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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독일건축박물관

피터 슈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독일건축박물관(DAM Deutsches Architektur Museum)의 외형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9세기 빌라와 비슷하다. 반면 내부는 ‘집 속의 집’과 격자를 기본으로 한 담백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일 건축가 O.M. 웅거스Oswald Mathias Ungers가 설계한 이 건물은 1984년 일반에 공개된 이후 건축전문박물관이자 건축 자료 보관소로 역할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건축과 사회의 매개자로 건축 자료 아카이빙, 새로운 건축가 소개, 다양한 분야가 섞이는 만남의 장소meeting place로서 수집과 전시, 출판 활동도 겸한다. 국내에서도 건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고 개발 열풍 이후 새로운 도시와 건축의 생각을 담아낼 건축박물관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건축계 내부에서는 한국 건축의 공동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동시대 건축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전시, 출판, 컨퍼런스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독일건축박물관의 피터 슈말Peter Schmal 관장을 이메일 인터뷰했다.


피터 슈말 바이에른 주의 알트외팅 출신인 피터 슈말은 1992년 건축가로 첫 발을 내딛었으며, 1994년부터는 평론가로서도 활동을 시작했다. 2000 년 DAM에서 큐레이터를 맡았고 2006년부터 현재까지 같은 기관의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2007년 상파울로 국제건축비엔날레에서 독일 커미셔너를 맡기도 했고, 현재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며 꾸준한 전시와 글을 통해 유럽을 비롯한 다양한 지역과 대륙간의 건축 교류에 힘쓰고 있다.

인터뷰 박성태 본지 편집인

번역 박재용, 한성경 


박성태 건축 큐레이터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요. 더불어 개인적으로 어떤 실천을 하셨는지, 미래의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피터 슈말 일반적으로 건축에는 사회적 역할이 존재합니다. 건축 전시 큐레이팅은 이런 일반 원칙을 반영해야 합니다. 독일건축박물관은 전시를 통해 그 역할을 맡아오고 있습니다. 내년 봄을 예정으로 비엔나 건축센터Architecturzentrum Wien의 파트너들과 협업하고 있는 전시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사회적으로 건축하라Think Global, Build Social》가 그 예입니다. 본 전시의 큐레이팅은 전前 뉴욕 현대미술관 큐레이터이자 현재 TU 뮌헨 건축 박물관의 새로운 디렉터인 안드레 레픽Andres Lepik이 맡았습니다. 전 세계 20여 개 이상의 지역을 선정해 건축가가 얼마나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건축가는 서구의 시민이었지만, 그들의 활동영역은 세계 전역,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습니다. 또한 “건축적 행위는 사람의 요구와 열망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선언을 근거로 작업하는 가장 열정적인 건축가 그룹을 만날 계획입니다. 이 선언은 안나 헤링거Anna Heringer가 일하고 있는 라우펜의 알파인 빌리지에서 9월 18일 이후에 서적으로 출판할 예정입니다.

전시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사회적으로 건축하라 Think Global, Build Social 》 전경. 2013. 6. 8. ~ 9. 1. / © Uwe Dettmar

건축박물관 및 건축센터국제연맹(ICAM International Confederation of Architecture Museums and Centers)의 일반적 목표와 부합하는 우리의 목표를 독일건축박물관에서 계속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일반 대중과 전문가 모두를 위해 일하면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연구와 출판, 국제적인 전시, 학술토론회, 컨퍼런스 그리고 대담과 같은 포럼 개최 등이 그런 활동의 예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독일건축박물관의 이름으로 2013년 최고 건축도서 20선의 후보자 명단을 발표하고, 최고의 도서 10권에 ‘2013 DAM 건축도서 어워드’를 수여할 예정입니다. 수상작 중 이탈리아의 건축설계사무소 모토엘라스티코의 『빌린 도시Borrowed City』 공동저자 중에는 한국인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성태 시각예술 분야에서 전시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실행하는 매체 중 하나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이유를 찾자면 비단 전시 공간에 대한 사회적 수요의 확대만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역 공동체와의 관계에서 긴밀함의 정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미래 서울에 지어질 건축박물관이 고려해야 할 첫 번째 대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피터 슈말 일반 대중에게 ‘어떻게 건축박물관에 대한 충분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갖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은 건축박물관이 갖는 질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알기로 서울은 이런 질적 요소의 부족함이 매우 명백하게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사람들로 하여금 충분한 의지를 유발시킨다면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건축박물관이나 센터를 건립하는 비용을 조달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의 부동산 거품은 서울의 가장 긴급한 문제 중 하나로 보입니다. 그것은 중산층의 많은 꿈과 미래를 위협하고 황폐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건축의 질이 무엇인가, 어떻게 건축으로 하여금 건물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도시의 환경을 유익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은 대단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건축박물관은 돈과 노력을 들일만 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현존하는 박물관들이 세금으로 지어졌고, 저는 그러한 자금 조달 방식을 지지합니다. 밖으로 나가 정치인에게 한국에 첫 번째 건축박물관을 건립하라고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아시아 최초의 건축박물관인 울트라건축박물관Ultra Constructure Museum을 지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직 그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

