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진 저작권의 기준들
오승종, 황두진, 김용관, 박영채, 박성진
분량15,817자 / 30분
발행일2014년 3월 31일
유형좌담
카피라이트와 카피레프트의 입장은 언제나 좁혀지지 않는다. 이번 좌담은 건축저작권 문제 중에서도 건축사진의 복제권을 다루고자 했다. 건축 작업이 사진, 영상 등 온갖 형태로 복제되는 현실에 비해 공개적인 논의가 거의 없다보니,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과 대안을 찾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이번 좌담에는 저작권 전문 변호사를 초대했고, 해당 논의를 테이블 위로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오승종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시험 합격, 서울지방법원 등 판사, 사법연수원 교수(지적재산권법), 성균관대학교 교수. 현재 변호사,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 한국저작권법학회 부회장.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 관련 저서 및 논문 다수.
황두진 건축가. 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 <춘원당한의원>, <캐슬오브스카이워커스>, <원앤원빌딩> 등을 설계했고 일 련의 한옥관련작업들을 수행했다.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 <한옥이 돌아왔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문화예술강연시리즈인 <영추포럼>을 2002년부터 주관해오고 있다.
김용관 건축사진가. 도서출판 아키라이프, 다큐멘텀 발행인.
박영채 사진가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서 신구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박영채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2000년 소쇄원의 아침을 서울 인사동 인데코화랑에서 전시를 했고, 소쇄원의 아침 사진집을 간향미디어에서 출판을 했다.
박성진 저널리스트. 월간 《공간》 편집장 대행. 국민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스페인 국립 마드리드공과대학에서 줄곧 건축역사이론을 공부했으며, (특)문화유산국민신탁과 희망제작소 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저서로 『언젠가 한 번쯤, 스페인』(시드페이퍼, 2012)과 『모던스케이프』(이레출판, 2009), 공저서로 『궁궐의 눈물, 백년의 침묵』(효형출판, 2009), 엮은 책으로 『집 더하기 삶』(흐름출판, 2013)이 있다.
좌담 진행 박성태 본지 편집인
좌담 일자 2014년 2월 17일
저작자의 권리와 사용자의 권리를 담은 표준계약서의 부재
박성진 건축저작권에 대한 인식과 공론화 부재가 비단 건축사진에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겁니다. 넓게는 건축 설계도 마찬가지겠죠. 저작권자와 소유권자가 다르다는 건축 분야의 특이성 때문에 발생하는 모호함과 충돌이 권리관계를 복잡하게 몰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건축사진의 두 생산주체인 사진작가와 건축가만이 아니라 건축주의 권리관계까지 논의되었으면 합니다.
황두진 미술에서의 경우 작품 사진을 책에 수록하려면 작품을 생산한 작가, 작품을 촬영한 사진가 그리고 작품의 현 소유자에게서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건축가로서 저의 관심은 사진작가와의 계약을 통해 확보한 사진작품을 제가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사진에 대한 건축주와 사진작가의 권리와 의무는 어디까지로 볼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물론 서로 합의를 구하면 되겠지만, 분명 법률적 측면을 포함하는 국제 기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박영채 건축사진가들의 사진저작권에 대해 지금까지 전혀 논의된 바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건축사진가회를 만들 때 사진저작권 부분에 대한 공문서를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죠. 결국엔 모임이 권력화되는 것을 우려해 각자가 허용하는 저작권 내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이후 사진저작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몇몇 사진가가 있었고, 그러면서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람과 소극적인 사람으로 나뉘었습니다. 제 경우는 함께 일하는 대부분의 설계사무소와 계약 하에 일하고 있고, 굳이 계약하지 않아도 서로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곳과는 계약서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사진저작권에 대한 또 하나의 이슈는 대부분 출판사와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사용료를 줘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그간의 작은 홍보의 결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자리가 좀 더 공식화된 계약서가 마련될 수 있는 토대로 작용해서 그간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사진가들에게도 좋은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용관 저는 사진저작권에 대해 주장해왔습니다. 계약이 관례화되면 문제가 없을 텐데, 대부분 인간관계로 일하다 보니 논란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건축가의 창작물을 사진을 통해 재창조하는 제 사진의 사용범위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말입니다. 물론 건축가 동의 없이 사진촬영을 진행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알기에는 미술품 혹은 어떤 창작물이라도 다른 사람의 시각이나 재능을 통해 또 다른 창작물이 생산되면 그것은 새로운 창작물로 인정받고, 크레딧과 저작권이 보장됩니다. 그래서 건축사진저작권도 주장하는 것이죠. 제가 쓰는 계약서에는 황 소장님 말씀처럼 건축주, 건축가, 사진가의 사용범위 등을 명시하는데 이렇게 계약한 곳과는 서로 실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20년 이상 알아온 건축가분들이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을 다 알면서도 그냥 사용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이 아니라 미리 양해를 구하는 과정만 거쳐도 문제가 없거든요.
