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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 앤 사우어

컴퍼니 × 이상윤

미래의 무늬, 그리고 기록의 언어
충실한 기록과 리서치로 구성된 작품은 비밀의 장소에서 보내는 미래의 신호처럼 다가온다. 디자인에서 사람과 도시를 마주하게 하는 디자이너 김영나와 컴퍼니COMPANY를 인터뷰했다. 그들의 디자인은 기억과 기록을 망각의 공간으로 옮기는 대신, 새로운 작업의 출발점으로 기능하며, 상상력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컴퍼니 컴퍼니COMPANY는 아무 송Aamu Song과 요한 올린Johan Olin 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는 디자인 팀이다. 2000년부터 핀란드를 기반으로 예술가, 디자이너,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그들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전통을 바탕으로 ‘비밀스러운’ 제품들을 만들어 <비밀가게Salakauppa>와 온라인을 통해 선보인다. 

인터뷰 이상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이상윤 2000년에 컴퍼니가 만들어졌는데 전시나 프로젝트를 통해서 컴퍼니를 보기 시작한 건 2004년 정도부터입니다. 비교적 초기 활동이 잘 안 알려진 거 같아요.

아무 그런가요?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한 건 아니에요. 2000년에는 학생이었고,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팀 이름을 ‘회사COMPANY’라고 만든 걸로 기억해요. 그 후 2004년경에 홈페이지 (www.com-pa-ny.com)를 만들면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의외로 많은 커머셜 인테리어 그래픽 작업을 했죠.

요한 제가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인테리어 작업, 상업용 그래픽 작업, 여러 개의 공모전 등을 하면서 보낸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당시에 발간된 몇 개의 잡지에 관여하기도 했고요.

이상윤 작업을 진행할 때 리서치의 중요성을 얼마나 느끼는지, 리서치의 방식을 어떻게 일에 적용시키는지, 또 본인들만의 방식이 있는지 궁금해요.

아무 리서치란 밥 먹기 전 메뉴를 보는 것처럼 상상력과 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해줘요. 그래서 리서치를 좋아해요. 리서치는 꿈에서 단서를 본다던지 텔레비전이나 소설에서 본 무언가를 통해서 시작하죠. 그런데 요즘은 구글 때문에 도서관에 가서 우연하게 엉뚱한 실마리를 찾는 일들을 많이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워요.

요한 리서치는 물론이고, 누구를 위해, 누구와 일하고 있는지를 인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해요. 배우는 것은 결국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의 한계와 가능성으로 결정될 수 있다고 봐요. 저희의 경우에는 제품 생산자, 혹은 제작자와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어요.

세계디자인수도2012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Secrets of Finland> 시리즈 중 <Pinguadult>, 2007 / 사진: 컴퍼니

이상윤 컴퍼니의 작업은 북유럽과 한국적 디자인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고유의 느낌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핀란드와 한국의 디자인적 성향이 어떻게 다른 점을 갖는지 궁금하네요.

아무 컴퍼니의 반인 저는 100% 한국인이고 또 다른 반인 요한은 100% 핀란드인이니까 그게 좀 묘한 느낌은 느낌이겠죠. 다른 두 개가 만들어낸 한 제품이 ‘스윗 앤 사우어Sweet & Sour’처럼 맛도 있고 자연스런 맛을 내는 것이 저에겐 이상적인 상태라고 봅니다. 저에겐 핀란드의 먼지 쌓인 물건들이 신대륙의 발견이고, 요한에겐 한국의 좀 꿀꿀한 것들이 신선하기 그지없듯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을 새롭게 보는 것이 저희가 가진 장점이죠. 그런데 세월이 가다 보니 좀 희박해졌어요.

요한 두 문화나 디자인 성향이 완전히 다르죠. 그래서 정말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핀란드처럼 작고 조용하고 평화롭고 조금은 심심한 나라에서 일하는 게 무척이나 좋지만, 다양하고 정신없는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매우 사랑스럽죠.

이상윤 ‘거절된 작업들rejected works’ 섹션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이유가 있나요? 버려진 작업의 폴더 안에서 다시 되살아난 경우가 있나요?

아무 아카이브의 개념으로 홈페이지에 다 업데이트하는 편이죠.

요한 홈페이지는 저희가 했거나 또는 어떤 이유로든 할 수 없었던, 수정을 거치지 않은 작업들의 저장소죠. 잘 안 됐던 일들도 기억하는 것이 좋다고 봐요. 사실 ‘rejected works’에 더 많은 작업들이 들어갈 수 있지만, 작업들을 업로드 하는데 조금 게을러졌네요.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이 잘 된 작업들을 드러내는 게 더 즐겁기 때문이죠.

