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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공간으로 연결된 아주 작은 집

SsD × 김상호

SsD는 보스톤, 뉴욕, 서울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건축가 그룹이다. 최근 ‘2012 BSA DESIGN AWARD’를 수상한 서울 송파구의 마이크로 하우징 프로젝트는 주거의 핵심 요소에 사용자의 자유로운 개입을 제안함으로써 현재 도시가 필요로 하는 주거공간의 융통성을 고민한다. 이러한 고민은 하나의 건물에 머물지 않고 도시 차원으로 확장되어 도시의 공간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이 되기도 한다.


SsD 박진희와 존홍이 2003년 공동으로 설립한 SsDSINGLE speed DESIGN 는 최소한의 형태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융합적이고 다학제적 접근 방식으로 이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건축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박진희는 서울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 학사와 하버드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를 받았고, 존홍은 버지니아주립대학교에서 건축 학사와 하버드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를 받았다. 

인터뷰 김상호 국민대학교에서 건축 설계를 전공하고 설계 과정의 추상작용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을 받았다. 건축이 우리 사회에 접근 가능한 문화로 자리잡기를 희망하면서 매개자의 길을 선택했다. 현재 새로운 건축 매체 창간을 준비하고 있으며, 건축 문화 플랫폼 설립을 돕고 있다.


김상호 미국에 사무실을 연 뒤로 주택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미국 생활과 실무 경험을 돌이켜 볼 때 그곳 시민들은 도시 주거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던가요?

SsD 무엇보다 최대한 넓은 생활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경향이 뚜렷해요. 미국에서는 도심에서 1시간 거리 정도의 교외 지역이 도시 주거의 궁극적인 목적지예요. 한국으로 치자면 얼마 전 조성된 판교 주택 지역 정도가 가장 비슷한 사례일 것 같아요. 미국 사람들에게 도시 안에 있는 주거 공간들은 교외로 나가기 위해 거쳐 가는 중간 단계일 뿐이거든요. 한국처럼 도심을 주거의 최종 목적지로 생각하지 않고 라이프 사이클의 과도기에서 어쩔 수 없이 살게 되는 곳으로 여겨요.

아파트 같은 주택 유형은 한국처럼 그렇게 투자 가치가 높지 않고 거기에 따르는 생활 편의 시설들의 수준도 많이 떨어져요.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도 크지 않아서 주택의 부동산 가치도 낮은 편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도시 주거 지역은 점점 삭막해지고 도심 공동화나 슬럼화 문제가 대두된 지도 이미 오래전이에요.

김상호 주택 설계를 의뢰하는 건축주들은 어떤 집을 원하고, 건축가로서는 어떤 부분을 주로 조율하거나 제안하나요?

SsD 우리에게 주택 설계를 의뢰하는 건축주들은 정형화된 미국 주거 공간을 싫어하는 사람들이에요. 미국 주택의 가장 일반적인 특징은 방마다 그 용도가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거든요.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방을 기능별로 나눠 늘어서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요. 각 방들이 사용 빈도는 높지 않으면서 상당한 면적을 차지하기 때문에 융통성이 없고 답답하게 느껴지죠.

건축주들은 자신이 원하는 주택의 모습을 어느 정도 머릿속에 그려 오기 마련이에요. 우리는 그 밑그림에다가 약간의 도전 과제를 추가로 던지죠. 집을 그렇게까지 크게 지을 필요가 없다든지, 조금 작은 대신 더 크게 ‘느껴지는’ 공간을 만들자든지, 에어컨 없이 자연 환기만으로도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다든지, 넓은 면적에 분산되어 있는 공사비를 한 곳에 집중시켜서 완성도를 높이자든지 하는 식이죠.

김상호 최근 서울에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어떤 배경에서 출발했고, 어떤 건축적 아이디어를 담고 있나요?

SsD ‘도시형 생활주택’1이라는 주거 유형을 염두에 두고 시작된 프로젝트예요. 처음에는 도시형 생활주택이 뭔지 몰라서 자료조사를 해야 했죠.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한 스튜디오형 주택인 것 같았어요. 그 이전에 비슷한 형태로 양산됐던 ‘원룸’은 미국으로 보자면 일종의 ‘롱텀 레지던스’ 같은 유형이었던 것 같고요.

