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믿지 않는 인권 활동
김성인 × 오재우, 박성태
분량10,428자 / 20분 / 도판 1개
발행일2016년 7월 31일
유형인터뷰
전세계적으로 난민의 숫자가 급격히 늘고 있고, 생각지도 못한 유형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 사회적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난민과 관련된 문제들을 포괄하고 포용하는 제도나 대책이 미흡하다. 난민 운동가인 난민인권센터의 김성인 국장 인터뷰와 성공회대학교 조효제 교수의 컬럼을 통해 난민과 인권 문제의 현재와 대안을 살펴본다.
김성인 난민과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난민과의 공동체를 한가로운 상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상황을 마주하며 절망하다가, 2009년 난민인권센터를 창립했다. 난민을 위한 법률조력, 긴급구호, 제도개선 그리고 인식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www.nancen.org
인터뷰어 오재우 사회에서 통용되는 사물과 예술, 장소, 역사의 구조적인 맥락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오고 있다. 기존에 통용되던 기호들을 다른 맥락에 두면서 새로운 의미로 읽히게 하고,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해 다른 분야의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인터뷰어 박성태
박성태 난민인권센터에서 우리 안의 난민을 돕는 활동을 하십니다.
김성인 많은 사람들이 난민이라고 하면 외국에 있는 난민만을 생각하는데요, 난민인권센터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난민을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한국에 난민이 들어오면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하는데, 그들이 논리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기술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증거를 찾아서 객관화하는 일이 저희의 첫 번째 역할입니다. 다시 말해, 난민신청자가 한국 정부에 서류를 신청할 때 필요한 법률적 자문을 해 주는 것이죠. 두 번째는, 요즘은 많이 줄었지만, 예전에는 난민신청을 하면 5년, 최장 9년까지 걸리기도 했는데, 심지어 그 오랜 기간 동안 생존에 필요한 수단을 아무것도 지원해 주지 않아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 기간에에 갖가지 일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전부 지원할 수는 없지만, 심사 기간에에 발생하는 생명과 관련한 위급 상황은 우선 지원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난민에 대한 구호 책임이 결국 ‘국가’에 있고 「난민지위협약」에 가입한 한국 정부가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난민을 위한 법이나 제도, 예산 부분을 모니터링하고 개선하는 일을 합니다. 네 번째는 난민에 대한 인식 개선입니다. 한국 사람이 가진 난민에 대한 부정적 생각, 편견 등을 바로잡기 위한 일들입니다. 난민인권센터는 이렇게 법률조력, 긴급구호, 제도개선, 인식개선 네 가지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재우 난민들이 우리나라에 온다고 했는데, 난민에 대한 규정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난민과 이주민의 차이점도 궁금합니다.
김성인 최근 신문을 보듯이 다양한 영역에서 ‘난민’이란 용어가 쓰입니다. 한국에서는 ‘전세 난민’ ‘교육 난민’이라는 말도 있지요. 대개 가난하고 없어 보이면 ‘난민’으로 수식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난민’의 정의는 「난민지위협약」에서 정의한 내용과 같습니다.
난민의 문제는 인권의 문제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은 국민국가 체계가 성립되어 국가가 자국에 시민권을 가진 국민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는 것이 국제 사회의 질서입니다. 그런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일들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면 자국의 보호를 포기하고 다른 나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난민이 많이 발생해 국제사회에서 고민하다가 「난민지위협약」을 만들었습니다. 국민 보호의 책임은 국가에 있지만, 국가가 그 역할을 할 수 없을 때는 국제사회가 그들을 대신 보호하자고 약속한 문서가 「난민지위협약」입니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 그들을 보호해 주는 것은 아니고, 다섯 가지 사유로 한정하여 난민을 규정했습니다. 인종, 종교, 국적(민족),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소수자),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보호를 거부하고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이들로요.
앞서 말한 것처럼, 난민이라고 하면 가난한 이들과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더 넓게 인권의 문제, 국가의 문제,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자들에 대한 문제이며, 위에서 설명한 다섯 가지 사유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문제입니다.
오재우 우리의 인권의식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은 어디에 기반을 두고, 또 어디에 호소해야 하나,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생깁니다.
