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재밌다
신아키텍츠 × 박성태
분량4,730자 / 10분 / 도판 1장
발행일2012년 4월 9일
유형인터뷰
새롭게 독립한 설계 사무소를 찾아가다
2012년 한국 건축계의 키워드를 뽑아보니, ‘젊은건축가’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젊은건축가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 속에 ‘젊은건축가포럼’과 ‘서울시 공공건축가 제도’가 출범하기도 했다. 건축가 집단을 젊고 늙음으로 구분 짓는 것은 개인적으로 마뜩치 않으나, 전망이 어두운 한국 건축의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들을 주목하는 것은 새로운 인물을 찾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에 ≪건축신문≫은 오픈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설계 사무소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첫 회로 ‘신아키텍츠’와 ‘원더아키텍츠’를 소개한다.
신아키텍츠(SHIN Architects) 신호섭과 신경미는 프랑스 파리와 한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실무를 쌓았다. 2010년 서울 북촌에 신아키텍츠를 공동 설립하여 동네 건축을 통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인터뷰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사무국장

박성태 사무소를 열 때 겪었던 어려움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으세요?
신아키텍츠 한국 사정을 잘 몰라서 별 걱정 없이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파리에선 보통 큰 사무실에서 3, 4 년 경력을 쌓고, 쉽게 사무실을 오픈하기 때문에 여기서도 크게 부담 안 가졌습니다. 또 둘이니까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함으로 시작한 게 사실이고요. 이래도 고생, 저래도 고생이면 그냥 내가 하고픈 대로 하자는 무대포 정신이었습니다. 막상 시간이 지나면서 겁도 없이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기도 합니다.
박성태 사무실의 나름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신아키텍츠 일단 저희는 소박한 건축 즉, 크게 튀지 않지만 꼭 있어야 하는 건축을 지향합니다. ≪동네사람들 건축을 말하다≫를 만들었던 것도 대중과 건축과의 괴리를 알아가고 싶었고, 좁혀나가야 한다는 생각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건축가의 역할도 기존의 권위적이고 예술적인, 머리만 커버린 모습의 건축가보다는, 좀 더 실질적이고 대안적이고 구체적인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는 건축가로서 ‘동네건축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으로선 ‘어떤 건축을 하겠다’는 잘 모릅니다. 오히려 ‘건축은 일상입니다’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단한 것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한 일을 통해서 이전보다 좀 더 나은 곳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박성태 ≪동네사람들 건축을 말하다≫는 매달 발행하나요?
신아키텍츠 두 달에 한 번 발행합니다. 워낙에 북촌은 도시적인 사회조직이 아니라 ‘부락’ 같은 개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북촌이라는 동네에 새로 이사왔을 때 동네 사람들이 저희에게 뭐 하냐고 물으셨는데, 대답하면서 그들의 선입견을 듣고 자연스럽게 얘기하다 보니까 이걸 자료화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네사람들 건축을 말하다≫ 발행은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거창하고 화려한 건물만이 건축이라고 생각해서 건축은 ‘가깝고도 먼 당신’이라고 여기던 분들이 내가 사는 집, 슈퍼마켓조차도 건축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박성태 가령 슈퍼 아저씨가 예산 천만 원이 있다고 하면, 그런 일도 하실 의향이 있는지?
신아키텍츠 그럼요. 실제로도 같이 고민하면서 수리부터 리모델링, 신축 등을 하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바탕 또는 경험이 있어야 정신적으로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보다 그런 점들을 주민분들이 더 잘 알고 계세요. 주변의 업자들을 통해서 싸게는 할 수 있지만 실제로 필요한 공간, 솔루션을 내줄 수 있는 전문가는 없으니까 저희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태 구체적으로 그 역할에 대해서 말씀해주신다면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 걸까요?
신아키텍츠 개인적으로는 할 일이 정말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저희에게 일을 줘야 좋은 게 나온다는 걸 모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결혼정보회사처럼 ‘난 참 좋은 사람인데, 왜 우린 못 만날까. 그건 신이 세상을 넓게 만들어서’ 라고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그간 클라이언트들을 보건대, 사람들이 눈높이는 높아지는데 그걸 얻기 위해 어디에 의뢰해야 하는지 모르는 거 같습니다. 그런 가운데 아름아름 소개를 통해서 같이 해보면 본인들이 찾던 게 바로 이런 거라며 만족해 하시죠. 당연히 그분들보다는 돈이 더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재료도 퀄리티 있는 것 쓰고, 디자인 용역비도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과에 만족하시는 분들이 생기고 또 본인이 사용할 공간이니까 더 좋은 걸 원하는데 다만 건축가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모르니까 실제로 전화해서 ‘너희 이런 것도 하니’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생겼습니다.
