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시간을 잇는 디자인
아마추어서울 × 임국화
분량5,061자 / 10분 / 도판 2장
발행일2013년 10월 17일
유형인터뷰
서울을 여행하자는 투어 가이드가 있다. 오래된 시간만큼이나 굽이진 골목길을 걷고, 버스나 지하철 노선표에는 그려져 있지 않은 길을 나서게 한다. 새로운 것을 보도록 이끄는 관광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색채를 보는 것이 중요한 여행이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에 쉼표를 찍으며 수십 년 전의 시간과 오늘을 이어주는 투어 가이드, 아마추어서울을 인터뷰했다.
아마추어서울 김은영, 김지은, 조예진, 유혜인 네 명의 젊은 디자이너로 구성된 이들은 주관적이며 느슨한 여행 가이드맵을 제안한다. 기념비적 여행에서 벗어난 관광 지도에 없는 서울을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마추어서울의 가이드맵은 비정기적으로 발행되는 간행물로 2013년 10월 현재 4호까지 나왔다.
인터뷰 임국화 북노마드 편집자
*이 인터뷰는 아마추어서울 멤버인 김지은, 유혜인(오디너리 랩)과 진행했다.
임국화 프로젝트를 통해 기억하고 다시 보고자 하는 동네들은 어떤 곳들인가요?
아마추어서울 프로젝트를 통해 다루었던 지역들은 소위 ‘옛날 동네 느낌’이 나는 곳들입니다. 옛것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서울다운 색을 찾다보니 아무래도 오래된 동네 위주로 찾게 되었던 것 같아요. 교남동, 익선동, 원서동을 다뤘습니다. 세 동네 모두 현재 개발을 앞두거나 일부분 진행되고 있는 곳들이죠. 그렇다보니 사라지는 것을 보존하고 지켜내야 하는 이유로 이 프로젝트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요.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그런 목적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할 수 없어요. 있는 그대로의 색채를 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마추어서울을 진행하는 데 있어 첫 번째로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면 ‘디자이너를 위한 것을 만들지 말자’는 생각입니다. 저희가 만드는 지도를 독립출판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지도일 뿐이에요. 지도는 보여줄 것만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담고 있는 내용까지 주관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워요. ‘정보만 제공하고 의견은 제시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프로젝트와 지도를 제작하는 데 있어 주요하게 기능하는 목표입니다.

임국화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까지 투어했던 동네들은 도시 재개발과 역사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얽혀있는 곳입니다. 동네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만들어지는 경험들은 참여자와 기획자 사이에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마추어서울 직접 생활하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앞에 두고 무조건 개발은 안 된다고 이야기 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없애자, 놔두자라는 두 극단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대화들을 만들고자 해요. 아마추어서울의 프로젝트는 그런 대화가 생성될 수 있는 움직이는 장場과 같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시작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처음과 같습니다. 그리고 투어가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에요.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도 다 담겨 있어요. 일테면, 오래된 간판사진 그리고 오래된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한 장 찍으면서 그곳에서 긴 시간을 겪어온 사진관 주인과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대화를 통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죠. 그런 대화를 통해서 개발과 보존이라는 극단 사이에 한 입장을 가지기 보다는 중간지점에서 다른 논의들을 생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임국화 투어의 방식을 이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며, 지향하고자 하는 목적은 무엇이었나요?
아마추어서울 프로젝트에 참여하러 오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사진만 보다가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시 정리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사진으로 보는 것은 ‘오래된 동네인데 예쁘다’라고 감상에 그칠 수 있지만, 직접 투어의 방식으로 동네의 골목, 냄새 등을 몸으로 경험하면 감상의 차원에만 머무를 수 없거든요. 왜 이 동네의 집들은 이런 구조와 골목을 형성했는지, 다른 동네에 비해 발달이 덜 되었는지 등을 표면적으로 보고 넘어가지 않고 설명을 바탕으로 하는 투어를 통해 동네에 대한 이해의 층을 두텁게 하고자 해요. 저희가 투어를 기획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임국화 ‘서울다움’은 꼭 강북의 오래된 동네에서만 발견되는 것일까요?
아마추어서울 다수의 사람들이 우리 프로젝트가 강북을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서울이 형성되고 오늘까지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강북의 동네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에 그럴 뿐이에요. 한국적이고 서울적인 것이 전통으로 바로 연결되는, 그것도 조선시대의 문화와 색이 모든 것을 다 커버하고 있잖아요. 이상하지 않나요? 서울은 조선 이후 근대화를 가장 중심에서 겪은 장소 가운데 한 곳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추적하다보면 비로소 ‘서울다움’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옛날에 만들어진 것들에 주목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오랜 삶과 재회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에요. 근대에 발행된 책의 편집 디자인, 상품의 생산과정 등에서 나온 것을 응용하는 과정에서 디자인하는 것이 오늘날의 한국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임국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마추어서울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수익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라고 생각해요. 지속성을 유지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에는 이 프로젝트에 관심 갖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큰 이유 가운데 하나죠. 그리고 이렇게 동네를 돌아다니는 일은 정말 재미있어요. 두 번, 세 번 가서 보면 매번 새로운 게 보여요. 주말에 적어도 한번이라도 그 동네에 가보고, 그 동네에 있는 가게에서 밥을 먹고, 친구도 만나요.
