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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주제설명회

유걸, 김정임, 신승현

유걸  아이아크 대표건축가 
김정임  서로 아키텍츠 건축가 
신승현  아이아크 건축가 


유걸  건축 산업 그리고 건축 프로세스에서 ‘경쟁’은 일반적으로 있는 현상입니다. 건축 경기 역시 경쟁이 기반이 되지만 개인의 재주를 자랑하기 위해 열리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 많이 진행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처럼 최후의 1인을 가리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내가 1등을 했다’ ‘내 스펙이 하나 더 늘었다’ 라는 생각으로 공모전에 참여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그만 두는 것이 낫습니다.

그런데 과연 경쟁을 해야만 건축 환경이 더 우수해질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열심히 건축을 하는, 재주 있는 건축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경쟁을 해야만 일이 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건축 산업 현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건축이 좋아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주로 경쟁하는 조건은 특수한 상황, 특수한 사람, 특수한 시점을 위한 해답을 얻으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조건에서 건축가는 얼마든지,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소모품으로 여겨집니다. 경쟁 구조는 건축가 개인을 위해서도 유익하지 않을 뿐더러 시대 그리고 사회에 유익한 공헌을 하는 시스템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좋은 건축은 생활의 투영’이라고도 하고, ‘건축가의 이상은 그 사회의 이상(理想)이다’라고 합니다. 즉 건축은 생활과 직결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건축가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세계와 사회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는 같은 것이어야 합니다. 심사위원으로서 ‘일상의 건축’이라는 주제를 선정하는 데 있어 이런 아이디어가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림학생건축상 2013 ‘일상의 건축’은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가치 있게 보고자 합니다. 건축에서 가치 있는 생각은 있을 수 있지만 1등은 없습니다. 가치 있는 생각이라는 것 역시 변화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건축상의 수상자를 1등과 2등으로 나누지 않을 것입니다.

건축에서 현상설계는 때에 따라 필요합니다. 중요한 이슈나 프로젝트를 가지고 현상설계 하는 것을 두고 저는 ‘건축가들의 잔치’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이슈를 두고 모든 건축가들이 참석해 우리가 공유할 가치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찾아내기 때문입니다.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을 우리 중 누군가가 잘 해결하려 하는 것이 가치 있는 것입니다. 아무도 그런 것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한 사회의 치명적인 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정림학생건축상에서도 지금의 현실에서 모색할 변화는 무엇인지, 그런 변화를 이끌어 나갈 이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그 고민을 현실로 바꿔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결과물을 공유하며 함께 즐기고 함께 축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정임  취업이라는 현실 앞에서 설계를 하는 건축가의 길을 걷는 학생들의 비율이 줄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어려운 상황이 많이 있음을 졸업설계 전시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척박한 조건과 현실에서 학과 교수님들도 학생들에게 건축가가 되어야 한다, 라고 강력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볼만한 것이 있습니다. 한 통계 자료를 참고하면 건축 계약에서 오가는 자본의 80 퍼센트를 대규모 조직에서 가져간다고 합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구조가 변할 것이라고 봅니다. 과거에는 소수의 엘리트가 변화를 이끌어 갔지만 이제는 다양한 차원의 지성과 능력들이 존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축가는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가 있어야만 일을 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공모전을 논의하면서 누군가 앞으로는 ‘기획자의 시대’라고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건축가도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아가 건축학과 학생들도 스스로 일을 찾아 기획할 수 있는 일들이 시작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깁니다.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작더라도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을 자신의 눈높이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실제로 공간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분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들어보고 해결점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경험은 미래를 위해서 의욕적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큰 조직에서 스태프로 일하다 보면 건축주 또는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과는 만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때문에 피상적인 것들만 그려내게 되고 스스로도 일의 보람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일상의 건축’을 통해 건축가이자 기획자로서 주변의 환경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보기 바랍니다.

신승현  정림학생건축상 2013 공모전의 주제를 ‘같이 참여해서 같이 창출하자’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공모전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처음에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쏟다가 지쳐버리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재미’를 찾는 것을 제안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범위를 너무 확장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생각이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기 시작하면 어려워집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점차 큰 것으로 확장되어 가는 과정이 더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공모전에 지원하는 작업들 몇몇을 보면 대단한 규모의 프로젝트로 자신의 생각이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나에게서부터 시작하는 건축적인 수행으로 연결 짓기를 권합니다.

공모전에서 본인의 제안이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얻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공감하고 인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가 직접 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그것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공모전에 참여해서 좋은 경험을 축적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심사위원 주제설명회

분량2,844자 / 5분

발행일2013년 12월 21일

유형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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