헬싱키 현대미술관의 «Camouflage»전시에 참여했던 시리즈 중 마트로슈카 인형을 사용해 만든 <Matryoshka Stool>, 2012 / 사진: 컴퍼니

이상윤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 상품화될 것들을 어떻게 결정하나요? 컴퍼니만의 선별 기준이나 검증 방법이 있는지요?

아무 프로토타입, 스케치 후에 그것이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게 될 때 눈과 마음에 띄는 것이 들어오기 마련이죠. 그렇게 제품이 되곤 해요. 아니면 다른 프로젝트의 재료가 되기도 하고요. 우선 떠오르면 그리거나 만들어 놓는 편이죠.

요한 프로토타입이 스스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죠. 저희가 만드는 프로토타입은 이벤트나 영감을 주는 제품생산자를 통해서 나오기도 해요. 근원이 없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건 아니에요. 저희 웹사이트를 보시면 특별한 의도, 주제, 또는 이벤트를 위해 창조된 프로토타입들과 전시물들을 볼 수 있어요.

이상윤 홈페이지 내 ‘프로젝트projects’ 섹션에 게재된 대부분이 것들이 실용적입니다. 수익을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연결된 건가요? 혹시 실용성은 철저히 배제하고 실험적 작업을 수행하는 게 있는지 궁금하네요.

요한 저희의 모든 제품들이 매우 실용적이라고 봐요. 다시 말해 모든 것들이 기능을 가지고 있죠. 기능이 얼마나 실용적일 수 있는지는 항상 보는 사람의 입장에 달렸지만요.

아무 아마 환경디자인인 경우는 클라이언트의 필요한 조건들, 예를 들면 ‘어린애가 놀 수 있어야 한다’가 있어서 그런 것 같고, <비밀가게 Salakauppa> 경우에는 그걸 만드는 공장과 그걸 사는 사용자가 많이 관여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비밀가게>의 시작은 KIASMA 박물관에서의 전시 요청으로 만들어졌어요. 실용성을 철저히 배제했는데 결과는 가게가 되었어요. 그때 전시된 가게에서 판매 허용을 위해 큐레이터가 우리의 판매행위를 뮤지엄 기록상 퍼포먼스로 분류했죠.

요한 홈페이지의 ‘projects’ 섹션 안에 있는 대부분의 작업들은 커미션을 받은 작업들이죠. 그런데 이 작업들이 수익에 기반을 둔 작업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해요. <비밀가게>의 제품들은 저희 스스로 커미션과 기금 마련을 해서 준비했어요. 그 제품들이 덜 실용적이거나 이익에 기반을 둔 제품이었다면 저희를 사업가 같다거나 사업 수완이 좋다고 말하겠죠.

헬싱키에 위치한 <비밀가게Salakauppa>/ 사진: 컴퍼니

이상윤 현재 주요 프로젝트는 <Secrets of (PLACE)>로 보이는데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아무 세계 정복이요.

요한 예, 세계의 비밀들이요.

이상윤 디자인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나요?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요?

아무 이제는 디자인을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경쟁력으로 보고 모든 것에 ‘디자인’을 붙여보는 거 같아요. 도시도 ‘디자인 도시’가 되고, ‘메이드 인 made-in’에서 안 되니까 ‘Designed in 노르웨이’, ‘Designed in 핀란드’와 같은 말들이 생기죠. 그런 말장난 같은 디자인 말고. 디자인이 ‘도안’, ‘생각을 짓다’ 정도이면 세상을 좀 더 단순하게 청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냥하려면 돌도끼를 만들자’ 까지만. 그러면 부탄은 돈이 없는데 왜 행복한 걸까, 라는 어리석은 질문은 쓸모없어지겠죠.

요한 공감합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이 디자인이니까요.

이상윤 두 분이 일하시는 영역으로 보자면 직함이 ‘디자이너’, ‘예술가’, ‘큐레이터’ 등 여러 가지로 불릴 수 있겠는데요. 어떤 타이틀이 컴퍼니를 가장 잘 드러낸다고 보나요?

아무 디자이너요.

요한 계획가Suunnittelija. 또는 ‘도안’을 하는 사람? 예술가는 아닌 거 같고. 산업디자이너, 시스템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이너, 헤어디자이너 등.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죠.

이상윤 요즘 예술이나 사회분야에서 관심 있는 이슈가 있나요?

아무 돈과 권력이요. 그것보다 더 세지만 눈치를 못 채게 하는 걸 생각하느라 관심이 많은 거죠. 돈으로 살 수 없는 걸 적당한 가격의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것에서 ‘거의 완벽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하죠.

요한 저는 지역 전통local traditions이요. 대대로 전수된 지혜와 기술, 그리고 곧 사라질 것들과 그것이 가진 정체성에 관심이 있어요. 한편으로는 밀수와 블랙마켓에도 관심이 있어요.