황두진 오승종 변호사님의 이해를 위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왜 이런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는가 생각해보면, 한국 건축계에서는 건물을 짓는 것 외엔 출판, 전시 등은 부가가치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우리 사회에서 건축의 의미가 커지면서 부가가치가 확대, 확산되고, 해외에 한국건축계가 알려지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국제적 통용기준이 자리 잡지 않으면 상당히 많은 실수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여러 사람의 협의를 거쳐 수용할 만한 내용이 형성되면 국내에서도 불필요한 마찰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박영채 사진작가와 저는 30년째 함께 일하는데, 최근 계약서를 쓰자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고 관련 조항들을 만들어 몇 번 오고 갔습니다.
오승종 건축사진 촬영 프로세스가 궁금합니다. 어느 쪽에서 의뢰하시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황두진 건축가가 의뢰를 합니다. 1차적 이유는 제 작업에 대한 기록이고, 다음엔 매체에 작업을 소개하거나 강연할 때 사용하기 위한 양질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또 출판하는 경우도 있죠.
오승종 사진을 찍으면 그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시나요?
황두진 네, 전액 지불합니다. 다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건물을 짓는 것으로 건축가의 역할이 끝났는데, 요즘은 2, 3차 생산이 이뤄집니다. 그런 이유로 미리 확보해둔 사진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오승종 2, 3차 생산에는 어떤 것들이 포함되나요?
황두진 제 경험을 예로 들면, 건축 콘텐츠를 이용해 스마트폰 앱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사진과 도면 등 건축에 대한 복합적 정보를 IT 단말기에 맞게 개발해 앱스토어에서 판매했죠. 이때 사용한 사진은 작가분이 찍은 것이니, 상식적으로 그 앱으로 인한 수익금은 서로 적당히 나누는 것에 대한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범적으로 제작한 것이어서 판매액은 크지 않았지만, 수익금이 많아지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겠죠. 저는 앞으로 우리 건축계가 건축의 2, 3차 생산을 통한 부가가치 확산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단순히 사진작가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우선 사진이 제일 문제라는 생각을 합니다. 또 이런 것들이 토대가 되어 건축가와 건축저작권의 이슈 역시 다른 기회를 통해 별도의 주제로 다뤄져야한다고 봅니다.
박영채 저는 계약할 때 저작권법에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저작자의 권리와 사용자의 권리를 표기해 사진저작권 계약서를 만듭니다. 제 상식으로 저작권은 저작물을 만들 때부터 고유한 권한이 부여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부 사용자들이 저작권에 대해 잘 모르거나 인지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법에 준하여 서로의 권리를 알려주는 정도의 의미로 계약합니다.
박성진 모든 저작물이 창작되거나 공표되는 순간부터 고유한 저작권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진작가 입장에서 건축사진에 관한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을 명확히 구분해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언급하신 것처럼 저작인격권은 일신 전속이라 굳이 명문화하지 않아도 지켜져야 할 기본사항이지만, 저작재산권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늘 분쟁이 발생하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건축가와 사진작가가 상호 계약 없이 관습적으로 촬영을 의뢰하고 진행했을 때, 이용 범위와 복제 전시 배포에 대한 독점적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상업사진의 경우 비용을 받고 저작재산권까지 넘기는 경우도 많아 더욱 그렇습니다.
