨는지요? 그때 교동은 어땠나요?

건축주  대구에 온 지는 40~50년 정도 됐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사람 사는 게 많이 바뀌었죠. 그때는 대구역, 버스 정류장이 다 교동에 있어서 사람들로 항상 붐볐어요. 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식당을 운영하면 충분히 먹고 살만 했어요. 그리고 대구백화점, 동아백화점 등 백화점이 몰려 있었고 전쟁을 피해 대구로 내려온 사람들이 교동 시장에서 수입품을 팔기도 했지요. 또 대구에 있는 극장 중에 3~4개가 모두 교동 근처에 있어서 젊은 사람들도 많이 오가는 동네였지요.

안호진 김태우 왜 이렇게 상권이 죽어버린 건가요?

건축주  지금 시장이 있는 자리 바로 아래에 동아백화점 본점이 있었지요. 1980년대에 동아백화점이 확장 대신에 지금의 동성로 아래에 신축을 한 거예요. 그러면서 교동에서 동성로 쪽으로 상권이 이동하게 된 거죠. 아무튼 이곳이 되살아나려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 되어야만 방법이 있지, 아님 없다고 봐요.

안호진 김태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남은 분들을 제외하고 이곳 주민들은 거의 다 빠져나간 거 같습니다.

건축주  팔리지도 않지만, 50년 간 살아온 내 동네를 팔고 어디 가서 살겠어요. 그런데 여기는 이제 워낙에 낙후되어서 새로 짓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요.

안호진 김태우 요즘은 서울에서도 완전 철거형의 재개발보다는 보전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그런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건축주  그냥 모두 새로 올리면 땅값도 오르고 좋지. 하긴 그렇게 하면 동네가 삭막해지지……

안호진 김태우 ​​교동도 원래 도시를 해치지 않는 재개발을 한다면 좋을 거 같습니다.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겐 백화점이 많은 동성로와는 달리 볼 것도 있고, 원래 동네가 가진 이야기가 있어서 사람들이 모일 거라고 봅니다.

건축주  좋은 생각이고, 좋은 말이에요. 그런데 다 낡은 건물을 새로 짓지 않는다면 누가 더러운 곳에 들어오겠어요? 그리고 진행하는 데 있어서도 사람들 간의 이해관계가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서 쉽지는 않을 거 같아요.

안호진 김태우 할머니께서 생각하시기에 교동을 재개발 한다면 어떤 곳이 되면 좋을 거 같으세요?

건축주  나이가 드니까 사람이 곁에 있는 게 적적하지 않고 좋아요. 옆 건물 할머니들과 가까이 있으면 좋을 거 같고, 지금은 나무 한 그루도 없는 삭막한 풍경이니 이걸 좀 바꿔보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집은 좀 집답게, 네모 반듯하게 짓지 않더라도 말이죠. 정이 안 드는 공간이에요. 그리고 집 주변에 작은 텃밭이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안호진 김태우 1, 2층이 합벽으로 만들어진 쓸 만한 구조와 벽은 남기고 재건축을 하면 비용이나 시간이 절약될 거라고 봅니다. 또 좁은 집은 두세채씩 묶어서 큰 공간으로 사용하고요. 다만 빛과 바람이 안 들고, 좁다는 게 문제입니다. 2~3층을 조금씩 틀어서 쌓으면 그런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거예요. 또 어르신들을 위해서 집과 집을 연결시키고 마당, 옥상도 사용할 수 있어야겠죠.

건축주  그러면 좋겠어요. 텃밭에 상추랑 이것저것 키우고, 이웃 할머니들도 쉽게 만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오래된 간판을 포함해서 지저분한 것들은 어떻게 해야 할 건가요?

안호진 김태우 구조와 벽만 남기고 건물의 외벽을 통일되게 새로 싸려고 합니다. 원래 건물의 개구부의 위치 그리고 창문 위치는 최대한 반영할 생각입니다. 평면도를 보시면 1층은 주로 상가들이 자리하고 할머니 같으신 건축주가 세를 놓을 수 있죠.

건축주  1층에 상가가 많으면 사람들 눈이 너무 많은데 살기 좋을까요?

안호진 김태우 그래서 공간의 공공성을 띠는 2층에 완충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건축주  좋네요. 나처럼 나이든 사람들은 적적한 거 안 좋아해요. 젊은 사람들이 궁금하거든요.

안호진 김태우 게스트 하우스 프로그램이 그런 부분은 해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옆집 할머니와 만나고 싶으시다면 공중에 연결된 마당을 통해서 쉽게 오가실 수 있습니다.

건축주  그거 참 좋네요. 그럼 공사기간은 얼마나 되려나요?

안호진 김태우 아무래도 공사기간이 걱정이실 것 같아서 ‘프리컷 공법’이란 기술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저층부의 건물들을 보수할 때 목재가 준비되면, 하루 이틀 내에 건물이 완성되거든요.

