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이네 공부방
이형철, 구윤규, 김예진
분량6,063자 / 12분 / 도판 13장
발행일2013년 12월 21일
유형작업설명
연세대 건축학과 이형철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구윤규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김예진
논산시 연산면 지역 아동들의 교육과 교류를 위한 공간, <만복이네 공부방>. 건축주인 센터장과의 대화 그리고 이 공간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과의 그리기 인터뷰를 더해 그들이 꿈꾸는 공간에 다가가고자 했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슈들에 각기 다른 전공자들이 서로 다른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하고자 했다.
농촌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때때로 당연하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면서 가족공동체, 청소년공동체가 무너지고 있으며, 줄어드는 아이들을 위해서 마련된 공간도 없다. <만복이네 공부방>은 변변한 후원도 없이 운영되고 있는 작은 공간이다. 가족공동체의 붕괴로 상처받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다.
<만복이네 공부방> 프로젝트는 저소득 농가, 맞벌이 부부, 한 부모 가정, 조손 가정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공간을 실현시켜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변화된 공부방이 아이들의 꿈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처음에는 이들이 원하는 모든 기능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하에 한 층을 추가하여 3개 층의 신축 건물을 구상했다. 그 편이 수월하기도 했으며, 세련된 외관으로 조형적 측면에서도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욕심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만복이네 공부방의 문제점은 면적이 아닌 공간의 비효율적 사용에 있었다. 지나친 분할로 공간이 협소하게 느껴지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것이었다. 내부의 구조를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이 개선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기존 건물의 흥미로운 요소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거기에 건축주의 기존 건물에 대한 애정과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리모델링을 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가 전개되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건축주가 꿈꾸는 공부방은 단순한 방과 후 활동시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부방을 시작하면서부터 쌓인 시간과 이야기 그리고 철학이 꼭 담겨야 하는 공간이어야 함을 확인했다. 이는 통상적으로 해온 조사나 사례연구만으로는 충족시키기 어려운 깊이였다. 그래서 작업과정은 ‘현장방문 및 인터뷰’, ‘분석 및 설계’, ‘사용자 피드백’의 3단계로 진행되었다.
기존 건물은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수 차례 부분 수리가 있었지만 시공마다 전혀 다른 소재를 사용한 탓에 통일감이 떨어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부방의 컨셉을 전통적인 요소를 가진 목가적인 분위기로 잡았다. 공간에 통일감 있는 언어를 주기 위해서 벼가 여무는 과정의 3색과 기존의 지붕 색에서 채도를 낮춘 먹색으로 통일했다. 여러 방이 있지만 좁은 탓에 식사를 할 때조차 각 공간에 흩어져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따라서 전체적인 구조는 유지하되 연간 일정표와 프로그램을 분석하여, 이용 시간이 겹치지 않는 프로그램끼리 공간을 공유하도록 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용도별로 필수적인 20가지의 공간을 비슷한 것끼리 묶고 증축된 콘크리트 건물이 기존 목조건물을 품는 구성으로 10개의 실(室)을 배치했다. 창의 크기를 늘려서 햇빛이 잘 들도록 했다.
기존의 철문은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게 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전면부의 개구부를 넓히고 유리문으로 바꾸어 만복이네 공부방이 지역 주민과 청소년들에게도 개방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식당이자 자유 공방인 1층 카페의 안쪽에는 댓돌과 평상이 있어 좌식 공간으로 분리된다. 사무실은 개방적인 공간으로, 바깥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책상을 배치해 1층을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컴퓨터실 기능을 겸한다. 사다리가 위험해 이용이 어려웠던 기존의 다락에는 계단을 설치하여 2층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계단 옆면에 책상과 사물함을 두어 아이들이 어느 층에서나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2층의 수업공간은 접이식 문을 이용하여 상황에 맞게 공간을 합치거나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목조구조물의 분위기에 맞춰 전통적인 문살을 사용했으며, 그 위는 새로운 다락으로 아이들의 아지트 공간이 되었다.
색, 크기, 형태가 제 각각이던 가구들도 개선했다. 붙박이식, 이동식 가구를 일정한 규격에 맞게 만들어 면적도 확보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맞게 조합할 수 있도록 했다. ‘ᅳ’자 형태의 목재로 만든 선반과 ‘ᄃ’자 형태의 가구, 두 가지를 제안했고 ‘ᄃ’자 가구의 경우는 앉은뱅이 책상, 의자, (쌓으면) 책장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들은 기존 가구의 목재를 활용하여 목공 수업시간에 함께 제작해 단가를 낮출 수 있도록 했다. ‘계단→다락→1층 벽체 해체→전면부’ 순으로 단계적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이뤄진다면 공부방 운영중에도 확장이 가능하다.