김용관 저작권 계약이라고 하니까 박영채 사진가는 ‘굳이 저작권을 이야기할 필요가 뭐가 있냐’ 하시는 거죠. 물론, 크레딧을 기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소유권과 사용범위는 계약을 통해 언급하는 것이 맞다고 봐요. 특히 기업 같은 경우는 굉장히 광범위하게 이미지를 사용하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다 허락을 받느냐, 라고 묻습니다. 그럼 저는 “매번 제게 허락을 받으라는 것이 아니고, 어느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그것에 대한 비용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이 사진이 누가 촬영한 것인지 밝힐 의무가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죠. 최근엔 한 기업이랑 이 부분을 이야기하다가 인격권을 인정하지 않아서 놀랐습니다.
건축사진저작권에서 공동저작, 단독저작의 판단 기준은?
황두진 건축 계약도 마찬가지이고, 건축가와 사진가 사이의 계약도 저작권에 대한 내용만 있는 건 아니에요. 저작권은 일부이며, 많은 경우 ‘저작권은 관계 법령에 의거한다’고 합니다. 나머지로 남겨진 것들이라 함은 금액, 기간 같은 실무적 내용입니다. 건축계에서 저작권이 문제가 되는 것을 일깨워 주는 사건이 두 번 있었는데, 하나는 미국 유명 건축가 아이엠 페이I. M. Pei가 설계한 <로큰롤 명예의 전당The Rock and Roll Hall of Fame Museum in Cleveland>입니다. 유명한 건물이니 여러 사람이 촬영했는데, 그중 한 사진작가가 건축주나 건축가를 통하지 않고 찍은 사진을 포스터 등을 만들어 판매하자 아이엠 페이 사무실과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서 사진작가를 고소했습니다. 사건의 결말은 정확히 모르지만, 논쟁의 핵심은 ‘미술작품에 해당하는 정도의 저작권 개념을 건축에 적용할 수 있느냐’였습니다. 왜냐면 건축은 전시장이나 개인의 방에 있는 게 아니라 대중에게 노출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뽀로로 사건’입니다. 이 캐릭터를 기획한 사람과 실제 그린 사람이 저작권을 주장한 유명한 법정 공방이었습니다.
오승종 ‘뽀로로 사건’은 기획한 사람은 공동저작물이라는 입장이었고, 그린 쪽은 단독저작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판결은 1, 2심 모두 공동저작물로 보았고, 단독저작물로 주장한 원고가 상고를 하지 않아 확정되었습니다.
박성진 이 경우를 건축사진 분야로 옮겨온다면, 건축가들이 사진의 촬영과 이미지 생산에 기여하는 바가 크면 이 또한 공동저작물로 볼 수 있다는 말인가요? 실제로 많은 건축가들이 촬영 시 사진의 뷰view와 구도, 연출 등에 상당히 구체적이고 깊게 관여한다고 들었습니다. 가끔 노골적으로 작가에게 자신이 찍은 스냅사진과 동일한 프레임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엔 사진을 작가 개인의 저작물로 보기엔 어렵지 않을까요? 그리고 디지털 작업이 보편화된 요즘에는 촬영 못지않게 포토샵 리터치 작업의 창의성도 저작물에 개입하는 중요한 요소일 텐데, 만약 두 작업의 주체가 다르다면 이 또한 공동저작물로 볼 수 있는 것인지요?
오승종 공동저작이냐 단독저작이냐를 판단하는 것은 저작권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저작물은 정신활동의 소산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이디어나 콘셉트의 제공 같은 도움을 줄 수 있고, 단순히 조언만 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비단 사진 저작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어문저작물, 영화, 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나타나고, 요즘은 완전 단독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작권법의 기준은 작품 제작에 창작적으로 기여 했느냐의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말은 상당히 개방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따라서 각 저작물마다 세분해서 말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뽀로로의 경우, 단독저작물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상대방은 말만 했지 붓 한 번 잡지 않았다” 하고, 공동저작물이라고 하는 쪽은 “상대방은 그야말로 붓에 불과하다. 붓을 움직인 것은 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모두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어떤 아이디어나 콘셉트의 제공만으로는 창작적 기여라고 평가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작권법은 아이디어나 콘셉트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단순한 아이디어의 제공 차원에 그치지 않고 창작적 표현의 과정에 기여했느냐를 보는 것입니다. 뽀로로 사건은 기획 쪽에서 단순히 콘셉트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 초안을 가지고 “발을 어떻게 하고, 눈 안의 동그라미 검은색은 어떻게 하고, 부리의 모양과 색은 어떻게 하나” 등의 세세한 컨트롤이 들어갔기 때문에 공동으로 창작적 기여를 했다고 본 사례입니다.