도시형 생활주택은 기존의 원룸이 제도화되어서 하나의 정식 주택 유형으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한국 사회가 바뀐 거죠. 부모와 살다가, 결혼하면서 출가하고, 이어서 아이를 낳고 살던 라이프 사이클에서는 원룸이 필요한 시기가 많지도 길지도 않았죠. 원룸 수요층이 과거에는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을 하는 대학생 정도였다면, 지금은 결혼을 안 하기도 하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안 낳기도 하면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많아진 거죠.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프로젝트라서 흥미로웠고, 또 어떻게 충족시킬지 고민도 많이 했어요.

법규 상 면적 기준을 보니 12m2가 제일 작은 크기길래 그걸로 정했어요. 유닛 자체를 최대한 작게 하고, 대신 다른 공용 공간들에 면적을 할애하고자 했어요. 그렇게 하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사이에 도시형 생활주택의 취지에 걸맞은 새로운 공간이 어떤 것인지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봤어요. 보통 주택에서 거실과 현관이 생기는 이유는 가족 안에서도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구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저희는 도시형 생활주택에서는 그 관계가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연구했고, 그래서 가능한 한 도시형 생활주택이 제도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극한 조건 아래에서 그 한계를 실험하면서 대안을 만들어보고자 한 것이죠.

김상호 계획안을 보면 곳곳에 독특한 통로, 발코니, 사이공간들이 보입니다. 이런 공간을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는 무엇인가요?

SsD 유닛 사이의 연결 다리, 발코니, 좁은 틈 같은 것들은 저마다 좁게 설정된 개별 유닛에 넉넉한 공간감을 더하는 역할을 해요. 사람들은 자기 공간을 넓게 쓰고 싶은, 혹은 넓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그래서 그걸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고 싶었는데, 다만 물리적인 면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그 욕구를 충족시킬 방법을 제안한 것이에요.

‘타피오카’라는 개념으로 정의한 이 공용 공간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느슨하게 규정된, 해석의 여지가 풍부한 공간을 많이 만들어내는 데 있어요. 사람들이 스스로 새로운 공간을 발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자유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엄격하게 확정된 공간에서 갇혀서 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주거의 질은 공간의 다양성과 관계가 많다고 믿고요. 어쩔 수 없이 주어진 공간에 사는 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공간들 중에 자신에게 맞는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좋잖아요.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 2층 평면도 / 자료 제공: SsD

김상호 ‘타피오카’라고 이름 붙인 공간이 주거 공간의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언뜻 머리에 그려지지 않는데, 좀 더 부연 설명을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SsD 유닛을 설계할 때 내향성과 외향성을 동시에 고려했어요. 공간의 ‘고립도’ 내지는 ‘폐쇄성’ 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사람마다 그 원하는 정도가 다르겠죠. 보통 공동 주거에서는 완전히 닫힌 공간과 완전히 열린 공간으로 사적 공간과 공용 공간을 만들죠. 그런데 모호하게 열리거나 닫힌 유닛 사이사이에 ‘타피오카’ 공간을 넣고 여러 형식으로 배치하면 유닛마다 서로 다른 성격을 부여할 수 있어요. 건물 시공성이나 공간 효율성을 감안해 유닛 타입은 두 가지로 한정했지만, 공간의 연결 관계에 따라서 다양한 성격의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결국 각자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을 고를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나아가 스스로 선택한 공간에 대한 애착도 더 생기게 돼요. 유닛 간의 관계는 사용자들 사이의 관계의 거리에 따라 설정된다고 볼 수 있어요. 경우에 따라서는 한 가족이 같이 들어와서 유닛의 경계를 모두 허물고 한 층 전체를 하나의 집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친한 친구 사이라면 각자 독립된 유닛은 유지하되 합의를 통해 타피오카 공간의 경계를 적절히 허물어 필요한 공유 공간을 함께 누리는 거죠. 물론 실제로는 우리가 의도한 것과 전혀 다르게 쓰일 수도 있지만, 또한 흥미로운 일일 것 같아요.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 외관 이미지 / 자료 제공: SsD

김상호 건축가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건물 입면에 대한 아이디어도 눈에 띕니다. 입면 디자인에서 일관되게 추구하는 것이 있나요?

SsD 본질적으로는 건물 표피가 내부와 외부 사이에서 어떤 경계를 형성하는지에 관심이 있어요. <화이트블럭 갤러리>는 전시 공간이기 때문에 관람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 에서는 건물 외부에 필요해서 덧붙여지는 난간, 방범창, 설비파이프 등의 요소들을 재해석한 스크린을 이용해 개인 공간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열려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고요.

