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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번역하는 대안적 작업

안토니 문타다스 × 이주연

초기 개념미술과 미디어아트의 개척자인 안토니 문타다스는 번역, 공공공간, 도시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토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에서 그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건축가, 리서처, 큐레이터들과 함께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각 도시의 유사점과 차이점, 충돌의 지점을 이미지와 코드를 통해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여주고 있다.


안토니 문타다스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안토니 문타다스Antoni Muntadas는 MIT에 있는 Center for Advanced Visual Studies에서 리서치 펠로우를 지냈으며(1977~1984), 최근까지 MIT 대학 ACTThe Program in Art, Culture and Technology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정치, 사회, 외교 및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의 관계와 소통 및 변화에 대한 이슈를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폭넓게 다룬다. MOMA (뉴욕), 르네 소피아(마드리드), 주드 폼므(파리)를 비롯해, 베니스 비엔날레 (스페인관), 카셀의 도큐멘타 VI, 도큐멘타 X와 같은 국제전에도 수차례 소개되었다. 2009년에는 스페인에서 현대미술작가에게 수여하는 가장 영예로운 상이라 할 수 있는 벨라스케스 상을 받았다.

인터뷰어 이주연 뉴욕 주립대학교 스토니브록에서 미술사 및 미술비평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인터미디어 퍼포먼스와 설치예술에서 디지털 미디어computation media의 재물질화된 공간의 감각적인 경험과 그 사회정치적인 의미에 관한 논문 및 전시를 진행 중이다. 뉴욕 휘트니 미술관 인디펜던트 스터디 프로그램 (ISP) 2013-2014 큐레이토리얼 펠로우로 선정되어, 최근 뉴욕 키친에서 《Common Spaces》를 공동 기획했다.


이주연 현재 토탈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문타다스: 아시아 프로토콜》(2014. 8. 25 ~ 10. 19, 이하 《아시아 프로토콜》)은 유럽에서의 ‘프로토콜protocol’ 개념과 계보를 해석한 《프로토콜》(2006) 전을 한·중·일 3국의 관계를 중심으로 발전시킨 프로젝트로 알고 있다. 동북아의 프로토콜에 주목하게 된 배경이나 동기가 있다면?

안토니 문타다스 내 작업의 중요한 방법론은 프로젝트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하나의 프로젝트는 곧 다른 프로젝트들과 긴밀한 연관성을 가진다. 즉, 하나의 프로젝트가 또 다른 프로젝트를 낳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해석translation’이라는 큰 주제이자 키워드를 가지고 1995년부터 지금까지 서로 관련이 있는 45가지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프로토콜》은 이 ‘해석’에 대한 것 중 하나로, 프로토콜이라는 개념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의 전시를 위해서였다. 프로토콜이 사회를 규정하고 구축하는 일련의 관습, 규정, 그리고 법칙이라고 할 때, 독일 전시는 당연히 유럽의 맥락에 초점을 두었다. 

나는 여러 프로젝트를 오랜 리서치를 통해 발전시키면서 아시아의 도시들을 방문하는 기회가 있었다. 90년대에 일본을, 2000년대에 한국과 중국을 방문하면서 서구의 관점에서 이 도시들을 관찰했다. 그제야 아시아 도시에 대한 나의 이해가 너무 포괄적이고 일반화된 것이라고 느꼈다. 이는 내가 70년대에 라틴 아메리카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것과 유사하다. 라틴 아메리카 혹은 아시아라는 포괄적인 이미지로 인해 각 나라와 도시가 가지는 특수성과 개별성에는 접근하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동아시아 주요 도시를 돌아보면서 각 도시의 특수성, 고유의 문화, 그리고 상이한 정체성을 발견하는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서구인의 관점에서 이 도시들에 접근하는데, 관찰자의 관점이 내부(인)의 관점과 일치하기도, 혹은 많은 부분 상충한다는 것도 알게 되어서, 이러한 충돌의 지점을 좀 더 연구하고자 했다. 2010년 이후에 서울, 도쿄, 베이징을 재방문하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을 만나면서 이러한 관심을 좀 더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이주연 관찰자의 입장에서 프로젝트를 발전시킨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중요한 방법론인 것 같다. 