김성인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문제에는 하나의 정답과 하나의 대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권도 크게 보면, 인권보장에 대한 책임도 궁극적으로는 국가에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여러 협약을 만들고 국가들이 이행하도록 권고하고 있고요.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해준다는 것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국가가 하지 못하면 비판하고 시민으로서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난민 문제 뿐만 아니라 최근 강남역 살인사건도 그렇듯이, 인권 문제도 국가가 만들어놓은 틀과 규범, 그걸 운용해 나가는 사회 구성원 간의 합의들, 공통으로 인지하는 문화가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의 인권의식, 구성원 간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문화적인 부분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국가가 제도를 정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것 외에, 난민으로 인정하는 폭을 넓히고, 취업을 알선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요. 그러나 그들이 살아가면서 마주치게 되는 것은 결국 ‘우리’입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일터에서 길거리에서 지하철에서 만나는 사람들이요. 이들이 우리에게 호소하는 것이 있습니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후에도 계속 어려운 이유가, 일터에서 욕하고, 사람 취급 안 하고, 원숭이 취급하고, 지하철을 타면 옆에 앉지 않는다고요. 일상에서의 잦은 부딪힘이 있는 거죠. 국가가 해야 할 몫도 있고, 우리가 시민이자 사회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가의 역할이 선행되어야 하고 근본적인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성태 난민이나 경제 이주민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기존의 증가 속도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신자유주의나 자본주의 체제가 견고해지면서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동아시아에서 난민이 대거 발생해 제1세계로 넘어갈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하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난민이 그 사회를 전복시키거나 충격을 주기를 바라는 이들도, 위기론도 있고요. 한국 사회에도 오천 명, 일만 명 규모의 난민이 갑자기 유입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 거라고 보십니까?
김성인 한국 정부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대책을 세우겠지요. 한국 정부는 난민 유입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 누적 난민 수가 5,700명이었는데 어떻게 그 수를 줄일까 열심히 대책을 찾고 있어서, 난민 유입의 증가 추세 흐름이 있는 것 못지 않게, 증가율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반인권적이거나 옳지 못한 방법이라면 맞서 싸울 겁니다.
한국 정부가 어느 정도의 규모까지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를 예상해봐야 할 텐데, 유럽의 경우 현재 폭발적으로 증가 중인데 EU 집행위원장은 200만 명 정도를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유럽은 인구 대비 0.4% 비율인데, 우리도 같은 비율이라면 18만 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유럽의 산출지표는 모르지만 인구통계적으로만 보면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한국은 난민을 더 받아들일 여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탈북자가 현재 200만 명이 넘었고, 중국 동포도 한국 사회에 유입된 사례가 이미 있기 때문에, 난민에 적용하면 지금처럼 과잉이라고 유난 떨 정도는 아니라는 거지요.
가장 큰 문제는 국내 노동시장의 충돌, 안전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 숫자가 노동시장을 교란시키고 일자리를 뺏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걱정의 과잉이나 공포의 과잉을 누군가가 암묵적으로 조장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테러방지법을 위해 테러 공포를 조장했던 것처럼, 반난민 정서, 반외국인 정서를 사회안전과 노동시장의 문제로 확대해 국민의 정서를 교란하고 차단하는 거죠.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이미 많은 국민이 공포를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박성태 우리 정부는 난민을 일단 격리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김성인 강남역 사건이 제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난민 문제가 가장 열악한 사각지대라고 생각했는데 이를 깨트렸습니다. 장애인, 여성 등 어느 집단이든 소수자라면 국가에 보호를 요청할 수 있지만 난민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제가 이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난민 문제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다른 이슈와 연결된 지점이 있을 것이고 협력을 도모해야 하기도 할 텐데, 결국 모두 소수자의 문제로 봐야 하는데, 그 안에서 누가 더 열악한가를 따지는 것은 매우 유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성태 지젝이 계급 투쟁 이야기를 하면서 ‘난민 문제를 인도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취약 계급의 연대로 봐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제3세계 사람들의 생존을 담보로 할 수밖에 없고 국경이 있어도 넘어갈 것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막고 막지 않고가 아니라, 같이 잘 사는 것을 모색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라는 거죠. 지금 하시는 일이나 이야기와 맥락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김성인 강남역 살인사건에 많은 이들이 같이 슬퍼하고 공감하지 않았습니까. 구의역 청년의 문제도 그랬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난민은 연대가 안 됩니다. 불쌍하니까 도와준다는 입장이 아니라 연대와 공감으로 옮겨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프리카에서 국가가 무너져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데, 우리도 불과 몇십 년 전에 경험했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형태는 다르지만 폭력에 노출되어 있지 않습니까. 물리적인 폭력만이 아니라, 옥시나 여성 문제도 형태는 다르지만 폭력이니까요.
