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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되어버린 긴장감 ; «REAL DMZ PROJECT 2012»

임국화

≪REAL DMZ PROJECT 2012≫, 강원도 철원 DMZ 접경지역, 2012. 7. 28 ~ 9. 1

2000년 이후 DMZ와 관련되어 기억할만한 전시들로 ≪DMZ on the WEB≫(2000), ≪DMZ_2005≫(2005), ≪베를린에서 DMZ까지≫ (2005)와 최근 열린 ≪REAL DMZ PROJECT 2012≫(2012)를 포함한 4개로 압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제외하고도 평화와 통일, 남과 북의 긴장관계를 다루었던 전시들이 있었지만 전시의 주된 언어로 DMZ가 사용된 전시들만 추려보기로 한다. 이렇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DMZ에 대한 관심은 끊임없이 이어져왔고 계기성 이벤트로서 규모는 확대되어 왔다. 앞으로는 더 전략적이면서도 활발하게 관련 전시 및 행사들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전 60 주년이 되는 2013년에는 DMZ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학술회의, 산업지대조성계획, DMZ대학원 설립 등 관련 이벤트들이 열릴 계획이다. 또한 DMZ 국제 예술 심포지엄과 비엔날레도 개최될 예정이며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열리는 철원은 철원평화·문화광장을 중심으로 DMZ를 국제적인 명소로서 알릴 야심을 내비치고 있다. 앞으로 계획된 이벤트들만 보고 있노라면 DMZ라는 곳이 잠정적으로 전쟁을 멈추고 있는 곳으로서의 긴장감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간의 전시들이 주는 긴장감이 오히려 낯설게 보일 뿐이다. 2000년에서 현재까지의 전시들을 통해 시대의 문맥을 반영하여 DMZ는 어떤 변화를 관통해왔을까. ≪DMZ on the WEB≫은 역사적 장소로서의 구성된 기억, 생태에 대한 탐구, 인간과 자연의 치유의 장으로 상상하는 DMZ를 구성했다. 8명의 국내 작가가 전시에 참여했고 과거와 현실에 대한 반성과 천혜의 자연환경으로서의 DMZ에 대한 이해와 해석들이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이후 한국전쟁 발발 55주년이었던 2005년에 문화관광부와 광복 60주년 기념 문화사업추진위원회가 공동주최 ≪베를린에서 DMZ까지≫가 열렸다. 휴전선 근처에서 철거된 대북 심리전에 사용되었던 확성기와 방음벽과 작품의 소재로 활용한 작품들로 전시가 구성되었다. 동독과 서독을 구분 짓던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난 후 파생된 장벽 덩어리도 역시 작품으로 쓰였다. 사용된 오브제들의 출처나 성격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공통된 언어는 분단과 통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DMZ_2005≫ 역시 분쟁지역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이야기들을 통해 분쟁국가의 상황과 이데올로기를 풀었다. 앞서의 전시들과의 다른 점이라면 한국과 비슷한 조건에 있는 분쟁국가 (북아일랜드, 독일, 팔레스타인, 이라크, 이스라엘, 멕시코 등)의 작가들을 초청하여 국제적 조건과 상황 속에서 DMZ를 살펴보려 했다는 점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임진각, 통일전망대, 헤이리 등 12곳으로 전시장소가 미술관 밖으로 확장되었다. 세 전시들은 분단국가라는 현실 속 개인으로서의 작가의 경험에 많은 부분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분단의 역사와 아픔을 국내적인 상황 속에서 통찰하고 미래를 예측하던 것에서 국제적인 상황 속에서 DMZ를 바라보고 접근하는 것으로서 범주가 보다 넓혀졌다. 이로부터 7년의 시간이 흐른, 2012년의 DMZ 전시는 이전의 전시들과 비교해 얼마나 다른 면들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있을까?