안토니 문타다스 그렇다. 이번 전시를 통해 아시아의 프로토콜을 다양한 관점과 접근방식으로 관찰하고, 그 관찰로 이끌어낸 질문들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자 했다. 특히, 이번에 많은 아시아 연구자가 참여했는데,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아시아에 대한 하나의 객관적인 관점을 제시하기 보다는, 다층적인 주관적 해석이 공존하는 열린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나는 철저한 외부 관찰자로서 기존 서구의 아시아에 관한 감상적, 낭만적, 이국적인 관점과는 거리를 두고자 했다. 무엇보다도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사실과 그것을 포착한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주연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 베이징, 도쿄 세 도시의 언어, 문화, 사람들의 행동 방식, 도시의 사적, 공적 공간 등에서 나타나는 프로토콜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아시아의 프로토콜을 전달하는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전시 구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

안토니 문타다스 6개의 세부 프로젝트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각 프로젝트가 독립적이면서도 보충적인 성격을 띤다. <프로토콜 키워드 & 이미지 지도>는 전시 전체를 발전시키는 아이디어의 중심으로 서울, 베이징, 도쿄 세 도시의 사회정치 이슈와 한·중·일 세 나라 사이의 충돌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43개의 키워드와 그와 관련된 이미지들로 채워진 이미지 지도이다. 《아시아 프로토콜》이 한·중·일에서 관찰된 프로토콜을 제시하고 토론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키워드와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지도는 토론을 제안하는 폭 넓은 논제들의 지표index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큰 그림과  연결되는 이미지의 파편들과 자료들이 <아시아 프로토콜의 단편들>이란 제목으로 세 폭화triptych 형태로 장식장에 전시되고 있다. 또한 예전에 독일에서 아이디어로만 제시했던 <프로토콜 알약>을 이번 서울에서는 구현됐다. 이것은 먹는 즉시 프로토콜을 번역하게 해주는 알약들로, 다분히 풍자적인 은유이다. 우리가 물질로서의 몸을 위해 약을 먹듯, ‘사회적인 몸’을 위해 취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도록 한 것이다. <블랙보드 다이얼로그: 아시안 프로토콜에 대한 재정의>는 한·중·일의 정치, 문화, 사회적 관계 및 충돌을 국제정치학 전문가와의 대화로 그려본 것이다. 다음으로 세 도시를 촬영한 <번역에 관하여> 시리즈에서는 각각이 어떤 공간에서 촬영된 것이며 또 어떤 사람들이 등장했는지 밝히지 않고, 사람들이 각 장소를 어떻게 이용하는지와 공간에 나타나는 그들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 공간들은 어떤 상황의 내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적이지만, 공적으로 사용되는 점에서 공적 공간들로, 영상 속 세 공간은 이 세 도시의 총체성과 지역성을 보여준다.

《문타다스: 아시아 프로토콜》 중 <프로토콜 키워드 & 이미지 지도,A sian Protocols: Cartographies>, 2014 / 사진 제공: 토탈미술관, Ⓒ이상재
<번역에 관하여: 알약 On Translation: Pille>, 2002~2014 / 사진 제공: 토탈미술관, Ⓒ이상재

이주연 이번 전시에서도 그렇지만 이전의 많은 작업에서 ‘공간’은 항상 중요한 소재이자 이슈로 다뤄졌다. 공간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보충해달라.

안토니 문타다스 공간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장소place와 현장site과 관련이 있다. 공간은 가스통 바슐라르가 『공간의 시학The Poetics of Space』에서 묘사한 것처럼 좀 더 포괄적인 큰 개념이라면, 장소는 훨씬 더 구체적인 것으로 특정 지역의 특수성과 연관이 있다. 다음으로 현장은 사건이 일어나는 시공간의 구체성을 접근하는 것이다. 즉, 공간에 대한 구체성과 특수성의 정도에 따라 이 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포함된 <공적/사적 공간 [서울, 베이징, 도쿄]>이 내 관심을 가장 잘 보여준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내가 MIT 공대에서 가르쳐온 ‘공공공간에 관한 대화’라는 수업과도 연관이 깊다. 이 수업에서는 세계의 많은 도시들을 구체적인 사례로 삼아 공공공간public space에 대한 프로젝트를 발전시켰다. 물론, 이 수업은 나의 개인적인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진행되었지만 세 도시의 공공공간에 대한 연구를 제안하고 세 도시에 관한 전문가적 의견을 담아낼 수 있는 건축가와 도시연구자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계기로 발전시킨 <공적/사적 공간 [서울, 베이징, 도쿄]>에는 아시아에서 공공공간이 가지는 의미는 또 서구와는 상당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들 세 도시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파워포인트, 지도, 관련 자료들을 전시에 포함했다. 