박성태 주로 소장품 전시보다 기획 전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독일건축박물관은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 수행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피터 슈말 1년에 12~15차례 전시를 개최합니다. 총 1,500m²의 전시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데, 그 중 300m²는 ‘주거 역사’에 관한 상설전시 공간입니다. 올해의 가장 큰 전시는 현재 열리고 있는 《간섭Interference》 전입니다.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오간 건축적, 계획적 간섭의 200년 역사를 주제로 한 이 전시는, 프랑스 협력 미술관인 스트라스부르크 근현대미술관과 손잡고 여는 공동 전시입니다. 430개라는 많은 전시가 박물관 컬렉션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내년에 열릴,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에서는 오직 컬렉션에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박성태 독일건축박물관은 프랑크푸르트의 시립박물관입니다. 또한 국내외 다른 건축박물관이나 단체들과 협업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왕성한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피터 슈말 1984년 시에서 박물관을 설립하면서 지은 이름, 독일건축박물관이라는 이름을 고심 끝에 채택하면서 우리는 거창한 타이틀에 담긴 기대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해왔습니다. 또 우리는 국가가 운영하는 수많은 국립 건축박물관의 협력자로서 전 세계에 걸쳐 그 역할과 위상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박성태 건축박물관이 실천해야 하는 역할 중 하나는 건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일반 대중과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독일의 일반 대중은 건축에 대해 현재 무엇을 이해하고 있으며, 그들과 무엇을 공유하길 원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피터 슈말 독일건축박물관이 선보이는 지방 거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은 이 질문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령 프랑크푸르트 모더니즘의 역사처럼 (에른스트 메이Ernst May, 마틴 엘세서Martin Elsaesser, 페르디난트 크레이머Ferdinand Kramer – 이들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방을 주제로 한 전시들을 선보일 뿐 아니라, 지방 대중의 관심을 파악하기 위한 전시 기획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또 가장 중요한 대규모의 유럽 중앙은행 혹은 프랑크프루트 공항 제3터미널 설계 공모전이 독일건축박물관에서 펼쳐질 예정입니다. 전시 외에도 워크숍을 통해 학교나 유치원 교육과 협력하고자 합니다.

박성태 독일건축박물관은 유럽에 아시아를 소개하는 전시를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는 다른 문화와 역사를 지니며, 둘 사이에는 각자가 상대를 통해 배우고자 하는 특징과 요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축적 관점에서 어떤 특징이 각자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로서 이야기될 수 있을까요?

피터 슈말 아시아는 이미 유럽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유럽은 현대 아시아의 대도시를 이제 막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브루노 타우트Bruno Taut 혹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일본에서 영향 받은 바와 같이, 전통적인 아시아 건축은 서구 모더니스트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시아의 혼성적인 성격과 고밀도가 부각시킨 도시 생활의 새로운 측면들은 면밀히 연구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실천의 일환으로 ‘국제 고층건물상International Highrise Award’을 제정하여 1년에 두 번 수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건축가 그룹 WOHA의 2009년작 <The Met>(방콕)과 독일의 잉겐호펜Ingenhoven과 지역 건축가들의 합작인 지속가능한 빌딩인 <1 Bligh Office Tower> (시드니)는 가장 최근의 수상작입니다.