≪REAL DMZ PROJECT 2012≫는 “철저히 무장된 비무장지대의 역설적인 장면들”에 주목했고 이에 따라 전시의 이름이 ‘REAL DMZ’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전시관계자는 전한다. 전시는 철원안보관광코스를 따라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는데, 비무장지대를 둘러싼 긴장감과 함께 남침 땅굴, 노동당사 등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장소들을 가로지른다. 그러나 안보와 관광이라는 말이 결합되었을 때 전달되는 역설적인 뉘앙스는 ≪DMZ_2005≫ 전시에 참여한 함양아의 <공산주의 관광>과 땅굴이 관광코스로 활용되는 현실에 대해 작업한 황용핑Hwang YongPing의 작업에서 이미 다뤄진 바가 있다. 남한의 북방한계선이자 북한의 남방한계선인 DMZ라는 장소 자체가 가져다 주는 불안과 예민한 감각들이 관광이라는 문화산업의 역학구조 속에서 묘하게 나른해짐은 전시의 주제로서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해 이전에 연구한 작가들의 작업 이후의 과제들 이후 다른 해석도구나 방향제시가 충분했는지 질문하게 한다.

노순택, <제2땅꿀 뒤태>, archival pigment print, measurements vary,2012 / 사진제공: 사무소

철의삼각전적지 관광사업소에는 한국전 당시 전략적 요충지이면서 동시에 북한군이 남침을 위한 중부전선의 본거지로 삼았던 철원이라는 곳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전시물 다수가 전시되어있다. 안보와 관련된 판넬들 사이 사이에 노순택은 안보관광을 온 사람들을 사진으로 찍어 전시했고, 남침을 위해 만들어진 제2땅굴을 관광하는 사람들의 엉거주춤한 춤사위 같은 뒷모습을 담은 <제2땅꿀 뒤태>는 월정리역에 전시되었다. 디륵 플라이쉬만Dirk Fleischmann의 <청주샹들리에조합-샹들리에 363-931>은 총알 그리고 땅굴을 만들기 위해 설치되었던 폭발물이 심어졌던 흔적들이 곳곳에 남겨진 500m 길이의 땅굴에 설치했다. 일반인 접근이 가능한 마지막 지점에 설치된 샹들리에에 반사되는 화려한 빛은 이 공간이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는지 잠시 잊어버리게 만든다. 높은 곳에서 낮은 바닥으로, 그리고 화려한 샹들리에와 한줄기 빛도 없는 어둠 속에서 총을 겨누었던 불안감을 충돌시킨다. 이주영의 <비무장 지대 10리里 길… 기다림>은 노동당사를 비롯하여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콘크리트 기념비로서의 흔적들을 탈북자들과 함께 놀이와 여행으로서 안보관광을 낯설게 보는 것을 제시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을 안보관광코스에 맞춰 관람해야 한다. 철의삼각전적지의 노순택의 사진이나 제2땅굴의 디륵 플라이쉬만, 노동당사 앞에 설치한 김량의 작업 등 몇몇 설치 작품을 제외한 영상작품들은 관람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다. 정말 안보관광을 목적으로 온 것처럼 한국사의 흔적을 더듬거리며 걷고 지나치면서 끝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근 60여 년간 사람의 출입이 없는 DMZ는 과거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있으면서도 언젠가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열린 장소이다. 이 장소적 특징이 가진 것처럼 비무장의 무장화, 안보와 관광 등 서로 어긋나면서 만들어질 수 있는 예술적 지점들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남북의 의사소통과 교류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문화적 유산으로서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일회성 전시들과는 다른 지점들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화이트 큐브 전시와의 차이점이 모호한 지점들이 있었다. 또한 2000년부터의 전시를 기점으로 봤을 때 이번 전시는 여러모로 예민하게 촉을 세워 묘한 긴장감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김정일 이후 시대를 시작하면서 지배와 통제에 깔린 변화들을 바탕으로 DMZ를 새롭게 서술해나가지 못한 점 또한 아쉬운 지점이다. 이제 분단의 현실 자체에 대한 긴장감은 프랑소와 마자브로François Mazabraud의 작업처럼 망원경 너머에나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프랑소와 마자브로, <감춰진 풍경>, color, silent, loop, mimetic device, 6min. 47sec, 2012 / 사진: 프랑소와 마자브로

임국화

컨템포러리아트저널 편집자

풍경이 되어버린 긴장감 ; «REAL DMZ PROJECT 2012»

분량3,511자 / 7분 / 도판 2장

발행일2012년 9월 18일

유형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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