저는 중동이나 시리아의 문제와 지금 우리의 문제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난민 문제에는 여전히 국경이 있고 인종에 대한 벽이 있어 공감과 연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동정으로 갑니다. 이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문제에요.
박성태 그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김성인 난민인권센터를 만들기 전에는 캐나다에서 유사 사례를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캐나다에는 커뮤니티 자체가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단체가 많았어요. 국가의 시스템이 잘 짜여 있어서 싸울 필요가 없었고, 난민을 위한 단체의 역할은 오직 하루라도 빨리 그곳에 정착할 수 있게 돕는 것이었습니다. 난민들은 지하가 있는 지상 3층의 집에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데, 저는 거기에서 하우스 코디네이터가 되어 그 집에 사는 네 가족을 돌보는 겁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집에 네 개가 더 있어요. 이상적이죠. 그곳에서는 난민과 인간적인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한국에서도 시도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정부의 지원은커녕, 오히려 정부와 싸우는 게 일이었습니다. 한국 정보를 향해 ‘왜 보장하지 않느냐, 왜 지원하지 않느냐’의 반복이었고, 그러다 보니 저희는 자연스럽게 인권단체가 되었고, 정부와 대척점에 서게 된 것이죠.
오재우 한국에서는 난민 상황을 잘 모릅니다. 얼마나 유입되고, 또 어떤 상황인가요?
김성인 1992년에 「난민지위협약」에 가입하고 1994년부터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해서 작년 말까지 난민신청자 수가 15,250명이에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숫자인데요. 22년 동안 15,000명이 신청했고 그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이 작년 말까지 580명입니다. 미국은 1년년에 70,000명, 캐나다도 25,000명을 난민으로 인정했습니다. 한국의 OECD 경제력이나 위상과 대비해 보면 580명은 매우 적은 숫자입니다. 그 나라의 난민정책 지표는 난민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서 나타나는데, 580명은 수적으로 말도 안 됩니다. 또한 여건 안에서 얼마나 최선의 삶을 보장해주느냐 하는 측면을 봤을 때, 2013년부터 난민법이 시행되었지만 그 전까지는 어떤 지원도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난민 신청 후 5년에서 9년의 지나 난민 심사를 하는 동안 유일하게 보장되는 것은 오직 체류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뿐입니다. 일자리, 사회보장서비스, 의료보험 어떠한 것도 도움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이주자들은 준비를 하고 들어오지만, 난민은 준비 과정이 없이 갑자기 탈출하게 된 경우라 마음의 준비, 경제적 준비, 어떠한 정보도 없이 들어온다는 겁니다. 정말 극한적인 상황이 되는 거예요.

오재우 2013년에 제정된 난민법은 어떤 건가요?
김성인 난민법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단체가 협상하며 만든 내용은 일단 사람이 살기 위해 사각지대는 만들지 말자는 거였습니다. 난민 신청하고 6개월간은 정부에서 생계비를 보장해주겠다, 그 후엔 취업허가를 내주겠다는 것이니 서류상으로는 완벽하지요. 그런데 예산은 없어 집행되지 못했어요. 2014년 처음으로 책정된 예산이 약 3억4천만 원이었고, 그때 2,800명 정도 신청이 있었는데 1인 월 38만 원 정도 지급되었어요. 200명 정도 받았고 나머지는 대책이 없었죠. 작년 예산은 5억2천7백만 원인데 5,700여 명 중에서 5%도 혜택을 못 본 겁니다.
오재우 15,000명이 신청해서 500명이 인정받았다고 하셨는데, 나머지 분들은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건가요?