건축주 인터뷰
건축주
변혜숙 선생님 만복이네 지역아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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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철 구윤규 김예진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믿음방이나 다락방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건축주 자신들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 하는데, 전에 ‘기지 사건’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지금 믿음방 공간을 여자 아이들이 차지해서 여자애들의 ‘기지’를 만들었더니, 남자 아이들도 ‘기지’를 원한다며 사무실(예전에는 사물함이 있던 자리)을 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곳은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논의가 있었지만, 하도 원하기에 그 공간의 비품을 다른 곳으로 옮겨서 사물함 공간을 바꾸면 허락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포기할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둘 옮기기 시작한 겁니다. 사물함이 워낙 무거워서 다 옮기지는 못했지만요. 결국 다시 논의를 통해 서로 배려해서 공간을 나눠 쓰자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습니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자신들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락방 역시 사다리로 올라가는 것이 위험해서 가지 못하게 하는데도 아이들은 기를 쓰고 가서 놀곤 합니다. 몇 달 전에 충남사회복지기금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1주일 동안 아이들을 못 들어오게 했더니 아이들이 매일 공부방을 찾아와서 “다락방 안 없어지죠?”라고 확인하고 가기도 했습니다.
이형철 구윤규 김예진 선생님들께서는 어떤 공간이 필요한가요?
건축주 지도를 위해서 아이들이 뒹굴고 놀 수 있는 넓은 집단실의 필요를 느낍니다. 몸놀이, 신체활동을 할 수 있고 교육을 위한 기물을 배치 할 수 있는 정도의 넓은 공간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학습과 활동 공간이 분리되면 좋고, 학년별로 모둠 활동을 할 수 있는 분리된 공간도 필요합니다.
이형철 구윤규 김예진 최근 한 리모델링은 마음에 드세요?
건축주 깔끔해지고 불편한 부분도 개선됐지만 다소 낯선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전 공부방은 조금 누추해도 아이들의 사진이나 공예품이 걸려있어서 복잡하더라도 가득 찬 느낌이었습니다. 지금은 하얗고 훤하면서 비어있는 느낌입니다. 또 리모델링 전에 있던 미닫이문을 참 좋아했는데 그걸 떼어내서 참 아쉽습니다.
이형철 구윤규 김예진 다시 리모델링을 하면 어떤 점을 보완하여 진행하면 좋을까요?
건축주 기존의 목조건물을 살렸으면 좋겠습니다. 다락방의 유리창을 통해 하늘을 볼 수도 있고, 영화감상도 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다락방을 참 좋아하는데 올라가는 계단이 위험해서 걱정이 됩니다. 다락방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면 정기적으로 마을사람들도 불러서 상영회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마을사람들도 만복이네 공부방을 아끼고, 지역의 문화공간으로서도 기능하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형철 구윤규 김예진 앞으로 공부방, 지역, 청소년공동체를 어떻게 꾸려나갈 계획이신가요?
건축주 편안한 쉼터를 만들 생각입니다. 상담을 하는 공간, 자기들끼리 밀담을 하는 공간, 때로는 힘들 때 그냥 쉴 수 있는 그러한 공간 말입니다. 연산면의 지역 특성상 다른 농촌 지역에 비해 중•고등학생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한 건물에 초등부의 공부방 공간, 청소년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 공간은 ‘청소년 카페’로 만들어서 공예나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청소년 인권과 문화 활동도 다룰 수 있는 공간이면 합니다. 청소년들이 갈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에 길거리와 음지에서 방황하는 건데, 그들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치료와 치유를 하는 게 목표입니다.
아이들이 당장 변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유년기에 있었던 일들이 나중에 알게 모르게 작용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올림픽을 위해 포장마차를 철거한다고 하면 반대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동의하지는 않게 자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약자를 배려하는 시민의식을 가지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습니다.
이형철 구윤규 김예진 방문한 경험과 이야기들을 토대로 대략적인 공간 계획을 짜 보았는데 어떤가요? 아이들의 의견도 궁금합니다.
건축주 정말 이렇게 될 수 있냐고 물어보고, 다들 좋아합니다. 살림살이가 많았는데 수납공간이 넓어진 점, 안전 문제로 사용하지 못하던 다락에 계단을 만들어 안전해진 점도 맘에 듭니다. 1층의 카페 덕분에 지역사회에 개방적인 면도 눈에 띕니다. 완성된 안에는 그동안 말한 세부적인 요소들이 잘 반영해 주세요. 다락 2층 외관이 아름답긴 하지만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이니 난간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계단 높낮이가 다른데, 그보다 폭이 넓은 보통 계단이 아이들에게 더 안전할 것 같아요.
심사위원, 멘토 질의응답
신승현 리모델링을 하면서 기존 목조 구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형철 구윤규 김예진 센터장님이 1층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 하면서 미닫이 문을 떼어버린 걸 아쉬워하셨습니다. 그런 경험들을 반영해서 최대한 기존 공간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아이들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공부방이 집 같은 곳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목조 구조물을 유지하면서 리모델링하게 되었습니다. 또 현실적으로는 비용 문제가 컸습니다. 새로운 건물을 지으면 좋았겠지만 예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최대한 그들이 꿈꾸는 공간을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기존 건물을 최대한 유지하게 됐습니다.
김정임 학생이라서 아직 예산을 잡는 게 어려울 수 있는데, 얼마 정도면 실현할 수 있는지 예상해봤나요?
이형철 구윤규 김예진 구체적으로는 잡지 못했습니다. 유리는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기존의 전체적인 구조를 유지한 채 꼭 필요한 부분에만 변화를 준다면, 예산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선순위를 두고 보조금이나 후원금이 들어오는 대로 단계별로 공사하는 방법도 생각했습니다.
김정임 전에 이뤄진 리모델링 자금을 어떻게 확보했고, 공사비는 얼마나 들었나요?
이형철 구윤규 김예진 이전의 리모델링은 충남사회발전기금에서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진행한 것입니다. 그 돈으로 입구에 있는 식당 부분을 공사했는데, 많지 않은 예산에 시공하는 분이 최대한 배려해주셨습니다.
신승현 팀원 중에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학생이 있는데 건축학과 학생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나요?
이형철 구윤규 김예진 시각디자인 전공이지만 산업디자인과 공간디자인을 복수전공하고 있습니다. 프로세스나 전반적 틀은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건축 프로세스는 구체적인 현실감이 있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공간디자인에서는 주로 제안을 위한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실측사이즈라든지 시공을 위한 면적, 구조물이나 기둥 같은 것을 자세히 경험했습니다.
유걸 디자인상으로도 낭비가 없어 보이고 상당히 구체적이면서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작은 점이라도 새로운 것이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조한혜정 리모델링한 공부방이 굉장히 예쁘고 깔끔한 모습입니다. 공부방 같은 커뮤니티 공간에는 손때나 익숙함이 중요할 텐데 그런 부분은 어떻게 살렸나요? 기존 간판이 예쁜데 꼭 새것으로 바꿔야 할까요?이형철 구윤규 김예진 간판과 외관을 바꾼 것은 공부방에서 나아가 마을 사람들과도 함께 할 공간을 구상하는 센터장님의 생각을 반영한 것입니다. 또 소속된 건물이 멋있으면 자존감이 떨어지는 아이들의 마음도 조금은 달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컴퓨터로 작업한 이미지여서 때 묻고 정든 느낌이 제거되어, 차갑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대한 본래 목구조의 느낌을 살리고 현대적인 재료 사용을 자제하면, 농촌 환경과 이질감이 들거나 차가운 느낌은 들지 않을거라 봅니다. 그리고 공사가 단계적으로 이어져 나갈 것이므로 아이들이 공간에 익숙하고 편안하게 사용하는 부분에 충분히 적응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변화로 원하는 공간을 최대한 구현하는 것이 리모델링 개념의 핵심이다.
또한 각 요소들은 단계적인 공사가 가능해 예산의 한계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공부방이 담아야 하는 공간들을 기존 건물의 1930년대에 지어진 목조건물과 1960~70년대 증축된 콘크리트구조 건물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구성요소에 대응시켜 분류, 배치하였다.

