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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마력 사운드

여다함

예전에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던 시절, 2년 동안 공영주차장에서 야간근무를 했다. 간밤에 틈틈이 순찰하고 열여섯대 정도의 CCTV를 모니터로 확인하면서 문제는 없는지 부정주차된 차량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일이었는데 대부분 별일 없이 하루가 갔다. 그런데 어느 날 주차장에 기술자가 찾아와서 1층에 CCTV를 하나 추가하고 나머지 하나는 공익근무요원이 상주하고 있는 관리실이 보이도록 앵글을 돌려놓았다. 감시의 목적이 바뀐 것이다. CCTV는 간밤에 홀로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의 이탈을 적발하기 위한 용도로 바뀌었다. 똑같이 순찰을 하고 있지만 나와 CCTV는 이제 서로 적대적이 되었다. 4층짜리 주차장에 혼자 있으면서 CCTV와 벌이게 된 실랑이는 의문점을 남겼다. CCTV 너머의 공무원들을 엄격한 관리자가 아니라 관객 또는 시청자로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공영주차장에서 벌일 수 있는 <만마력 사운드>라는 공연을 기획했다. 주차장에 주차된 모든 자동차의 엔진의 힘을 합산한 말 10,000 필匹의 에너지가 요동치는 광경을 그렸다. CCTV 너머에 있는 대상들이 볼 수 있는 이 퍼포먼스는 민원이 무서워 가상에 머물렀지만 그때 만든 공연 포스터가 있다. 공익근무요원이었던 당시의 나는 당국의 가장 말단 신분이었고, 지금은 공직에서 내려온 상태이다.

《건축신문》의 독자 중 주차장이 딸린 건물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여다함

30년간 서울 토박이로 살았다. 2008년에 처음 자취방을 구했고, 이때 세입자로서 집주인과 겪은 일을 기록한 <앞으로 벌고 뒤로 밑지는 것>이라는 영상물을 제작했다. 2011년에는 공영주차장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했으며 당시의 경험이 발단이 되어 <만마력 사운드>라는 퍼포먼스를 진행 중이다. 오랜 시간 동안 간헐적으로 모은 먼지를 이용한 《먼지관제탑》 (2011) 이라는 전시를 한 바 있으며 음악가 및 미술가 등과 다수의 작업을 협업했다.

만마력 사운드

분량950자 / 2분 / 도판 2장

발행일2014년 6월 30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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