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고 대결하는 새로운 건축의 장
박성태
분량1,520자 / 3분
발행일2014년 6월 30일
유형서문
‘젊은 건축가’는 은밀한 포식자다. 올해로 22회를 맞이하는 ‘김수근건축상’에서도 그랬다. 최-페레이라건축(최성희·로랑 페레이라)의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이 최종 수상을 했고 프리뷰상에는 네임리스건축(나은중·유소래)의 <동화고 삼각학교>, EMA건축(이은경)의 <만리동 예술인협동조합 주택>, 스튜디오아키홀릭(정영한)의 <6×6 주택>, 유경건축(권경은·지정우)과 ANM(김희준)의 <파주 청석교회>, OBRA건축(Pablo Castro·Jennifer Lee)의 <삼하 유치원> 총 다섯 팀이 올라왔다. 1970년대 생 건축가가 대부분이다. 2010년 21회에는 조병수건축연구소(조병수)의 <땅집>이 선정됐으니 22회를 맞은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상은 중간의 ‘한 세대’를 빼놓고 가는 느낌이다. 60년대 생이 바로 그 세대로 5년 전 공간사와 네이버에서 진행한 ‘한국건축을 대표하는 12인’ 중 10명을 차지하며 기염을 토할 때와 비교하면 아찔한 속도감까지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젊은건축가상’에 의해 더욱 견고해지고 있는 ‘젊은 건축가’라 불리는 70년대 생 건축가들을 본격적으로 주목할 때를 맞은 것일까?
건축평론가 박정현에 의하면, ‘젊음’을 앞세운 이런 세대론이 등장하기 시작한 때는 세계금융 위기가 실물경제에 드러나기 시작한 2011년 무렵이라고 한다. 같은 해에 와이즈건축의 장영철·전숙희와 유타건축의 김창균 소장이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한 이후, 그들이 던진 ‘작음smallness’ 혹은 ‘재활용건축’과 같은 키워드는 점점 움츠러드는 사회·경제적 여건 속에서 나름대로 비집고 들어갈 틈새를 찾아내려고 고군분투하는 젊은 건축가들의 무기가 됐다. 다시 말해 젊은 건축가의 급격한 등장은 “개발의 시대가 끝나고 재생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징후”(박정현)라는 것이다. 또한 스스로 발언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호명呼名한 것이므로 “무엇과 대결하고 있는가?”란 질문에 대답을 못 하고 있다는 평도 있다. 이들의 정체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건축평론가 이종건이 한 포럼장에서 젊은 건축가들에게 “건축가는 스스로 작업의 내러티브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한국 건축계는 하나의 모퉁이를 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민석 소장이 베니스에서 보낸 낭보朗報도 그렇거니와 많은 건축가가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사고하며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당분간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60년대 생과 70년대 생 건축가들이 있을 것이다. 한쪽의 건축가들은 사회적 쏠림으로 잠시 관심 밖에 머물러 있겠지만 자신의 건축언어를 더욱더 갈고 닦을 것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마추어적인 상상력을 토대로 현실의 하중과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몸부림칠 것이다. 이런 절실한 마음의 나눔을 통해 우리는 건축가의 시선으로 우리의 공동체를 보다 넓고 깊게 바라볼 기회를 얻게 되리라 본다. 그러면 지금의 세대론을 넘어 이들이 서로 타자가 되어 영향관계를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멋진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대화하고 대결하는 장이 바로 새로운 건축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박성태 본지 편집인
대화하고 대결하는 새로운 건축의 장
분량1,520자 / 3분
발행일2014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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