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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권과 마을만들기

야마모토 리켄 × 이은경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되고 있다. 1, 2인 가구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복지 재원 부족은 고령화 사회를 불안케 하고, 청년들이 자기 집을 소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품이 되어 버린 주택은 우리의 삶을 더 이상 담아내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일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은 지금과 다른 주택과 공동체를 꿈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건축가 이은경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거주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을 위해 나누어 쓰고 개방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와 그런 삶의 이점을 극대화한 집합주택을 제안한다. 한국으로 눈을 돌려, 한승욱 박사는 우리의 삶의 공간도 함께 사는 마을로 전환하고 있으므로 마을만들기에서 건축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야마모토 리켄 요코하마국립대학 대학원 교수로 재직했고(2007~2011), 현재 일본대학 대학원 특임교수로 있다. 주요 작업으로 <야모모토리켄설계공장>, <사이타마현립대학교>, <공립하코다테미래대학교>, <요코스카미술관>, <훗사 시청사> 등이 있다. 쓴 책으로는 『신편 주거론』, 『건축의 가능성, 야마모토 리켄의 상상력』, 『건축하면서 생각한다, 생각하면서 건축한다』 등이 있으며,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 신체·프라이버시·주택·국가』, 『건축을 만드는 것이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지역사회권 모델』 등을 공동으로 썼다.

인터뷰어 이은경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건축사사무소 기오헌의 건축가 민현식 문하에서 건축 실무를 익혔다. 이후 네덜란드의 베를라헤 인스티튜트에서 도시건축 석사학위를 받고, 벨기에의 자비에 드 가이터 사무소, 일본의 리켄 야마모토 건축사무소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1년부터 이엠에이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 왔으며 한국건축사, 네덜란드건축사이고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도 활동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고덕강일 2,3 지구 보금자리주택> 설계공모 당선, <영주시 노인종합복지관> 설계공모 우수상,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 공공주택>으로 김수근 건축상 프리뷰상(2014)을 수상하였으며, 최근 작업으로 <가양동 협동조합 공공주택>, <파주출판도시 2단계 건설운영본부>가 있다.

번역 허윤


이은경 최근 Y-GSA의 야마모토 리켄 스튜디오Yokohama Graduate School of Architecture, Riken Yamamoto Studio의 연구 내용인 ‘지역사회권’이 한국어판 『마음을 연결하는 집』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원제목으로 출간되기를 원하셨는데 한국에서는 독자에게 보다 쉽게 소개하기 위해 제목을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1 이 지면을 통해서 ‘지역사회권’의 의미와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독자에게 간략한 내용 소개를 부탁합니다.

야마모토 리켄 ‘지역사회권’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어요. 발음만으로는 확실하게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죠. 일본은 한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본인에게는 ‘地域社會圈’이라는 한자표기는 알기 쉬운 말입니다. 지역사회는 커뮤니티를 말하며 강한 연결을 한 인간 상호 관계에요. ‘지역사회권’의 ‘권圈’이라는 글자는 하나의 공간적인 범위를 나타내죠. 즉 ‘지역사회권’은 하나의 커뮤니티가 하나의 장소를 가지고 있는, 장소와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커뮤니티입니다. ‘지역사회권’은 단순히 거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경제활동과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뜻하죠. 어린이 양육이나 고령자 요양을 위한 상호부조 시스템으로, 완전히 새로운 사고의 주거 방식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이은경 ‘지역사회권’이 흥미로운 것은 주택을 하나의 단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일정 규모의 거주민을 하나의 단위로 생각해 도시 스케일에서부터 주택과 연결된 사회시스템까지 매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하게 주택이 경제를 부양하는 소비재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주택시스템을 바꿈으로써 서로 연결된 모든 사회시스템이 바뀌는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야마모토 리켄 주택은 투자가의 이윤을 위한 단순한 상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그것이 국가 경제를 견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주택조합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우리의 생활 자체를 재검토하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기존의 주택을 둘러싼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많은 사람이 ‘지역사회권’과 같은 거주방식을 원하도록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것이 건축가의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이은경 ‘지역사회권’은 주거뿐만 아니라 상업시설 등 하나의 유기체로 지역을 말하는 것처럼 보여요. 이런 경우 건축가가 어디까지 디자인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야마모토 리켄 건축가는 새로운 주거방식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의 주민들과 함께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는데, 건축가는 이때 자신의 디자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광장: 스포츠와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외부인도 이용할 수 있는 실내광장 / 자료 제공: 안그라픽스, Ⓒ가모이 다케시

이은경 “가족을 전제한 ‘1가구 1주택’이 이미 생활단위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언급은 일본의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가장 극단적인 현실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타인과 살지 않는 나라’라는 말이 대변하듯 개인성이 중시되는 일본은 거주 기간이 짧은 도시민을 위해 욕실과 주방 모두를 갖춘 원룸맨션을 시작한 나라이기도 하죠.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지역사회권’의 ‘협력적 주거 공동체’실천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가능성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야마모토 리켄 가족의 사생활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고방식은 2차 세계대전 후, 1920년대 후반 유럽의 공동주택 사상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공동주택은 노동자를 관리하기 위한 국책주택이었죠. ‘1가구 1주택’안에 가족을 가두는 것이 사생활 보호라는 의미에 연결되어 있었던 겁니다. 즉 프라이버시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1가구 1주택’이라는 주택공급으로 만들어진 사고방식이며 가족, 혹은 개인의 편의성은 그들을 ‘1가구 1주택’안에 가두는 거죠. 지금까지 건축가는 도시의 많은 사람과 함께 살고 내부의 편의성뿐 아니라, 쾌적한 주택을 제안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이 그러한 주택을 희망하고 있어도 그것을 위한 모델이 지금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봐요.