임국화 한 장소의 시간을 축적하는 것으로서 지도를 제작하는 데 있어 종이라는 물질성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아마추어서울 지도를 만들 땐 주제는 주관적으로 고르되 정보는 객관적으로 만들려고 해요. 그리고 지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완성도는 맞추되, 예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작업물이 되지 않도록 경계의 태도를 늦추지 않으려 해요. 저희는 나중엔 지도가 일반인이 만든 기록이 되었으면 해요. 사실 그래픽 디자이너는 저희가 만든 지도를 보고 촌스럽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세련되고 멋진 것보다는 싸게 많이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걸 생각하고 만들고 있어요. 실제로는 제작과정상의 이유로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려워요. 제작단가를 고려해서 6,000원에 지도를 판매하고 있는데 사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은 아니죠. 지도가 우리의 작업이 아니라 단지 지도라고 생각했을 때 말이죠.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그래도 지도를 종이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저희 넷이 디지털화된 정보를 종이에 프린트해서 봐야 하는 스타일이라 종이라는 물성에 대한 고집은 지킬 것 같아요. 버스여행을 하는 4호 같은 경우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기도 했어요. 버스루트와 여행루트 두 가지로 나누어서 진행했어요. 각자 찾아가는 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지도와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했어요.
임국화 지도를 만들면서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들은 무엇이었나요?
아마추어서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지도를 만들면서 발견했던 건 일반적으로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도도 그렇게 구성되어 있다는 거예요. 일테면, 종각역에서 종로 3가까지 가려면 지하철로는 어떻게 가고 버스로는 어떻게 가야한다, 라고 노선이 만들어지잖아요. 지난 3호 지도를 만들 때는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동네를 선정하게 되었어요. 사실 독립문에서 서대문까지는 걸어서 5분이면 돼요. 그런데 지하철 노선도에는 각각 호선이 달라 굉장히 멀게 느껴지죠. 지하철 노선 개념으로 생각하다가 인접해 있는 두 동네를 걸어가면서 새로운 시간과 경험을 만들게 될 거라 생각해요.

임국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서울이라는 도시를 아주 가까이서 때로는 멀리 떨어져서 관찰하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서울이라는 삶의 장소는 어떻게 파악되며 프로젝트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합니다.
아마추어서울 서울이라는 도시는 계속 안으로 진입해서 들어오는 특수성이 있어요. 서울이랑 근접한 경기도에서부터 서울의 중심으로 진입하는 욕망의 경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마치 폭탄을 터트리듯이 도시의 모습이 바뀌어요. 그 폭탄이 떨어지는 시점별로 지역을, 서울을 보게 되면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죠. 폭탄과 폭탄이 터지면서 만들어지는 가장자리를 아마추어서울이 따라 걷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드러나는데요. 프로젝트 지도에 연보를 쓰는 이유도 여기에서 멀지 않고요.
임국화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드러나지 않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마추어서울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고 생각한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과거에는 자신이 어떤 디자인을 하는지가 중요한 시대였던 거 같아요. 스티브 잡스가 없으면 애플이 없다, 나가오카 겐메이가 없으면 안 된다, 라는 이야기를 하죠.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지금은 기획,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모든 경계가 흐려졌어요. 단지 그것들을 통해서 개인의 색을 드러낼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 것 같아요. 아마추어서울은 우리 넷 중에 한두 명만 있어도 가능한 프로젝트가 되길 바라요. 이렇게 네 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한 명의 작업물이 되는 것을 지양하는 우리의 생각과 닿아 있고요. 욕심과 성과의 균형을 맞추는 이가 프로라고 생각해요.
임국화 두 분이 생각하는 디자인과 아마추어서울 프로젝트가 맥락을 형성하는 데 있어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다른 장르의 매체를 찾는다면 무엇이 있나요?
아마추어서울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Q84』와 같이 우리가 사는 도시 표면 뒤를 관찰하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거 같아요. 디자인은 특별한 누군가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를 위해서, 누구나의 일상을 위해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특별한, 특출한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디자인 했다는 것이 중요한 고민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성과 연결되어 있으면서 다른 지점의 고민들에서 시작하는 디자인이 중요한 거 같아요.
서울의 시간을 잇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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