황두진 확인 차 다시 여쭈면, 뽀로로에서, ‘2등신 정도의 신체비례를 갖는 다양한 동물 캐릭터 중 펭귄을 주인공으로 하자’에서 끝났다면 권리가 인정되지 않지만, ‘이 캐릭터가 고글을 끼고, 몸의 색이 이러했으면 좋겠다’ 하는 구체적인 언급이 있었다면 저작권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인가요?
오승종 펭귄이 비행사복과 고글을 쓴 파일럿 복장을 하고 있는데, 초기에는 학생복, 세일러복 등 여러 안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늘을 나는 콘셉트가 결정되어서 파일럿 복장이 되었죠. 이 케이스에서는 그것보다 더 나아갔기 때문에 창작적 기여했다고 인정되었는데, 파일럿 복장 정도만의 의견을 제공했다면 아이디어에 머무는 게 아닌가 합니다.
박성진 결국 해당 저작물의 창작성에 얼마나 기여했는가가 공동저작물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하지만 창작성이라는 것이 객관화된 기준에 의해 측량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 창의성을 논할 때 해당 분야 전문가의 소견과 대중의 보편적 시각 중 어느 것을 더 존중해야 하는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창의성의 유무에 따라 건축사진 또한 복제물일 수도, 2차적 저작물일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또한 모호하고 주관적인 기준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건축사진을 복제물로 볼 것이냐, 2차적 저작물로 볼 것이냐에 따라 오늘 논의의 층위나 방향성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오승종 사진을 2차적 저작물로 볼 것인지 아닌지는 그 사진으로부터 원저작물의 본질적 특징을 직접 감득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판정됩니다. 사진을 통해 그 건축물이 지닌 창작성의 특징이 직접 감득된다면 사진은 2차적 저작물입니다. 2차적 저작물도 독립된 저작물이기 때문에, 그 2차적 저작물을 기반으로 다른 파생적 저작물이 또 나올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통틀어 ‘파생 저작물’이라고 합니다. 사진을 건축물에 대한 원저작물 혹은 2차 저작물로 볼지에 대한 여부는 사진으로부터 그 건축물의 본질적 특징을 감득할 수 있느냐로 결정되는데, 제 생각에는 사진으로 건축물의 본질적 특징을 감득할 수 없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 것 같습니다.
김용관 그럼, 히로시 스기오토처럼 건축물을 찍을 때 어느 건물인지 모르게 포커스를 다 날려 찍으면, 그것은 원저작물이고 오히려 건물을 목적에 맞게 잘 찍은 사진은 2차적 저작물이라면 애매하지 않은가요?
오승종 2차적 저작물이라고 해서 원저작물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김용관 네, 그것이 포인트군요.
박성진 2차적 저작물은 독자적 저작물로서 보호되기 때문에 개체성과 독립성이 좀 더 뚜렷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건축사진이 단순한 복제물로 취급되는 경우죠.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몇 차례 문의한 적이 있는데, 매번 상담 전문가들에 따라 “건축사진은 당연히 복제물이죠. 저작권법에 확실히 나와 있잖아요” 혹은 “그건 2차적 저작물로 보는 게 맞겠죠”라는 식의 모호한 대답을 들었습니다. 일본 저작권법의 경우 복제물과 2차적 저작물의 경계를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용어로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깐 원저작물이 있더라도 그것과 확연히 구분되는 창의성과 가치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2차적 저작물로서 개체성이 인정됩니다.