박성태 ≪동네사람들 건축을 말하다≫가 일을 얻는 데도 도움이 되는지요?
신아키텍츠 사실 이건 신아키텍츠 이름으로 내는 것이 아니라서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PGA66(project group atelier 66)이라는 별개의 이름으로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건축의 접근성에 한계를 두지 않게 운영하는 프로젝트 그룹입니다. 도시, 건축, 사회, 문화 등 우리가 동시대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주변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발견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슈들을 통해 서로가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만드는 데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에게 ‘건축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묻는 건데 그게 영업이 되면 안 되잖아요. 저희 같은 경우는 15 년을 파리에 살다가 와서 북촌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실제 일과는 분리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성태 그래도 신아키텍츠를 알리는 방법이 있어야 할 텐데요.
신아키텍츠 안 그래도 딜레마입니다. TV 광고를 할 것도 아니고 말이죠. (웃음) 각자의 스타일이 있으니 그런 걸 원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지금 저희의 단계는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해나가는 것이 유일한 방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소개의 소개로 끊이지 않고 일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만약 공격적으로 해서 일이 넘쳐난다 하더라도, 아직은 연륜도 부족하기 때문에 힘든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지금 당장은 지혜를 짜내어 컴팩트한 사무실을 어떻게 운영할까 하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정식 직원을 둘 수는 없는 형편이라서 고정비용이 너무 과다하면 안되기 때문에 코어core를 두고 주변은 플렉서블flexible 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박성태 지금 건축이 어려운데, 건축가로 남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요?
신아키텍츠 건축이 재미있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건축은 재미있는 것이어서 주변과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에 건축가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희생해야 하는 건 부차적으로 저희가 추구하는 것을 소박하게 잡으면 되니까요. 상황에 맞게 노력하려고 합니다.
박성태 ‘이거 하나는 짓고 싶다’ 하는 프로젝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신아키텍츠 지금 당장은 조그만 집을 짓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건축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건축을 이해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무리 건축이 필요한 거라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들이 경험한 아파트나 퍼블릭한 공간은 건축이라 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좋은 건축을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건축이 좋은 거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주택이 이럴 수도 있다는 경험을 해주고 싶습니다. 땅콩집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열광할 수 있었던 건, 그만한 대안조차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인이 ‘나도 저런 데서 살 수 있겠구나’ 하는 꿈을 가질 수 있는 개인주택이 없었습니다. 북촌의 경우 한옥이 좋아서 오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한옥을 예찬하는데, 사실 잘 들어보면 정말 소규모 개인주택이면 다 가질 수 있는 장점들입니다. 사실 그분들은 한옥이어서 좋은 게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마당이 있는 작은 집’이기 때문에 좋다고 느끼시는 겁니다. 우리와 비슷한 일본 사례를 봐도 불과 10년 만에 젊은건축가들이 확 일어날 수 있었던 게 이런 개인 주택 시장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긍정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유럽에 비하면 할 일이 진짜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젊은건축가들이 얼마나 길을 잘 개척하느냐인 거죠.
박성태 젊은건축가로서 그라운드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신아키텍츠 소규모 공공건축프로젝트에 지명설계로 젊은건축가를 꼭 한 팀씩 넣어서 도약 발판을 마련해주면 어떨까 합니다. 관공서나 정부 차원의 공공프로젝트들을 보면 슬로건만 있거나 실적 채우기로 보이는 것들도 종종 있습니다. 삶의 질의 변화에 있어서 드러나는 것이 소요된 수 억 단위의 금액에 비교했을 때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좀 더 투명해지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제도적으로 공공건축가 제도가 단기적이면서 비연속적으로 진행되는 것들을 자주 목격하다 보니 아쉬움도 함께 커지는 것 같습니다. 공공프로젝트에 꼭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프로젝트의 기초를 단단하게 재정비하고 그 과정을 내외부에서 비평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초만 잘 다듬어진다면 하드웨어적으로도 소프트웨어적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동네, 지역,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도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경험하는 대부분의 건축이 공공건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능력 있고 열정 있는 젊은건축가들을 그렇게 활용하지 못한다면 국가 차원에서도 낭비가 아닐까요? 젊은건축가들의 에너지가 생산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걸 보면 답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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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2012년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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