김상호 ‘마이크로 하우징’ 개념을 프로젝트 뿐 아니라 교육이나 제도적 차원에서도 연구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마이크로 하우징 이니셔티브나 마이크로 어바니즘의 내용은 무엇인가요?

SsD 얼마 전 뉴욕에서도 마이크로 하우징 유닛을 위한 이니셔티브가 발표되고 그것을 위한 공모전이 열렸어요. 개발자와 건축가가 협력 팀을 꾸려서 사업성 검토와 마케팅 전략까지 포함된 공모전이었어요. 이니셔티브라는 것은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시범 사업 같은 거예요. 공모전을 통해 선별한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현시켜 운영해 보고 좋은 평가가 나오면 정식으로 제도화 하는 거죠. 개발 사업자의 제안의 타당성을 검토해 법규를 바꾸는 식으로 진행되는 거죠. 현행 법규 상 최소 주거 면적은 400ft2인데 이번 이니셔티브에서 제안한 최소 면적은 250ft2 이었어요. 뉴욕에서도 아주 작은 주거 유닛에 대한 수요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죠. 마이크로 하우징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이슈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마이크로 하우징은 도시의 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저소득층을 위한 어포더블 하우징이나 소셜 하우징도 아니에요. 사회 전반의 인식과 요구 변화에 따른 새로운 주거 공간이라는 점이 중요해요. 핵가족화를 넘어 독신과 이혼, 재혼 가정이 증가하면서 개인의 주거 공간도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일방적으로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도중에 확대와 축소가 교차되고 있는 사회 흐름이 마이크로 하우징을 요구 하고 있는 거죠. 마이크로 하우징에는 사회적, 공간적 지속 가능성이라는 이슈도 포함되어 있어요. 공간을 분리해서 따로 사용할 수도 있고, 다시 조합해서 크게 쓰다가 다시 따로 분리시킬 수 있는 가변성이 도시 공간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거죠. 지금까지의 도시 주거 공간에서는 결혼하고 아기를 낳으면 큰 공간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교외 지역으로 이사가는 게 보편적이었지만, 마이크로 하우징이 그런 변화되는 공간의 필요를 충족시켜준다면 이사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겠죠. 지속가능한 거주 공간이 생기면 그에 따라 커뮤니티의 지속성도 높아지게 될 거예요.

김상호 마이크로 하우징처럼 도시를 작은 단위로 접근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 혹은 발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SsD 마이크로 하우징에서 ‘작다’는 것은 크기를 줄이는 게 아니라 요소를 잘게 나누는 개념이에요. 큰 것을 이루고 있는 작은 요소들을 분절시켜 드러내는 거죠. 뭔가가 커지는 이유는 그 안에서 뭔가가 중복해서 생성되기 때문인데, 불필요하게 중복되고 있는 것을 걷어내고 핵심 요소를 찾아낸 뒤, 다시 그것만 가지고 기존의 필요를 충족시킬 새로운 방법을 찾는 데 의미가 있어요. 핵심 요소만으로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더 많은 다양성과 스펙트럼을 만들 수 있는지 탐구하는 거죠.

사회 자연 환경이 점점 더 빠르게, 다각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는 해결책들도 더 빠르고 다양하게 제시되어야 해요. 기존의 개념들로는 현재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힘들어진 것 같아요. 건축은 유난히 정적이기 때문에 단지 물리적인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사용자들의 인터랙션이나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노력이 더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대 건축은 과거에 비해 사회 변화에 빠르게 변화해왔지만 동시대 사회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인 상태니까요.

김상호 대도시의 대안적 거주 방식에 대한 논의는 오랫동안 이어져왔고 특히 서울에서는 아파트를 대신 할 주거 형식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건축가로서 가까운 미래 도시의 거주 방식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요?

SsD 집과 일터, 사무 공간과 놀이 공간들 사이에 이전에는 당연했던 경계가 계속 무너지고 있어요. 그래서 미래 도시의 거주 방식은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 같습니다. 그 다양함을 담을 수 있는 가변성을 극대화시킨 공간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사용자의 참여로 완성되는 공간이 필요하리라 생각해요. 그런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도시 공간으로 연결된 아주 작은 집

분량6,059자 / 12분 / 도판 2장

발행일2013년 6월 20일

유형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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