건축주  좋아요.


심사위원, 멘토 질의응답

유걸  사이트에서 할머니 댁은 어디인가요? 교동 지역 분들과 많이 만났나요?

안호진 김태우  저희가 다룬 사이트에서 살짝 비켜있습니다. 시장의 이불집 할머니, 차 끓여주는 할머니 등 5명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진행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지역주민들을 다 만나는 게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 건축물대장으로 총 190여개 건물에 대한 기본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유걸  일상의 건축은 구체적으로, 그 장소에 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이뤄진다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이 제안은 도심 재개발의 좋은 대안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는 우리 동네를 바꿀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건축주와 함께 일상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기를 기대했습니다. 따라서 할머니 집 한 채만을 개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Leave a Space, Infill Usual> 프로젝트가 디자인도 훌륭하고 재미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안호진 김태우  저희 역시 도시계획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계획, 진행하면서 말씀하신 것처럼, 집 한 채만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생각으로는 집 한 채만으로 구도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큰 스케일이지만 이게 더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유걸  재개발이 이뤄지기 전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끼리 조합을 만들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팀에서 의도하고자 하는 뜻을 실행하려면 그 지역의 사람들을 충분히 다 만나는 게 맞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그랬다면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5명을 만나서 만든 건축가의 그림이 지역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김정임  이 프로젝트에서 주장하는 ‘도시침술법’ 자체에는 동의합니다. 도시침술법은 건축주와 소통해서 정확한 맥을 짚고 한두 군데 혈(血)을 뚫으면 자연스럽게 파급되어 도시가 바뀌는 겁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기존 근대 건축가들에게 있는 도시계획의 이상과 새로운 방법론이 모호하게 섞여 있습니다. 건축가들이 물리적으로 뭔가 하지 않으면 마치 그 안에서 내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며 과하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주제로 공모전을 한 이유도 앞서 말한 것에서 멀리 있지 않습니다. 학생뿐만 아니라 기존 건축계에서도 그런 자세를 되돌아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정확한 맥을 짚어서 할머니 집 하나만이라도 혈을 뚫고, 그로 인해 주변이 변화되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래도 최소한 싹 쓸어버리는 도심 개발에서 구도심 재개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

신승현  저 역시 도시침술법이 프로젝트를 통해 잘 드러나지 않은 게 아쉽습니다. ‘커뮤니티 형성을 위해 건물 제거하기’라고 하고 별다른 설명 없이 ‘건물더하기’단계로넘어갔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뺐는지 자세히 보여줬다면 도시 스케일 프로젝트로서 의미 있었을 거라 봅니다. 디자인과 생각은 좋은데 도시 구조에 대한 재해석과 빼기의 방식을 더 보고 싶습니다.

조한혜정  결국 일상의 발견을 해야 합니다. 조금 변한다고 갑자기 활기를 띠는 것도 어려울 텐데, 왜 개발해야 하는지를 주민들에게서 듣다 보면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전주라든지 이미 이뤄진 재래시장 프로젝트들을 알고 있나요?안호진 김태우  이름은 교동 ‘시장’이지만 재래시장과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전체적으로 지가가 떨어지는 상황이 문제여서 잠재적인 프로그램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지금 새로 유입되는 사람들을 살펴보니 저렴한 임대료 때문에 30대가 운영하는 가죽공방이라든지 4~5개의 점포가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건축주들은 수입이 유지되지 않아 문제라서 임대를 가장 원합니다. 저층고의 열악한 건축환경을 개선하면 임대도 활발해지고, 그로 인해 수익이 창출되는 흐름이 생길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재개발 붐은 1990년대 초, IMF 경제위기 전에 있었는데 모두 실패한 이유가 작은 집의 의견까지 수렴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지금 주어진 조건과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것을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배치도 & 디자인 프로세스
도시적 관점에서 교동이 지녀야 할 배치 개념과 디자인 과정을 담은 다이어그램이다.
단면도 & 입면도
채광과 통풍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단면계획과 기존 가로의 입면 형태를 최대한 보존하려 했던 입면을 계획했다.
1층 평면도 & 투시도
1층의 상업 가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외부 공간과 커뮤니티 형성, 새로운 일상을 담을 수 있는 장소를 계획
2층 평면도 & 투시도
2층에 형성된 테라스를 통해서 상업 가로와 소통을 계획

Leave a Space, Infill Usual

분량5,311자 / 10분 / 도판 7장

발행일2013년 12월 21일

유형작업설명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모든 텍스트는 발췌, 인용, 참조, 링크 등 모든 방식으로 자유롭게 활용 및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문의 출처 및 저자(필자) 정보는 반드시 밝혀 표기해야 합니다.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이미지의 복제, 전송, 배포 등 모든 경우의 재사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