이은경 일본의 경우 “민간부동산에 의탁하여 ‘1가구 1주택’으로 유도한 국가의 주택정책이 파탄 났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대체할 만한 주택정책이 ‘지역사회권’이라면, 그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할까요?

야마모토 리켄 ‘지역사회권’의 주체는 그곳에 사는 주민이죠. 그들 자신이 그곳에서 경제활동에 참여합니다. ‘지역사회권’이 만들어지는 장소에 따라, 농업이 될 수도 혹은 어업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지역사회권’이 계획되는 장소의 특성에 맞는 경제활동이 있다는 것이 전제이며 주민이 주체적으로 운영에 관여를 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민간 개발자, 혹은 공공단체에 운영을 맡긴 채 단지 그곳에 살기만 한다는 주거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거죠.

이은경 한국도 투자의 대상으로 주택을 구매하기 보다는 ‘살기 위해’ 주택을 고르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젊은 층에서는 셰어하우스를, 가족을 이룬 사람들은 협동조합주택 등 대도시의 높은 거주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이른바 ‘공유’의 다양한 방법을 자발적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의 현상들은 일본의 상황과 비교해 볼 때 과연 일시적 혹은 지속적, 국부적 혹은 전반적인 상황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야마모토 리켄 ‘1가구 1주택’과는 다른 새로운 주거방식이 요구되고 있어요. 셰어하우스와 협동조합주택도 그러한 시도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거주를 위한 주택이 아닌, 단순히 소비만을 위한 장소가 이제는 아닌 거죠. 그곳에서 조금이라도 주민 자신이 생산하고 이윤을 올리는 그러한 주거 방식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면적과 월세의 각종 비교 / 자료 제공: 안그라픽스, Ⓒ사에키 료타

이은경 한국의 LH, SH 주택공사와 같은 공공주택 공급기관은 민간주택 공급자와 동일한 관점으로 주택을 설계하는 경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선생님께서도 LH 주택공사의 판교, 강남 공동주택을 설계한 경험이 있어, 공공주택 공급자들이 새로운 시도들에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도 경험하셨을 거고요. 그러나 최근 민간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공유주택의 형식을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등으로 공공에서도 직접 적용해 보려는 시도들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공공에서의 주택공급기관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야마모토 리켄 공공 부문에 의한 주택공급의 역할은 이윤을 올리는 것이 아닌, 생활 약자가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해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 민간에서는 불가능한 새로운 주거방식을 실험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은경 매우 젊은 나이에 독립 사무소를 운영해 오셨습니다. 시대의 변화와 그에 따른 삶의 변화 속에서 ‘주거’에 대한 설계는 어떠한 변화가 있으셨나요?

야마모토 리켄 ‘1가구 1주택’이라는 주거방식은 설계를 시작하던 시절에도,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변한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도 그러한 거주방식이 실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죠. 이는 새로운 주거방식을 많은 사람이 요구하는 것이라 보는데, 공급자는 아직도 ‘1가구 1주택’이라는 형식밖에 제공하지 않아요. 그것이 가장 큰 모순입니다.

이은경 <시노노메 공동주택>은 새로운 삶의 형식이 주거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많은 건축 관련 기관과 전공자 등이 공동주택을 설계할 때 참조하는 프로젝트입니다.2 일부에서는 ‘일본이라 이런 프로젝트가 가능했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일본에서도 매우 혁신적인 제안이었던 것으로 알아요. 선생님께서 설계하신 블록의 100개 단위세대는 모두 달랐고 담당 공무원에게 ‘1회 1집’을 설명하기 위해 미팅을 수없이 진행했다고 들었어요.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해주신다면요?

야마모토 리켄 <시노노메 공동주택>은 일본이라서 가능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공단 측에서는 우리들의 제안이 혁신적이었기에, 주민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걱정했고요. 오히려 제가 한국에서 설계한 <판교 하우징> 프로젝트, <강남 하우징> 프로젝트의 경우가 시노노메 보다 훨씬 혁신적이라고 봅니다.3 한국이 일본보다 새로운 주거환경에 대한 의식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은경 현대사회는 더욱 빠른 속도로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사회에서 건축가로서의 역할이 무엇이며, 어떻게 작업해가고자 하시는지요?

야마모토 리켄 20세기의 건축가들은 근대도시가 글로벌 경제의 중심이라 생각했지요. 근대도시는 사람이 살기 위해 생긴 것이 아니며, 건축은 글로벌 경제의 중심에서 효율적으로 이윤을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이것의 모순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도시는 그곳에 생활하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아닌, 돈에 의해 평가되는 공간이라 여겨집니다. 건축가가 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쾌적한 공간이 있는,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도시공간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지역사회권’은 그것을 위한 모델이고요.

이은경 함께 사는 공간을 설계하실 때 건축가의 생각과 실제 주민들의 삶의 방식이 유리될 때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그런 경험이 있으시다면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이 있으신지요?

야마모토 리켄 건축가의 생각과 실제 주민들의 생활방식이 맞지 않을 땐 주민과 이야기를 하면 돼요. 대화를 통해 건축가의 제안을 주민이 이해하고, 주민의 사고방식으로부터 건축가의 발상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을 실제로 경험한 적이 있고요. 문제는 발주자가 행정인 경우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 범위 안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에 건축 설계에 있어 가장 큰 방해는 사실 관료주의라고 봅니다.

지역사회권과 마을만들기

분량5,694자 / 10분 / 도판 2장

발행일2014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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