오승종 「저작권법」 2조 22호에 보면, 복제를 “인쇄, 사진촬영, 복사, 녹음, 녹화,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물을 제작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대표적으로 인쇄, 사진촬영이 복제의 개념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것은 아무런 창작적 작업 없이 그냥 기계적으로 찍은, 가령 증명사진 같은 것을 말합니다. 반면, 사진작가의 어떤 정신적 활동, 즉 빛의 방향, 빛의 세기, 위치 그리고 제일 중요한 셔터 찬스의 포착 등을 잡아내는 것을 사진가의 창작성으로 보기 때문에 그런 창작성이 있으면 복제물이 아니라 창작물이 됩니다. 고흐의 미술작품 같은 것도 2차원적으로 책에 실기 위해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복제물이지만, 건축사진의 경우 보통은 창작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순한 복제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사진작가가 창작성을 발휘해 만들어진 사진이지만 건축가의 입장에서는, 거기에 사진가의 창작성이 가미되어 새로운 저작물로 성립되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그것은 내 건축저작물에 대한 2차적 저작물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건축가의 허락을 요하게 되는 거죠.
김용관 기본적으로 맞는 말씀이신데, 건축가가 자신의 성향, 조건에 맞는 건축사진가를 선택해 사진을 부탁하게 되는 경우는 다른 상황인 거죠?
오승종 오스카 와일드의 사진은 미국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던 아주 중요한 케이스였습니다.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창작물이라고 판결이 났습니다. 세계적으로 사진저작물은 저작물 중 가장 늦게 보호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은 기계가 만드는 것이지 인간이 창작하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서, 저작권 보호에 대한 베른협약을 통해 뒤늦게 저작물로 보호되기 시작했고, 다른 일반저작물에 비해 보호기간도 짧았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동일하게 보호를 받고 있고, 이제는 저작권에서 아주 중요한 장르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문 광고지의 사과, 배 같이 물건을 그대로 재현한 카탈로그 사진의 경우는 창작성이 없다고 했었는데, 2002년도인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런 것들도 물건의 배치 등을 통해 창작성이 있다고 한 사례가 있습니다.
다양한 층위의 권리관계의 불명확함과 국내외의 사례들
박성태 건축만 놓고 보아도 건축주, 건축가, 건축사진작가, 관련 출판물 등 다양한 층위가 있습니다. 각자의 권리도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오승종 각자의 권리관계를 명확하게 해 놓으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소유자가 가진 권리와 건축가가 가진 권리는 다릅니다. 소유자는 소유권, 건축가는 저작권을 가지는데, 두 개는 완전히 다릅니다. 소유권은 ‘사용, 수익, 처분권능’이라는 3가지 권능으로 구성됩니다. ‘사용’은 집을 마음대로 쓸 수 있고, 수익은 집을 빌려주고 임대비를 받을 수 있고, 처분은 집을 부수거나 팔거나 할 수 있는 소유자의 권리입니다. 저작자인 건축가는 「저작권법」에서 7가지 행위를 독점적으로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복제, 공연, 방송, 전시, 배포, 2차적 저작물 작성, 전송’인데, 현재는 방송과 전송을 묶어서 공중송신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소유자의 수익 권능과 저작자의 저작권이 병존하게 되며, 두 개가 굉장히 비슷합니다. 집을 촬영하게 해주고 비용을 받을 권리는 수익권에 속하면서, 또 촬영은 복제하는 것이니 저작권에도 해당이 됩니다. 따라서 두 사람 모두에게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박성진 그렇다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미 한차례 그런 동의를 거쳐 촬영된 사진이라면, 이후에는 건축주의 동의 없이 출판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말인가요? 이용 허락의 범위와 복제 출판에 대한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 건가요?
오승종 그것은 처음 건축주에게 동의를 받을 때, 그 허락의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를 따져봐야 하겠습니다. 광고에 쓰기 위해 허락되었는데, 후에 광고의 범위를 넘어 달력, 포스터 등 다른 쪽으로 쓰이면 안 됩니다. 이런 것들이 계약서에 명시가 안 되어 있다면 계약에 흠이 있는 것으로 계약의 해석에 들어가게 됩니다. 장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을 모두 예상해서 당사자의 의사를 계약에 다 담을 수는 없기 때문에, 분쟁 발생 시 이 계약 당시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하게 됩니다. 그것이 재판과정이고, 판사는 계약서의 문구, 계약을 하게 된 경위, 당사자 간의 관계, 대가의 상당성과 사용 목적 범위 등을 살펴서, 이것이 그 당시 계약범위에 포함되어 있었는지의 여부를 판단합니다. 아까 저작권은 이미 법에 나와 있기 때문에 계약서는 불필요하다는 말씀도 맞습니다. 왜냐면 저작권은 계약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법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계약하는 이유는 내가 그런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까지 허락해 줄 것이냐 하는 범위를 확정하기 위해서입니다.