김성인 난민을 바라보는 시각이 협약의 규정 사유로만 보면 좁아지고, 인권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더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는데, 한국 정부는 난민의 유입을 최대한 막으려다 보니 굉장히 좁은 협약 사유로만 심사하게 됩니다. 국제사회 질서가 협약 사유 외적인 기준까지 포용할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없습니다. 협약이 최초 생겨난 때는 2차 세계대전 직후였고 그 이후로 다양한 국제상황, 신자유주의 등 1950년대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문제들이 발생하지만 그걸 포괄하고 포용해 줄 만한 제도나 대책이 없는 겁니다.
오재우 다른 국가라 해도 난민에 대해 우호적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난민법상의 사유 이외의 것까지 포용할 정도로 난민을 환대할 나라는 없을 것 같고요. 난민에 좀 더 관대한 국가가 있다고 해도 국제법 안에서만 적용되는 것인가요?
김성인 미국이나 캐나다는 이주민으로 구성된 나라들이고 새로운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가가 존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초에 난민 수용 쿼터를 정하는데, 그게 몇만 명 단위입니다. 인도적인 것에 대한 나라의 보편정서와 전통이 있고, 이민 국가라 다인종 다문화에 열려 있기도 하고요. 시리아 사태 이후 미국이 2만 명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아직 2천 명만 유입되었어요. 동참하자고 하지만 속으로는 모두 실업률, 고용문제, 복지문제 등을 감안해서 난민을 제한해 수용합니다. 국가의 지도자가 난민 옹호에 대한 의지, 공개적으로 난민을 차별할 때 받아들이지 않는 정서가 형성된 나라들, 지지율이 떨어져도 난민을 옹호하는 나라가 있는 반면, 한국은 그 발언 자체가 대선으로 직결되잖아요. 지난번 이자스민 의원이 문제된 적이 있었잖아요. 정치문화, 사회문화, 구성원들 모두 달라서 우리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OECD 국가의 일원으로서나 국제적 위상에도 맞지 않게 많이 낮다는 겁니다.
오재우 난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제도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시민의 인권의식, 국민 정서도 있을 텐데, 제도가 개선되어 난민이 유입되면 인권의식이 개선될까요? 아니면 인권의식이 바뀌는 게 먼저일까요?
김성인 제도 개선이 당장 되지 않더라도, 정부가 마음만 바꾼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겠지요. 국가 인권의식의 문제에요. 한국은 이제 첫걸음을 떼어 아직은 열악합니다. 난민의 학력과 경력을 인정해줄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도 ‘인서울’이냐 아니냐를 나누고 대학이 서열화되었는데, 아프리카나 중동의 대학이라니요. 국가를 향해 법 개정도 계속해서 요구해야 하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는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인권의식, 시민의식의 성장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한국은 다문화 관련 경험이 워낙 부족해서 더욱 심한 것 같아요. 난민에 앞서 이미 외국인을 그들의 나라가 어디냐에 따라 이미 차별하고 있으니까요.
오재우 그렇다면, 난민이 한국에 정착했을 때, 난민으로 인정되어 대한민국에 살게 되면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인가요?
김성인 5년 동안 살면 귀화의 자격이 주어집니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귀화를 안 할 수도 있고요. 일제 강점기 때 상해나 만주로 간 사람들이 끝까지 국민성을 지키잖아요.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의 국가정체성은 지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고, 박해의 사유가 종교나 사적인 분들은 귀화하기도 합니다.
오재우 난민으로 인정된 500명의 경우, 국적을 유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통계가 궁금합니다.
김성인 귀화 사례가 생기고는 있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10건 정도 됩니다. 난민이 된다는 의미는 자기 나라를 제외한 어느 나라로든 갈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이들 중에서 다시 다른 나라로 간 사람도 꽤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합니다.
오재우 그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받은 난민 자격으로 다른 나라로 가는 거네요. 그럼 나라끼리 다른 나라에서는 자동으로 난민을 받아주게 되는 건가요?
김성인 아닙니다. 다시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난민은 하나의 사유로 한 번만 난민신청을 할 수 있어요.
오재우 그럼 자국을 떠나서 난민신청을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느 나라에서도 다시 할 수 없고. 그렇다면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버림받는 건가요?