이주연 당신의 작업을 종합하는 키워드인 공공공간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고 들었다. 이러한 논의와 관련하여 아시아 세 도시의 공공공간에서 관찰 혹은 발견한 프로토콜은 무엇인가?

안토니 문타다스 미국 MIT에서 개최한 <공공공간? 로스트 앤 파운드Public Space? Lost & Found>라는 심포지엄인데, 세계 여러 나라의 건축가, 예술가, 큐레이터를 초청하여 공공공간에 관한 논의를 가졌다. 나는 우리가 공공공간을 잃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무엇보다도 공공공간은 점점 더 기업의 자본에 의해 사유화되고 있다. 공공공간이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되고 개발됨에 따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또한 공공공간은 감시 시스템에 의해 통제를 당하면서 그 ‘공적’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일례로 도시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만들어낸 감시 시스템을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거리나 공원과 같은 물리적인 공공공간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라디오, 그리고 인터넷과 같은 미디어 공간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즉, 당신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모든 것이 통제를 당하는 상황에서 공공공간은 그 의미를 잃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모두 경제적인 이유에 의해 발생한 것들이다. 이러한 현상이 자본주의의 가장 팽배한 미국에서 처음 극명히 나타났다면, 미국의 경제시스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동북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아마도 일본에서 가장 먼저 이러한 문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것이고 한국과 중국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나 서구에서 나타나는 문제들과는 다른 지점들이 또한 있을 것이고 이러한 부분을 전시 리서치를 통해 담아내고자 했다. 이 연구는 이들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적인 개발 주도의 정책이 낳은 서구식의 도시화의 과정을 통해 도시가 형성되면서 발생한 문제들, 그리고 이후 일련의 젠트리피케이션 통한 도시 재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야기된 문제들을 다루었다. 이러한 문제의 핵심은 도시를 위한 도시의 개발이 아닌 경제적 이익을 위한 도시의 개발에 있다.

이주연 프로토콜이 다양한 양상으로 우리의 삶의 방식이나 생각을 규정한다고 할 때, 특히 도시의 프로토콜은 관연 어떠한 양상으로 작동하고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고 보는가?

안토니 문타다스 도시 공간의 프로토콜은 우리가 생활하고 살아가는 생활공간을 규정하는 프로토콜이다. 즉 도시화가 만들어낸 휴먼 프로토콜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의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대중교통은 도시공간의 이용을 시간의 관점에서 접근하게 해준다.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러시아워는 도시에서 시간의 사용과 긴밀한 관계가 있고 거리의 신호등은 도시의 대중교통을 운행하고 그 흐름을 통제하는 장치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도시의 흐름을 결정하는 프로토콜들이다. 자동차 사용에 관한 다양한 규정들 또한 프로토콜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같은 나라에서는 자동차를 사용하기 위해 자동차 가격 자체보다 몇 배가 비싼 사용 허가권을 사야만 한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경제적인 이유에 기인한 것들인데, 경제적 이유는 곧 정치적인 정책들을 결정한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프로토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프로토콜의 대안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다. 물론 한 가지 방법은 액티비즘 운동이나 게릴라 타입의 저항운동에 참여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방법은 건축을 도시계획과 연계해서 생각하고, 도시계획을 사회학과 연관하여 생각하고, 사회학을 곧 지리학과 연결하여 생각하고, 또한 지리학을 인류학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러한 대안적인 생각과 문제의식은 마스터플랜과 정책 결정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가 가지는 문제와 그러한 시스템 속에서 발생하는 부패로 인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주연 이러한 대안적인 접근은 당신의 열린 해석의 문제와 다시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안토니 문타다스 그렇다. 서로 다른 도시들은 각자의 쟁점과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번 전시가 서울, 베이징, 도쿄의 구체적인 문제들이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열린 번역의 과정을 논의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서울에서의 《아시아 프로토콜》은 끝이 아니라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도시를 번역하는 대안적 작업

분량6,151자 / 12분 / 도판 2장

발행일2014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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