그리고 건축에서의 콘셉트는 중요한 특징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유명 건축가들 또한 고유한 콘셉트를 창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건축은 결국 주거공간을 창조하는 작업이고, 건축가는 일상의 삶을 공유하는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근사하고 정확한 콘셉트가 없다면 좋은 건축물은 물론 좋은 주택조차 만들 수 없을 겁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는 중국 항저우 출신의 건축가 왕슈Wang Shu와 그의 아내 류 웨뉴Lu Wenyu입니다. 그들은 건축이 감각적이고 개념적이며, 공간적으로 대담하고 물질적으로 전통적일 수 있는 도시 예술임을 보여줍니다. 중국의 거대한 건축 공장들을 제압한 ‘느린 건축’이라는 점에서 이들 부부가 프리츠커상을 받았을 때 매우 기뻤습니다.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과 《건축신문》은 현재 북한 도시와 건축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접근이 제약되는 조건들은 연구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통일 준비와 관련해 동독과 서독 양측의 건축 분야에서 만들어진 어떤 종류의 노력이 있었는지 조금이라도 소개해줄 만한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피터 슈말 동·서독의 통일은 준비랄 것도 없이 갑자기 일어난 일입니다. 마치 완전한 기습인 냥 러시아는 제국이 붕괴했고, 동독에는 빅브라더가 사라졌습니다. 시민들의 거대한 저항 끝에 국경을 개방했습니다. 잇따른 돌진과 뒤이은 체제 붕괴에 모두가 놀랐습니다. 서독이 기본적인 통일 원칙을 떠맡아 지휘했고, 새로운 제도와 모든 사회기반시설 등 동유럽 전역의 모든 것이 서방의 체제로 갑작스럽게 개조되었습니다. 10%의 특별조세extra tax가 이때 도입되었고, 지금도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수백만 개의 물건이 매해 소비되고, 기술 면에서 “새로운 국가”는 “오래된 국가”를 앞질렀습니다. 다수의 동독인이 일자리를 찾아 서독으로 이주했습니다. 이제는 수천 명의 서독 학생들이 새로운 대학을 찾아 동독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재통일된 베를린은 독일의 새로운 수도이며, 세계적으로 창조적인 도시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수없이 많은 젊은이들이 단순한 방문을 위해 머무르고 있습니다.

통일 이후 똑같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런 모든 일련의 일들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저는 단지 한국인에게도 행운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마도 통일은 통제 불가능한 거대한 격변이 될 것이기에 그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만 한국이 갖는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중국과의 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중국이 국가 전역을 변형시킨 방식과도 같이, 북한을 변형시키는 데 중국은 어떤 역할을 할까요? 이것은 한국 그리고 한국 건축계가 가져야 할 큰 물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태 한국에서 젊은 건축가들은 진보 속에 의미 있는 결과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직면할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과 부정적 시각이 있습니다. 독일의 젊은 건축가들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독일건축박물관은 독일의 젊은 건축가를 후원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미래에 현장의 중심에 설 젊은 건축가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십시오.

피터 슈말 1990년 통일 이후, 이전의 동독 재건과 관련해서 엄청난 기회들이 생겨났습니다. 모든 건축 종사자들이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이런 분위기는 2000년까지 지속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너무 많은 건축가로 인해 상황이 더 험난해졌습니다. 실제로 8천만 인구가 사는 나라에 등록된 건축가만 12만 명이 넘습니다. 한국의 건축가 수와 비교하면 아마 깜짝 놀랄 수치일 거라 생각합니다. 독일 경제가 위기 신호 없이 아주 순항하고 있지만, 젊은 건축가들은 독립적으로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어려운 시기에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독일 건축가들이 아시아 그리고 특히 중동에 진출하는 경향이 눈에 띄게 늘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와 같이 재정 위기에 처한 남유럽의 건축가 나라의 수천 명이 독일로 이주하는 현실입니다. 이런 현상과 비교해 추측하건대, 현재의 상황을 그리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빌린도시: 공공장소의 사유화 담디출판사, 2013 

독일건축박물관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주관하는 국제 행사 ‘2013 DAM 건축도서 어워드DAM Architectural Book Award 2013’에서 한국의 『빌린도시Borrowed City』가 올해의 세계 건축 책 10권 중 한 권으로 선정됐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이탈리아 건축가 마르코 브르노와 시모네 카레나, 그리고 김민지가 쓴 이 책은 4년간 서울의 공공공간을 관찰하고 기록한 책이다. 도시에서 찾을 수 있는 ‘도시를 빌린’ 다양한 사례에서 저자들은 노점상이 거리를 점거하는 모습이나 공원에서 바둑을 두거나 광장, 강, 바다 등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 모든 활동이 우리가 잠시 도시를 빌려 쓰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한다. 공장이나 공사장 등 위험 지역을 표시할 때 사용하는 검은색과 노란색의 사선으로 디자인한 표지는 주제의 혁신성을 담아내는 동시에 유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건축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독일건축박물관

분량7,314자 / 15분 / 도판 7장

발행일2013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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