김성인 끝난 거죠.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출국하라고 권고를 받습니다. 정해진 기한 내에 출국해야 하는 거죠. 우리들이 직면하는 가장 가슴 아픈 사태가 발생합니다. 한국 정부는 난민 인정을 안 해주고, 이 사람은 박해의 두려움 때문에 돌아가지 못하고요. 다른 나라로 가려면 비자가 있어야 하는데 무비자로 가기 어려우니 결국 불법 체류자가 되는 겁니다. 한국에는 그런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이들은 하루하루를 운에 맡기는 거예요. 그러다 어느 날 운이 나쁘게 단속에 걸리면 구금되고 추방당하는 겁니다. 실제로 우리가 도왔지만 결국 난민 허가가 안 된 분에게, 이제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못 나가겠대요. 그런데 방법이 없어요. 아무런 구제 제도가 없으니까요. 하늘이 무너졌는데 솟아날 구멍도 없는 거예예요. 난민 심사가 끝나기 전에는 그게 5년이든 9년이든 그래도 허가를 기대라도 하는데, 지구 상에 있는 인간의 보호 방법 중에서 난민 인정마저 안 되면 끝인 것이죠. 남아야 하는데 불법이고, 하루하루 불안하고, 내 운이 다할 때까지 소중히 살아야 하고…. 단속에 걸리면 저희도 더는 도울 방법이 없어요. 실제로 임금체납납 때문에 고용주와 싸우거나 직원끼리 싸우다가 신분을 노출시켜 단속당한 경우가 있었고, 그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슴 아프게도 한 분은 해맑게 웃으며 ‘하루하루 운에 맡겨 살았는데, 내 운이 여기까지인가 보다’ 하며 나갔습니다. 추방이 되면 자기 나라로 가는 겁니다.
박성태 지금 당면한 문제는 무엇입니까?
김성인 난민법 개정입니다. 2013년도에 만들어졌는데 온전하지 못합니다.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다시 한 번 시도하려 합니다. 작년 아일란 쿠르디 사태 때도 시도했는데, 사회적 분위기나 언론도 그렇고, 결국 잘 안 되었죠. 지금 아니면 안 되는 게, 내년이면 또 대선이라 난민 이슈는 정치권에서 절대 도움이 되는 이슈가 아니니, 가장 비정치적인 시기에 시도해야 합니다.
박성태 난민운동에 대해 굉장히 비관적으로 말씀하십니다.
김성인 저는 희망을 말하는 사람을 믿지 못합니다. 나를 봐도 그렇고 국가를 봐도 그렇습니다. 환대라는 것은 나의 것을 나눠주는 것이거든요. 하지만 고상한 말로 환대이지 그러기까지 얼마나 큰 과정과 불편이 있습니까. 집이 없어진 사람에게 하루는 재워줄 수 있지만 영원히 재워줄 수 있나요? 인권, 다문화, 난민을 말할 때, 내 것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나눠주라고 말할 수 없거든요. 그 노력이 불편한 게 사실입니다. 불편해도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거예요. 지금은 안전 문제와 연결지어, 누가 어떤 사람이 내 안전을 포기하면서 환대할 것인가, 하면 나부터가 고민할 거라는 겁니다. 저 역시 제 가족과 연결되는 일이 생긴다면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고민할 겁니다.
저도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어요. 동성애 문제는 이론적으로는 받아들이지만 본능적으로는 불편합니다. 노력하는 것 뿐이에요. 자기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의 깨우침, 내 부정, 나의 살았던 삶을 되돌리고 개선하는 것이 필요해요. 안 해도 되는 걸 하는 것이요. 불편할 수밖에 없고 나의 안전, 나의 이익을 떼어주는 것은 또 다른 건데 그게 다문화고 인권이고 난민의 문제니까요. 인권을 말 할 때는 내가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나의 무엇을 나누어 줄 것인지, 어떤 불편을 감수할 것인지와 같은 계산이 분명히 나와야 하는 것이고, 어렵기 때문에 함께 가야 하는 거예요, 동료와 연대가 필요한 것이죠. 나의 이익을 양보할 만큼 그 사람 문제에 공감하지 않는 이상은 이 일을 할 수 없어요.
난민은 우리에게 너무 먼 이야기입니다. 곳곳에서 통합과 연대를 이야기는 하지만, 유럽도 난민이 120만 명에 들어가면서 그 연대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유럽이 겪는 혼란과 다를 게 없을 겁니다. 안보, 추가 비용 등 아직 넘어야 할 현실적이구 구체적인 사안들이 많기 때문에 무턱대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희망을 믿지 않는 인권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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