공부방의 입구이자 식당. 외부를 향해 개방된 공간으로 지역주민들도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다. 시간대를 나눠 주민과 청소년을 위한 카페공간이나 자유 공방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단체 활동을 위한 공간. 기존벽체를 제거,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댓돌과 평상은 신을 벗고 들어가는 현관의 역할을 하고 반대편의 단차로 인한 계단은 행사시 관람석으로 쓸 수 있다.

2층 아이들의 공간. 60~70년대 증축을 하면서 사라졌던 마당을 2층에 만들어 아이들에게 작은 뜰을 선물하였다. ㅁ자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투명한 창을 통해 뜰을 내다볼 수 있다.

수업이나 회의를 위한 교실. 상황과 용도에 맞게 공간을 합치거나 분리해 두 가지 크기로 쓸 수 있다. 공간의 변화는 접이식 문을 이용하며 분위기에 맞도록 전통적인 문살을 사용했다.

수업 공간 위로 새로운 다락을 만들었다. 작은 사다리로 올라갈 수 있는 아이들의 아지트 공간으로 지붕에 창을 내 하늘을 볼 수 있다. 대칭 형태로 남녀 방을 분리해주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공간을 선물하기 위해서 꼭 새로운 건물을 만들어야 할까? 기존 건물의 원형을 유지해 마을의 분위기와 어울리면서도 아이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었다.
만복이네 공부방
분량6,063자 / 12분 / 도판 13장
발행일2013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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