황두진 박 작가님과 제가 계약관계를 명확히 하면 좋겠다는 의견 하에 계약 문구가 서로 오가던 중 모호한 부분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승종 저작권자와 이용자는 저작권 계약 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저작권을 양도받을 것인지, 아니면 이용 허락을 받을 것인지. 사진촬영을 하고, 그에 대한 비용 지불과 저작권을 양도받는다면 저작재산권 부분은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황두진 포괄적 사용권을 획득한다더라도 저자 이름은 계속 표기해야 한다는 거죠?
오승종 네, 크레딧의 문제입니다. 저작권을 양도받으면 그것에 대한 복제, 전송 등의 7가지 행위를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양도받는다 하더라도 그 사진에 대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특약이 없으면 넘어오지 않습니다. 반드시 계약서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포함해 모든 저작재산권을 양도한다’라는 내용이 들어가야 합니다.
황두진 그런 부분들이 일종의 표준계약서에 기본골격으로 있고, 계약 당사자들이 알아서 법률에 어긋나지 않는 한 협의를 하는 거죠. 그런 협의를 ‘사적 자치’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항목별로 선택 범위를 정할 수 있게 쉬울 거 같아요. 이제까지는 이런 것이 없는 상태에서 대개 친분 관계 문화로 진행해 온 거죠.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김용관 딱 한 번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재산권이기 때문에 그만한 이용부담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 사진을 마음대로 쓰겠다고 하면, 금액에 ‘0’이 하나 더 붙게 되니까 비용적으로 어려운 문제일 수 있는 거죠. 기본적으로 건축가가 포트폴리오, 강의자료, 간혹 출판 등의 범위 내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비용이 지불되는데, 그 이후에 서로 구두로 정한 범위가 안 지켜지면 기분이 상하는 상황이 돼버리죠. 또 요구방식도 다양하고 그것에 따라 사진가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해야 하죠. 일을 시작할 때부터 사진가의 사용범위와 건축주의 사용범위를 모두 계약에 담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비용뿐 아니라 해석해야 되는 부분도 커지는 거 같고요.
오승종 사진 저작물의 저작권이 보호돼야 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합의된 상황입니다. 다만 그 보호의 수준을 어디까지 할 것이냐에 대한 것은 세계적 기준이 확립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보호국법주의로 그 저작물에 대한 보호가 주장된 나라의 법에 따르기 때문에, 결국 우리나라 저작권법의 해석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미술저작물 등”에는 미술저작물, 사진저작물, 건축저작물 3가지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미술저작물 중 개방된 장소에 24시간 드러나 있는 건축저작물과 미술저작물의 촬영에 관한 저작권 규정이 있습니다. 저작권법 35조1에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미술저작물 등은 누구나 복제해서 이용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다만 판매를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 ‘상업적’이라 하지 않고, “판매를 목적으로”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리 저작권법에서 영리, 비영리로 명시할 때와 판매, 비판매 라고 명시할 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령, 건축저작물인 남산타워는 개방되어 있으니, 그것을 찍어 그림엽서나 관광포스터로 만들어 파는 것은 판매입니다. 그런데 남산타워를 배경으로 한 광고사진을 찍는다면, 이는 영리성은 있지만 판매의 목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이 의견에 반대하시는 분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에서 스타벅스에서 틀어주는 음반이 스타벅스 본사에서 가맹점으로 판매하지만, 시중에는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영리 목적이지만 판매용 음반이 아니라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박성진 과거 건축계에서도 비슷한 분쟁 사례가 있었죠. 건축가 민규암이 설계한 헤이리 <UV하우스>를 배경으로 국민은행 광고가 무단 제작된 사례였는데, 2년 반에 걸친 법정소송 끝에 결국 “광고 제작사가 건축가에게 1천만 원을 지급하고 저작권 침해에 대한 유감을 표하는 것”으로 합의조정이 성립돼 종결되었습니다. 이처럼 판매가 아닌 영리 목적의 행위더라도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의미겠죠.