요크 홀에서 열린 2011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의 <레드드레스 REDDRESS>/ 사진: 컴퍼니

이상윤 <레드드레스REDDRESS>는 2004년 처음 진행된 이후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되리라 기대했었나요?

아무 처음부터 오랫동안 진행될 투어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앞으로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투어를 예상하고 있어요.

요한 <레드드레스>는 예외적인 경우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저희가 만드는 작품이 어떻게 살아나갈지, 얼마나 생명력을 가질지는 전혀 알 수 없죠. 단지 저희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에서 파는 아이템들의 일부가 자손 대대로 물려지기를 바랄 뿐이죠.

이상윤 <레드드레스> 프로젝트가 실행되었던 장소 중에 가장 좋았던 곳이 있다면 어디였나요? 또 공연 장소를 섭외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아무 드레스 자체가 연주자의 의상이면서 누구나 밟고 지나가고 또 모든 사람이 눕고 덮는 것이 되거든요. 공연장 자체를 교회 같으면서도 바삭바삭 소리가 날 것 같은 호텔방처럼 관리하는 방법들을 꾸준히 발전시켰어요. 레드드레스는 이제 하나의 악기가 되었고 그걸 잘 연주하는 음악가가 생겼고요.

그동안의 공연 장소를 그때의 음악, 날씨, 스태프, 점심 메뉴들을 다 조합해서 기억해요. 영국 요크홀 York Hall에서의 공연(2011)은 아주 유명한 권투 경기장을 공연장으로 만들었는데 붉은 피에서 붉은 드레스로 그 상징적 내용이 바뀌는 것이 좋았어요. 관객은 한술 더 떠서 모두 붉은 옷을 입고 오기까지 했죠. 뚜술라Tuusulanj rvi에서의 공연(2008)은 음악감독이었던 페카 쿠시스토 Pekka Kuusisto의 <레드드레스>에 대한 잘 이해가 잘 드러난 공연이었어요. 지휘자가 드레스를 입고, 300여 명의 합창단이 관객 속에 흩어져있었죠.

덴마크 루이지아나 미술관에서의 공연은 드레스를 마당에 펼치느라 헨리 무어, 칼더의 작품을 큰 비용을 들여서 옮겨야 했는데 3년을 준비한 <레드드레스> 프로젝트가 처음으로 선보인 해 (2004)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내린 비로 공연이 취소되었고 1년을 연기해서 시연했어요. 이후 공연 장소를 섭외할 때 덴마크에서의 힘들고 아픈 기억으로 야외공연은 하지 않아요. 그렇게 첫 번째로 장소가 해결되면 음악에 대해 회의하고 준비를 하죠. 음악가들은 1~2년 후까지 계획이 잡혀있어서 이 부분도 아주 스릴 있어요.

요한 무엇보다도 <레드드레스>가 지름이 20m에 달하기 때문에 공간 안에 온전히 들어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죠. 그다음에 음악 프로그램을 포함해서 수만 가지 것들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해요. 매번 새로운 페스티벌을 시작하는 것 같이요. 드레스 세팅은 몇 시간 만에 완성되지만, 준비 기간이 족히 1년은 걸리죠.

<Secrets of Russia> 시리즈 중 <Sumka Aunt>, 2012 / 사진: 컴퍼니

이상윤 컴퍼니의 제품들이 대량생산되어 평범한 일상용품이 된다면 어떨까요? 여기서 일상용품이라 함은 개성을 잃어버린 제품이라기보다는 일반인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것들? 예를 들면 아이폰이나 아이팟 같은.

아무 뭔가 하나만 반복적으로 오랜 시간 만들 공장직원이 눈에 밟히네요. 그게 하물며 기계라고 하더라도. 그럴 때 그 일이 그 정도로 가치 있는 일일지 많이 의심할 것 같아요. 제품디자인이란 먼저 누군가의 꿈과 삶에 알맞은 물리적인 물건을 공급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에게 보편적인 꿈이 생긴다는 건 좀 시시하고, 누군가 지겹게 그 물건만 만들어야 하며, 그 중간과정에서 말 잘하고 계약서를 잘 쓰는 사람들에 의해 가치 없이 쓰일, 혹은 그들에게만 집중되어 쌓일 이익구조를 생각하면 지루해져요. 지금 컴퍼니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스케일의 좋은 일과 계획들을 돈 주고 산 아이폰을 써가며 재밌게 해가는 것에 만족하고 있어요.

요한 전 뭐 개인적으로 대량 생산에 대해 거부감은 없어요. 생산 방식이 즐겁기만 하다면요.

스윗 앤 사우어

분량5,812자 / 10분 / 도판 5장

발행일2012년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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