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예술의 새로운 규칙
시추에이션스
분량2,821자 / 6분 / 도판 1장
발행일2013년 12월 31일
유형기타
공공예술에 절대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다. 하지만 좀 더 많은 공공의 만족을 위해 시행착오를 겪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필요하다. 현재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예술감독 백지숙)에서 <공원도서관: 책과 상자apap.or.kr/parklibrary>를 통해 도서관과 건축 프로젝트 (SOA 이치훈 강예린 협업)를 진행 중인 기획자 길예경은 영국의 공공예술 커미셔닝 기관인 시추에이션스Situations1의 공공예술을 위한 몇 가지 규칙2을 소개한다.
규칙 #01 공공예술처럼 보이지 않아도 된다
청동으로 만든 영웅 동상과 크리스마스트리 방울을 닮은 공공예술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공공예술은 둥둥 떠다니는 북극섬에서부터 배로 만든 오븐까지, 어떤 만남의 형태든 방식이든 취할 수 있다. 놀라고, 즐거워하고, 심지어 불안해할 마음의 준비를 하라.
규칙 #02 영원하라는 건 아니다
‘매일매일 오는 게 아닙니다’ 식의 ‘일일 조각’에서부터 100년에 걸쳐 미래 도서관을 짓는 일까지, 예술가들은 공공예술 작품의 기대 수명을 바꾸고 있다. 장소도 움직이고 바뀌는데 공공예술이라고 그렇지 말란 법이 있는가?
규칙 #03 계획되지 않은 것을 위한 공간을 새롭게 만들자
공공예술 발주는 간단한 설계- 건축-절차가 아니다. 예술 작품은 사고와 실패와 실험의 연속을 통과한 후 나온다. 확신하기 어렵고 다시 생각해야 하는 순간에 예술 작품이 집중을 받는다. 예술 작품에 대한 반응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도록 잠재성에 열린 태도를 갖자.
규칙 #04 공동체를 위해 공공예술을 만들 게 아니라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라
관객을 미리 정의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공동체는 지리적 여건보다는 공동의 목표에서 나온다. 농부, 제빵사, 활동가들로 이루어진 오슬로의 플랫브레드 소사이어티도 그렇고, 새로운 국가를 위해 헌법을 쓰고 있는 135 개국의 23,000명 시민이 그렇다. 영국 음악인 브라이언 이노가 언젠가 말했듯이, “때때로 예술 작품에서 가장 중대한 점은 어떤 임시적인 공동체를 기리는 일이다.”
규칙 #05 문화적 군비경쟁에서 물러나자
세계 곳곳의 마을과 도시들은 원-사이즈 스타일의 공공예술에 갇혀 있다. 전 지구화된 브랜드 기업들과 유전자가 같은 클론 마을의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진정성 있고 뚜렷하게 구별되는 장소를 찾는다. 우리가 하는 일이 ‘장소만들기’라면, 색다른 장소를 만들자.
규칙 #06 폭죽보다 더 많은 걸 요청하라
대중적인 스펙타클의 마술을 믿는만큼 조용하고, 예기치 못한 만남도 믿어보자. 쌩 움직이고 쾅 소리나는 들뜬 기분보다는 고독한 순간의 침묵에서 종종 변화가 일어난다.
규칙 #07 꾸미지 말고 끼어들자
우리는 스마트한 도시 설계, 기분을 북돋아주는 가로등, 랜드마크 건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공예술은 미화 활동 외에도 할 수 있는 게 훨씬 더 많다. 우리 주위나 일상 활동에 끼어들면 예술 장식을 넘어선 새로운 가능성에 눈이 뜨일 것이다.
규칙 #08 길을 잃다
공공예술은 목적지나 길잡이가 아니다. 예술가들은 우리가 그들을 따라 작품/작업이 펼쳐지면서 만나는 예기치못한 경로를 함께 가자고 격려한다. 안내서를 포기하고, 정해진 예술 산책길에서 벗어나, 미궁으로 들어가 낯선 지역 환경에 자신을 맡겨보자.
규칙 #09 제3자를 환영하자
외부인들은 우리가 어떤 장소에 대해 진정하다고 믿고 있는 가설에 도전한다. 외부인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열렬히 받아들이자.
규칙 #10 정의 내리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이게 조각인가? 시각 예술인가? 행위 예술(퍼포먼스)? 누가 상관이나 할까! 이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이 작업/작품이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세상에 대한, 아니 뒷마당에 대한 당신의 인식을 흔드는가? 이 작업/작품에 대해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고 싶은가? 궁금한 게 많고 더 알고 싶은가?
규칙 #11 불신을 멈추라
예술은 우리가 다르게 사는 방식을 마음속으로 그려 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준다. 동화에서처럼 토끼 구멍으로 빠진다거나, 딴 세상에서 잠시나마 살아볼 수 있게 말이다. 지역의 세부내용이 미지의 것을 향한 출발점일 수는 있지만, 공공예술은 역사 수업이 아니다. 지역의 세부내용이 항상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라.
규칙 #12 소유권은 자유롭게, 저작권은 슬기롭게 공유하자
공공예술은 사람들에 ‘대한’ 작업이며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항상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들은 유능한 창조적 사유가이고 제작자(메이커)들이다. 그들은 별난 생각을 가지고 나타나는 카리스마적인 행위자들이다. 예술가들이 모이면, 브리스톨시의 한 공원에 품앗이로 검정색 파빌리온을 세울 수도 있고, 우리 시대 파산한 경제의 수많은 엔론 사와 동인도회사를 기리기 위해 비석을 세울 수도 있고, 모바일 앱을 통해서 도시 전체에 교회 오르간 소리를 퍼트릴 수도 있다. 예술가의 판단을 믿고, 그들이 이끄는 대로 따르고 그들이 작업하는 과정에 힘을 실어주자.

길예경
실험미술을 공부한 후 책과 잡지를 만드는 일을 해왔다. 상산환경조형연구소에서 연구보조로(1990), 시각문화계간지 저널 «볼BOL»에서 편집위원으로(2005) 일했고, 공동체미술프로젝트 <파산의 기술記述> (2011)에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기획과 번역을 맡은 출판물로는 『애드버스터』(200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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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2013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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