오승종 그 사건은 1심에서는 아까 언급한 35조의 이유로 청구가 기각되었고, 항소심에 올라갔지만 판결이 난 것이 아니라 조정 합의를 했어요. 그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광고 제작자 쪽에서 <UV하우스>를 찍은 사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가공을 한 부분입니다. 광고사진에 적합하지 않았는지 철제 빔을 컴퓨터 작업으로 지웠어요. 그것은 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되고, 그런 부분을 고려하여 사건이 합의되었습니다.
박성진 동일성유지권이라면 저작인격권인데, 저는 건축가가 저작인격권이 아니라 저작재산권 침해를 함께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승종 네, 처음에 재산권 침해를 주장했지만 그 부분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없는 것이죠. 판결과 조정이 동일한 집행력을 갖습니다. 그러나 그 조정문에 재산권의 침해인가 아닌가 하는 결론은 없는 것입니다.
황두진 동일성유지권 침해라는 것은 저작물을 포토샵 등을 가지고 변형시켰다는 의미인가요?
박성진 미국과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동의가 없어도 영리 목적의 자유로운 복제 행위가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의 레스터Leicester와 워너 브라더스Warner Bros.사의 판례가 대표적인데, 영화 <배트맨 포에버>에 등장한 조형탑과 건축물의 경우 자유로운 촬영과 영리적 배포가 가능하다고 원고 패소를 선고한 것입니다. 또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시 웨스터햄 공원에 설치된 건축조형물의 사진을 의류회사가 무단으로 티셔츠에 인쇄하여 대량 판매한 사건이 있었는데 마찬가지의 판결이 내려졌죠. 저작권자의 권리보호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공공의 이익과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할 순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니 공공장소에 쉽게 찍을 수 있는 건축사진이라면 누구든 영리 목적으로 촬영, 배포할 수 있다는 것이죠. 반대로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는 영리적 배포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외국에는 명확한 판결 사례나 명문화된 기준들이 있는데, 우리의 경우 그런 것이 없다는 점이 혼란을 가중시키는 거 같아요.
오승종 35조가 있기 때문에 우리 저작권법에 근거가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미국의 경우 저작권법이 불분명하게 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판례에 의해 형성되는 판례법이고, 우리는 성문법으로 정확히 35조가 있는 것입니다. 다만 35조가 모든 것을 다 커버할 수 없으니까 해석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앞서 헤이리 건물의 경우 개방된 장소에 있기 때문에 1심에서 35조에 비추어 복제, 즉 촬영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겁니다.
김용관 미국이 가장 엉성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미국이 저작권에 제일 조심한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네요.
황두진 미국이 그런 부분에 엉성한 것은 판례가 모여 하나의 법률체계를 이루는 영미법의 특성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법체계가 달라서 문구로 쓰여 있어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완벽할 수 없으므로 해석이나 개정의 이슈가 있는 것이죠. 넓게 보면 저작권법을 둘러싼 가장 큰 이슈는 저작권자를 보호함으로써 사회적 선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더군요. 어렵지만, 공감되는 부분이죠. 절차적 복잡성은 생기더라도 저작권자의 권한을 사회가 보호해주어야만 더 많은 사람이 좋은 창작을 하려는 의지나 가치가 생기는 거 같아요.
박성태 거기서 궁금한 것은 건축물이 1차 저작물, 건축사진이 2차 저작물인데, 건축사진이 100% 사진가의 저작권 범위 안에 들어가느냐 하는 점입니다.
오승종 그 건축사진을 이용함으로써 사진을 보는 이가 원 건축물의 본질적 특질을 감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그런 경우 양쪽의 동의를 모두 받아야 합니다.
박성태 예를 들어, 지금 말씀하신 대로 어느 사진에 대해 2천만 원의 수익이 발생했어요. 그것에 대해 건축가가 ‘내가 1차적 저작권자이니 수익의 몇 퍼센트를 나에게 달라’고 할 수 있는 건가요?
김용관 네, 그럴 수 있죠. 처음에 그 부분을 약속하면 되죠.
