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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축과 건축 사이, AnL Studio

AnL Studio

견고한 건축적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건축가가 있는 반면, 건축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아크로바틱을 하며 묘기를 부리는 건축가도 있다. 그들은 다른 장르와 사람들과의 경계를 홑트리면서 거기서 발생하는 시너지를 탐구한다. 어떤 확고한 철학 따위를 믿기 보다는 겁 없이 다양한 것을 시도한다.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했지만, AnL Studio의 안기현과 이민수는 그 가운데에 있다. 공공 설치물인 <오션스코프oceanscope>와 <라이트웨이브lightwave〉로 주목을 끈 이들은 지금 종로구에 연면적 14평 규모의 소규모 주택을 공사 중이다.


AnL Studio AnL Studio는 건축Architectue과 열망Lust에 대한 창의적인 사고를 디자인에 반영하고자 붙여진 이름이다. 동시에 두 건축 디자이너안기현+이민수의 영문이름 이니셜 A와 L의 결합은 이들의 협업을 의미한다. 안기현는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와 U.C. Berkeley 건축대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뉴욕, 벨기에, 독일, 한국 등 세계 각지의 프로젝트에 메인 디자이너 또는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이민수는 국민대학교 실내디자인학부 그리고 NYU ITP에서 인터랙티브 디자인 석사과정을 졸업 후 미국의 Asymptote, Leeser, Howeler+Yoon Architecture 등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인터뷰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사무국장


인천 송도시 인천대교 전망대 <오션스코프oceanscope>, 2009 / 자료 제공: AnL Studio

박성태 AnL 스튜디오를 만든 것이 정확하게 언제인가요?

이민수 2009년 가을, <오션스코프>를 하면서 먼저 이름만 만들었죠. 이 프로젝트를 맡기 위해서는 회사처럼 보여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사실 급조된 이름이에요. 그러면서 나중에는 이름에 대해 더 의미도 붙이고 생각도 많이 하는 계기가 생겼지만요. <오션스코프>를 하면서 좀 회사 구색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 AnL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신청한 거죠. 그러다가 <오션스코프>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AnL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호주에서 <라이트웨이브> 일이 들어왔어요. 초청설계 현장 공모전식으로 들어와서 계속 AnL 스튜디오로 같이 일하면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박성태 개인들이 모였다가 다시 흩어져 각자의 일을 하는, 그런 유연한 조직에 관심이 높습니다.

이민수 크레딧으로만 따진다면 AnL 스튜디오로만 나가는 게 아니라 파트너십으로 일을 하는 거죠. ‘AnL 스튜디오 플러스 누구누구’ 하면서 협업을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를 들어 일이 있다고 꼭 누군가를 고용해서 월급을 주면서 하는 게 아니라, 협업이 필요하다 하면 같이 모이고 프로젝트 금액을 환산해서 1/n로 나누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어요.

안기현 실제로도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거 같아요. 왜냐하면 젊은 사람들이 미디어가 발달해 흡수한 건 많은데 내뿜을 공간은 적잖아요. 그래서 주변에 찾아보면 쉽게 이야기를 그렇게 나눠보고 작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어요. 그래서 우리가 실마리를 제공해서 끌어올 수 있으면, 같이 일하면서 단단해지고 같이 커져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박성태 그전의 작업은 예술작품 같은 거였잖아요. 그런 면에서 이번 <몽당주택>은 첫 건축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어느 지점이 가장 큰 고민이었나요?

안기현 건축은 법이나 예산, 그리고 프로그램이 항상 따라다니잖아요. <오션스코프>를 제작했을 때도 물론 그런 제한이 있어서 다 바꿔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규모 면에서 너무 작은 프로젝트임에도 살림이 가능한 장소여야 했습니다. 때문에 디자인을 하면서도 ‘과연 이곳에 사람이 살 수 있을까?’가 주요 이슈였습니다. 바닥에다 줄을 그어놓고 왔다 갔다 하고, 누워보기도 하는 등 아주 실질적인 조건을 고민했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조건들로부터 디자인을 시작한 거죠.

오스트레일리아 브리즈번에 설치된 <라이트웨이브lightwave>, 2010 / 자료 제공: AnL Studio

박성태 지금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안기현 건축주와는 일면식도 없이 인터넷으로 만나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간단한 스케치를 보내면서 저희와 함께 일하고 싶으면 계약을 하자고 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자 건축주가 저희에게 20장 정도의 원고를 주었어요. 평소 원하던 집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건축주의 하루 일과와 생활 방식 등이 그 내용이었는데 일단 그것을 충분히 읽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대지가 가진 한계나 그 주변 한옥들, 도로에 직접 면하고 있는 조건들에 직관적으로 반응하기 보다는, 아주 오랜 생각을 하고 분석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민수 건축주 분은 그냥 집장사가 하는 집 정도의 예산을 가지고 계셨는데, 그런 집이 너무 싫었던 거죠. 자신만의 에고ego가 좀 강한 분이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또 저희가 젊고 열정을 가지고 있으니까 비록 경험은 미천하더라도 일을 맡기셨던 거죠. 대안alternative도 여러 가지를 제시하는 열정이 있고, 빠른 제스처가 있으니까 ‘아 믿어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신 거죠.

