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부검: 여의도 1968 – 2018
최춘웅
분량1,526자 / 3분 / 도판 11장
발행일2019년 3월 28일
유형작업설명

〈미래의 부검: 여의도 1968 – 2018〉은 현실과 상상, 소설과 역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극히 익숙하면서도 낯선, 다양한 주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들의 기억은 ‘여의도’라는 거대한 시대적 실험으로 엮여 있으나, 이야기를 주도하거나 이야기에 끌려가는 자 없이 평행선을 그리며 진행된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의도는 실체적 장소라기보다 은유적인 허상으로 존재한다. 때로 면적의 비교 단위로 호명되는 여의도의 거대함, 광활한 평평함, 그리고 구석이 존재하지 않는 어색함은 곧 실현될 유토피아로서 여의도의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유지시킨다. 아스팔트 광장에 모여 기도하고 노래하고 농성했던 수백 만의 기억과, 매년 가을 여의도 하늘 위에 펼쳐지는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모이는 군중들, 그리고 봄마다 벚꽃 아래 윤중제를 걷는 시민들에게 여의도는 지금도 가까운 유토피아다. 여의도에서 우리는 이상적인 미래를 꿈꾸고, 그 꿈의 예언적 개념으로서의 운명은 국가 정체성의 견고함과 맞물려 있다. 사회적이며 미학적인 실험 대상으로서 여의도는 여전히 한국 아방가르드 건축의 성지다.
기공의 젊은 건축가들에게 유토피아적 미래를 꿈꾸는 것은 절망적인 현실에 대응하는 해독제였다. 그들의 그림과 글은 보고서 · 신문 · 잡지 그리고 엑스포 등을 통해 게걸스럽게 소비됐다. 여의도 종합개발계획에 참여한 도시계획부의 건축가 7인은 젊고 순진하며 노련함이 부족했으나, 총명하고 야심에 찬 엘리트 집단이었다. 스물아홉 살의 리더 윤승중은 조용하고 차분한 매너로 후배들을 이끌었고, 그들은 함께 밤을 새며 현실을 과감히 거부하는, 이상적인 미학을 담은 새로운 국가의 모습을 그려나갔다. 마침내 그들이 그려낸 여의도는 역사적 이상과 환경적 현실의 큰 간격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고, 그 섬 위에서 공원과 광장을 거닐며 미술관과 박물관을 즐기고 여가를 향유하는 가까운 미래의 환상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제3공화국의 통치자들은 시민들에게 현재의 희생으로 미래의 행복을 현실화할 것을 강요했고, 신기루와 같은 미래의 도시는 5년마다 가까워지는 듯했으나 영원히 한강의 은빛 수평선 건너편에서 아른거릴 뿐이었다.










최춘웅
서울에서 활동 중인 건축가이자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부교수다. 역사적 건축물의 재활용, 도시재생 그리고 건축의 영역을 독립된 문화 행위이자 지식 생산 분야로 확장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광주비엔날레(2008) · 서울미디어아트 비엔날레(2010) · 아시아 문화전당 등에서 전시 공간을 디자인했고, 아트선재 · 문화역 서울284 · 일민미술관 · 국립현대미술관 등지에서 열린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대표 설계작으로 점촌중학교, 꿈마루, 매일유업 중앙연구소, 라쿠치나 남산, 상하농원 등이 있다.
미래의 부검: 여의도 1968 – 2018
분량1,526자 / 3분 / 도판 11장
발행일2019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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