황두진 저희도 “다른 자료는 우리가 주지만 사진 자료는 사진작가와 별도 협의를 해야 하니 고료가 있다면 드리고, 없더라도 우리가 연결해드릴 테니 사진작가에게 직접 양해를 구하라”고 합니다. 요새는 이렇게 말씀드려도 스트레스가 안 된다는 것이 5년 전 상황과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집니다. 내부규정에 의해 소정의 비용을 드리는 구조는 만들어진 것 같아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되고요.
김용관 얼마 전에도 좀 화나는 일이 있었어요. 서울 건축가협회에서 서울건축가이드북 을 만든다고 서울시에서 용역을 받은 거예요. 건축가 자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건물을 소개하는 가이드 목적의 책이기에 사진이 많이 들어가고, 서울시의 500개 건축물이 포함되니 콘텐츠가 아주 많아서 자료를 모으기가 어려웠던 거죠. 실질적으로는 사진이 필요한데, 건축가협회를 통해 건축가에게 통으로 “비영리 목적으로 이런 책을 만들려고 하는데 협조해주고 사진가한테 대신 동의를 받아달라”고 하는 거예요. 화가 나는 점은 원래는 사진가가 사인해 줘야 하는 부분인데, 왜 건축가에게 그런 불편을 끼치는 일을 만드느냐는 거죠. 저는 사인을 안 하고 사진이 필요하면 사진에 대한 권리를 가진 사람한테 양해를 구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계속 이야기를 했죠. 그런 일이 비일비재 하니까요.
황두진 절차상의 문제네요.
김용관 네, 그래서 그 부분을 한번 지적하고 어쨌든 공익을 위해 쓴다니, 저는 조건을 걸고 사인을 해주었어요. 건축가협회가 대한민국 현대건축물에 대한 굉장한 데이터를 다 받는 건데, “그 자료를 이 목적 외에는 절대 이용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보내라고 했습니다.
황두진 용어가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일종의 제한적 사용권에 대해 동의를 해준 것이네요.
김용관 그렇죠. 일단 무상인 거고요. 그렇게 결국 동의를 해주었는데, 역시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어요. 서울시에서 그 콘텐츠를 보더니 욕심이 나니까 이것으로 모바일 사이트를 만들자는 2차적 가공의 프로젝트가 생긴 거예요. 그런데 이것을 또 건축가협회를 통해 똑같이 그런 식으로 연락해 온 거죠. 그래서 담당 책임자와 직접 이야기 했지만 얘기가 통하지 않는 게, 무조건 공익성만 내세워 재능기부라 생각하고 양해 해달라는 거예요. 결국 대부분의 사진작가들이 수락을 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앞으로 또 모르잖아요. 제가 아는 정보로는 건축가협회가 서울시에서 용역을 받을 때, ‘이 작업의 저작권은 서울시에 귀속된다’고 계약을 한 거 같아요. 제가 계약서를 보여 달라고 해도 협회에서는 보여주지 않고, 그럴 일 없다고만 하더라고요. 그 큰 조직을 저 혼자 상대해서 다 알아낼 수도 없었지만, 정말 그런 기관에서 이런 한심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큰일이죠.
황두진 근로기준법이 있지만 고용계약서를 쓰는 것처럼, 저작권법이 있지만 우리가 협의해야 할 내용이 많은 거죠. 실제로는 실무적 내용에 대해 계약서를 쓰는 것이 기본적으로 맞지만, 특수한 관계에서는 생략할 수도 있겠죠. 오늘 개인적으로 가장 큰 소득은 어느 정도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저작인격권과 재산권의 개념이 명확하게 세 가지와 네 가지로 구분되고, 네 가지가 개별적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한 거 같아요. 그리고 각각의 경우 시기와 방법에 대해 별도의 2, 3차 협약이 있겠죠. 이 책에 내는 것까지만 해준다. 혹은 7가지 중에서 뭐, 뭐를 어떤 기간 동안, 이번 건에 관해서 한다는 등의 보통 생각하는 계약서보다 조금 복잡한 내용일 수 있겠어요.
건축사진 저작권의 기준들
분량15,817자 / 30분
발행일2014년 3월 31일
유형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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