박성태 그럼 경제적으로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프로젝트였겠네요?

안기현 마이너스죠. 심의를 세 번이나 받았으니 프린트 값만 해도 벌써….

이민수 그런데 애당초 저희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저희의 첫 건축 작업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했을 때 부담스러운 스케일은 아니었습니다. 만약 첫 프로젝트로 큰 프로젝트를 맡았다면 되게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실제로도 워낙에 작았던 스케일이 어중간하게 작은 것 보다 더 매력적이었던 거 같아요. 저희는 이걸로 이윤을 남기기 보다는 ‘어떻게든 금방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예전에 했던 작업들이 ‘건축이냐 건축이 아닌 조형물이냐’고 할 수 있는 것들인데, 이 프로젝트는 명실상부하게 건축인데다가 여러 핸디캡을 극복하면서 다른 관점에서 할 수 있다 보니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작정하고 달려들어 한 거 같아요.

박성태 실제로 사람이 살 수 있는 거죠? 정말 작긴 작더라고요. 3층 다 합쳐도 연면적이 14평입니다.

안기현 대지가 10평인데, 10평의 60%면 6평이잖아요. 그런데 6평이 안 나와요. 5.7평 정도 나오는 거죠. 그리고 올라가면서 깎이는 거 때문에 저희는 관계법의 한계선 안에 딱 맞게 움직였습니다.

이민수 평면적으로 디자인한 건 아무것도 없고 그 대지 모양 그대로 오프셋을 해서 올린 다음에 구축사선 깎고…. 저희가 한 건 사선 하나 넣고 개구부, 창문 디자인 한 정도거든요. 내부 프로그램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사선이 애매하게 4m에 걸리는 공간을 활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곳에 원래는 침실과 수납공간을 넣으려고 한 건데 화장대와 장롱을 넣어서 활용한 게 재미있었던 부분이죠.

안기현 그런데 그걸 선택한 이유가 돈도 그렇지만, 베이스 패널만 해도 두께가 50t 정도 나오거든요. 근데 저희는 저희가 지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만들어야 하니 자제가 얇아야 했어요. 더군다나 서울 사대문 안, 경관지에 위치하고 있어서 색채도 다 검사 맡아야 하고 재질 자체도 반짝이는 건 쓸 수 없거든요. 기준 통과를 위한 권장사항으로 베이스 패널, 노출 콘크리트처럼 몇 가지 정해져 있어요. 그래서 찾은 게 노출 콘크리트 패널이라고,이건 27t입니다. 석재랑 비슷한데 그거를 넣고 외부 단열재로 해서 얇은 걸 넣으면 100mm 안으로 들어오거든요. 미리 싸움을 계산한 거죠.

이민수 근데 진짜 작다 보니까 10cm도 매우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벽 두께도 최대한 줄여야 하고 도면상에 가구 넣고 보면 10cm 모자라서 못 넣고…. 지적도 상에 있는 것보다 실제로 현장에서 오차가 있어요. 큰 건물이면 오차가 10cm 정도면 그냥 그렇게 끝나는데 워낙 작다보니 10~20cm의 현장 오차가 나는 것도 너무 속이 상하더라고요.

박성태 두 분은 물론 건축주에게도 굉장한 모험이었겠어요.

이민수 건축주가 일본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서 『일본의 극소주택』류의 책을 많이 가지고 계세요. 그 수집한 책을 다 보여주시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죠. 그런데 거기도 저희 집만큼 작은 평수는 없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너무 작아서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지금 콘크리트 치고 올라온 거 보니까, 그래도 생각했던 거보다 살 수는 있겠다 싶어요. 그리고 3, 4층 전망이 정말 좋아요. 인왕산이 다 보이거든요. 건축주가 주문하신 몇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옥상에 올라갈 수 있게 해달라는 것, 그리고 3층의 욕조에서 인왕산을 바라보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3층까지는 스파이럴 계단으로 옥상 올라가는 요건은 사다리 계단으로 디자인 했습니다.

종로구 누하동 극소주택 <몽당주택> 계획안, 2012

비건축과 건축 사이, AnL Studio

분량4,233자 / 8분 / 도판 3장

발행일2012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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